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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선, 면 다음은 마음… 제목부터 독특했다. 도형의 기본요소인 점, 선, 면과 마음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낯설었다. 머리말에서 어느 정도 실마리는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쓰며 집 안 곳곳을 톺아보았다. 나한테 이런 게 있었나. 이게 왜 여기 있지. 이건 뭐지. 와, 이게 여기에 있었네. 이런 당혹함을 느낄 때마다, 나는 부끄러웠다. 내 마음 씀씀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p.7)’ ‘『점, 선, 면 다음은 마음』에 나오는 사물은 여느 집에나 있는 흔하디흔한 것이다. 흔하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없어서는 안 될 만큼 꼭 필요하고, 또 중요하나는 뜻이다. 기쁨, 분노,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심 등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감정도 다르지 않다. 이 책은 흔해 빠진, 그래서 각별한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p.9)’ 저자가 어떤 사물을 통해 어떤 마음을 보여줄지 궁금해졌다.
차례를 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물 편지’라는 똑같은 제목이 1부, 3부, 4부에 걸쳐 세 번이나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었다. 세 가지 다른 사물(시디, 안경, 면봉)에 똑같은 제목을 붙여 놓은 것이다. 서로 다른 사물에 똑같은 제목을 붙인 이유가 또 궁금해졌다.
동시에 첫 제목과 마지막 제목이 ‘사물 편지’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작가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인지 그것도 궁금해졌다.
물건도 사람도 아예 그 존재를 몰랐을 때는 상관없지만, 한번 겪은 다음에는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다. (기다림의 무게 - 스마트폰) 물건인 옷도 이렇게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는데, 하물며 사람의 마음이야 (마음과 태그 - 옷) 내가 그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에게 어떤 마음을 던지느냐에 따라 그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너의 이름은 - 쓰레기통) 내게는 불필요한 것도 다른 이에게는 소중하고 아끼는 물건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것들을 잡동사니로 여기는 마음이다. (말의 힘 - 잡동사니)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 되듯이, 사람과 사람을 이으면 인연이 된다. 선과 선이 모이면 면이 되듯이, 인연과 인연이 모이면 세상이 된다. (점, 선, 면 다음은 마음 - 수건) 누군가의 앞에서 약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희미해지고 약해지는 것은 깊어지는 일과 같다. (희미해진다는 것 - 키보드)
이 밖에도 저자의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본 사물에 따스한 마음을 담은 표현이 참 많았다. 어떻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과 마음을 이렇게 연관지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저자에 대해 찾아보니 시인이었다. 시인이기에 일반인과 달리 사물을 보고 느끼는 감수성이 있을 것이다. 보고서와 같이 딱딱한 글만 쓰는 나로서는 매우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에서 인용한 문구와 내가 쓰고 있는 이 글만 비교해 봐도 그렇다. 평범한 사물을 보면서 느끼는 저자의 감성과 감각, 그것이 뭍어나는 글이 참 부러웠다.
책을 다 읽고 처음 가졌던 궁금증들에 대한 저자의 의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많은 글에서 ‘당신’을 생각하고 기억하고 있었고, 부제 역시 ‘사물에 깃든 당신에 관하여’이다. 이런 것들로 미루어 볼 때, 시디, 안경, 면봉을 통해서 저자와 당신만 알고 있는 마음, 그것을 ‘사물 편지’로 보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나와는 다른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의도는 내가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자는 ‘책은 오롯이 독자의 것(p.38)’이라고 했다. 저자의 말을 빌자면, 저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결국은 ‘얼마든지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느끼면 되는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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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물건은 달랑 백 개만 가지고 살기로 한 사내가 있다. 