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책 #하리뷰 #에세이 #하리추천구마모토 뒷골목의 작은 서점, ‘다이다이’ 책장 너머 가냘픈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서점지기가 담담한 필치로 써 내려간 서른세 편의 사람·책·일상 이야기 #다이다이서점에서 #다지리히사코 지음 #한정윤 옮김 #니라이카나이 구마모토에 있는 작은 서점, 다이다이 서점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영미문학과 블루스 음악을 좋아하고 짓궂은 농담을 잘하는 70대 노인, 지우개 도장으로 동화책을 만들어 보낸 어린이, 헤어진 LGBT 커플과 그 가족, 원고료 대신 복권을 받은 한센병 환자, 입양이 어려워 보이는 유기견과 유기묘만 키우는 사람, 고향의 풍경을 스크린에 기록하는 영화감독, 서점의 마스코트 고양이 시로다마에게는 그저 한낱 아저씨에 불과했던 세계적인 작가 위에 나열한 사람들은 다이다이 서점을 방문한 손님들입니다. 이 서점 무척 특별해 보입니다. 읽는 내내 서점에 함께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지리 히사코 작가의 담담하면서 편안한 글이 무척 좋았습니다. 다이다이서점은 약자들을 위한 책이 가득한 곳, 동네 단골들과 함께하는 곳, 하얀 고양이가 있고 전시회와 낭독회도 하는 곳이에요. 정말 멋지지 않나요? 하루키의 비밀 낭독회가 있었던 특별한 이벤트도 멋있어 보였지만 일부러 간식을 사다 주는 단골손님의 이야기, 고양이를 기르게 된 배경, 아무것도 없지만 무언가 있는 어두운 공간의 그 전시, 창밖에 흔들리는 손바닥 같은 초록 잎사귀의 미국풍나무, 본명은 알지 못하는 한센병 환자이자 작가인 세키님(이 에피소드에 울컥하고 말았습니다)까지. 잔잔하고 뭉클한 이야기가 가득했어요. 최근에 서점지기들의 책을 좀 읽었습니다. 그들의 신념이나 열정이 가득한 글들도 좋았지만 역시 저는 다이다이 서점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보통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일상이 단조롭고 지루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보통 사람, 보통의 인생이란 건 없으며, 모두 저마다의 삶이 있다(p.26)'고 말하는 다지리 히사코 작가님의 말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합니다. 작가님은 어릴 때부터 누군가로부터 자주 무언가를 받았다고 해요. 여전히 비밀친척 같은 손님들이 간식이나 이것저것 잘 챙겨주고 있나봐요. 분명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겠지요. 어떤 책은 읽다 보면 그 풍경 안에 있는 것만 같을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이 바로 그랬지요. 눈앞에 그려지는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볕뉘처럼 다정함이 틈 사이로 내리쬐는 작가님의 글도 아름다웠습니다. 책방 안에 있다는 초록 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책을 읽고 싶어졌어요. 구마모토로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구마모토에 가고 싶습니다. 구마모토여행은 오직 다이다이 서점만으로도 충분하겠지요. 밑줄을 긋고 필사하는 동안에도 기뻤고 뭉클했고 평온했습니다. 저는 이런 글을 사랑합니다. 현실에 치여 괴로운 날이 있더라도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들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다가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을 샀고, 다 읽고나서는 <고해정토>를 샀습니다. 책을 읽고 그 책을 통해 다른 책을 사는 일, 그건 제게 책을 읽는(사는?) 즐거움입니다. (많은 문장을 필사해서 몇 문장만 추리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