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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철학의 해석학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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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괜히 주눅이 든다. 학교 다닐 때 전공이 이공계여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보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기에 더 움추러든다. 똑같은 텍스트라도 다른 제목이 붙어있으면 덜한데 유독 철학이라는 말에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 책 [문학의 깊이와 철학] 역시 책을 읽기 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했다. 이 책은 문학과 철학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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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괜히 주눅이 든다. 학교 다닐 때 전공이 이공계여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보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기에 더 움추러든다. 똑같은 텍스트라도 다른 제목이 붙어있으면 덜한데 유독 철학이라는 말에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 책 [문학의 깊이와 철학] 역시 책을 읽기 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했다. 이 책은 문학과 철학의 관계, 다시 말해 문학과 철학이 만나는 지점을 해석학과 신비평을 통해 살펴본다. 그리고 그러한 만남이 우리가 고전 명작이라고 부르는 문학작품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강의했던 강의 노트를 기초로 하여 교양과목 교재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먼저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다루는 1장에서 각각의 학문이 갖는 특징을 이야기한다. 철학이 지혜로운 자가 되고자 하는 지적인 노력이라면, 문학은 단순한 글을 넘어서 인간 정신의 깊이를 나타내는 시적 세계를 말한다고 그녀는 규정한다. 즉 문학은 상상력을 통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철학은 논리와 이성을 통해 추상적인 논리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학이 깊어져서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설 때 그것은 이미 철학이고 종교라며, 문학이 예술적 깊이를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문학이 가지는 예술적 깊이는 물리적인 깊이가 아니라 영혼의 깊이이며 인간의 심층적 본성인 실존과 관계된다. 실존은 인간의 보편적 슬픔의 세계를 말한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슬픔과 고통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깊이의 문제는 질적 영역으로 경험이 아니 체험을 요구한다. 따라서 문학의 깊이는 실존적 체험과 관계하게 되고 거기서 문학은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지평을 드러내며 철학과 만난다고 해석학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문학과 철학이 영혼의 깊이 문제로 만나는 지점을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호손의 [주홍글씨], 톨스토이의 [부활]과 같은 고전 명작을 통해 살펴본다.

 

2장에서는 구체적인 문학작품을 통해 깊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전통적으로 인정되는 문학 장르인 시, 소설, 수필, 시나리오 속에서 문학의 깊이가 어떻게 형상화되는지를 살펴본다. ()는 사유의 근원으로서 시적 포에지를 통해 깊이를 함의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키츠, 셸리, 워즈워드 등의 영국 낭만주의 시인들, 보들레르, 베를렌, 랭보 등의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들의 시를 통해 소외, 고독, 슬픔과 같은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이야기로서 픽션을 통해 깊이를 드러낸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철학을 논하는 이유는 소설에 나타나는 사건에서 실존적이고 보편적이며 초월적인 실재가 우리에게 전해져 옴으로서, 우리는 감동을 받고 삶의 체험이 되어 우리의 인식과 신념을 바꿀 만큼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로맹가리의 []과 같은 고전들이 주는 문학의 깊이에 대해 살펴본다. 또 수필은 작가의 개성과 역량에 따라 독특한 내적 세계를 드러내고 우리는 이러한 심층 자아를 통해 깊이의 세계를 만날 수 있으며, 시나리오는 영화 보기를 통해 인간 정신의 깊이로서의 예술적 깊이를 밝힐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저자는 작품의 몽상 속에 담긴 물질적 이미지를 통해 작품의 내적 진실을 밝히려는 신비평의 관점에서 문학은 그 깊이를 통해서 철학과 관계한다는 해석학적 결론에 이른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리 어렵지 않게 책을 읽은 것 같다.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한가지는 반복되는 설명에 있었다. 저자는 앞에서 설명한 것을 요약해서 다시 이야기하고, 또 다른 설명을 위해 앞에 나온 내용을 계속 반복한다.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좋았으나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1장을 읽으면서는 따라서’, ‘왜냐하면과 같은 부사, ‘과 같은 보조사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특히 보조사 의 경우가 심했는데 이는 글이 거칠다는 생각과 함께 책의 진도를 나가는 데 방해가 되기도 했다. 아마 강의용 교재라서 그랬지 싶다. 그럼에도 설명을 하면서 흔히 대화 중에 사용하는 언어를 스스럼없이 쓴 것은 책을 읽고 있지만 마치 강의를 듣는 듯했다. 어렵게 생각한 철학을 문학과의 관계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미덕이라 할 수 있겠다.

k*****1 2023.03.05. 신고 공감 2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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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조명해 본다/ 인간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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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과 철학을 공생의 관계로 인식하고 문학 속에서 철학적 의미를 찾고 있는 내용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문학이 인간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기에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그 속에서 깊이 있는 인생을 만나기 십상이다. ‘삶의 깊이 있는 내용’, 그것을 바로 철학이란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가운데 만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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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문학과 철학을 공생의 관계로 인식하고 문학 속에서 철학적 의미를 찾고 있는 내용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문학이 인간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기에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그 속에서 깊이 있는 인생을 만나기 십상이다. 삶의 깊이 있는 내용, 그것을 바로 철학이란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문학 작품을 해석하는 가운데 만난 인생의 깊이를 거론하면서 철학을 가져왔다. 인생을 다루고 있는 학문이 철학이고, 문학이 그 인생의 문제를 이야깃거리로 삼고 있다면 그 둘은 분명 같이 논의될 수 있는 관계로 인식해도 될 것이라 여겨진다.