이름하여 미니멀니스트. 그가 정한 기준은 이렇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 이외에는 갖지 않는다. 심지어 선물받은 물건도 필요하지 않으면 사양한다. 백 개 중에 책은 달랑 세 권. 다른 책을 읽으려면 세 권 중 하나는 버려야 한다. 신발과 양말처럼 두짝은 하나로 친다. 그리 정하고 살려니 엄선에 엄선을 해야 했다. 해서 그 사내가 가진 물건은 꼭 필요한 물건들 뿐이었다. 사내는 놀랐다. '줄이고 줄이고 줄였더니 마지막엔 백 개가 채 안되더라.' 가진 것 백 개가 아니더라도 가능한 삶, 소유와 무소유의 어느 중간. 난 10여년 전 이 사내의 글이 담긴 짧은 책(책도 미니멀했다)을 읽으면서 사내가 엄선한 물건들에 대해 느낀 필요성과 애정에 대해 궁금했다. 가능하다면 만나 붙잡고 묻고 싶을 만큼. 본디 사람은 제 것이라면 원래 가격보다 50%는 높게 평가 한다고 한다. 그건 '내 것'이니까. '내 것 백 개'에 대한 내 마음. <점, 선, 면 다음은 마음>을 읽다가 그 사내의 마음을 짐짓 알 것 같았다. 언제 어디서 샀는지 기억조차 희미하지만 내 공간에 떠억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적지 않다. 아니, 꽤 많다. 아내는 잡동사니만 사들이는 만물상 주인 같다고 만날 퉁을 놓지만, 내 것들엔 나름의 의미와 사연이 들어 있다. 특히 그 당시의 시간이 담겨 있다. 플레이어 없는 시디CD 에서 면봉까지... 늘 내 공간에 있어서 당연히 있었음직한 물건들에 대해 저자는 그 소용에 대한 마음을 두었다. 피식하게 하고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짧은 글들을 읽노라면 긴장했던 어깨가 스르르 풀린다. '옳거니' 하고 처음 공감했던 대목이 있다. 옷에 걸린 태그를 살피고 '물건인 옷도 이렇게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는데, 하물며 사람의 마음이야.' 라며 마음에 태그를 붙인다면... 하고 생각한 부분이다. "슬픔은 구김이 잘 생깁니다. 구김이 가지 않게 모양을 잡은 다음 평평한 데 눕혀서 건조하십시오. 천천히 오래 그늘에 말리는 것이 좋습니다. 고온에 유의하십시오. 사랑은 모양이 잘 변합니다. 형태를 바로잡으려면 뜨겁게 다름질해주시기 바랍니다. 욕심은 이염되기 쉽습니다. 즉시 세탁, 단독 세탁하십시오. 귀찮음은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리십시오. 분노는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세탁하십시오. 우울함은 세탁이 끝난 후 바로 세탁기에서 깨내야 주름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변형의 무려가 있으니 젖은 상태에서는 절대로 잡아당기거나 늘리지 마십시오." 봄이 왔다. 지난 밤 추위를 견디게 해준 운동화를 빨았다. 세제를 담은 물에 충분히 불린 후 사방을 둘러보며 솔질을 하다가 문득 "작은 네가 곰만한 내 몸을 겨우내내 버텨줬구나." 하는 생각에 고맙고 미안한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이 아닐까 싶다. 읽다 보면 어깨의 긴장이 풀리고 주위를 둘러보게 하는 책, 아무 쪽이나 펼쳐서 읽어도 시선을 머물게 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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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점이 모이면 선이 되고, 선과 선이 모이면 면이 된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모든 사물과 사람은 하나의 점처럼 외따로 존재하지만, 끝내 혼자는 아니다. 인연과 기억과 그리움이라는 선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 선이 모여 만드는 면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저자는 이러한 점, 선, 면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지는 입체가 바로 우리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 출판사 리뷰 중에서..
흔히 생각 할 수 있는 점, 선, 면에서 우리의 마음까지 이어지는 관계가 왜인지 모르지만 와닿았다. 제목부터 왜인지 모를 뭉클함에 읽고 싶은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표지와 같이 햇살이 잘 드는 곳에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리를 잡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이 또 마음에 들었던 점은 바로 책 냄새였다..!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풍기는 책 냄새가 나는 좋았다.
이 책은 총 4파트로 나뉘어 있고 각각의 파트별로 부제가 있다. 파트에 맞게 사물에 관한 나름의 에피소드들이 진행되는 구조라서 읽기 편했고, 무엇보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물에 깃든 이야기였기 때문에 공감대가 잘 형성되는 느낌이었다.
슬픔은 구김이 잘 생깁니다. 사랑은 모양이 잘 변합니다. 욕심은 이염되기 싶습니다.
