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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땅에서 찾은 여행의 이유"
이금이의 <거인의 땅에서, 우리>를 읽고
"하늘 저 위에 고비보다 더 넓은 땅 있어요. 그곳에 양 치는 거인 사는데 밤마다, 밤마다 불 피워요. 불똥이 튀어서 거인 옷에 구멍이 아주 많이 났는데 그 구멍으로 불 보여요. 그게 저 별들이에요." -p. 78
뜨겁고 투명한 햇살,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진 모래 언덕, 작열하는 태양, 동서남북으로 보이는 건 지평선, 등대처럼 빛나는 게르, 절망뿐인 상황에서 만난 한 줄기 희망 신기루, 이 모든 것들이 몽골 고비 사막하면 떠오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곳은 거인의 옷자락으로 덮이는 세상이고, 우리는 구멍난 거인의 옷자락을 통해 별빛을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환상적인 상상도 고비 사막이기에 가능한 것이지 않을까.
이 책 『거인의 땅에서, 우리』는 몽골이라는 낯선 땅, 거인의 땅을 함께 여행하게 된 딸과 엄마의 여행 이야기이다. 딸과 엄마가 몽골을 여행하면서 발견한 삶의 진실과 여행의 이유를 이금이 작가는 여행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몽골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나 또한 그들의 여행에 끼어서 그들과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은 느낌이다.
이금이 작가는 발견한 삶의 진실을 딸과 엄마의 시점으로 나누어서 보여준다. 1부에서는 딸의 의 시점으로 딸이 몽골 여행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십대의 예민하고 감성적인 부분을 잘 고려하여 그들의 심정을 잘 대변해서 적어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여느 십대처럼 딸인 다인이는 아이돌 그룹 '야누스' 를 좋아하고 야누스 그룹 멤버 중 '카인 오빠'팬이라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을 대상으로 해서 팬픽을 연재하고, 그들의 팬미팅이나 브라마이드, 앨범을 가지고 싶어 하는 등 전형적으로 아이돌을 좋아하는 십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야누스 그룹 멤버인 지노 오빠를 닮은 몽골에서 만난 가이드 '바카르'에서 한 때 흥모하기도 한다. 엄마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남몰래 가이드인 '바카르'를 좋아하는 모습이 풋풋하고 순진하게 보였다. 엄마인 숙희가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것과 대조적으로 딸 다인이는 현재의 삶에 충실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솔직한 모습을 보인다.
몽골 여행 오기 전에는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고 서로 무관심하고 대화도 하지 않았지만, 여행을 통해 딸은 엄마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모범생이고 기대주인 오빠만을 편애하는 엄마의 모습에 서운함을 느끼고 엄마와의 대화와 소통의 문을 닫아버렸었다. 그러나 몽골 여행을 통해 어린 소녀마냥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를 떨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에 딸은 엄마에 마음의 빗장을 열고 엄마와 소통하고 화해하게 된다. 또한 몽골 여행 가이드 바카르에게 설레이고 좋아하는 마음도 가지고, 고비 사막의 광대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한다. 처음에는 바카르에 마음을 빼앗긴 딸 다인의 생각과 행동들이 주를 이루다가 나중에는 바카르가 부상을 당해서 떠난 후에는 여행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엄마인 숙희는 어릴 적 문학 동아리 멤버들이었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긴다. 집안 일을 벗어나 온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지만, 여전히 마음 은 아들 형인의 진로와 대학입시, 듣보작가인 친구 춘희에 대한 불만, 딸 다인과의 관계의 단절, 자신의 건강상태, 어릴 적 엄마의 죽음 등에 대한 생각으로 혼란스럽다. 그동안 딸과 제대로 여행 한 번 못해본 엄마 숙희는 앞으로 자신의 병으로 인해 그런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이번 몽골 여행에서 딸을 데려왔다. 그러나 자신이 암에 걸려서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사실을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다. 딸과 충분히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잘 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해서 엄마 숙희는 딸 다인과 친구들을 따라 몽골 여행을 온 것이었다. 그렇게 딸 다인도, 엄마 숙희도, 숙의의 문학 동아리 친구들도 그들 자신만의 여행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왜 우리는 여행을 하게 되는 것일까.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가. 특히 우리가 살던 익숙한 장소를 떠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도 일상을 벗어나 파랗고 광활한 동해 바다를 보면, 내 속에 있던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시작해보고 싶은 용기와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아마 이야기 속 숙희 또한 그러했을 것이다. 단순히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 떨고, 새로운 외국 음식을 먹어보고. 새로운 곳을 구경하는 것만이 다가 아닐 것이다. 그들이 고비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고 울은 이유는 무엇일까. 딸 다인도, 엄마 숙희도, 듣보작가 춘희도, 바람맞은 아줌마 등 여행을 하는 그들 모두가 울은 이유는 무엇일까. 신기루가 사라진 것이 너무 허망해서였을까. 아니면 자신들의 꿈도, 삶도 신기루처럼 저렇게 사라져 버릴까봐 두려워서일까. 어쩌면 우리의 인생 성공, 높은 사회적 지위, 많은 재산 등도 사막의 신기루 같은 걸까. 이야기 속 누가 말했듯이, '어차피 우리는 죽게 되어 있으니깐' 그 죽음 앞에서 무엇이 중요할까. 부와 명예 성공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마두금 연주는 계속 이어졌다. 그 소리에 마음을 실은 채 무심코 초원을 바라본 나는 눈을 꾹 감았다 떴다. 신기루가 홀연히 사라졌다. 신기루가 있던 자리엔 막막한 지평선뿐이었다. 영원히 가 닿지 못할 것처럼 아득해 보였다. 갑자기 엄마가 흑, 하며 얼굴을 무릎 웨에 묻었다. 놀랍게도 바람맞은 아줌마와 듣보작가 아줌마도 울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말 이상하게 나도 나도 눈물이 났다. 나느 잘 울지 않는 아이다. 그런 내가 왜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거지? 그것도 아줌마들 틈에 끼어 앉아서. -p. 122-123
처음에는 단순히 딸과 엄마의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 속에는 딸과 엄마의 화해와 소통, 삶의 진실이 담겨 있었다. 그 여행을 통해 소원했던 딸과 엄마의 관계는 긴밀해지고, 모녀간의 쌓인 오해는 이해와 소통으로 인해 풀어지고 그들은 화해하게 된다. 딸은 지금 엄마의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 모습이 미래의 자신의 모습임을 알기에. 엄마 또한 딸을 이해하고, 자신의 어머니를 용서하게 된다. 암에 걸려 암투병하다가 결국엔 농약을 먹고 자살을 한 자신의 어머니, 자식들 걱정 때문에, 경제적 여건 때문에 그녀의 남은 삶을 그렇게 쉽게 허망하게 포기하고 죽음을 스스로 택한 그녀의 어머니를 말이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비로소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이제 알고 있다. 왜 그때 자신이 신기루를 보고 울었는지를 말이다.