 

철학은 인생의 다양한 면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런데 명작을 철학적이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그 말은 다른 뜻이 아니라 명작은 예술적 깊이를 가진다는 말일 게다. 즉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예술적 깊이라는 말로 개념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문학과 철학의 접점이 되는 예술적 깊이란 무엇일까? 그것을 확인하는 일은 철학과 문학의 관계를 조명하는데 필요한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적 깊이는 물리적 깊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그것은 질적인 차원에서의 깊이, 곧 향기 정도로 의미를 치환해도 될 듯하다. 문학 속에 나타나는 삶의 향기, 그것이 바로 철학적인 면과 닿아 있다고 보아도 되는 것이리라.

 

이 책은 이런 철학적인 요소를 문학 작품을 통해서 찾고 있다.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예시되고 있다. 명작의 반열에 오를 만한 많은 작품들이 나온다. 앙드레 지드의 전원교향악이 나오고 샤르트르의 구토가 재료가 된다. 도스토엡스키의 인생 작품들이 나오고, 카뮈의 시지프스의 신화가 제시된다. 이들을 통해 인간의 존재 조건과 관계된 여러 이야기들이 표현된다. 톨스토이의 부활도 등장한다. 인간 구원의 문제가 언급되는 책이다. 이런 책들을 통해 문학이 지닌 내용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그것을 철학에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작품들을 통해 문학과 철학의 만남이 구체화된다. 그들은 영혼의 깊은 곳에서 만난다고 본다. 체험이라는 말을 통해 주관이 개입된 특수한 인식을 말하고 그 인식을 통해 심리적 시간이라는 말을 잡아낸다. 그 심리적 시간이 철학적인 요인에 맞닿아 있다. 이 체험을 통해 개인의 독특한 해석과 이해의 세계가 열린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공감하게 되고 희열을 느끼는 상황도 연출된다. 문학의 심오한 세계다. 그 세계는 철학에 닿아 있다. 즉 문학의 깊이는 실존적 체험과 관계한다는 말이다. 실존적 체험은 영혼의 깊이를 이끌어 내고 문학을 더 이상 이야기에 머물지 않게 하며 철학이요 종교가 되는 지평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것을 우리는 문학의 깊이라 한다. 문학의 깊이를 달리 표현하면 실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문학은 그 존재의 가치를 세 가지 층위에서 갖는다. 하나는 실존적 가치다. 문학이 이야기에서 벗어나 철학이 되고 종교가 되는 문학의 깊이에 관련되는 내용이다. 둘은 실용적 가치다. 문학도 하나의 재화이기 때문에 경제, 알림 등의 요소와 관련이 된다. 공산주의에서 선전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이 가치가 극대화된 상태다. 셋은 미적 가치다. 문학도 예술의 한 범주이기 때문에 미적 범주에 드는 것은 당연하다. 즉 문학이 철학과 관련을 맺고 있는 부분을 잘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실존과 관련되는 부분이 된다.

 

저자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거론하면서 우리나라 이 방면의 선구자인 박이문의 문학과 철 이야기 또 뒤를 잇는 조동일의 문학사와 철학사는 둘인가 하나인가를 제시해 이 문제를 풀어보고 있다. 철학과 문학의 관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저서다. 이 저서들을 원문에 충실하게 요약해 정리해 보여준다. 문학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접근해 살피는가 하는 문제들을 읽어볼 수 있겠다. 이 책들을 통해 우리는 문학 속에 나타나는 삶의 깊이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

 

박이문 교수가 말하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단적으로 정리해 준다. 이를 통해 문학과 철학이 접점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 본다. 문학은 정서적 언어를 사용하고 철학은 정보적인 인어를 사용한다. 즉 문학은 감동을 주는 게 주요 기능이고 철학은 참과 거짓의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한 기능이다. 문학은 언어 양식이 개연적이고 철학은 정언적이다. 문학은 정서를 통해 감동을 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결국 진실을 탐구한다. 문학은 실재가 아니라 픽션이고 개연적인 내용을 다룬다. 그러기에 픽션이라도 진실을 찾아간다. 이 점이 과학과는 다르고 철학의 세계에 닿아 있다. 즉 인간과 세계의 비가시적인 측면의 진실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철학과 문학은 같다. 문학과 철학의 접점이 진리 탐구라는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음을 박이문 교수는 말하고 있다. 이를 저자는 카프카의 실존의 문제를 제시해 구체화시키고 있다.