사람의 감정을 사물과 같이 표현한다는 발상은 조금 새로운 느낌이었다. 페이지마다 사물에 대한 에피소드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마음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나의 마음을 두드리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그 동안 어떤 마음으로 사물들을 바라봐왔고 사람들을 바라봤는지, 앞으로는 어떤 시선으로 살아가고 싶은지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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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은건지 작가님의 마음에 젖어든건지 알 수 없는 시간이었다. ?? 이 책은 사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작가님과 함께 하는 사물들이 주인공이다. 그것들이 늘 함께 했기에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들을 글로 쓴 고백이기도 하다. <점, 선, 면 다음은 마음>에 나오는 사물들은 우리네 집에도 존재하는 것들이다. 스마트폰, 부채, 선풍기, 면봉, 수건, 그릇 등 종류도 다양하다. 흔하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이다. 그것들을 통해 누구나 겪는 감정들, 흔하디 흔한 마음들에 대한 사유를 적은 책이다.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보는 이는 외로운 사람이다. (17p) ?? 두 손으로 끌어안아 올리는데, 무게가 제법이다. 별로 든 것도 없는데, 괜히 무겁기만 한 것이 꼭 내 생활 같다.(26p) ?? 내가 그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에게 어떤 마음을 던지느냐에 따라 그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35p) ??'마음먹다'라는 말처럼 밥도 먹는 것이고 마음도 먹는 것인데, 마음은 왜 이리 소화가 안 되는 것일까(37p) ?? 내가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안에 보이지 않는 진실이 숨겨져 있고, 그 진실의 속내에는 또 다른 진실이 파묻혀 있을지 모른다는.(81p) ?? 점과 점을 이으면 선이 되듯이, 사람과 사람을 이으면 인연이 된다. 선과 선이 모이면 면이 되듯이, 인연과 인연이 모이면 세상이 된다. 수건들은 내게 점, 선, 면 다음은 마음이라고 말한다.(93p) ?? 무엇보다 부채 바람이 좋은 것은 거기에 깃드는 마음 때문이다.(...) 마음의 기류랄까. 이를테면, 은근한 눈빛이나 끈끈한 분위기 같은 것 혹은 할머니의 약손 같은. ?? 사물의 쓰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작가님의 추억과 마음이 녹아든 이야기들. 뭉근하게 익어가는 생각들이 시선의 흐름에 따라 적혀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적이고 정적인 글들이었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아침. 얇디 얇은 커텐이 살랑살랑 바람에 나부껴도 좋겠다. 2인용 테이블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한 잔을 들고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한다. 차 한모금 마시는 것도 잊은 채 책 속에 빠져드는 경험을 상상해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 기분이 딱 그러했고, 작가님의 이야기를 음미하는 시간이었다. 같은 사물들을 사용하고 살았지만 작가님처럼 생각해보지 못했다. 단 한 번도!!! 작가님은 누구나 가진 흔한 사물들 속에서 사랑을, 그리움을, 외로움을, 기다림을 보았다.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는 작가님의 눈길이 그대로 전해는 글들이었다.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살았지만 작가님의 기억과 만나면 특별한 사물들이 되었다. 작가님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고 보니 내가 가진 사소한 사물들을 하나 하나 떠올려보게 됐다. 그 사물과 관련 사람도, 사연도, 깃든 마음도. 사소한 것들에 대한 큰 마음을 엿보는 시간. 사물 하나와 마음 하나가 묶여서 독자의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들이다. 부채의 바람을 거기에 깃드는 마음이라 하고, 그릇을 보며 심중에 감추어진 또 다른 진실을 이야기 하고, 침대에 누워 그 어느 곳 보다 자유로워짐을 이야기한다. 수건을 보며 세상을 논하는 작가님. 점, 선, 면으로 보여지는 사물들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다니 정말 대단하시다. 살면서 깊게 생각해보지 못한 '마음에 스며드는' 감정들을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점선면다음은마음 #이현호 #도마뱀 #사물에깃든당신에관하여 #마음에든다 #사소하지만 #작가님의이야기와만나 #특별해지는순간들, #그마음을듣는시간이었다 #도서협찬 #서평후기 #완독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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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있는 요즘, 나는 사물을 소재로 다양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사물들은 떠오르는데 어떤 방식으로 글을 전개해나갈지 고민중에 있었다. 그러한 고민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작가님은 우리 일상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로 글을 재미있게 유쾌하게 쓰고 계셔서 많이 배웠다. 제목 : 점, 선, 면 다음은 마음 작가 소개 시인.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비물질>과 산문집 <방밖에 없는 사람, 방 밖에 없는 사람>을 펴냈다. 본문 중에서 <옷> <선풍기> '시절인연'이라는 용어가 있다. 사람의 인연이나 사물의 현상은 모두 인과율에 따라 제때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뜻이다. 애인과 함께했던 그 여름밤의 열기를 기억하는 선풍기. 다시 창고로 긴 휴가를 떠나는 선풍기는 내게 모든 것이 시절인연임을 알려준다. (p32) <책> <침대> <커튼> 어쩜 사물을 가지고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을 해낼수가 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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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고 희미해지고 약해지는 것의 깊이
책을 처음 펼쳐들었을 때 풍기던 갱지의 냄새는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색종이 냄새와도 닮아서 잠시 꿈 속을 헤매이듯 추억 속을 유영했다.
