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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감’이라는 단어를 나는 항상 이렇게 정의하곤 한다. ‘굳이 내가 지키기는 싫지만 누군가가 지켜줬으면 하는 숭고한 가치를 굳이 내가 지키게 만드는 힘’. 갑자기 ‘사명감’이라는 단어를 왜 언급했냐면, 이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어떤 이유로 한 사람이 사명감을 가지게 될까?’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에 헌신적으로 자신의 임무를 해나갔던 의료진들이나, 화재 현장에 갇힌 사람을 구하기 위해 불길로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소방관들, 위기의 순간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타인을 구해내는 의인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을까.
책을 다 읽고나서 꽤 오랫동안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뭇 철학적인 질문이라 쉽게 답을 내리지는 못했는데, 그러던 중에 ‘유퀴즈 온더블록’에 천원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분은 본인의 어머니께서 하시던 식당을 물려받아서 지금도 1000원이라는 가격을 유지하며 밥값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계셨다. 전국 각지에서 후원도 들어오고, 봉사를 하러오기도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투잡까지 뛰어가시면서 식당을 운영하신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시장에서 해오신 식당을 본인이 잠깐 맡았는데, 본인이 식당을 그만두게 되면 식당을 찾던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못하게 되는 것이 걱정돼서 계속 식당을 열고 계신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동네 사람들이 식사를 해야하니, 당신이 한 명 희생해서 매일 점심 식사 준비를 해달라고 하면 흔쾌히 그러겠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코로나 중증 환자들이 위험하니, 당신의 건강과 젊음을 희생해서 환자들을 돌봐달라고 하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내가 하기는 꺼려지지만 누군가는 해야하는, 해줬으면 좋겠는 일들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 ‘사명감’을 가지고 기쁘게 그 일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주어진 일들에 도망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천원 식당을 운영하는 ‘김윤경’님은 “오셔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면 문 안닫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씀하신다. 또, 식당으로 봉사하러 찾아오시는 사람들과 전국 각지에서 전달되는 후원에 큰 힘을 받고 계신다. ‘간호사 1인분만 할게요’ 책에서는 저자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소통하게 된 사람들, 덕분에 챌린지나 감사의 편지로 응원과 위로를 전한 사람들, 코로나 병동을 운영하기 위해 애쓰고 도움을 주신 병원 사람들이 큰 힘이 되었음을 전하고 있다. 주어진 일에 도망치지 않고 버텨내는 힘은 함께 버텨내며 서로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나온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들은 어떤 이유로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을까?’에 대한 나름의 답을 이렇게 하고 싶다.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이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려 꿋꿋히 버텨내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에게 버티는 힘을 주는 것은 함께 버티고 응원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결국 그 버티는 힘이 ‘사명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책 말미에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진한 글씨로 남겨두었다. “오랫동안 환자를 보는 간호사로 남고 싶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사랑하기에 환자 옆에 가슴 뛰는 간호사로 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주 조금씩이라도 간호 환경이 나아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천원 식당을 운영하시는 ‘김윤경’님을 보며 사람들은 “세상에 어떻게 이런 분이 계시지?”, “엄청난 일을 하고 계신다. 이 사회의 영웅” 이라는 칭찬을 쏟아낸다. 코로나 시대에 의료진들에게도 “코로나 영웅”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칭찬받아 마땅한 일을 하는 그들이지만, ‘영웅’이라는 표현이 단순히 그 개인을 치켜세우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런 ‘영웅’들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칭찬뿐만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하겠다. ‘영웅’이라 불리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사회가 아니라, 책 제목처럼 ‘1인분만 해도 충분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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