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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이란 부제에 끌려 읽은 『도시와 나 (2013.12.23. 바람)』는 해외 도시에서 경험하는 낯선 감정, 낯선 인연 등을 이야기로 담은 소설이다. ‘성석제’는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소도시 아비뇽에서 자전거 여행에 도전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인들의 똘레랑스(관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고, ‘백영옥’은 뉴욕을 배경으로, ‘정미경’은 일본 도쿄를, ‘함정임’은 프랑스 동부 작은 도시 브장송을, ‘윤고은’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세비야를, ‘서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남부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한은형’은 아프리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를 배경으로 각각 다른 색채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일곱 가지 이야기 중에서 소설가 백영옥의 단편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과 소설가 정미경의 단편 『장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백영옥은 뉴욕에서 짝사랑하는 남자의 집을 서블렛으로 구해 한 달 동안 살면서 남자의 삶의 자취를 들여다보려했던 애초의 계획과 달리 남자의 아내의 감정에 동화되어가는 유학생의 모습을 그렸고, 정미경은 도쿄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장(남자)과 윤(여자)이 함께 저녁을 먹은 뒤 공연 ‘부토’를 보고 윤의 목적지까지 동행하는 낯선 여정을 그렸다. 백영옥의 이야기를 읽으며 주인공이 혼자 마음에 품은 감정이 깊어지면 어쩌나 두려웠고, 정미경의 이야기를 읽으며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짧게 끝나버릴 낯선 따스함은 홀로 떠난 여행에서 누려볼 만한 최고의 호사라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소설의 배경이 된 도시도 다르고 도시의 방문 목적도 다르지만 『도시와 나』가 제각각 다른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동일한 이야기로 느껴지는 이유는 ‘여행’만이 갖는 특성 때문이리라. 여행은 누구와 동행하는지, 어느 계절에 떠나는지, 어떤 이유로 방문하는지 등등에 따라 여러 차례 방문하는 도시(나라)일지라도 매번 낯선 여행이 될 가능성을 높다. 그래서 낯선 도시에서 마주치게 되는 낯선 사람들, 그들과의 사이에서 느끼게 되는 낯선 감정들은 여행을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수익인 것이다. 그렇기에 단편 『장마』에서와 같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외로운 여행길에 동행해 주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추억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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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고 하면 왠지 삭막한 느낌이 든다. 난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도시라는 느낌은 흙보다는 시멘트나 콘크리트가 더 많이 떠오르고, 높다란 건물과 도로에 줄 지어진 차량 행렬 그리고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마치 고향과는 반대의 느낌. 세련됨 편리함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삭막함을 이길 순 없다.
삭막함이 팍팍 느껴지는 단어인 도시를 구글로 검색하여 길을 찾지만 제대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거의 하루종일 달려온 거리를 되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고, 자신이 세 살고 있는 집을 잠시 비운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다시 빌려주는 서블렛을 이용하여 자신이 짝사랑하는 남자의 여자를 생각하고, 아름다움보다는 죽음을 보여주는 징그럽고 흉물스러운 육체로 춤을 추는 부토를 보며 위로를 받기도 하고, 기차에서 처음 만난 남자와 힘들게 결혼했지만 결혼식 3일 만에 사라졌다가 10년 만에 돌아온 유품 속 빨간 수첩의 호텔을 같이 다니고, 진짜 콜럼버스 뼈인지를 알기 위해 콜럼버 콜럼버스 등 비슷한 성을 가진 자들의 뿌리 찾기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찾은 아버지가 실제로 스페인에 왔었는지 아니면 노랫말 속의 그 거리를 흥얼거렸는지 생각하고, 외국에서 살면서 모국어를 잊을까 걱정하기도 하고, 쿠테타를 일으킨 영웅의 살아나기 위한 우아함을 만나기도 한다. 너무 건조한가? 사실 조금 외로웠다. 여행 에세이려니 했다가 다시 보니 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이다.
작가의 말을 대신한 서면으로 진행된 작가와의 인터뷰는 내가 놓쳤던 부분을 슬그머니 알려주고 여행에 대한 생각을 또한 슬그머니 부추긴다.
