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념과 수용 사이에서 외치다. "뭐, 그런 거지." <제5도살장 : 그래픽 노블>을 보고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지난 해 별을 보지 않는 천문학자의 추천으로 처음 알게 된 소설가와 소설이다. 작가 특유의 '블랙'유머와 위트가 잔뜩 묻어난 문체에 푹 빠져서 『제5도살장』을 시작으로 『고양이 요람』, 『타이탄의 세이렌』, 『세상이 잠든 동안』, 『카메라를 보세요』 등을 거침없이 읽어 나갔더랬다. 때마침 <제5도살장 : 그래픽노블>의 출간 소식을 접하고 마치 문제를 풀고 난 뒤 정답을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처럼, 소설 속 텍스트를 읽으면서 내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장면들이 그래픽노블에서는 얼마나 같은지, 또 어떻게 다른지 사뭇 궁금하여 책을 집어 들었다. 대체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대할 때 원작과 영화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한 의견을 한데 모으기란 쉽지 않기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책을 펼쳐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과 그래픽노블 모두 나의 기대에 부응했다!(뭐, 그런 거지.)
(트랄파마도어인의 눈에는 모든 순간이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우주의 별도 길게 늘어진 스파게티면처럼 보인다.)
|
|
<제5도살장>은 드레스덴 참사에 대한 이야기이고 주인공은 빌리 필그램이다. 빌리 필그램은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했지만 포로가 되어 독일 드레스덴의 제5도살장이라 불리는 곳에 갇힌다. 그리고 종전을 몇 달 앞둔 어느 날, 연합군의 폭격으로 드레스덴은 불바다가 된다. 사실 빌리 필그램은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납치된 경험이 있다. 트랄파마도어인들은 모든 시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때문에 빌리도 자유롭게 자신의 삶 안에서 시간여행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의문을 가지게 된다. 빌리 필그램은 왜 시간여행을 해서 드레스덴 참사를 막지 않았을까? -우주는 어떻게 끝납니까? -우리가 터뜨려요. 새로운 비행접시 연료를 실험하다가요. 트랄파마도어의 한 시험 비행사가 시동 단추를 누른 순간, 우주 전체가 사라집니다. 모두 죽어요. 뭐, 그런 거죠. -그걸 알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비행사가 단추를 누르지 못하게 한다든지요. -그 비행사는 늘 그 단추를 눌렀고 계속 그렇게 할 겁니다. 우린 늘 그가 그렇게 하도록 놔두고 있어요.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그 순간은 그런 식으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본문 중)포로인 빌리는 드레스덴의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이 곳은 도살을 앞둔 돼지들을 가둬두려 지은 건물이었으나 이제 미군 포로 백 명이 지내게 되는 바로 '제5도살장'이다. 그리고 이십오 년 뒤에도 빌리 필그램은 비행기 추락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다. 빌리는 사고가 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빌리는 그 사고에서 유일한 생존자가 된다. (이 비행기 사고로 인해 빌리는 뇌를 크게 다치는데 그 이후에 자신이 트랄파마도어인들에게 납치되었다는 주장을 하게 된다) 다시 드레스덴으로 돌아와, 포로들과 경비병 네 명이 지하 고기 저장고에 내려가 있던 시각, 지상에서는 공습이 벌어져 드레스덴의 마을 사람들이 모두 죽는 참사가 일어난다.
