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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슬픔에는 구간이 없는데 어떻게 악보를 옮겨 적지요? 2023년 2월 조시현 시집 전체의 표제작은 「아이들 타임」이지만 총 5부인 이 시집엔 각 부마다 표제시가 있다. 각 부의 표제시들을 통해 강조하는 바에 집중하면서 차례대로 시들을 읽다보면 시들 사이의 미묘한 흐름이나 시인의 생각과 사유의 흐름이 보인다. 1부의 표제시는「해가 세 번 뜨는 디스토피아」이고, 이 시를 시집의 맨 앞에 배치했는데, 그 의도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이 시집이 갖는 의미나 시인이 이 시집을 통해 이야기하는 바가 선명하게 다가온다. '섬세하게 엉망인' 세계와 '미친 미친 미친 사람들', (그래서 혹은 그러나) 지구를 떠나는 대신 태양을 터트리자는(신을 망가뜨리고 싶은) 사람들. 이게 이 시의 주요 컨셉인데, 이것이 이 시집의 주요 골자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시인이 이 시를 맨 앞에 배치인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일종의 맵이자 가이드북처럼, 시집 전체의 아웃라인을 잡아준다. 두번째 시는 이 시집 전체의 표제시이기도 한 「아이들 타임」. 흥미롭게도 이 시집은 조시현 시인의 첫 시집이지만, 시인은 이미 소설가이자 비평가이기도 하단다. 그래서인지 한 가지 툴이 아니라 다양한 툴로 문학에 접근하는 시인의 스타일이 이 시집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아이들 타임'이라는 용어 역시 시어도 일상어도 아닌 컴퓨터 용어다. 거기에 일본어와 중국어가 난무하고 외국어로 된 이름들이 호명되기도 한다('엘리노어'라는 이름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며 등장한다). 이 시집의 책 소개에는 "한국 시의 SF적 상상력!"이라고 느낌표까지 찍어가며 강조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상상력의 새로움이나 신선함보다 중요한 건, 기존의 것을 다르게 보는 방식인 듯하다. 뭔가 새롭고 신선한 것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익숙한 것을 다양한 언어와 형식을 통해 여러 각도에서 보기. 재밌는 것은 젊은 시인들이 자아든 세계든 무언가를 탐구해가는 과정은 대체로 '여정'으로 요약될 만큼 시공간의 이동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조시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이 극명하고 단적으로 드러나는 게 '아이들 타임'이라는 개념일텐데, 그렇게 딜레이되는 시간 동안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비평가인)이 만들어낸 것이 이야기-시이고 그것이 물성화된 것이 이 시집이라고 할 때, 그것은 익숙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것을 '상상력'이라고 한다면, 결과론적으로는 인정하게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젊은 시인들의 첫 시집들에서 느낄 수 있는 고뇌와 망설임과 고독과 패기와 전복의 기운을 모두 담고 있는 시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