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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편이다. 분노처럼 명확한 게 아니면 헷갈리곤 한다. 내가 느끼고 있는 게 어떤 감정인지 이름 붙이기가 조심스럽다. 그래서 기분이 불쑥 찾아온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그래서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에 끌린 것도 제목에 공감했기 때문이었지만 이 시집을 읽고 나서 돌아보니 내 감정은 이미 내 행동 속에 드러나 있었다. 내가 감정을 알아차리는 시점이 늦었을 뿐이었다. 내 행동은 그래서 가끔씩,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는 그런 모습이었다. 생각 담그기의 화자에게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타인이 먼저 알아채주기를 바라는 나와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고 조금 쑥스러웠다. 모순적인 나는 들키고 싶었으나 들키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화자의 감정은 쉽게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자기 안에 고여 얼어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감정을 그대로 두고 싶은 게 아닌 듯 보였다. 화자는 그걸 녹여 사랑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묻는다. <보호자>에서도 그는 '깨어나지 말걸 그랬다'면서 자신이 누군가의 보호자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도, 꿈에서조차 아이를 안아보지 못하고 깨어난 것을 아쉬워한다. 그래서 나는 화자가 정적이지만 따뜻한 사람이라 느꼈다. 물론 그런 마음과 욕망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상대를 잘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느낀 화자는 자신의 감정으로 인해 타인을 상처 입힌 적이 있다. 그것 또한 타인에게 받은 상처였지만 자신이 고드름이 되어 또 다른 이를 상처입히고 만다. 그는 함께 녹아보려고 했지만 자신이 받은 상처를 끝내 다 녹이지 못해 그로 인해 타인에게도 상처를 주고 말았던 건 아닐까. 그 사람의 행동은 감정과 의도를 표현한다. 하지만 좋은 감정과 의도로 한 행동이어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행동과 그로 인한 결과는 구분해야 한다. 화자는 함께 녹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는 녹아갔지만 끝끝내 다 녹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사랑에 굳이 조건을 달지 않는, 따뜻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는 감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에게 사랑은 그런 것들 중 하나였다. 나는 이 시집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화자는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과 정서를 들여다보고, 행동하고, 후회하고, 사랑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내가 생각하는 사람과 사랑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런 당연함이 이어지는 것이 정말 소중하다. 이 시집을 통해 내가 지켜낼 수 있는 건 이런 것들이라는 걸 수없이 나의 마음과 행동을 돌아보면서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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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유수연
시인의 말부터 감동하는 경우가 많다. 시인의 말이 곧 시이므로.
슬픔을 가두는 건 사람의 일이었고 사람을 겹겹이 쌓는 건 사랑의 일이었다 시인의 말
시에서 슬픔을 빼고 말할 수 없겠다. 그 슬픔을 풀어내는 것이 시인이고 그 슬픔을 넘어 사랑을 말하는 것도 시인이다.
나를 버리고 싶은 생각은 겨우 참지만 누군가 울면 따라 울 힘도 같이 남겨두는 시인의 마음이 아름답다. 슬프고 괴롭고 절망적이도 사랑은 남아서 누군가를 위한 다정도 남아도 함께 울어주는 마음이 애틋하다. 나를 버리고 싶다는 것도 결국은 누군가의 어깨가, 품이 필요한 게 아닐까.
잘 버티고 있다
그거 하나쯤이야 사는 데 문제없으므로
나를 버리고 싶은 생각을 겨우 참아본다
(…)
잊으려 할수록 또렷해지면 대개 그 생각이다 그러면 주먹을 쥐었다
누군가 울면 따라 울 힘을 남긴 채 닿지도 않을 대답을 준비한다 #믿음조이기
언제나 자신을 숨기고 싶고 후회할지도 모르는 마음들, 말들이 입에 맴돌아 입안이 썼다. 주워담을 수 없는 말들을 하지 못해 입이 붙었다. 그러나 언제나 마음은, 진심은 들키고 싶어지고 그럴 때 내 앞에 있는 당신이 좋았다. 그런 당신들이 나를 살렸다. 나를 보듬어줘라, 나를 사랑해줘라 그렇게 소리없이 마음 속으로 많이도 외쳤던 것 같다. 그래서 시를 읽고 읽었나보다. 시는 언제나 위로다.
주워 담을 수 없는 건 놓은 후에 잡고 싶어지니까
그래도 흘러가는 걸 잡고 싶다 내 앞에서 울던 때
처음 진심을 들키고 싶었다 #생각담그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