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담이란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져오는 이야기로, 신화와 전설과 달리 그것을 전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들이 신성하거나 참이라고 여기지 않은 흥미위주의 이야기를 가리킨다. 그렇게 전해진 이야기에는 당시 사람들이 생각햇던 자연과 삶에 대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전해지는 민담의 내용을 흥미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옛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전라남도 곡성의 동악산과 관련되어 전해져 오는 민담을 그림책으로 꾸민 것이다. 산간 깊은 곳에 신선들이 바둑을 두거나 놀다가는 신선바위가 있다는 발상이 전제되어 있다. 신선들이 하는 역할은 비와 눈을 내리게 하고, 바람을 일으키며 때로는 태풍과 폭풍을 부르는 존재들로 여겼다고 전제하고 있다. 자연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에 신선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생각은 흥미롭기 그지없으며, 따라서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면 그들에게 빌어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 현상을 특별한 존재, 곧 신선들이 관여한다는 의식이 담겨있다고 하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서 살아야 했던 시절, 산 아레에서 살아가는 농부들은 오랜 가뭄으로 비를 내려주지 않는 신선들을 원망한다. 아무리 빌어도 비가 오지 않자,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을 먹고 똥을 참는 것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신선바위에 올라가 비가 오기를 기원하는 치성을 정성껏 드린 다음, 그동안 참았던 똥을 그곳에 모두 싸놓고 온다. 사람들은 다시 마을로 돌아오고, 신선들이 돌아왔을 때 자기들의 휴식 공간에 똥이 쌓여있는 것을 보고 그것을 씻어내기 위해 비를 내리게 한다는 발상이다. 그 결과 오랜 가뭄에 시달렸던 논과 밭에 단비같은 비가 내리고, 가을에 알찬 결실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신선들을 화나게 만들어 비를 내리게 한다는 점은 정성껏 기원을 하는 다른 지방의 기우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발상은 기우제를 지낼 때 음식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던 가난한 이들의 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하며, 이 지역에서는 기우제를 여성들이 주관하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라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이러한 민담을 그림책으로 꾸며낸 것으로, 농사에 필요한 비를 하늘에 기대어 살아야 했던 농부들의 절실함이 반영된 흥미로운 이야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겠다. 또한 자연재해에 그저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민중들의 소망이 반영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