아비뇽 연극제와 와인을 떠올리게 하는 프랑스 아비뇽, 거대한 도시 뉴욕, 현대와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됴쿄,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의 주요 무대인 프랑스 브장송,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을 위해 출항한 스페인 세비야, 해외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정착하는 천사들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프랑스 독일에 차례로 점령당했다가 시민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룬 아프리카 튀니스. 씨에스타 때문인지 자주 접하지 못한 도시라는 느낌인지 프랑스보다는 스페인의 세비야가 자꾸 마음에 남는다. 골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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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리나라의 도시를 소재로 삼은 소설집을 읽으면서 외국의 도시를 소재로 삼은 소설을 실었다는 이 책을 소개받았다. 차례대로 아비뇽, 뉴욕, 도쿄, 브장송, 세비야, 로스앤젤레스, 튀니스라는 도시가 나온다. 7명의 소설가들은 이 일곱 도시 중 한 곳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이야기를 꾸며 놓았다. 나는 이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과 이야기를 듣는 기분을 동시에 누리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읽고 보니 여행 관련 글은 내게 좀 들쑥날쑥이지 싶다. 기획이 기획이라 무조건 설레는 기분을 느낄 줄 알았는데, 한 편도 내 마음에 와 닿지 못했다. 도시도 글도 작가마저도. 이러면 많이 섭섭해지는데. 외국의 낯선 도시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라는 상상만으로도 뭔가 근사한 기대를 하게 마련인데, 내 기대의 어디가 잘못되었던 것일까.
일곱 도시의 배경이 문제였던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그 도시를 여행하는 인물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탓일 것이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일상의 관심에서 거리가 멀었거나 작가가 그려내고자 한 주제를 신선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뜻. 무엇보다 일상의 고민을 꼭 여행지에 가서 풀어 보겠다는 의도를 내가 좋게 여기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다.
얼마 전에 읽은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는 다들 왜 떠나고 싶어 하는 걸까.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에 안심을 하면서도 구태여 벗어나려고 하는 갈망의 태도, 이것도 유전자에 있는 것일까? 유목하는 인간의 유전자.
오로지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는 소설가들. 그래서 덜 자연스러웠던 걸까? 책의 뒷부분에 실린 작가들의 인터뷰마저 설레지 않아 끝내 섭섭하기만 하다. 기획은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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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7명의 작가 (정미경, 성석제, 함정임, 백영옥, 서진, 윤고은, 한은형)가 참여하였고, 세게 곳곳에서 여행을 하며 그 지역을 주제로 작가들의 경험 혹은 허구로 지어진 소설로 쓰여진 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1. 사냥꾼의 지도- 프로방스의 자전거 여행_ 성석제 (아비뇽)
첫번째 소설은 성석제 작가가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아비뇽에서 쓴 소설이다. 책의 전체 내용을 소개할 수 없으니, 대략 소개를 하자면, 연극제에 참여한 극작가가 아비뇽에서 체류하며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도를 보고 자전거를 타고 가볍게 시작했던 여행의 끝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음을 잘 묘사한 작품이라 생각되는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구절은 바로 이것.
관광과 여행, 모험은 뭐가 다를까. 대상의 거죽을 스쳐지나는 것과 거죽 속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자신의 거죽을 열고 세포 속의 물질을 대상과 뒤섞는 것의 차이? 결국 여행을 하고 모험을 겪고 나면 그 전과는 다른 존재가 되는거지. (p.53)
+ 이 소설을 읽으며 8년 전, 아비뇽을 여행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나도 성석제 작가처럼 자전거 타다 토할뻔..................했기에 피식 웃으며 조금은 공감하며 읽었던 소설.
2.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_ 백영옥 (뉴욕)
믿고 보는 작가 중 하나인 백영옥 작가가 쓴 여행 소설이다. 이번 소설에서 인칭에 대한 관점은 좀 독특했다. 유부남을 짝사랑하는 이혼......녀?