 

이 책은 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문학의 깊이를 얘기하며 철학과 만남을 얘기한다. 2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문학의 깊이가 어떻게 형상화되는지 말한다. , 소설, 수필, 시나리오 등의 대표로 거론되는 작품들을 제시해 문학의 깊이가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를 살피고 있다. 시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시인 키츠, 셸리, 브라우닝 부부, 워즈워스, 바이런 등을 제시한다. 그리고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찾고 있다. 고독을 노래한 릴케를 통해서는 실존을 확인하고 있고 프랑스의 상징주의 작가들을 통해서도 실존을 만나고 있다. 거기에는 보들레르, 랭보 등의 시인을 언급한다. 릴케의 가을날은 정신적 고향에 대한 찾음의 모습을 보인다. 이 또한 실존의 문제에 닿아 있다. 또 이들의 시가 탄생하기까지 그 출발점이 된 비니란 시인에 대해 언급한다. 비니의 나는 사랑한다, 인간 고통의 장대함을.”이라는 구절을 풀이하면서 실존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그의 시가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들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테니슨의 이녹 아든이란 소설을 언급하면서 기다림의 사랑을 얘기한다. 미정의 기다림을 언급하고 거기에서 이상향 추구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 또한 인간의 궁극적인 존재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여기에서 조동일 교수의 문학사와 철학사는 둘인가 하나인가를 가져온다. 이도 정리를 위주로 하고 있다. 조동일 교수는 문학자이다. 문학의 입장에서 철학의 범주를 만나고 있는 분이다. 철학이 개념화된 논리라면 문학은 형상화된 체험이다. 그러므로 문학은 비교적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조동일 교수가 말하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는 상보적이라는 것이다. ‘문학은 철학이 없으면 공허하고 철학은 문학이 없으면 경색된다.’ 그러기에 둘은 나란히 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가 유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장르를 통해서 구체화하면서 작품들을 통해 정리해 주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소설에서 돈키호테와 삼국지를 견본으로 제시해 얘기한다. 또 로맹 가리의 벽, 앙드레 지드의 전원 교향악을 제시해 구체적인 얘기들을 들려주면서 문학 속에서의 철학을 확인한다. 수필에서도 이양하, 김진섭, 바슐라르, 니체 등을 언급하면서 철학적인 면을 살펴보고 있고, 사니라오도 언급하고 있다. 시는 이미 많은 분량의 얘기를 했었다. 두 분의 저서를 정리하는 것을 통해 저자는 문학과 철학이 만나는 접점을 확인하면서 서로의 관계를 조명해 나가고 있다.

 

책이 가지는 근본적인 내용은 문학 속에 나타난 철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라 여겨진다. 그것을 다양한 작품, 작가 등의 자료를 통해서 제시해 나가고 있다. 그 기저에 박이문 교수와 조동일 교수가 있다. 두 분의 생각을 정리해 나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조동일 교수의 상보적인 관계, 박이문 교수의 진실 탐구 등의 측면에 맞추어 문학의 깊이를 영혼의 깊이로 치환하고 그것을 실존으로 얘기할 수 있음을 본다. 실존은 결국 인간의 원초적인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고 문학과 철학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분야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곳에서 두 학문이 만날 수 있음을 책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그리 생각한다. 문학 속에서는 인생이 담겨 있다. 문학은 개연성 있는 허구다. 개연성은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인간의 근원을 얘기하는 내용일 것이고 그 부분에서 실존이라는 말을 찾아낼 수 있을 게다. 실존은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결국 문학과 철학은 공존해야 하는 내용이라고 본다. 조동일 교수가 말한 문학은 철학이 없으면 공허하고 철학은 문학이 없으면 경색된다.”란 말이 마음에 많이 와 닿는다. 결국 두 학문의 관계가 그런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서로 도우면서 같이 지평을 넓혀나가는 관계, 어디 한 곳에 국한되지 않고 섞여서 논의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진다.

j****3 2023.03.03. 신고 공감 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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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깊이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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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깊이와 철학 박유정 인간사랑/2023.2.20. sanbaram   우리는 문학을 자주 접하지만 철학은 그렇지 못하다. 문학작품을 읽으면서도 특별히 철학과 연계하여 생각하는 일은 드물다. <문학의 깊이와 철학>에서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살펴보고 문학 작품 속에서 철학은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지 몇 가지 문학작품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 박유정은 부산대학교 철학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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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깊이와 철학

박유정

인간사랑/2023.2.20.

sanbaram

 

우리는 문학을 자주 접하지만 철학은 그렇지 못하다. 문학작품을 읽으면서도 특별히 철학과 연계하여 생각하는 일은 드물다. 문학의 깊이와 철학에서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살펴보고 문학 작품 속에서 철학은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지 몇 가지 문학작품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 박유정은 부산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강의전담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대구 가톨릭대학교 프란치스코 칼리지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하이데거 예술론의 헤겔 수용과 비판이 있고 문학과 예술 및 철학의 해석학적 탐구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문학의 깊이와 철학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입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문학작품을 다루는 부분이다. 1장에서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가 인간 정신의 깊이로서의 영혼의 깊이에 있고, 그것은 실존적 체험의 세계임을 논하였다. 즉 문학이 깊어져서 인간 실존의 치열성을 추구할 때 그 체험 세계 속에서 문학은 이미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지평을 드러내고, 그로써 거기서 문학과 철학은 만난다는 것이다. 2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문학 작품들 속에서 이 문학의 깊이가 어떻게 형상화되는지 살펴본다. 문학이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제시할 때 그것은 이미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지평을 드러낸다. 이 때 문학이 드러내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지평은, 곧 인간 정신의 깊이가 노정하는 표현적인 지평이고, 이를 신비평은 영혼의 깊이라는 말로, 해석학은 실존이라는 말로 개념화 한다. 문학과 철학이 만나는 해석학적 지점으로서의 깊이가, 구체적인 문학 작품들, 예컨대 시, 소설, 수필, 희곡, 비평 등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두 번째 부분이다.