내가 그날, 모래 언덕에 앉아 울었던 건 두려움 때문이었다. 눈앞에서 신기루가 홀연히 사라지는 걸 본 순간 내가 믿고 있던 것들이 실은 신기루처엄 허상이었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덮쳐 왔다. 나는 사막으로 들어서면부터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차는 온몸을, 머릿속을, 오장육부를, 마침내는 영혼까지 흔들어 대며 나를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으로 끌고 갔지만 나는 버티고 버텼다. 하지만 이미 내 안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눈앞에 실제인 듯 있다가 사라진 신기루가 일깨워 줬다. 내가 그동안 기를 쓰고 잡아 왔던 모든 것들이 신기루가 사라진 사막에서 갈 길 몰라 하며 허둥거렸다. -p. 232-233
마치 그녀의 울음은 그녀 마음 속에서 그녀를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모든 생각들, 집착들을 무장해제하는 것과 같았으리라. 그동안 자식을 위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포기하면서 살아온 그녀의 삶애 대한 회한이었을까. 그 울음과 깨달음으로 인해 엄마 숙희는 좀 더 그녀의 삶에 충실하고 그녀 자신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엄마 숙희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몽골여행이 그녀에게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이유는 바로 '딸 다인'이와 함께 와서라는 것을 말이다.
지난 시간이 필름을 거꾸로 돌릴 때처럼 역순으로 머릿속에 펼쳐졌다. 모든 게 너무도 생생했다. 형인이 입시 문제 말고든 뭐든지 깜빡하고 잊기 일쑤였는데 이토록 세세하고 뚜렷하게 기억하나다니. 해외여행이 처음이어서일까? 아니면 친구들과의 여행이라서? 몽골이라는 특별한 여행지라서? 아니. 그보다는 이 모든 걸 다인이와 함께해서였다. -p. 236
이 책 『거인의 땅에서, 우리』는 2012년에 출간된 『신기루』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그 책을 출판한 지 10년 만에 개정판을 내면서 작가는 현재의 시대적 배경과 감수성을 작품에 반영하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공들여 손보며 차별이나 혐오 표현도 바로잡았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하루하루 늘어가는 확진자수 증가에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는 이 시점에서 광활한 몽골의 고원과 끝도 없이 이어진 고비 사막이 이 모든 것을 잊게 하는 듯 하다. 특히 딸과 엄마가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요즘 사춘기 증상을 보여, 자주 다투고, 싸우는 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라도 코로나가 끝나면 딸과 함께 나도 해외여행 한 번 가보고 싶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내 눈에는 아직도 광활한 고비 사막과 그들이 보았다던 신기루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아마 이것조차 신기루이겠지만 말이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뒤덮은 지 3년째로 접어든다. 떠나는 일이 자유롭지 않은 이 시기에 엄마와 딸, 친구들과의 여행을 담은 이 이야기가 읽는 분들께 작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거인의 땅에서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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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금이 작가 작품이다 싶었다. 청소년 다인은 엄마의 여고 동창생들의 몽골의 고비 사막 투어에 함께 가게 된다. 같은 나이 또래는 없고, 스마트폰도 할 수 없고, 더운 날씨와 모래바람이 있는 고비 사막에서 오빠의 진학 문제에 관심을 쏟는 엄마와 엄마의 동창생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재미있을리가 없다.
다인이의 눈에 보이는 고비 사막, 엄마와 엄마의 동창생의 모습들은 꾸밈이 없다. 다인이 나이에서 바라보는 부모는 어떤 모습일까? 나 자신을 저절로 돌이켜 보게 되었다.
후반부는 다인의 엄마의 눈으로 여행을 바라본다. 중년 여성에게 여고 동창생의 의미, 자식의 의미, 친정 엄마에 대한 마음은 낯설지 않다.
이금이 작가는 작품 속 인물들의 마음을 입체적으로 그리는 면이 있다. 변화무쌍한 사람의 마음을 잘 그려내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낸다.