이 이야기는 여주인공이 짝사랑하는 남자의 집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속마음을 써내려간 구조다. (참고로 짝사랑하는 남자와 그의 부인은 부재중) 뉴욕에선 장기간 집을 빌려주는 서블렛이라는 시스템이 보편화 되어 있기애 가능한 소설이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작가라 그런지 공감하고 인상 깊었던 글귀가 많았던 소설이었고, 그 중 일부를 발췌하자면,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생기는 외로움과 사람을 좋아해서 생기는 서러움 중 어느 것이더 나쁜 건지 모르겠다. (p.65)
불안정하고 불균형한 시간들을 따뜻한 가을 스웨터로 조형될 수 있다면 그 사랑의 끝도 나쁘진 않을 거란 생각 하나로~ (p.75)
나는 헤어질 것 같은 오래된 연인들을 생각했다. 코와 코 사이에 털실을 끼워 넣으며 혼자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들은 짝사랑이 한 사람을 혼자서 좋아하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결과 없이 허망하게 사라져버린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짝사랑은 '그가 누구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이지만 그것은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그렇다면 나는 누구여야 하는가'는 잘못된 질문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소요되는 혼란이 이 적요로운 사랑 앞에선 어느덧 무의미해진다. (p.81) -> 어릴 적 내가 십자수에 빠졌을 때, 사랑하던 이에게 주려던 선물을 만들 때 심정 같았다.
나는 그 누구의 사랑도 이어지지 않는 저녁 속에 앉아있었다. 그런 것들이 더 이상 서글프지 않았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상처받지 않는 것이란 점에서 짝사랑은 선한 인간들이 선택하는 자학이며 자책이니까. (p.82) -> 어제 나의 밤은 이러했다. 누구의 사랑도 이어지지 않았던, 그래서 더 이상 서글프지 않았던, 누구도 기억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상처받지 않았던.
+ 사랑하는 사람의 방과 집을 탐하고 싶은 순간, 나도 그녀처럼 용기를 가질 수 있길.
3. 장마_ 정미경 (도쿄)
한 편의 단편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사랑, 이런 만남 너무 좋다.
영화 비포선라이즈가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사랑 이야기라면, 이 소설은 도쿄로 출장 온 남자와 그녀를 버린 엄마의 장례식에 온 한 여자가 공항에서 택시비를 아낄 겸 동석을 제안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아 내었다.
도쿄가 처음인 여자에게 그냥 밥 같이 먹을래요? 라며 남자가 덧없게 말을 걸지만, 그 속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실려 있는지. 투덜투덜 싸우는 듯하면서도 싸우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고, 서로를 알아가는 일상을 담은 소설 <장마>는 일본의 특유 분위기를 잘 실어내었다.
+ 나도 도쿄에서 이런 경험이 한번 있었다. 바에 목도리를 두고 왔는데 그걸 들고 게스트하우스까지 찾아온 일본 남자와 여행 내내 즐겁게 시간을 보냈었지. 풋풋했던 감정과 낯선 타지에서 만난 인연은 평범한 일상과 다른 선물을 안겨주는 법. (참고로 그 친구는 최근에 결혼을 했으며, 나는 진심 어린 축하를 해주었다)
4. 어떤 여름_ 함정임 (브장송)
프랑스 동부에 위치한 브장송을 거점으로 일어난, 니스행 기차에서 만난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관심이 있었고, 명함을주며 자신을 소개하며 함께 여행을 하자고 제안한다. (여기서 남자는 프랑스인, 여자는 한국인)
그러나 이 둘 사이에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으니, 서로의 지난 사생활에 대해서는 함구할 것이며, 알려도 하지 않는 것. 여자에겐 알지 못할 속사정이 있는 듯, 왜 이곳 멀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남자는 궁금해 하지만, 끝까지 묻지 않는다. 그리고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
이 소설은 함께 있지만, 함께 있지 않은 남녀의 속마음과 여행의 다른 목적을 시니컬하게 풀어내었다. 마지막 결말을 잠시 얘기하자면.