 

문학과 철학의 관계 설정을 가능하게 하는 예술적 깊이로서의 영혼의 깊이는 바로 이러한 정도의 실존적 투쟁의 치열성을 함축하는 물음에서 성립한다.(p.37)” 호손의 주홍글씨도 그런 깊이의 차원, 인간의 존재 조건의 문제, 인간이라면 누구나 직면하는 보편적 지평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목사와 한 여인의 사랑을 통해 과연 무엇이 죄이고 도덕인지, 사랑과 윤리 사이에서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도덕은 인간을 위한 도덕이어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은지 등을 청교도 정신이 가진 율법주의와 그 잔학성을 고발하는 가운데 질문한다.(p.48)’ 이것은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앞에 설 수 있는 보편적 질문으로서 윤리와 종교 그리고 사랑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오늘날 미국을 있게 한 두 정신적 토대인 개척정신과 청교도 정신 가운데 후자의 정신적 배경을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부활은 톨스토이의 자전적인 작품이다. 톨스토이에게는 반뜩이는 욕망과 억압적인 청교도 교육이라는 양가적 경향의 성격이 있었고, 젊은 시절 그는 순결한 18세 처녀를 강간하고 만다. 그것도 평생 그의 가슴에 죄의식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행동을 한 자신을 회개하는 것 같은 작품이다. ‘네플류도프를 용서한 카추샤, 그리고 카추샤를 범한 네플류도프에게서 인간이라면 저지를 수 있는 인간적인 실수 혹은 약점 그리고 그것을 인간적인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는 인간의 마음 등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관해 질문한다.(p.48)’ 죄와 용서, 이것은 누구나 봉착하는 문제이지만 아무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인생의 문제이다. 그처럼 그것은 보편적인 문제이지만 일차원적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윤리적 차원을 넘어 종교적 차원에까지 나아가기 때문이다. 즉 깊이와 관련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작품은 문학이 이미 철학이고 종교가 되는 예술적 깊이로서의 영혼의 깊이를 드러내 보여준다.

 

카프카는 중세와 근대 초기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던 불안한 의식, 즉 현대인의 의식 세계를 표현한 선구적인 작가이다.(p.118)” 이 불안한 의식을 카뮈는 부조리와 희망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는데, 그것은 인간존재 자체가 부조리하므로, 그 부조리를 넘어서고자 인간이 불안한 모험을 하는 가운데 태어나는 것이 희망이라는 것이다. 즉 카프카 작품에서 드러나는 불안한 의식은, 인간존재의 부조리를 절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절망이 크면 클수록 희망이 깃드는 데서 형성된다고 카뮈는 말하는데, 이러한 것은 소송에서 부조리를 진단하고, <은 희망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제시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궁극적인 기다림은 성애와 종교적 구원으로 귀결된다. 성애는 개체가 소멸됨으로써 보편적인 집단이 번창하고, 자기 자신이 파멸됨으로써 보편적인 집단이 소생하는 구조를 갖는다. 종교적 구원도 동일한 형태를 갖는다.(p.173)” 즉 내 자아가 죽어야 하느님이 내 삶 속에서 역사하고 살아날 수 있다. 성애와 종교적 구원은 그 특징이 자기소멸에 있다. 특이하게도 인간의 기다림은 궁극적으로 자기소멸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학과 철학의 차이점은 첫째. 문학이 형상화된 체험이라면 철학은 개념화된 논리이다. 둘째, 문학은 철학이 없으면 공허하고, 철학은 문학이 없으면 경색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문학과 철학은 상반되면서도 합쳐진다.(p.178)’ 문학연구는 철학을 찾아야 문학 속에 담겨 있는 감동을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고, 철학 연구는 논리적 구조물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아이디어가 되는 체험을 찾아야 그 의미가 밝혀지기 때문에 문학과 철학 연구에서 양쪽은 모두 상대편을 찾는 동업자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돈키호테가 광기로부터 이상을 통해 평정으로 나아가는 인간 구원의 모습이라면 산초는 평정에서 타락해서 광기로 떨어지는 인간의 죄성의 모습을 보여준다.(p.189)” 현실의 타협을 거부하고 고독하게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는 돈키호테야말로 고독한 그리스도의 슬픈 패러디 이며 영성의 땅 스페인에서 부활시켜야 할 영웅이라고 이 가세트는 말한다. 동양 문학의 백미는 단연 소설 삼국지이다.(p.191)” 삼국지의 이야기는 잘 알려진 것처럼 유비 현덕, 관운장, 장비 익덕이 도원결의를 맺으면서 시작된다. <삼국지는 다수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가득하고, 따라서 고사성어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캐릭터와 드라마 속에서 삼국지가 드러내는 깊이는 아직 고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문학 속의 철학이 아니라 삼국지속의 철학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문학의 깊이를 노정하는 아름다운 현대소설, 로맹가리의 과 앙드레 지드의 전원 교향악을 살펴보려 한다.(p.198)” 우선 로맹 가리는 자기 앞의 생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더욱 유명하다. 의 주인공은 짝사랑하는 아름다운 소녀의 신음소리를 벽 넘어로 듣고 추잡한 세상이 싫어 목매어 자살을 했는데, 실은 그 옆의 소녀는 비소를 먹고 숨져가면서 몸부림친 신음소리였다는 것을 검시관이 알게 됐다는 내용이다. 앙드레지드의 전원 교향곡에서는 17세 소녀가 개안 수술 후 육안으로 본 세계가 마냥 기쁘거나 행복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그녀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즉 눈먼 상태에서 상상의 세계는 아름다웠고, 눈뜨고 확인한 세계도 멋있었지만 거기서 더러운 그림자를 동시에 보게 되었던 것이다. 예컨대 눈뜨고 소녀가 처음 발견한 그림자는 목사의 부인 얼굴에 새겨진 소녀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었고, 또한 그녀가 사랑했고 사랑해야 할 사람은 목사이지만 실제로 눈을 뜨고 봤을 때 그녀의 마음을 끄는 것은 피아노 레슨을 해준 목사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문학과 철학은 영혼의 깊이에서 관계한다는 첫 번째 결론과 문학과 깊이는 실존적 체험과 관계한다는 두 번째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p.284)” 즉 문학이 깊어져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지평을 드러낼 때 그것은 인간 정신의 깊이로서 영혼의 깊이를 드러내는 것이고, 문학이 드러내는 이러한 깊이는 인간의 보편적인 지평으로서 실존과 그 체험의 지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은 그 깊이를 통해서 철학과 관계한다는 해석학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박이문 교수는 문학과 철학은 언어, 즉 명제의 양상에 의해 구분된다고 한다. 즉 문학은 언어의 정감적 기능을 위주로 하여 사실의 전달보다는 감정과 관계하며 개연적인 명제를 사용하는데 반해, 철학은 사실의 전달을 위주로 하는 것이 언어의 정보적 기능을 위주로 하며 참, 거짓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정언적 명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k******4 2023.03.06. 신고 공감 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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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깊이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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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깊이와 철학박유정인간사랑/2023.2.20. 우리는 문학을 자주 접하지만 철학은 그렇지 못하다. 문학작품을 읽으면서도 특별히 철학과 연계하여 생각하는 일은 드물다. <문학의 깊이와 철학>에서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살펴보고 문학 작품 속에서 철학은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지 몇 가지 문학작품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 박유정은 부산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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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깊이와 철학