아무래도 나는 청소년 다인보다 엄마의 눈을 더욱 공감할 수 밖에 없다보니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아울러 딸에게 좀 더 따뜻한 엄마, 딸이 더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든든한 엄마로 살고 싶단 소망을 가져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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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여전히 유목 생활을 하는 몽골인들의 삶을 엿본 적이 있다. 때가 되면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이동하고, 게르를 설치해 일정 시기 동안 생활하는 그들의 모습은 도시에 찌든 나의 눈에 열악함으로 비추어지곤 했다. 핸드폰은 커녕 전기, 가스의 도움조차 기대하기 힘든 하루라니. 그런 곳을 일부러 찾아 나서는 여행객들이 있단 소리를 들었을 땐 사실 여부를 의심했다. 굳이 고행을 자처하는 이유가 뭐일까. 낯선 형태의 생활을 경험하고 싶어서? 훼손되지 않은 대자연의 품에 안기고자 하는 마음에? 금전적인 여력이 닿지 않은 것도 있겠고, 여러 가지 이유에서 나는 그곳으로 향하지 않았는데, 오늘 이야기를 통해 만난 인물도 그러했다. 다인은 열다섯 아이다. 갓 데뷔한 아이돌 그룹 야누스의 한 멤버와 사랑에 빠진 평범한 십대 소녀다. 그는 엄마의 여행에 동참하게 됐다. 주변 아이들이 시도때도 없이 해외여행 경험을 입에 올리는 모습이 부러웠다. 학교 수업을 합법적으로 빠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모든 게 자신의 뜻에 부합하는 건 아니었다. 함께하는 이들이 나이 마흔일곱의 엄마 친구들이라는 점과 여행 장소가 몽골, 그것도 사막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사막에서의 일을 다루었다. 가장 두드러진 건 현지에서 만난 가이드 바타르였다. 스물셋 젊은 청년은 다인이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와 꼭 닮았다. 그는 평소 써오던 팬픽에 바타르와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혼자만의 사랑을 싹 틔운다. 모든 존재가 자신의 라이벌로 둔갑한다. 심지어 엄마와 그 친구들조차도 바타르를 탐하는 존재인 것마냥 다인의 눈엔 보인다. 타오르는 질투심이 문장에 고스란히 담겼다. 십대라면 으레 보일 법한 모습이라서 마냥 귀엽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내게 읽힌 건 여행에 참석한 이들의 모습이었다. 듣보작가, 카이스트, 대박논술, 바람맞은, 실적미달, 그림자, 아들바보까지. 다인의 시선에서 그려진 이들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실제 이들은 서로 다른 처지로 인해 어찌 친분을 쌓았는지 의아할 지경이기도 하다. 다인은 이들의 현재 모습만을 바라보지만,, 사실 이들은 고교 시절에 같은 문학 동아리에 몸 담았다. 인물들 간의 유대 관계와 갈등, 더 나아가 개개인이 잊고 지냈던 - 서로 알게 모르게 경쟁하면서 누구보다 글을 잘 쓰고 싶어했던 - 소녀 시절에 대한 그리움까지, 이 방대한 내용을 담아내기에 몽골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듯했다. 여행은 다인과 그의 엄마의 관점에서 기록된다. 마치 시계의 톱니바퀴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듯, 부닥치며 불꽃을 내뿜을 것만 같은 지점들이 두 사람의 기록이 교차하면서 누그러진다. 엄마가 모범생 오빠 형인만을 아낀다며 나름 불만을 토로해온 다인, 그런 딸과 교류의 시간이 부족했음을 시인하며 여행을 준비했을 엄마, 거기에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며 사랑과 증오, 그리움 등의 복잡한 감정을 안겨준 엄마의 엄마까지. 겉으로 보여지는 굵직한 사건이 존재하지는 않았으나, 저자는 이들의 내면을 조심스레 다룸으로써 화해를 이끌어낸다. 여행은 그야말로 모두의 성장기였다. 바타르가 말해 줬던 별이 거인의 옷자락 구멍 사이로 보이는 불빛이라면 지금 솟아오르는 해는 무엇일까? 그 질문에 어떤 광경 하나가 하늘에 펼쳐졌다. 밤새 들판에 모닥불을 피운 거인은 새벽이 되자 고독에 지친 표정으로 일어선다. 타고 있는 장작불 하나를 집어 든 그는 검은 옷자락을 끌며 천천히 걸어간다. 또다시 모닥불을 피워야 하는 밤을 향해. 거인이 들고 있는 장작불이 저 해인 것이다. 내 그림자가 대지 위에 길게 드리워졌다. 멀리멀리 뻗어 지평선에 닿을 듯한 그림자를 보자 나도 거인족이 된 것 같았다. 나는 발은 땅에 디디고 머리는 하늘에 닿은 거인이 돼 엄마와 아줌마들과 바타르가 잠들어 있는 게르를,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굽어보았다. 몸만 늘어난 게 아니라 왠지 마음도 함께 커진 것 같았다. -p83 허상에 불과한 신기루조차도 사막을 아름답게, 진정 중요한 것의 가치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요소임에 다인은 눈뜬다. 자신에게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를 따지며 조급하게 굴어온 다인의 엄마 또한 조금은 다른 형태의 사랑을 접하며 비로소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지난날과 결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을 것이다. 계기가 필요하다면 여행도 괜찮겠다. 기회가 닿는다면 몽골 사막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하늘에 밤마다 불을 지피며 세상을 훈훈하게 달구는 거인이 있는 그곳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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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열다섯의 소녀가 엄마과 친구들의 여행에 함께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이돌을 좋아하고 엄마랑은 대화가 통하지 않고 오빠에게 질투를 하는 다인이는 그저 평범한 그 또래의 소녀답게 여행을 하게되며 보고 듣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나도 딸이 그 나이를 향해 가고 있기도 해서 관심있게 읽게 되었다. 엄마와 딸은 닮을 수 밖에 없나보다. 다인은 아이돌을 소재로 쓰는 팬픽을 쓰는데 그 글솜씨는 문학소녀였던 엄마에게서 온 것이었다. 엄마에게서 관심을 받고싶어하는 욕심을 엄마에 대한 미움으로 드러나는 것도 모녀가 닮았다. 그런 닮았지만 사이가 꽤 멀어진 모녀가 여행을 통해서 각자의 마음을 상처를 들여다 보기도하고, 서로 사이가 조금은 가까워진다. 거인의 땅에서..