빌리 필그램은 드레스덴 공습을 겪었고, 트랄파마도어 행성에 다녀왔고, 비행기 사고에서 홀로 살아남았으며 시간에 갇혔다. 그는 자신이 갇힌 시간 속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시간여행을 한다. 오늘 리뷰는 시간을 오가며 다소 정신없이 이야기를 했는데, 앞서 본문에서도 나오듯이 <제5도살장>의 주인공 빌리 필그램이 전쟁 후유증 플러스 비행기 사고로 뇌를 다친 상태에서 '정신분열증적' 방식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비행기 사고 후 빌리가 트랄파마도어 행성에 납치되었다고 주장하게 된 이유가 어쩌면 드레스덴 폭격 등 자신이 겪었던 참혹한 전쟁의 환영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온 마을 사람들을 모두 불타 죽게 만든 드레스덴 폭격을 현장에서 실제로 겪었다는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차라리 외계 행성에 납치되어 시간에 갇힌 채 시간여행을 하는게 낫지... 이 책을 20세기 독보적인 반전反戰소설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 하다. 소설로 읽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워 망설이고 있었던 <제5도살장>, 그래픽노블이 있어서 하루만에 완독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커트 보니것의 원작소설로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
|
제5도살장 그래픽 노블은 커트 보니것(Kurt Vonnegut)의 독창적 반전 메시지를 그래픽 노블로 각색한 작품입니다. 전쟁의 비극성과 허무함을 독특한 일러스트와 서사로 표현해, 원작의 철학적 깊이를 충실히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
제5도살장 읽기엔 아직 어려우니 그래픽 노블을 구매해줬어요. 사실 중딩에게 이게 웬일인가 싶지만 제5도살장이 수준이 있다보니 이렇게 먼저 접하라고 해줬지요. 우리 아이가 참 특이한게 뭔가 꽂히면 갑자기 수준 높여 성인도서도 읽거든요. 이 책은 2번 연달아 읽긴 했지만, 아직 성인도서를 도전해 볼 엄두를 내고있진 않아요. 이번 겨울방학을 앞두고 한 번 더 읽어보라고 하려고요.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아들을 위해~!! 같이 읽고 토론해볼까? |
|
제5 도살장을 읽기 전에 그래픽 노블을 추천받았어요! (처음 몇장은 사실 잘 안읽혔는데요... 5-6장 지나고 나니 잘 읽힙니다!)
이 작품을 이렇게 그림과 사이사이 메시지로 전달하는데 와~~!! 정말!! 제 5도살장을 읽을 생각이시라면, 무조건 그래픽 노블도 함께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전쟁을 다룬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매트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이 정말 많지만, 표지에 특히 ‘반전소설’ 이라는 문구를 담은 작품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요. (모두 전쟁을 반대하니까요..? 전쟁을 주제로 하면서 전쟁을 찬성하는 작품은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사실, 특히 어떻게 전쟁을 반대하는 메시지를 담았을까 너무너무 궁금했는데요. (특별한 그런 메시지는 찾지 못했습니다.ㅠㅠ)
다만.. 책장을 덮고 나서, 세계대전을 다룬 작품을 보면서 마음이 이렇게 동요되지 않았던... (어떤 작품은 너무 울컥해서 불편할 정도일 때도 있었는데요. 차마 못읽겠는..) 적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비판적인 시각을 갖도록 한것일까요?
“뭐 그런거지”
#세계대전 에 관심있다면 무조건 입니다! 그래픽 노블과 소설을 모두 함께 보시길 추천해요! |
|
예전부터 리딩리스트에 있었던 책이다. 읽어야 할 결정적인 계기를 못찾고 책장에만 있던 책이었는데, 최근에 심채경 작가가 TV프로그램에 나와서 이야기를 한 것도 한 계기가 되었고, 책모임에서 내가 리더를 맡게 된 책인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참전했던 작가의 반전 이야기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주인공이 이토록 시공간을 마구잡이로 오갈줄은 몰랐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자 매력이고, 커트보니것을 유명케 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읽을때의 기쁨이 있다. 그러나 같은 이유에서 읽기 힘든 책으로 분류될수도 있다. 이런 책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위해서라도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의 출판은 매우 필요해보인다. 실제로 나역시 그래픽 노블과 원본을 병행해서 읽어보니 이해가 훨씬 잘되는 부분이 있었다.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방식도 독특하다 여겨진다. 여느 반전소설과는 차별점이 있다. 그래픽 노블이든, 원본 소설이든 한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전한다 |
|