박유정

인간사랑/2023.2.20.


우리는 문학을 자주 접하지만 철학은 그렇지 못하다. 문학작품을 읽으면서도 특별히 철학과 연계하여 생각하는 일은 드물다. <문학의 깊이와 철학>에서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살펴보고 문학 작품 속에서 철학은 어떻게 내재되어 있는지 몇 가지 문학작품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저자 박유정은 부산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에서 강의전담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대구 가톨릭대학교 프란치스코 칼리지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하이데거 예술론의 헤겔 수용과 비판>이 있고 문학과 예술 및 철학의 해석학적 탐구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문학의 깊이와 철학>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그 입장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문학작품을 다루는 부분이다. 1장에서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가 인간 정신의 깊이로서의 ‘영혼의 깊이’에 있고, 그것은 실존적 체험의 세계임을 논하였다. 즉 문학이 깊어져서 인간 실존의 치열성을 추구할 때 그 체험 세계 속에서 문학은 이미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지평을 드러내고, 그로써 거기서 문학과 철학은 만난다는 것이다. 2장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문학 작품들 속에서 이 문학의 깊이가 어떻게 형상화되는지 살펴본다. 문학이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제시할 때 그것은 이미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지평을 드러낸다. 이 때 문학이 드러내는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지평은, 곧 인간 정신의 깊이가 노정하는 표현적인 지평이고, 이를 신비평은 ‘영혼의 깊이’라는 말로, 해석학은 ‘실존’이라는 말로 개념화 한다. 문학과 철학이 만나는 해석학적 지점으로서의 깊이가, 구체적인 문학 작품들, 예컨대 시, 소설, 수필, 희곡, 비평 등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글의 두 번째 부분이다.


“문학과 철학의 관계 설정을 가능하게 하는 예술적 깊이로서의 영혼의 깊이는 바로 이러한 정도의 실존적 투쟁의 치열성을 함축하는 물음에서 성립한다.(p.37)” 호손의 <주홍글씨>도 그런 깊이의 차원, 인간의 존재 조건의 문제, 인간이라면 누구나 직면하는 보편적 지평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목사와 한 여인의 사랑을 통해 과연 무엇이 죄이고 도덕인지, 사랑과 윤리 사이에서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도덕은 인간을 위한 도덕이어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은지 등을 청교도 정신이 가진 율법주의와 그 잔학성을 고발하는 가운데 질문한다.(p.48)’ 이것은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 앞에 설 수 있는 보편적 질문으로서 윤리와 종교 그리고 사랑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오늘날 미국을 있게 한 두 정신적 토대인 개척정신과 청교도 정신 가운데 후자의 정신적 배경을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부활>은 톨스토이의 자전적인 작품이다. 톨스토이에게는 반뜩이는 욕망과 억압적인 청교도 교육이라는 양가적 경향의 성격이 있었고, 젊은 시절 그는 순결한 18세 처녀를 강간하고 만다. 그것도 평생 그의 가슴에 죄의식으로 자리 잡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행동을 한 자신을 회개하는 것 같은 작품이다. ‘네플류도프를 용서한 카추샤, 그리고 카추샤를 범한 네플류도프에게서 인간이라면 저지를 수 있는 인간적인 실수 혹은 약점 그리고 그것을 인간적인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는 인간의 마음 등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관해 질문한다.(p.48)’ 죄와 용서, 이것은 누구나 봉착하는 문제이지만 아무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인생의 문제이다. 그처럼 그것은 보편적인 문제이지만 일차원적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윤리적 차원을 넘어 종교적 차원에까지 나아가기 때문이다. 즉 깊이와 관련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작품은 문학이 이미 철학이고 종교가 되는 예술적 깊이로서의 영혼의 깊이를 드러내 보여준다.