나미가 탄 비행기가 상공으로 이륙했다. 나는 나미가 한국인 여성이라는 것 이외에 그녀의 나이도, 살고 있는 도시도 알지 못했다. 그녀와 함께한 열흘만이 나에게 남았을 뿐이다. (p.146)
나는 그의 이름을 안다.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안다.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약간의 태도오 몇 가지 기호들도 안다. 그에 관해 더 알려고 하면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스마트폰을 켜고 검색 엔진을 가동시키면 된다. (생략) 강지섭의 붉은 수첩은 비행기를 타기 직전 공항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 속에 장 메이라는 남자의 명함도 들어있었다. 여름은 지나갔다. (p.146-147)
+ 조금은 무섭고, 아쉽고, 혹독했던 여름을 보낸 남과 여. 작가는 100% 허구라며 이 이야기를 단언했다.
5. 콜럼버스의 뼈_ 윤고은 (세비야)
이 소설의 서두는 이렇게 시작이 된다. 콜롬은 말했다. 시에스타는 도둑처럼 찾아온다고.
잃어버린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 달랑 주소 하나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지방에 있는 세비야까지 온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소설은 세비야의 좁디 좁은 골목과 시에스타에 대한 설명이 잘 드러나 있다. 그래서 내가 스페인 여행 시 시에스타 때문에 고생을 했던 경험이 감정 이입이 되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의 중점은 세비야 대성당에 안치된 <콜럼버스의 뼈>의 진위 여부에 두고 있다. 소설에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고, 나도 스페인 여행 시에 들은 이야기인데 사실 이 뼈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100%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그의 유해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스페인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결국 그 진위를 가리기 위해 DNA 조사까지 했지만, 결국 미궁 속으로 빠져 버렀다고.
여주인공은 콜럼버스의 뼈처럼, 아버지의 행방도 미궁 속으로 빠져 버렸음을 예감한다. 무더운 더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천진난만한 스페인 국민들, 스페인광장, 세비야대성당, 그리고 오렌지나무로 뒤덮인 가로수들. 나 또한 그녀와 같은 미궁으로 가득한 여정에서 세비야를 여행했기에.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었다.
+ 내가 세비야 여행 시 남긴 글과 사진을 잠시 꺼내 본다.
15세기 역사의 전성기 무대였던 안달루시아의 중심 세비아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세비야 좋다. 최고였다라는 것!)
6. 캘리포니아 드리밍_ 서진 (로스앤잴러스)
이 소설은 일본인 미치코와 남자 주인공이 고국을 떠나 유학 온 캘리포니아에서, 결국은 꿈도 일도 아닌 어중간한 상황에서 애매해져버린 남녀 사이를 대화를 중심으로 엮어간 작품이다. 묘하게 작가의 경험담 같기도 하고. 이방인이 모인 곳에서 살아가는, 늘 언저리에서 방황하는 이방인 커플의 모습을 담았다.
p.201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소설을 쓰더라도 나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로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알았지? 아무리 쓸 게 없더라도 옛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내서 팔아먹는 짓은 하지 말아줘. 소설가들은 주변 인물을 소설 속에 집어넣고서는 가상 인물이라고 발뺌하잖아." -> 나도 같은 마음이오. 나와 있었던 일들은 절대 SNS에 남기지 마시길.
+ 서진 작가는 실제 로스앤젤러스에 약 2년간 거주했었다고 한다. 실제 전공인 전자공학과를 그만두고 사진도 배우고 글도 쓰고 싶던 시기에 그곳을 갔고, 처음 타지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기에 되새기고 싶어 단편을 썼다고.
7. 붉은 펠트모자_ 한은형 (튀니스)
마지막 소설은 아프리카 북부에 위치한 튀지니에 있는 튀니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 진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2010년 '재스민 혁명'을 소재로 23년간 권좌에 올라있던 대통령을 축출하고 민주화를 이루던, 정치적 혼란 속 로고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전개된다.