사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은 우리의 특정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작가가 과거를 기억하는 방법은 사물이다. 그리고 현재, 그 기억을 담고 있는 사물을 통해 감정을 더듬어보고 미래를 꿈꾼다.
사물의 본질과 존재의 가치, 그 안에서 찾은 마음은 사물이라는 나룻배 한 조각을 타고 나가 심연으로부터 건져올린 기억들이다.
꿈 같은 현실이 현실같은 꿈이 되어 현실이 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그리움을 빚어나간다.
스쳐지나갔던 사소한 시간들이 흐릿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짙은 흔적으로 남아 시선을 사로잡고 그 흔적들이 그리운 사람을 불러온다.
다른 이에게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지만 자신에게는 거대했던 과거의 어느 한 순간에 각인된 기억들과 그리움을 차분히, 그리고 잔잔히 작가만의 섬세한 감정으로 그려냈다.
사소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몸짓은 주체가 사랑하는 사람이 될 때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이 아니고 소중한 것이 된다.
스쳐 지나간 것, 이미 오래되고 색이 바래 희미해진 그 자국과 흔적들을 살며시 쓰다듬어 보며 그렇게 작가의 기억 속에 남겨진 기억은 감정이 되어간다.
비어 있어 보이는 의자에는 낯선 기대감과 낯익은 그리움이 앉아 있다. (pp.65)
사물 그 자체와 사물이 놓여있는 모양새를 응시하며 자신의 기억을 들추어보고 마음을 탐색하는 일. 그러한 일련의 행위에서 느껴지는 고요한 고독이 담백한 시의 언어로 내게 전달되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더는 당연하지 않은 날이 언제고 찾아온다. (pp.130)
소멸 되어야 할 것을 억지로 붙들고 있는 것, 또는 생물과 사물의 경계에서 점점 사물의 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작가는 생과 죽음을 연결 지어 말하고 있다. 보잘것 없고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것 같아 보이는 것들이 빛이 되어 돌아오는 순간과 생명이 소멸하고 마음이 되어 기록되는 아름다움을 작품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아무렇게나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인 하나의 점. 그것은 선과 면이 되었다가 마침내 면과 면이 만나 입체가 되며 부피를 갖는다. 부피는 곧 깊이다. (pp.93)
산문의 전반에 언급되는 사물과 감정에서 느껴지는 딱딱함과 차가움, 외로움과 그리움의 감정들은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온기가 더해지고 따뜻해진다.
마음은, 아무런 의미가 내포되어있지 않은 사소한 점 하나인 사물에서 시작하여 기억, 추억, 감정, 생각이 시간과 함께 걸어가며 부피가 커지고 깊어진다.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그리고 면에서 마음으로.
아무 온도도 느껴지지 않는 딱딱한 사물들을 대하며 인간의 온기를 갈망하는 그리움.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사소한 사물들로부터 어떻게 따뜻한 온기를 품게 되고 마음이 되어가는지, 그 흐름의 자국들이 책의 곳곳에 또박또박 찍혀있었다.
제일 약해짐으로써 가장 자유로워지는 곳. (pp.70) 내가 희미할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더 잘 스며들 수 있다. 누군가의 앞에서 약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희미해지고 약해지는 것은 깊어지는 일과 같다. (pp.106)
작가는 사물을 통해 침묵과 희생, 기다림을 배우고 그런 사물을 닮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이 사물이 될 수 없음을 말하면서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사물이 자신에게 그래왔던 것처럼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고 잊혀지고 희생되어도 상대의 행복과 안녕만으로도 흡족해 하는 모습을 내비친다. 사물은 희생적이고 포용적이며 쓸쓸하고 아름답다.
그들의 상냥함과 친절함을, 막힘이나 걸림이 없는 마음을, 진중한 침묵과 고요함을, (pp.147)
밖에서 이리저리 굴려지며 묻혀 온 때와 여기저기 부딧히며 생긴 상처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 공간은, 먼지를 털어내고 얼룩을 지우는 정화과정을 행하는 카타르시스적 피난처와 같이 느껴진다.