“카프카는 중세와 근대 초기까지만 해도 주목받지 못했던 불안한 의식, 즉 현대인의 의식 세계를 표현한 선구적인 작가이다.(p.118)” 이 불안한 의식을 카뮈는 부조리와 희망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는데, 그것은 인간존재 자체가 부조리하므로, 그 부조리를 넘어서고자 인간이 불안한 모험을 하는 가운데 태어나는 것이 희망이라는 것이다. 즉 카프카 작품에서 드러나는 불안한 의식은, 인간존재의 부조리를 절망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절망이 크면 클수록 희망이 깃드는 데서 형성된다고 카뮈는 말하는데, 이러한 것은 <소송>에서 부조리를 진단하고, <성>은 희망을 처방하는 방식으로 제시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궁극적인 기다림은 성애와 종교적 구원으로 귀결된다. 성애는 개체가 소멸됨으로써 보편적인 집단이 번창하고, 자기 자신이 파멸됨으로써 보편적인 집단이 소생하는 구조를 갖는다. 종교적 구원도 동일한 형태를 갖는다.(p.173)” 즉 내 자아가 죽어야 하느님이 내 삶 속에서 역사하고 살아날 수 있다. 성애와 종교적 구원은 그 특징이 ‘자기소멸’에 있다. 특이하게도 인간의 기다림은 궁극적으로 자기소멸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학과 철학의 차이점은 ‘첫째. 문학이 형상화된 체험이라면 철학은 개념화된 논리이다. 둘째, 문학은 철학이 없으면 공허하고, 철학은 문학이 없으면 경색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문학과 철학은 상반되면서도 합쳐진다.(p.178)’ 문학연구는 철학을 찾아야 문학 속에 담겨 있는 감동을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고, 철학 연구는 논리적 구조물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아이디어가 되는 체험을 찾아야 그 의미가 밝혀지기 때문에 문학과 철학 연구에서 양쪽은 모두 상대편을 찾는 동업자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돈키호테가 광기로부터 이상을 통해 평정으로 나아가는 인간 구원의 모습이라면 산초는 평정에서 타락해서 광기로 떨어지는 인간의 죄성의 모습을 보여준다.(p.189)” 현실의 타협을 거부하고 고독하게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는 돈키호테야말로 고독한 그리스도의 슬픈 패러디 이며 영성의 땅 스페인에서 부활시켜야 할 영웅이라고 이 가세트는 말한다. “동양 문학의 백미는 단연 소설 <삼국지>이다.(p.191)” 삼국지의 이야기는 잘 알려진 것처럼 유비 현덕, 관운장, 장비 익덕이 ‘도원결의’를 맺으면서 시작된다. <삼국지>는 다수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가득하고, 따라서 고사성어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캐릭터와 드라마 속에서 <삼국지>가 드러내는 깊이는 아직 고찰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문학 속의 철학이 아니라 <삼국지>속의 철학에서 다루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문학의 깊이를 노정하는 아름다운 현대소설, 로맹가리의 <벽>과 앙드레 지드의 <전원 교향악>을 살펴보려 한다.(p.198)” 우선 로맹 가리는 <자기 앞의 생>과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더욱 유명하다. <벽>의 주인공은 짝사랑하는 아름다운 소녀의 신음소리를 벽 넘어로 듣고 추잡한 세상이 싫어 목매어 자살을 했는데, 실은 그 옆의 소녀는 비소를 먹고 숨져가면서 몸부림친 신음소리였다는 것을 검시관이 알게 됐다는 내용이다. 앙드레지드의 <전원 교향곡>에서는 17세 소녀가 개안 수술 후 육안으로 본 세계가 마냥 기쁘거나 행복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그녀에게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즉 눈먼 상태에서 상상의 세계는 아름다웠고, 눈뜨고 확인한 세계도 멋있었지만 거기서 더러운 그림자를 동시에 보게 되었던 것이다. 예컨대 눈뜨고 소녀가 처음 발견한 그림자는 목사의 부인 얼굴에 새겨진 소녀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었고, 또한 그녀가 사랑했고 사랑해야 할 사람은 목사이지만 실제로 눈을 뜨고 봤을 때 그녀의 마음을 끄는 것은 피아노 레슨을 해준 목사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문학과 철학은 영혼의 깊이에서 관계한다는 첫 번째 결론과 문학과 깊이는 실존적 체험과 관계한다는 두 번째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p.284)” 즉 문학이 깊어져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지평을 드러낼 때 그것은 인간 정신의 깊이로서 영혼의 깊이를 드러내는 것이고, 문학이 드러내는 이러한 깊이는 인간의 보편적인 지평으로서 실존과 그 체험의 지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은 그 깊이를 통해서 철학과 관계한다는 해석학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박이문 교수는 문학과 철학은 언어, 즉 명제의 양상에 의해 구분된다고 한다. 즉 문학은 언어의 정감적 기능을 위주로 하여 사실의 전달보다는 감정과 관계하며 개연적인 명제를 사용하는데 반해, 철학은 사실의 전달을 위주로 하는 것이 언어의 정보적 기능을 위주로 하며 참, 거짓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정언적 명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k******4 2024.11.29. 신고 공감 1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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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깊이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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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을 읽었을때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럴때면 딸이 하는 말이 있다. "이건 인간 실존의 문제를 다루고 있군!"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럼, 인간 실존은 뭐지? ' 라는 의문이 또 든다. 실존은 철학에서 흔히 다루는 말 아닌가? 문학과 철학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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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작품을 읽었을때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럴때면 딸이 하는 말이 있다. "이건 인간 실존의 문제를 다루고 있군!"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럼, 인간 실존은 뭐지? ' 라는 의문이 또 든다. 실존은 철학에서 흔히 다루는 말 아닌가? 문학과 철학은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지않을까라는 생각에 이 책이 궁금했다. 공부하는 맘으로 읽었다. 