+ 내가 이곳을 여행했으면 공감이 더 잘될 수도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이 소설은 대통령 재임 시절 영향력을 끼치던 로고라는 인물이 잊혀져가는 인물이 되는, (그러나 이게 주된 이야기는 아니다) 튀지니 사막에서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온 인생역전의 삶을 살다 다시 사막으로 돌아가는 한 남자의 인생을 다룬 정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잘 알지 못햇기에 이해도가 깊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8. 일탈과 방랑 그리고 치유를 기다리며
7편의 소설이 끝나고 책 후반부에는 인터뷰 형식의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으며, 개인적으로 나는 이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지금 어디에서 여행 중이고, 작업 중인지 그리고 작가들에게 여행이란 무엇인지, 여행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등 그들의 속마음과 그들의 인생 철학을 알 수 있었기애, 이러한 컨셉의 소설 후 에필로그는 가급적 나도 활용해 보고자 한다. (여행을 떠난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여행 중의 상황과 생각을 탐하고 싶다.)
이 책이 출판될 당시 성석제 작가는 미국 워싱턴 어느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으로 작업 중이라 했고, 고산에서 희박한 공기를 들이마시듯 인적이 드문 곳에서 삶의 기미를 느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여행이란 '일상의 갱신'이고 '존재의 갱신을 위한 과정' 같다고 하였다.
백영옥 작가는 도시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서울 3부작'으 쓸 생각을 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자신이 태어난 서울이 가장 세계에서 '골 때리는 도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정미경 작가는 "저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다만 제가 다녀온 여행을 좋아할 뿐입니다" 란 보르헤스 문구를 인용하여, 한 때 '김'에 중독돼 엄청난 양의 김을 가지고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함정임 작가는 2013년 11월 24일 현재 한달 반째 터키를 여행 중이었으며,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아>의 여정을 따라 가고 있다고 했다. 또 현재 단편소설 창작과 1년 동안 유럽과 미대륙을 답사한 여행기도 집필 중이라고 한다.
운고은 작가는 사실 딱 24시간 있았던 세비야를 이야기로 풀어냈으며, 쿠바와 촛불로 가득한 밤의 페트라를 보러 요르단을 꼭 가고 싶다고 했다. 그녀에겐 여행이란 연애와 비슷하다고 한다. 세계지도를 보면, 그 위에 표시된 지명들이 꼭 내가 만나야 할 연인의 이름처럼 보인다.
+ 싸이월드 미니홈피 나의 첫 화면엔 이런 문구와 사진들이 있다. 아마 그 당시 여행=연애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세상에는
서진 작가는 스스로를 팝 라이터 (Pop Writier)라고 하였다.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있고, 기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나랑 비슷하시다) 아이가 생기면 블로그를 읽고 아빠의 젊은 날을 읽어보길 바란다고. 그는 로마에서 작업 중인데, <하이스쿨 좀비 3부작>을 끝내고 싶은데, 사람들이 깜짝 놀라거나 망할지도 모른다고 쿨하게 서면에 답변을 하였다. 그에게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삶이 '그닥' 정상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이란다. (한 번 만나뵙고 싶은 분이시네요)
마지막 한은형 작가는 작품의 소재가 매번 독보적인데, 여행을 다닐 땐 늘 미슐랭에서 만든 지도를 들고 다닌다고 한다. 스칸디나비아반도를 여행하고 싶은데 그 이유가 북극 이끼와 조랑말, 오로라 때문이라고.
[못다한 이야기] 이 소설은 1권이 끝이 아니라, 올 봄 두번째 이야기로 독자들을 찾는다고 한다. 함정임, 한창훈, 이기호, 선홍규, 백영옥, 김미월, 운고은 작가가 대한민국 아름다운 일곱 도시를 주제로 소설을 쓴다고 한다.