'이상적 인간상의 현현'인 사물을 바라보고 고찰하며 이 세상을 반듯이 살아가는 방식을 마음 속에 그려본다.
책을 읽다말고 나는 나와 이어진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나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고 나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사물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사람이 내 곁에서 늘 자리를 지키며 있어준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조용히 내리는 봄의 빗줄기가 대지와 나의 마음을 적시는 이 계절, 사물이 가득한 방 안에서 홀로 읽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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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문장들
"나는 너고, 너도 나다. 나는 너인 나, 너는 나인 너다." 같은 선문답이 돌아오는 경우랄까. 사전을 보는 일은 글러브를 낀 채 없는 공을 주고받는 시늉만 하는 캐치볼 같다. (pp.157)
숱한 의미가 아니라 거대한 허무에 가깝다. 그 허무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곧잘 착각에 빠지게 된다. 공을 던지는 흉내만 내는 캐치볼을 보면서, 사실은 공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이 너무 빨라서 혹은 정말 대단한 마구(球)라서 내 눈에 안 보이는 것이라는 착각. 사전이라는 말 자체가 갖는 무게감과 권위에 눌리면 그러기 십상이다. 우리가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들도 다르지 않다. 위신, 권력, 부, 명예 등등. 그리고 시(詩) 역시도. (pp.158)
비 내리는 풍경과 빗소리가 어떻게 우리의 기분을 적시는지, 당신의 눈물이 어떻게 내 마음을 물들이는지를 떠올리면, 비도 눈물도 왜 듣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을 적시는 빗줄기와 우리 마음을 물들이는 눈물만큼 잘 스미는 것이 달리 없다. (pp.178)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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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의 내용을 읽어내려가기 전까지 목차를 보며 어떤 책일 것이다라고 짐작했던 느낌이 아니라 자못 당황했다. 예상을 약간 빗나갔다는 말이지 실망했다는 말은 아니다. 책을 열면 집안에서 보이는 시계, 수건, 식탁, 책장, 냉장고, 선풍기 등 물건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에게도 이미 친숙한 사물들이라 이미 어느 정도는 내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익숙해서 더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점, 선, 면 다음은 마음]은 제목에서부터 시집의 제목 같은 느낌인데, 글도 섬세하고 사물의 이야기를 듣고 쓰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침묵과 대화를 나눠야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다보면 글을 읽다보면 시를 읽는 기분이 드는 문장들이 종종 등장한다. 시인으로서의 직업병인지도 모른다ㅋㅋ 작정하고 잡고 있으면 하루에도 넉넉히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찬찬히 읽었다. 그래야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봄날, 벚꽃 구경 가서 벚나무 아래 벤치에서 떨어지는 벚꽃을 보다 책을 보다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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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 선, 면 다음은 마음이라고 해서 건축이거나 인테리어 관련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 좀 단순한가???) 이 책은 이현호 작가의 일상에서 만난 사물에 대해서 쓴 산문집이다.
봄이라서 사본 프리지아와 새로 들여온 이쁜 조명 '거실의 서재화'를 위해 큰 책상을 사고 카페 분위기로 거실을 꾸몄다. 분위기에 맞는 음악도 틀어놓으니 아주 책 읽기 찰떡이다.
이 책은 '사물에 깃든 당신에 관하여'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저자는 하나하나의 사물에 얽힌 사연과 함께 본인의 감정이나 생각들을 찬찬히 풀어낸다.