[하늘 저 위에 고비보다 더 넓은 땅 있어요. 그곳에 양 치는 거인 사는데 밤마다, 밤마다 불 피워요. 불똥이 튀어서 거인 옷에 구멍이 아주 많이 났는데 그 구멍으로 불 보여요. 그게 저 별들이에요. ] -별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신선했다. 그리고 상상하게 되었다.
[관심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힘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 -맞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 내가 좋아하는 이에게 관심을 받고싶어 노력하던 그 시간들 그 자체가 즐거움이고 에너지가 된다.
[언제 이래 나이를 먹었노] -아 그렇다 나도 아이를 키우며 엄마로 살다보니 어느새 마흔중반이네..
[형인이와 다인이를 두고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조급함. 그래서 아이들을 닦달하게 만드는 조바심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막의 어둠이 나를 자꾸 심연으로 끌어당겼다. ] 숙희는 여행에서 비로소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본다. 조바심이 든 자기마음을 몸이 병에 걸린 상태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숙희는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은 가족을 생각해서 스스로 떠났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선택을 원망한다. 그런데 숙희도 아이들이 한참 예민할때라고 본인아픈건 알리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의 어머니가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병과 싸웠어야 했다고 생각했던 숙희라면 본인도 아픈것을 숨길 것이아니라 가족과 힘든 것을 나누고 이겨내고 치료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불안으로 다그치며 진로를 정해주며 키웠던 아들이 문자로 속마음을 고백하고 엄마말을 듣지 않겠다고 한다. 숙희는 더 흔들리고 불안해진다. 나도 소녀시절을 지나서 어른이 되었지만 소녀시절에서 멀리 지나왔고 지금은 엄마라서 그런지 엄마인 숙희의 이야기에 더 공감하게 되고 어릴적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숙희의 모습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흔들리는 그 마음도 이해가 된다. 내가 지금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믿는 선택들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드는 시기에 읽으니 더 와닿는다.
그리고 나는 평소 남편이 했던 말을 똑같이 하는 춘희 어머니의 말에서 어미로서 두렵고 불안했던 마음을 조금 다독여보게 된다. " 제일 중요한 건 지금 살아 있는 기고 그 삶을 누리는 기라고."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아 제 마음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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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딸 맘들이 그러하듯이 나에게도 로망이 있다. 딸과 둘이서 떠나는 모녀여행에 대한 로망.
언젠가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 세상이 끝나고 다시 자유롭게 비행기가 뜰 수 있을 때. 아직은 어리고 귀여움이 더 많은 10세 내 딸이 내 키만큼 자라고(그런 날은 빨리 올 것 같지만_-_), 자기 짐 정도는 충분히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때. 둘이 떠나서 알콩달콩 추억을 만들고 돌아올 수 있는 모녀여행을 꿈꾼다.
이번에 읽게 된 이금이 작가님의 소설 <거인의 땅에서, 우리>에는 이렇게 모녀가 함께 떠나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것도 흔해빠진 여행지가 아니라 장소는 무려 몽골! 그 중에서도 그들이 대부분을 보낸 곳은 지평선만이 끝없이 펼쳐진 고비사막!
그.리.고. 현실의 나는 언젠가 떠날 모녀여행에 대한 로망만을 꿈꾸고 있는데, 소설 속에는 오히려 현실 딸, 현실 엄마가 있었다. 아... 사춘기 중학생 딸아이와 떠나는 길이 꼭 즐겁기만 한 건 아닐 수도 있겠구나... (깨달음)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도 '나는 별빛보다는 환한 전등 빛 아래서 팬픽을 쓰거나 SNS를 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게 더 재미있다'는 딸 다인이와 너 때문에 단체 생활에서 민폐일까봐 신경 쓰여 죽겠다는 엄마 숙희.
그도 그럴 것이 엄마 숙희가 '글무지개'라는 고등학교 문학동아리 모임 7명의 친구들과 떠나는 모임에 딸 다인이가 갑자기 꼽사리를 끼게 되었던 것이다. 또래 친구도 없이 혼자서. 친구들 다 타본 비행기 한번 못 타봤다고 투정부리던 다인이가 첫 해외여행이라고 설렜던 것도 잠시, 목적지는 유명한 관광지도 화려한 도시도 아닌 몽골의 사막이라니.
소설은 15살 다인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1부 거인의 땅에서'와 엄마 숙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2부 신기루', 이렇게 두 가지 시선으로 쓰여져 있다. 처음에는 그런 사실을 몰랐던 상태에서 주르륵 읽어나갔다.
1부에서는 여행 내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를 닮은 가이드 바타르와 잘 되고 싶은 마음뿐인 다인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어른이 된 지금의 내 마음으로는 '다인이는 국적도 다른 바타르가 진짜로 그렇게 좋나 왜 저러나' 싶기도 했지만ㅋㅋ 돌이켜보니 나도 중학생 때 2박 3일의 극기훈련을 가서 겨우 이틀 동안 봤던 교관이 좋아져 헤어질 때 진심으로 아쉬워했던 마음이 생각났다. 아. 정말 그랬네. 까맣게 잊고 있었네. 작가님은 어쩜 이렇게 그 시절 그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잘 알고 계실까.