어떤 도시에서 어떤 여행으로 우리에게 어떤 글을 선물할 지, 나는 또 하나의 <도시와 나>를 기다리며 올 봄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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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고싶게 만드는 책의 표지사진! 거기에 한명의 작가가 아닌7명의 작가의 여행을 소재로한 단편소설!!!! 2014년 힘찬 청마의 해를 여행소설과 함께 하였습니다~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사실 내용보다 책표지 입니다~ 물론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일러스트에 먼저 눈이 가고 마음에 갔습니다! 7명의 작가가 여행을 소재로 이야기 하고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 드리밍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미국이 가장 가고싶은 여행지이기도 하고, 여행소설을 통해 확실한 간접경험을 했기에 맘에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곳인지 아닌지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미국은 꼭 가보고 싶다 ㅋㅋㅋㅋㅋ) 무엇보다 캘리포니아 드리밍이라는 제목이 맘에 들어 인터넷에 쳐보니, 소설 제목과 같은 노래도 있었다 ㅋㅋㅋㅋ 책을 통해 음악까지~ 도시와 나를 읽으면 여느 여행집이나 수기집을 읽는 것보다 상상 그 이상의 매력이 있다. 첫째, 아직 안가본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설을 통해 알아볼 수 있었고 둘째, 다른 방식으로 여행지에서의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보는 것이 즐거웠다~ 도시와나의 책에 나오는 소설로 만나는 낯선 여행~ 정말이지 이책을 통해 가고 싶었던 곳을 낯설게 여행 해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여행을 마음에만 두는 분들에게 큰 선물이 될것같습니다!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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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 도시와나 "는 은 성석제, 정미경, 함정임 등 중견 작가와 백영옥, 서진 등 소설가 그리고 윤고은, 한은형 등 젊은 작가들이 해외 도시를 배경으로 쓴 단편소설 7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등단 연도와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참여 작가들은 모두 여행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소설가들이다. 작가들은 이 책을 통해 평범한 에세이가 아닌 문학성이 풍성하게 묻어나는 단편소설로 해외 도시의 이국적인 뉘앙스와 낯선 여행의 묘미를 풍성하게 담아내고 있다.
중견작가인 성석제는 남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 있는 아비뇽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소설가 백영옥은 미국의 상업, 금융, 무역의 중심이며, 세계 문화의 흐름을 좌우하는 거대 도시 뉴욕에 대해서 중견작가인 정미경은 일본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도쿄에 대해서 또 다른 중견작가인 함정임은 프랑스 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의 주요 무대배경인 조그마한 " 브장송 "이라는 작은 도시에 대해서 소설가 윤고은은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을 위해 출발한 장소가 있는 스페인 남부에 위치하고 일년 내내 투우가 열려서 관광객이 넘쳐나는 도시 " 세비야 "에 대해서 소설가 서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도시 " 로스앤젤레스 "에 대해서 신인작가 한은형은 아프리카 대륙의 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튀니지의 수도인 튀니스에 대해서
그들 작가들이 느낀 여행 소감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필체로 담아 내고 있다. 이들은 이 도시들에 대한 일반적이지 않은 그들이 만난 우연한 사건과 특정하지 않은 어떤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서 그들만의 느낌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작가님들의 글들에서 많은 위안을 삼았답니다. 쉽게 떠날 수 없는 그 세계여행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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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소설이라는 소재와 참 잘 어울리는 표지이다. 가방을 메고 여행에 대한 한껏 부푼 설레임을 표현한 듯한 표지는 읽기전부터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레임을 기대하게 만든다. 당대 7명의 작가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는 책 '도시와 나' 단편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도 꽤 매력적으로 보인 여행소설이라는 점과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모든 소설이 낯선 여행지에서 벌어진다. 자신의 연극을 올리기 위해 원작자로 해외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는 이야기부터,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살았던 공간으로의 은밀한 침투이야기, 일본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의 동행이야기, 사라진 남편의 호텔수첩을 보고 호텔을 돌아다니는 이야기등 단편 하나하나 이야기도 다양하고, 독특해서 읽는 재미와 함께 금방 읽힌다.
여행소설이라는 점때문인지 마치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조심히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었고, 이야기마다 새로운 낯선곳에서의 등장인물도 다양하다보니 오히려 단편소설이였다는 점이 더 큰 장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표지는 가볍고 재밌는 에피소드가 벌어질 것 같았는데 글 하나하나마다 마냥 가볍기만하진 않았다. 여행지에서 웃지못할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인간 내면의 심리나 환경이 더욱 크게 부각되었던 것 같다.