이현호작가 시인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비물질」과 산문집「방밖에 없는 사람, 방밖에 없는 사람」을 펴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일들을 생각했다. 싫고, 서운하고, 끔찍했던 기억 위에 싫고, 서운하고, 끔찍했다고 썼다. 아름답지만, 당신의 빈자리를 느끼고 싶지 않아서 돌아보지 않았던 기억에는 밑줄을 쳤다. 그렇게 새로 쓴 기억 앞에 간단한 인사말을 적고, 그 아래 시원시원하게 사인도 흘러 썼다. 따끈따끈한 이 추억을 당신의 우편함에 꽂고 돌아오는 상상을 했다. 이제야 오롯이 내 것이 되었지만, 당신에게 주고 돌아서는 마음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본문에서 책 표지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말이 맞듯이 나는 책 앞장과 뒷장에 작가가 말하고자는 내용을 꼭 적어둔다. 가장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해서... 김이나 작가도 그랬다. 작사가인 만큼 단어나 표현에 새로운 것이 있다면 적어두는 습관이 있다고. 나의 글쓰기도 어느새 내가 자주 쓰고 느끼는 말들로 채워져 그 단어들이 항상 비슷하고 반복된다는 느낌이 있다. 이현호 작가의 표현을 조금씩 메모해두니 새로운 표현법이 나에게 추가가 된 것 같다. 게임에 아이템을 얻은 것 같이... 나 또한 길을 걷거나 어떤 사물을 볼 때 이상한 상상(?)이나 감상에 젖고는 하는데 이 사물을 보고 작가는 이렇게 생각했구나 저렇게 생각했구나 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내 시집을 읽은 소감을 자분자분 이야기했다. 김매기를 하듯이 책 한 권 한 권과 눈을 맞추며 솎아낼 것을 고르는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 작가가 추천하는 시집 백석의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이 책은 예스24리뷰어클럽을 통해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임을 알려드립니다. #이현호 #이현호작가 #점선면다음은마음 #도마뱀 #도마뱀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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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바라보는 저자의 다정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산문집이다. 익숙해서 무심해지고 흔해서 소중함을 잃은 사물들에 깃든 마음을 살핀다. 사물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과 추억을 떠올리고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저자의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온기에는 바탕에는 그리움이 깔려 있고 그 위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차곡차곡 쌓인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은 존재의 의미를 단단하게 만들며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어 준다. 점과 선, 그리고 면이 모여 입체적인 우리의 마음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마음은 사물을 바라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고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내면과 외면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빈틈없이 채워진 사물들에 버거워하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만 같다. 이것들이 내게 어떻게 왔는지 떠올리고 쓰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필요에 의해 내게 온 것들임에도 익숙해졌다는 핑계로 고마움을 잊고 있었다. 사물들에 대한 감정이 이럴진대 나를 둘러싼 관계에 대해서도 안일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닌지 차분히 생각해 본다.
얼마 전에 근처 빨래방을 갔다. 빨래방 벽에는 이용 시 주의사항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빨래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문득 이 책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하얀 거품이 지저분한 얼룩을 데리고 사라지는 순간 사물에 대한 저자의 다정한 시선이 느껴졌다.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고 각양각색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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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든 다 읽기 전에는 제목이나 표지가 주는 느낌만 보고 내용을 짐작하지 말자 했었는데... 이 책을 처음 대하는 순간, 제 머릿속엔 또 다시 그런 우를 범하는 생각들로 가득찼었습니다.
혹시 건축에 관한 이론을 바탕으로 쓴 책이 아닐까? 아니면 우리 주변의 사물들을 각각의 모양이나 특성에 맞게 나누어 설명하는 글일까? 그것도 아니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 마음에 관한 에세이일까?
그런데 첫 장을 펼치자마자 제 눈에 들어온 "이 책을 읽는 당신을 상상한다"는 문장 하나에 저의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음을 알았고, "방 한구석에 처박아 둔 채 아주 까먹은 물건처럼 자주 그 마음을 잊고 살았다"는 작가님의 고백이 너무 공감되어 빨리 뒷장을 열어보고 싶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님이 서두에 밝혔듯이 늘 곁에 있는, 조금만 둘러보아도 알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흔한 사물들을 소재삼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조금 다른 시선과 각도에서 바라보는 내용이 실려 있었고, 자칫 지나치기 쉬운 사물에도 저마다 품고있는 사연이 있다거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이 있단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의자는 가장 순한 네발짐승, 휴지는 착한 사람, 냉장고는 가장 차가운 울음, 등등 남다른 표현이 또 너무 그럴 듯해서 고개를 절로 끄덕여가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모든 내용이 다 좋았지만 특히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건 "세상에 처음부터 잡동사니로 태어나는 물건은 없다. 내가 함부로 다룬다고 해서 그 물건이 가진 본래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그 사람은 그 사람일 뿐이듯이. (중략) 내게는 불필요한 것도 다른 이에게는 소중하고 아끼는 물건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것들을 잡동사니로 여기는 마음이다."
결국 사물도, 사람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마음이 들어가야 의미있고 가치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며 그 마음을 어찌해야할 지는 각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차분히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저는... 이 책이 마음에 듭니다. 흔하지만 꼭 필요하고 중요해서 곁에 두어야할 물건처럼 제 속에 살고있는 다양한 마음도 다 소중한 것임을 문득 깨달았던 시간이었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