2부에서는 이제 나이 50을 바라보는 엄마 숙희의 마음 속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인이의 시선에서 보였던 엄마 숙희는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오빠만을 챙겨주던 엄마, 감성이라고는 없는 엄마, 공부가 제일 중요한 엄마, 문학동아리랑은 세상 어울리지 않는 엄마였다. 그런데 숙희는 왜 그런 포지션을 맡아야만 했을까. 숙희가 동경하면서 동시에 질투하는 '듣보작가' 춘희는 어떻게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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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르륵 다 읽고 덮었던 책을 독서일기를 쓰기 위해 다시 펼쳐 읽어나가는 와중에, 초반에 써 있었지만 별 생각 없이 지나쳤던 어떤 말이 눈에 띄며 갑자기 마음에 콱 박혔다. 엄마한테 다인이가 나도 여행에 따라가겠다고 조르다가 방해만 될테니 안 된다는 답을 듣고 그러면 안 따라가는 대신 용돈 얻어내기 작전에 성공한 상황이었는데.
"그런데 여행을 얼마 앞두고 갑자기 엄마가 마음을 바꿔 나를 데려가겠다고 한다."
특별할 것 없는 저 말이 갑자기 눈에 띄게 된 건, 뒷부분을 통해 숙희가 어떤 마음으로 다인이에게 여행을 제안했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앞두고 갔던 병원에서 자신이 자궁암 초기라는 걸 알게 된 숙희는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다인이와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흘려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던 열 여덟 나이에 자궁암으로 엄마를 잃었던 숙희. 그래서 그때부터 자신의 삶은 너무 힘들어졌고 또 많이 달라졌다고 믿어왔던, 그래서 자신의 아이들만은 절대 그런 상황 속에 놓이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살아왔던 엄마 숙희였기에 자신도 똑같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을 것이다. 병을 이겨내지 않고 삶을 포기해버렸던 엄마에 대한 원망까지 다시 떠오르면서...
다행스럽게도 숙희는 사막이라는 여행 장소를 통해서, 얽혀 있던 친구와의 감정 정리를 통해서, 딸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묵은 상처를 조금씩 보듬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 나는 주희를 무시했으며 춘희를 동경했다. 그리움과 부러움, 우러러봄이 동경의 빛이라면 좌절, 질투, 애증은 그 그림자일 것이다.
+ "실은 고3 때 가출했던 기는 어무이한테 반항하느라고 그런 기다. 내는 사춘기가 그제사 왔거든. 어무이가 내한테 맘대로 살라 카는 게 무책임한 기라고 생각했다. 그런 어무이를 괴롭히고 싶더라. 딸이 인생 망친다 카는데도 초연한 얼굴로 그 잘난 인생철학 지껄일랍니꺼, 하고 말이다. 그래서 어무이 패물 들고 집 나갔다 아이가. 한 달만에 돌아오니까 우리 어무이, 야단은커녕 그동안 배곯았을 기라고 사골을 한 들통 고더라. 그때 알았다. 우리 어무이는 그렇게 생겨 먹은 기고 자기 본성대로 살고 있는 기라는 걸. 내한테는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길밖에 없었다. 어무이를 사랑하든지, 미워하든지."
+ 춘희의 설렘과 흥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과시도 허세도 아닌 진심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지겨워하며 빠져나온 길에 새로운 기대를 품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춘희와의 이별을 듣는 순간 휩싸였던 기분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그 애가 품고 있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부러움과 시샘이었다. 그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환이기도 했다.
+ "그런데 아줌마도 여자애였잖아." 그렇다. 우리도 여자아이였던 적이 있었다. 지난밤까지 선명하게 기억했던 그때가 거인족 시대 일인 것처럼 까마득했다. 갑자기 코끝이 시큰했다.
+ "지 엄마가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지 알면 그게 진짜 힘이 되는 기제." 춘희가 했던 그 말이 맞는다.
+ 내가 그날, 모래 언덕에 앉아 울었던 건 두려움 때문이었다. 눈앞에서 신기루가 홀연히 사라지는 걸 본 순간 내가 믿고 있던 것들이 실은 신기루처럼 허상이었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덮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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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신기루를 보면서 엄마 숙희는 자신이 믿고 있던 것들이 허상이었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울었다.
믿는 대로 살아온 것이 자기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면 그나마 덜 두려웠겠지만 엄마로서, 자기가 믿었던 방식대로 아이를 키워왔던 엄마로서 만약 그게 허상이고 틀린 것이었다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얼마나 두려운 일이 될까. 같은 엄마로서 숙희의 그 마음에 깊이 공감을 하면서 읽었다.
하지만 딸 다인이는 엄마 숙희가 두려움으로 바라봤던 신기루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엄마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야?" "너 먼저 말해 봐." "나는 신기루." "왜?" "그냥. 없는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해. 여행하는 동안 신기루를 세 번 봤잖아. 그런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다 달랐어." "어떻게?" "모래 언덕에서 봤을 때는 처음 보는 거라 신기하기만 했어. 그리고 길 잃어버렸을 때 신기루를 두 번 봤잖아. 그때마다 진짜 호수인 줄 알고 막 좋아했다가 아니라서 엄청 실망했고. 그래서 처음에는 없는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속임수 같아서 나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진짜 물하고 게르를 만나고 길도 찾고 나니까, 만약에 그때까지 신기루를 한 번도 못 봤으면 어떻게 불안하고 무서운 걸 이겨 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그리고 엄마, 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사막에 신기루가 없으면 너무 지루하고 심심할 거 같지 않아?"