여행에세이를 통한 설레임과 기대감과는 또 다른 여행소설을 통한 독특한 재미와 느낌이 좋았던 책이다.
단편마다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는 듯한, 그러다가 어느새 이야기속으로 푹 빠져서 함께 한 듯한 느낌이 끝까지 유지되서 잘 읽지 않는 단편이지만 매력적인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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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익숙치 않은 낯설고도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을 꿈꾸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늘 익숙한 일상과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때로는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을 새로운 도시로 떠난 낯선여행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우연한 사건과,만남을 소설로 풀어내고 있다.
여행도서라고 하면 흔히들 여행지에 대한 빼곡한 소개들과,혹은 여행을 직접 떠나 겪은 일들을 일기형식으로 풀어낸 책을 떠올리기 쉬운데, 여행소설이라는 참신한 장르라는 이유로 더 책에 대한 호기심이 컸던 것 같다.
7명의 소설가들이 펼쳐놓는 7가지 소설들이 모두 각기 다른색을 입고 있어 읽는 내내 새로운 여행을 매번 떠나는 듯한 느낌이 더 실감나게 들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새로운 도시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이야기들이기에 낯선 여행이라는 소재를 배경으로 한 긴장감 있는 전개가 더 잘어울렸던 책이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해 보이지만 소설이라는 장르를 염두하고 읽다보면 또 하나의 이야기란 걸 깨닫게 되는..소설이지만 '여행'이라는 독특한 공통된 주제하에 현실감있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는 것 같다.
성석제,백영옥,정미경,함정임,윤고은,서진,한은형의 7명의 소설작가들이 쓴 이야기는 '사냥꾼의지도-프로방스의 자전거 여행','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장마','어떤 여름','콜럼버스의 뼈'. '캘리포니아 드리밍'.'붉은 펠트 모자' 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맨 첫장을 펼치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일탈과 방랑 그리고 치유를 꿈꾸는 당신에게'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것들을 꿈꾸며 살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비록 현실에선 어려운 일일 지라도 이 책을 통해서라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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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여행 소샐책^^ 책의 표지부터 귀여워서 관심이 가던 책자입니다! 이 책은 단편소설 7편으로 구성 되어있어서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줘요.
여행을 떠날때의 비행기에서, 낯선 여행지에서도 즐기기에도 좋은 책이네요.
성석제, 백영옥, 정미경, 항정임, 윤고은, 서진, 한은형 등 우리가 사랑하는 7인의 소설가들이 순수문학으로 그려낸 책자예요. 도시와 나! 도시 여행이라는 주제로 단편소설을 통해 일탈, 방랑의 이유를 확인하게 해주고요.
'도시와 나' 는 순수 문학의 위대한 힘을 마주하게 해주네요.
소살가들이 사랑하는 그도시로 떠나는 세계여행 도시와 나를 읽으며 다시 여행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낯선 여행을 체험하는 기분이고, 만남, 이별, 사랑, 추억을 공유하게 해주는 책자였습니다. 도시와 나 소중히 간직하고 자주 봐야겠어요&& |
제목 <도시와 나>에서 '도시'가 농촌(시골)의 반대를 일컫는 단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 경우 미로처럼 얽힌 세계의 모든 장소 하나하나를 임의적으로 나눈 바로 그 지명을 '도시'라고 부른다. 여기 일곱 명의 소설가들이 뭉쳐 지도와 가이드북이 가르쳐주지 않는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 성석제의 <사냥꾼의 지도-프로방스의 자전거 여행>처럼 프로방스 곳곳을 홀로 자전거를 타고 헤매다 환상과 현실이 뒤섞이는 신비로운 체험을 하는가 하면, 백영옥의 <애인의 애인에게 들은 말>은 방학이나 휴가철이면 도시의 집을 비우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학생과 젊은이들이 많은 뉴욕의 성격으로 인해, 짝사랑하는 남자의 외도를 지켜보는 한 여자가 그의 집(정확히는 그의 아내가 세놓은 집)을 렌트하면서 남자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색다른 모습의 성격을 반영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변심한 남편의 마음을 잡기 위해 애쓰는 짝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뜨던 남자의 스웨터를 다른(여자의) 스웨터로 바꾸어주면서 끝이 난다. 은밀하고 짜릿한 비밀여행이라 할 만하다.