 

1장에서는 문학과 철학의 관계에 대해서 논하고 있었다. 철학이란 지혜로운 자가 되고자하는 지적인 노력을 말하고, 지혜란 단순히 박학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사물과 사태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상태로 보았다. 문학은 어원적으로는 글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것이 단순히 문자라는 의미가 아니라 초월적인 시적 세계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러한 철학과 문학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문학이 철학적이란 것은 예술적 깊이(= 영혼의 깊이)를 갖는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따라서 문학과 철학은 예술적 깊이에서 만난다고 규정될 수 있다고 했다. 예술적 깊이가 궁금해졌는데, 저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호손의 <주홍글씨>, 톨스토이의 <부활>을 통해 이 깊이가 어떻게 형상화되는지를 이야기했다. 

 

이처럼 소위 명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작품 속에서 발견되는 물음과 고민의 깊이에서 영혼의 깊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적 깊이라는 질적 세계가 펼쳐진다. 이런 의미에서 문학은 이미 문학이 아니고 철학이고 종교인 바, 철학과 문학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즉 문학은 이미 영혼의 깊이를 품고 철학이 되는 것이다. -p 49

 

문학의 깊이에 대해서는 P.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를 통해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함으로써, 문학의 깊이는 실존적 체험과 관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학의 가치를 실존적 가치, 사회적 가치, 미적 가치로 나누었는데, 왜 문학이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얻은듯해서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2장 문학 속의 철학 :문학을 통해 듣는 철학 에서는 대표작을 선택해 깊이가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는지 분석했다. 시에서는 키츠,셸리,엘리자베스 브라우닝,워즈워스,릴케,랭보, 베를렌의 시들을 다뤘다. 원래 시는 어렵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많이 읽지는 않는다. 특히, 저자가 다룬 시인들은 잘 알고는 있지만 작품을 만난 적은 없었는데, 좋은 시들을 만나서 좋았고, 철학적인 분석들도 와닿았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진실을 담은 실재, 그러한 진실에 다가갈수록 소설은 깊이를 드러낸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돈키호테>는 현실의 타협이 아니라 이상을 통한 자기 찾기의 가능성을, <벽>과 <오해>에서는 인간의 실존적 고독을 대변하는 것 등등. 많은 작품들에 대한 분석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었다. 수필과 영화에 대해서도. 

 

이상과 같이 그 소설이 명작일수록 깊이를 비은폐시키고, 그러한 비은폐 사건 속에서 소설속에 있는 실존적이고 보편적이며 초월적인 실재가 우리에게 전해져온다. 그러한 깊이의 실재의 비은폐 사건을 만남으로써 우리는 감동을 받고, 그 감동은 삶의 체험이 되어 우리의 인식과 신념을 바꿀 만큼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소설 속에서 철학을 논하는 이유이다. P214~215

 

텍스트 강독이란 부분이 흥미로웠다. 1장에서는 한국 철학계에서 아마 처음으로 문학과 철학에 대한 논의를 한, 즉 철학자의 입장에서 문학에 대해 논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박이문 교수의 [문학과 철학 이야기]를 통해 그의 문학 철학론의 대의를 간추려 보았고, 2장에서는 문학 계통에서 그 연구가 철학적 식견에 육박하는 분으로 평가되고 문학의 영역에서 철학을 논하는 조동일 교수의 [철학사와 문학사 둘인가 하나인가] 를 통해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알아보았다. 텍스트 강독은 처음 접한 부분이어서 그 형식이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이러한 작업을 통해 알고자하는 것에 다가가는 방식이 좋았다.