엄마 숙희는 자신의 엄마에게 일어났던 과거의 일에서 자유로워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기루를 보며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믿고 있던 게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다인이에게 신기루란 신기한 것이고, 있는 그대로의 것이고, 나아가서는 희망 같은 거였다. 음. 확실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가 조금 느껴지려고 한다. 아이는 나와는 다르다는 것. 숙희는 자신이 겪은 일을 아이에게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런 의식적인 노력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대로 나아가려는 앞에 자꾸 막아서는 벽. 그보다는 춘희처럼, 엄마가 행복한 시간을 살면서 자신을 믿고 있다는 마음을 알게 될 때 아이들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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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땅에서, 우리>는 2012년에 나왔던 소설 <신기루>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소설을 읽으며 '듣보', '제맛', '성덕', '꾸안꾸'... 같이 요즘 쓰는 말들이 곳곳에 담겨 있는 걸 볼 때마다 웃음이 났다. 찰떡 같은 제목으로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2022년 버전으로 완전 탈바꿈 했을 개정판을 준비하시며 작가님께서 또 얼마나 공을 많이 들이셨을까. 처음 버전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문장 하나하나 안 바뀐 문장이 없을 것 같다.
또 문득, 이 시기에 이 책을 다시 출간하고 싶으신 이유도 있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행을 마음대로 떠나지 못하는 우리들을 위해 책으로나마 떠나볼 수 있도록...?? 나도 한 방 제대로 맞았다. 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졌다. 그것도 몽골 여행. 거인의 땅에 가면 나도 뭔가 느껴지는 게 있을까. 안 가봐서 모르겠다. 가서 느껴보고 싶다. 그때 같이 떠날 '우리'는 과연 누가 될까. 딸에서 엄마가 되어버린 나와 언젠가 엄마가 될지 모르는 딸과의 여행도 좋겠고 세월의 흐름에 겉모습만 변했을 뿐 속은 그대로인 친구들과 함께여도 좋겠다. 아, 그래도 친구들 여행에 딸을 데려가는 것만은 하지 말아야지.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며 제 진심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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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거실 책장 한편에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진 않지만) '세계의 아이들'이란 전집이 있었다. 사는 집과 아이들의 하루 생활에 대해 사진과 함께 대화체로 실려있었는데, 생김새와 생활 방식이 모두 달랐던 모습이 내심 신기해서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뒤편에 부록처럼 실린 국가별 인구는 몇인지 국기와 기후는 어땠는지에 대해선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유독 인상적이었던 몇 나라 중에 몽골ㅡ 게르의 모습은 이번 이금이 작가님의 책(p101)을 읽으니 머릿속에 저절로 그려져서 즐거웠다. <표지 해석>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별똥별 꼬리와 발자국만 살짝 입체적으로 튀어나와있어 왠지 표지가 더 특별해 보인다. 하나는 다인이, 하나는 엄마겠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2012년 출간된 《신기루》의 개정판, 《거인의 땅에서, 우리》는 존경스러운 이금이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47살 엄마(엄마 친구들 포함)와 15살 딸의 몽골 여행이야기가 실려있는데 1부엔 딸 다인의 시점으로, 2부엔 엄마 양숙희의 시점으로 채워져있다. 다인이는 함께 간 엄마 친구들에게 별명을 하나씩 붙여 생각한다거나, 아이돌 지노 오빠를 닮은 가이드 바타르에게 관심을 가진다거나, 엄마에게 투덜거리는 등?딱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 보여서 귀여워 보였다. 1부를 읽고 있으니 문득 작가님의 작품 《알로하, 나의 엄마들》에 나오는 펄의 시점이 생각났다. 엄마가 화자인 이야기는 청소년들이 읽었을 때 지루할 수 있으니 또래의 이야기를 넣어주시는 작가님의 배려가 말이다. (역지사지가 되는 작가님의 작품) 그리고 엄마인 양숙희의 이야기는 마음이 아렸다. 암에 걸린 엄마의 극단적 선택 이후 그녀의 허물어진 내면과 나름 표면적으로 성공하고 부러운 친구들(커리어, 외모,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낸)에 대한 복잡한 마음, 커가는 아이들을 향한 알 수 없는 조바심과 조급함 등..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그녀의 속마음이 공감되고, 친구 같아서 위로해 주고 싶고 그랬다. ㅡ 생각해 보면 난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거의 매주 여행을 다녔다. 그땐 몰랐는데 부모가 된 요즘, 그 기억들이 나에게 은근 힘이 되곤 한다. (요즘처럼 캠핑 장비가 좋았을 때가 아니니깐) 등이 배기고 찬 기운이 올라온 텐트 안에서 서로 붙어 잤던 기억. 무수히 많은 별을 바라보다 별똥별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스트레스 풀리라고 자주 바다에 가서 파도 소리를 들려주셨던 부모님의 마음. 계곡에 가면 주로 다리 밑에서 놀던 기억. 엄마가 구워주신 아카시아 꽃전(참 향긋했는데, 다시 먹고 싶다.). 멀미를 자주 해서 누워 가다시피한 뒷좌석의 기억. 그리고 그때마다 들었던 클래식. 추운 날 등산 후 먹던 컵라면과 우동 국물까지. 그래서 내 아이들도 힘들 때 버틸 수 있는 기억을 심어주려고 요즘 가족여행을 자주 다니고 있다.(물론 여행을 다니는 여러 이유들 중 나만의 이유 한 가지지만.) 나의 부모님이 그랬듯이, 너희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함께 한 추억 하나 만들자며. 소설 속 다인과 양숙희 엄마도 그런 의미의 여행이 되었을 거라 생각해 본다. 거인의 땅에서, 우리 함께 간직할 기억을 하나 만들었다며, 언젠가는 양숙희씨가 다인에게 '엄마는 그때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너랑 함께'온 것'이라고 말해 줬을 거라 혼자 상상해 본다. <마음에 콕 박힌 구절> p162 내는 뭘 이루기 위해서 사는 것보다 지금 뭔가 하는 기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p163 사람은 누구나 죽는 기고 죽으면 다 소용없으니까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라꼬. 제일 중요한 지금 살아 있는 기고 그 삶을 누리는 기라고. p186 아까울 거 없다. 안 쪼개 봤으면 그게 공룡 알인지 돌덩인지 우예 알았겠노. 참말 눈이 보배다. p229 ㅡ엄마 말을 어기더라도....저는 엄마를 사랑해요. ? <재미난 이금이 작가님만의 개그 구절> p181 "니르구이가 우리를 구이로 만들라는 갑다." p187 "걸리면 어떻게 돼요?" (... 