알쓸인잡에 출연했던 심채경 천문학자의 소개로 읽게 된 책이다. 미리 읽어본 사람의 리뷰에 따르면 화자의 시점이 과거와 현재를 종횡무진해서 읽으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고 해서 그래픽노블을 선택하게 되었다. 커트 보니것의 실제 경험담이 녹아 있는 내용인데다 그걸 그림으로 재현한 것을 보니 그 느낌은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자칫 무겁고 우울할 수 있는 전쟁 이야기지만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농담과 유머로 즐거운 독서가 가능하다. 전쟁포로의 운명에서 정말 운 좋게 살아남은 작가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저 '다 그런거지 뭐' 하는 마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으리라.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 다 그런 거지 뭐, 세상만사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있나, 우린 어차피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바꿀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니까. 훌륭한 원작에 뛰어난 그래픽이 합쳐진 매우 좋은 책이다. |
|
제5도살장 : 그래픽노블을 읽었습니다. tv에서 책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던 중 이 책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구매해서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했습니다. 그래픽노블 버전은 그림이 첨가되어 있어서 책의 내용과 작가의 생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2차세계대전 속에 있었던 비극을 잘 표현해낸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5도살장 : 그래픽노블, 잘 읽었습니다. |
|
제5도살장/커트보니것 원작/ 라이언 노스 각색 래버트 먼티스 글미/ 공보경/문학동네/2022 매우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그래픽 노블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뒤죽박죽되어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드레스덴 공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반전 블랙 코메디 입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많은 도시들이 이런 식으로 적군의 공격에 숱한 공습을 당하였지만 실제 이 공습으로 인해 과연 기가 꺾였는가는 사실 의문입니다. 영국의 아서 해리스가 실시한 대규모 공습으로 너무나 성공적으로 공습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엄청난 욕을 얻어 먹은 작전이기도 했죠. 처칠은 자신이 묵인해 놓고도 나중에는 지독한 참상을 보고 나서 말을 싹 바꾸면서 아서 해리스만 불명예스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해 보자면... 2차 대전 말, 검안사 전문 대학을 다니다 징집된 빌리 필그람은 비쩍 마른 몸에 제대로 싸우지도 못해서 같이 다니는 소대원들에게 짐짝같은 존재였지만 다른 이들이 모두 죽고 나서도 홀로 살아남아 독일 포로가 되어 드레스덴으로 끌려갑니다. 그리고 독일군들이 가축들을 도살하기 위해 사용하던 도살장에 수용되었죠. 그곳이 바로 제5도살장이었습니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여기서 누가 막 죽어나가는 이야긴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다는^^;; 드레스덴은 2차 대전 와중에도 용케 파괴되지 않고 온전히 남아 있던 도시였지만 이 폭격으로 완전히 쑥대밭이 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사실상 녹아 없어졌다고 하지요. 빌리 필그램은 도살장 지하에 고기 저장고에 들어가 있어서 화를 면했지만 이 수용소의 독일군 경비병들 대부분도 퇴근해서 집에서 죽었고 다른 구역에 수용되어 있던 여성 포로들도 지하의 얕은 대피소에 있다가 죽음을 당했다고. 지상의 화염이 겨우 꺼지고 나서 포로들은 독일군의 명령에 따라 주검을 수거하려 했지만 사실상 불가능 했다고. 건물이 지하로 꺼져서 시신들은 사실상 지하에 매몰된 상태였고 시신 광산이라고 불리게 된 이곳은 금방 시신 썪는 냄새로 가득해 졌죠. 화염방사기를 이용해서 그대로 화장해 버리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시신 광산도 정리되어 폐쇄되고 독일군들도 마지막 러시아 전선으로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2차 세계대전이 끝나 빌리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빌리 필그램이 종전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입원을 하고 회복해서 결혼도 하고 검안사도 되고 아이들도 낳고 멀쩡하게 살아가긴 하지만 실상은 온전한 정신으로 살기는 힘들던 어느날 외계인에 의해 납치되어 시간 여행을 하는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그리하여 어린 시절로도 갔다가 전장으로도 갔다가 도살장으로도 갔다가 하면서 지구에서 벌어지는 이 끔찍한 전쟁상을 다소나마 관조적으로 그러나 그래서 더 웃프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구인보다 더 현명해 보이는 외계인인 트라팔마도어인들에게서 이런 저런 답을 구하게 되기도 하구요. 지구가 그러하듯이 우주 전체가 그렇게 전쟁으로 가득하다니...ㅡㅡ;; 만화지만 원작을 상당히 잘 녹여낸 작품입니다. 삽화도 매우 훌륭해서 어쩌면 이렇게 잘 그렸을까 싶더군요. 원작자인 커트 보니것은 자신이 이 드레스덴 폭격을 직접 목격하고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그 폭격으로 이득을 본 사람은 사실 아무도 없었지만 자신은 이 책을 써서 돈을 벌었다며 스스로 자조하고 있습니다. 하기사,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아니고... 잔치라고 했던 가요. 뭐, 그런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