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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당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곳! 당근의 고장 제주 동쪽 끝 마을 구좌읍이다. 구좌읍은 화산 분출물로 이루어진 화산회토가 많다. 구좌의 토양은 부드럽고 유기물 함량이 높아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은 최상품의 당근 재배가 가능하다.
얼마 전 성황리에 마친 <2023 서울국제도서전>에 구좌 당근을 소재로 한 책 <당근이지!>가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으로 선정되었다.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해바라기 지역 아동센터' 16명의 친구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예쁜 동화책이다.
센터가 위치한 구좌읍 세화리는 제주 동쪽 끝 깡촌 마을이다.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옥빛 바다와 숨 막히는 절경의 오름들을 한 가슴에 품은 구좌읍의 명물이 바로 구좌 흙당근이다.
초판 출간 당시 대부분이 초등생이었던 저자들이 이제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되었다. 16명의 아이들은 자기들이 태어나서 자란 구좌 당근을 소재로 즐겁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근이지!>의 작품상 특징은 16명의 공저작이기에 각 페이지의 그림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더 정감 있다.
저자들은 다랑쉬오름, 돗오름, 둔지오름을 품은 쪽빛 바닷가 마을 구좌에서 태어난 당근을 의인화했다. 특별히 석희삼춘의 밭에서 자란 당근들이 책의 주인공이다. 당근들은 구좌는 바람이 너무나 세서 당근도 힘이 세야 한다고 말한다.
당근은 제주의 거센 바다 바람을 맞으며 쑥쑥 자란다. 그리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되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당근을 싫어하는 석희삼춘네 쌍둥이들에게 당근을 먹어야지 건강해진다고 외치는 귀여운 당근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어느 날 동네 할망들과 삼춘들이 모여서 당근을 수확한다. 시장과 마트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곧 당근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뱃속으로 들어가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진다.
봄이 오면 하얀 당근 꽃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라는 당근의 작은 바람이 소박하다.
주황색과 노란색, 초록색 등의 자연적 색감이 뛰어나고, 크레파스와 색연필을 가지고 직접 수기로 채색한 흔적이 작품의 페이지마다 뚜렷하다. 초등학생 저자들의 조금은 미숙하고 설익어 보이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오히려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정감있게 만든다.
아이들의 손 끝에서 날 것 그대로의 제주를 맛볼 수 있는 그림책은 흔치 않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과 비교하여 미적 감각과 전문성에 대해 논할 수 없다. 대신에 작품은 더 큰 신선함과 풋풋함을 선사한다.
저자가 16명이기에 당근의 얼굴이며 분위기가 제각각이다. 하지만 작품에는 의인화된 구좌 당근의 유쾌함을 통해 구좌 마을을 사랑하는 어린 작가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개인적으로 살고 있는 집 앞이 당근 밭이다. 입도 시에는 바다를 보며 살 줄 알았는데 막상 내려오니 오션뷰가 아니라 당근뷰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푸릇한 당근 줄기가 세찬 바람에 휘날린다. 주홍빛 당근은 수줍은 듯 땅속에 얼굴을 감춘 채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깊은 밤 웅크리고 있던 몸의 오감을 깨워주는 파릇한 당근뷰가 이제는 너무나 정겹고 사랑스럽다.
치열한 입시 경쟁 속 친구를 밟고 일어나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쓰레기 논리 구조가 판을 치는 작금의 세상 속 16명의 어린 작가들이 선사하는 메시지가 팍팍한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감싼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어쩌면 <당근이지!>가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으로 선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각박한 세상 속 그림책 한 권이 많은 이들에게 미소를 선사한다. 당근이라는 소재를 통해 제주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서 누리는 소박한 행복이 도시민의 마음을 평온케 한다.

그림책 한 권의 힘이 대단하다. 뭐든 잘 해야 하고 성공해야 하며 1등이 되어야만 의미 있다는 거짓 메시지가 주류의 목소리가 된 세상 속 <당근이지!>는 분명 서툶의 미학을 보여준다. 덜 세련되고 어리숙하며 투박한 일러스트레이션이 내뿜는 생기가 독자의 심상을 압도한다. 매우 역설적이다.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과 고즈넉함이 공존하는 제주의 동쪽, 깡촌 마을 구좌에서 펼쳐가는 16명 청소년 저자들의 일상은 지금도 계속된다. 동네에서 오가며 보고 매주일 교회에서도 본다. 그렇기에 너무나 익숙한 저자들.
겨울을 기다리며 짙게 익어가는 당근과 같이 저자들의 꿈과 희망도 자라간다. 누군가 묻는다. 그림책을 통해 힐링이 가능해? 당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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