중략...) "그건 잘 모르겠어." "그럼 왜 찾아보라고 했어요?" 다인이가 울상을 지으며 니르구이에게 항의했다. "진짜 찾을지 몰랐어." 니르구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나 혼자 파생 샛길> 1. 얼마 전(2.13) 가족들과 경포대에 놀러 갔을 때 이 책을 가져갔었는데, p146에서 "이러고 있으니까 경포대에 놀러 갔던 거 생각난다. ?"란 구절을 보고 너무 반가웠다. <사진1> 경포대 밤바다 @행복 즐기기 2. 소설 속 다인이랑 엄마가 보았던 것처럼 별 보기 (2.24ㅡ연암) <사진2> 연암에서 바라본 밤하늘 @행복 즐기기 3. 다인이가 우연히 발견했던 공룡알. 오늘(22.2.26) 해남에서 우연히 가게 된 우항리 <공룡 박물관>에서 봄. <사진3> 해남 공룡 박물관에서 @행복 즐기기 왠지 이번달 여행지에서 다인&양숙희씨와 함께 한 기분이 든다.ㅎㅎ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으며 제 진심을 담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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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사막을 가서 어둡고 푸른 밤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어졌다. 다인이처럼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가고싶기도 하고, 숙희처럼 자식과 함께 여행을 가고싶기도 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한 사막처럼, 읽는 내내 알 수 없는 편안함을 주는 소설이었다. 딸의 이야기보다 엄마의 시선이 더 재미있게 읽혔던 것은 내가 다인이 나이보다 숙희의 나이에 가깝기 때문이겠지? 딸이 더 크면 함께 읽고 여행계획을 같이 세워보고 싶어졌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제공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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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을 가고 싶어서 진지하게 알아본 적이 있었다. 씻는 것도 붎편하고, 화장실 한 번 가려면 대형 우산으로 간이 화장실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게 가고 싶었다. 별이 떨어질 것 같은 하늘을 천장으로 바라보면서 멍하니 누워 있고 싶었고, 말을 타고 자유롭게 몽골 초원을 달려보고 싶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거의 평생을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서 더 로망이 있는지 모른다. 자연 가까이의 삶을. 그래서 여행지를 고를 때면 지금 나의 일상과 정반대의 느낌인 자연이 아름다운 곳을 찾게 된다 몽골도 그랬다. 7-8월 한여름이 몽골여행의 성수기라고 한다. 몽골의 여름은 생각보다 덥지 않고 날씨가 좋다고. 자유 여행이 쉽지 않은 곳이기에 패키지상품까지 알아봤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을 데리고는 언감생심, 마음 맞는 여자 친구랑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남편 말고ㅋㅋ) 아직 가보지 못한 몽골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엄마 친구들 멤버로 구성된 몽골 여행에 따라 가게 된 15살 딸의 이야기. 처음에는 딸 다인의 시선으로, 다음엔 다인이 엄마인 숙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무튼 엄마 딸로 산 지 14년이나 됐는데 여행 와서야 처음 알게 되는 면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엄마도 내게 그런 게 있을까? 73쪽 여행의 매력.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사람도, 다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새로운 면을 보게 해주는. 이래서 같이 여행을 가보라고 하나보다. 하늘 저 위에 고비보다 더 넓은 땅 있어요. 그곳에 양 치는 거인 사는데 밤마다, 밤마다 불 피워요. 불똥이 튀어서 거인 옷에 구멍이 아주 많이 났는데 그 구멍으로 불 보여요. 그게 저 별들이에요. 바타르의 목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끝없이 펼쳐진 저 검푸른 하늘이 거인의 옷자락이라니..... 78쪽 책표지가 이 장면을 그린 거구나. 거인의 옷자락. 거인의 구멍난 옷 틈으로 보이는 불빛이 별들이라니.... 크........ 여행 내내 툴툴거리고 짜증 내는 다인이가 못마땅했다. 하지만 차츰 다인이에게서 내가 보였다. 동생들을 돌보느라 내 자리는 남겨 두지 않았던 엄마를 미워하던 나. 엄마가 묻는 말에 대답 한번 곱게 하지 않았지만 실은 엄마 관심이 그리웠던 나. 다인이는 열다섯 살의 나 같았다. 236쪽 솔직히 내가 엄마가 되어서 그런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다인이의 입장보다 다인이 엄마인 숙희의 입장에 공감이 더 되었다. 올해 8살이 된 나의 딸 사랑이에게서도 어린 시절의 내가 보이는데..사랑이가 조금 더 나이를 먹더라도 그때의 내가 또 보이겠지. 내가 견딜 수 없는 건 자책감이 아니라 엄마가 우리를 믿지 못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엄마에겐 삶을 더 연장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고통과 시간과 돈을 가족이 흔쾌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었던 거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할 때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또 허망했을까. 이게 엄마의 죽음을 두고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없었던 진짜 이유다. 217쪽 육아프로그램을 보면서 매번 많이 느끼는 지점.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원한다. 매우 간절하게. 정말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를 사랑할텐데 그 마음은 왜 전달이 되지 않을까. 그건 정말 그렇게 어려운 걸까. 위 책의 구절을 읽으며 눈물이 나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엄마의 외로움과 허망함까지 헤아리려는 엄마 안의 어린 아이의 마음이 너무나 애달팠다. 겉으로 크게는 몽골 여행기이지만 이 안에는 딸의 이야기, 엄마의 이야기, 엄마의 엄마 이야기, 엄마 친구들의 인생관이 모두 거론된다. 역시 삶은 여행이고, 여행은 작은 삶이지. 소중함을 자꾸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그래서 여행이 필요한 걸수도. 다시 돌아보라고. 소중함을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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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는 엄마와의 추억이 없기에 다인이의 글에서는 공감하지 못했다. 그저 그 삶에 대해 투정 부리는 모습으로 밖에 안보였기에.. 나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었기에.