정미경의 <장마>는 도쿄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스침이 인연이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부토'라는 일본 무용 공연의 한 장르를 소개한다. 출장온 남자가 이상하리만치 끌린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자 처음에는 반감으로 위축되었던 여자 역시 차츰 마음을 연다. 남자의 동행으로 용기낸 여자는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한번은 대면해야 하는 사람이 기다리는 섬으로 들어간다. 짧은 만남으로 서서히 마음을 열고 위로받으며 치유되는 과정과 혼자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과 화해하는 장면이 훈훈하다. 함정임의 <어떤 여름>은 외국인 혹은 혼혈의 남자가 니스 행 기차 안에서 자신은 읽지 못하는 언어로 된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고 있는 나미라는 여자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바캉스 철의 토요일이라 역과 기차 안은 북적였고, 깡마른 동양인 여자가 책에 코박은 것이 신기해서 용기를 내어 말을 건다. 그녀가 수첩에 빼곡히 적힌 프랑스의 호텔들을 여행할 것이란 걸 알게 된 후 동행한다. 빅토르 위고의 고향이자 스탕달 소설의 배경인 브장송은 내일 가는 걸로 되어있다. 두사람은 그렇게 낯선 곳에서의 며칠을 반듯하고 충실하게 보낸 뒤 각자 서로의 일상으로 복귀한다. 다음의 기약 따위는 없이.
윤고은의 <콜럼버스의 뼈>에서는 자신의 뿌리를 모르는 '나'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세비야로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두 살 이전에 떨어져나온 뿌리,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줄기차게 들려온 친부모의 소식, 매번 아니란 걸 알면서도 또다시 뛰어나가는 자신. 출생의 진실을 알 수 없는 콜럼버스의 DNA 추적을 위한 발굴과 더불어 두겹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낯선 도시로의 여행이 무작정 밝고 신나고 들뜬 여정이란 선입견을 불식시킨다. 서진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은 친분 있는 두 사람이 식사를 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일상의 색다름. 불안과 흔들림. 또다시 일상과 꿈이다. 한은형의 <붉은 펠트 모자>는 아프리카 대륙의 북단에 자리한 튀니지의 항구도시 튀니스로 간다. 2010년 '재스민혁명'으로 벤 알리 대통령을 축출하고 민주화를 이룬 곳으로도 알려졌다. 이 도시는 어떤 역사를 지나왔으며 또 어떤 흔적을 안고 있을까. 역사의 한복판을 지나는 이들과 아프리카개발은행에서 파견된 '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혁명 영웅이자 생존자 로고와의 만남과 사막으로 들어가려는 여정의 기다림이 '나'에게 준 성찰의 기회는 드문 체험으로, 먼곳의 짐작만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두근거리는 '여행'이라는 단어에 든 수많은 사연이 새삼 놀라웠다. 나라면 그저 여행 중 만난 어떤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는 단순발랄한 이야기밖에는 떠오르지 않았을텐데. 낭만과 서정, 설렘과 황홀을 여행의 전부로 알던 내게, 여행의 수많은 단면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낯선 곳으로 누군가를 찾으러 가는 여정의 간절함과 슬픔, 낯선 사람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나를 온통 지워버리는 처절함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여행은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를 서술한다. 윤고은의 <콜럼버스의 뼈>가 보여준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절묘한 조화, 한은형의 <붉은 펠트 모자>처럼 한낱 먼곳의 상관없는 일로 여겨질 법한 국가의 민족, 종교, 정치, 역사를 엿본다는 점에서 나는 이 소설집이 여행의 절묘한 부분들을 잘 포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곧 2탄으로, 국내 도시를 배경으로 한 같은 소설가들의 다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니, 또다른 책 속을 여행하며 얌전히 기다려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