다인이는 여느 아이들과 비슷하게 공부도 적당히 했고 좋아하는 남자 그룹이 있고 오빠에게 시기를 느끼지만 엄마의 기대 속에 포함되지 않음을 안도하는 철없는 아이였다. 그저 내가 필요한것만 주면 되는 그럼 만사오케이~!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친구들과 가는 여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다른집 아이들도 없이 오롯이 혼자! 다른집 아이들과 비교당할 일은 없을테니까.. 고민할것도 없이 같이 떠난 여행. 엄마의 친구들을 별명으로 부르는게 재밌었다. 역시 소설을 쓰는 아이는 다른가? 여행가서 가이드에 폭 빠져서 두근두근 설렘을 느끼고 혼자 좋았다 슬펐다 기뻤다 하는 모습을 보니 내가 어릴적 짝사랑했던 오빠도 떠올랐고 ^^ 결국엔 혼자 짝사랑으로 끝났지만 아직 젊으니까! 앞으로의 다인이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했다.
중간부터 바뀐 숙희이야기.. 다인이 엄마.. 아니.. 숙희의 관점에서의 이야기는 좀더 와 닿았다. 아무래도 엄마가 되고 나니 이 부분이 더 공감되었던 듯. 나도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간다면 어떨까~ 라는 상상도 하면서~ 그런데 숙희의 여행에는 혼자만의 비밀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암이라니... 그 큰일을 혼자 숨기고 있었다는게 더 놀랐고.. 결국엔 숙희 엄마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건 아닌지.. 그래도 지금은 보험때문에라도 주변에 알려야하니까.. 숙희 엄마처럼 비극적인 선택은 하지 않겠지..
그렇게 떠난 여행에서 친구들과 딸아이와 함께 보내며 추억을 쌓는 하루하루가 참 아쉬웠다. 물론 나도 그런 여행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인거지만 ^^
이금이 작가님의 책은 대부분 경험에서 나오는 내용들이라 더 많이 공감이 된다. 물론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부분은 공감이 안되기도 하지만 만약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으면 또 바로 이해가 되는. 그럴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작가님의 책.
[거인의 땅에서, 우리]에서도 작가님 다운 표현력과 상상력에 감동과 함께 책을 덮을 수 있었다.
< 공감문장's >
인자는 사람들이 내를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워한다. 보험 안 들어도 되니까 내한테 친구도 있고, 반겨 주는 사람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 도. 내가 니 한테 바라는 기는 그뿐이다.
: 모든 영업직의 사람들이 느끼는 고충이겠지... 나도 한때 발 담궜다가 뺐던 그때의 기억에 울컥했다.
"고비 사막에 늑대 있다고 인터넷에서 봤단 말이야." 다인이는 내 팔짱까지 끼며 부르르 떨었다. 이래서 아이는 아이인 거다. 자식의 공포와 불안을 몰아내 주는 것도 엄마의 의무다.
: 나도 저런 상황이라면 그랬겠지.. 아니.. 내가 더 무서워서 벌벌 떨었으려나? 근데 뭐. 꼭 엄마의 의무만은 아니지 않을까? 아이가 더 대담하다면 엄마를 지켜줄 수도 있는거지! 나는 내가 겁이 많으니까!
어떤 삶을 살아가는가는 결국 자기 선택 아니겠나. 내는 뭘 이루기 위해서 사는것보다 지금 뭔가 하는 기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몬 하고 저래서 몬 하는 핑계도 결국은 다 자기가 만드는 기라.
: 완전 공감! 삶에 있어서 못하는건 없다! 안하는것 뿐이지. 그래 핑계도 다 내가 만드는거지. 어떤 핑계냐에 따라 내 삶은 달라질테니!
사람은 모두 죽는다고. 우리 어무이도 어려서부터 내한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 기고 죽으면 다 소용 없으니까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라꼬. 제일 중요한 건 지금 살아 있는 기고 그 삶을 누리는 기라고.
: 그래.. 한번뿐인 인생 누리면서 살아야지.. 어릴적엔 가정환경을 탓했다면 지금은 삶을 누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삶은 내꺼니까! 자식도 남편도 부모도 해줄 수 없는거니까! 누리자!
내가 견딜 수 없는 건 자책감이 아니라 엄마가 우리를 믿지 못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엄마에겐 삶을 조금 더 연장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고통과 시간과 돈을 가족이 흔쾌히 감당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없었던 거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할 때 얼마나 무섭고 외롭고, 또 허망했을까. 이게 엄마의 죽음을 두고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없었던 진짜 이유다.
: 나도 엄마의 삶을 부정만 했고 원망만했는데.. 엄마도 참 많이 힘들었겠지.. 딸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는데 전혀 이해를 해주지 않았으니.. 그래도 우리 엄마는 건강하게 잘 살아계시니! 이런 생각을 하지 않게 살아있을때 잘하자.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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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엄마의 여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