 

철학이라고 하면 어렵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하지만, 문학과 연계해서 철학에 접근하면 조금은 가벼운 맘이 되지 않을까싶다. 저자가 많은 적지 않은 작품들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주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학과 철학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어려워) , 이런 접근을 해봤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서는 힘들지만 이렇게 손을 잡아 끌어주는 책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책에서 언급한 책들을 읽을때면 이 책을 한 번 꺼내봐야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j*****3 2023.03.23. 신고 공감 12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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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깊이와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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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문학의 깊이와 철학”을 접한 순간, 반사적으로 생각나는 책이 있는데 바로,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다. 그런데 정말, 목차를 펼치자 우연인지 필연인지 저자 역시 이 쥐스킨트의 저서를 하나의 챕터에 할애하여 놓은 상태다. 급한 마음에 우선, 이 부분부터 읽어보지 않을 수 없는데 역시나, 저자의 “깊이에의 강요”독서는 “강요”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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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 문학의 깊이와 철학을 접한 순간, 반사적으로 생각나는 책이 있는데 바로,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 그런데 정말, 목차를 펼치자 우연인지 필연인지 저자 역시 이 쥐스킨트의 저서를 하나의 챕터에 할애하여 놓은 상태다. 급한 마음에 우선, 이 부분부터 읽어보지 않을 수 없는데 역시나, 저자의 깊이에의 강요독서는 강요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니고 깊이에 방점이 찍혀있다.

 

  사실, “깊이에의 강요는 유명한 책이어서 인터넷에서 관련 동영상을 찾거나 아예, 강의나 토론을 시청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수많은 언급들이 하나같이 집중하는 것은 바로, “깊이가 아닌 강요에 있다. 일례로, 대중적으로 유명한 한 팝라디오 프로에서는 타인의 시선에 지친 당신에게라는 타이틀로 - 타이틀에 이미 방점이 찍혀있지 않은가?! - 이 짧은 소설 깊이에의 강요”에 대해 무려 한 시간정도 패널과 함께 토론한 경우도 있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이 소설은 문학에서의 평가 그리고 좀 확장해서 타인의 시선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을 -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고 사진찍히는 일조차 피했던 은둔자 쥐스킨트를 통해 - 우리에게 준다. 반면, 이 책의 저자 박유정은 쥐스킨트의 이 6페이지짜리 소설을 거의 고스란히 옮기듯 가져와서 깊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다’(p.53)거나 깊이에 대해 묻는 작품’(p.51)이라는 짧은 한줄평 외 별다른 깊이있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 솔직히, 저자가 왜 이 소설을 인용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저자 박유정이 언급하는 깊이는 사실, 철학적으로 새로운 개념이라거나 아무튼,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새로운 개념이어서 복잡하기 그지없는 철학적 사유를 은유적으로 풀 수 있는 유용한 키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반적으로 책을 읽고 감동을 받는 그 어떤 지점 -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문학이 철학과 관계하는 해석학적인 지점”(p.8), “기교와 흥미를 넘어선 깊은 반성의 차원”(p.17), “...문학이 철학이고 종교가 되는 지점(p.50), “...초월적 인식의 세계”(p.55), “...극소수의 사람만 여기에 개방되어 있는...”(p.56), “...일반 논리를 벗어나는 초합리적인 체험...”(p.65), “...사랑인 신의 부름을 듣는 신비체험과 흡사하다고 말할 수있는?(p.65) - 이 있으며 이 영역을 깊이의 차원으로 부르자...인 것 같은데.... 이 명명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좀 생각해 봐야할 문제인듯하다. 왜냐하면, 구지 깊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이 영역은 독자의 떨림과 눈물과 경외의 감탄 등으로 이미 실존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깊이라는 단어를 강박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마도 이를 통해 명작이나 걸작을 선별하고 구분 짓기 위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데 왜냐하면, 저자가 얘기하는 깊이의 차원이 또한 자주 언급되는 명작이라는 단어와 함께 마치, 작품 속에 존재하는 것처럼 설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2장에서는 구체적인 시, 소설, 수필, 시나리오 등의 작품을 통해 깊이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데 이 부분은 역시나, 강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깊이라는 단어를 제외하면 여러 좋은 작품들을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안내 받을 수 있다는 편리한 이점이 있다.

  이 책 문학의 깊이와 철학은 워드 클라우드를 생성하여 단어 등장 빈도를 체크 해 본다면 아마도, “깊이라는 단어 하나가 독보적으로 대문짝만하게 등장하고 그 다음으로 명작”, “고전”, “본질”, “진실”, “영혼등의 단어가 뒤따르지 않을까 싶다. - 워드 클라우드만으로 감이 잡히는 이 신비한 체험은 깊이의 차원인가 아니면 또 다른 그 무슨 차원인가... -

 

  그래도 참, 아름다운 말이 있어 옮겨 적어 본다. - 물론, 여기에도 주인공 배우는 여지없이 깊이지만 구지, 그 역할을 다른 배우가 한다 한들 그 감동이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 “깊이는 차원을 올라가면서, 지평을 올라가면서 우리에게 문제였던 것이 문제가 아닌 것이 되는 식으로, 진실에 대한 정신의 힘을 획득하면서 갖게 되는 세계이다. , 문제였던 것이 문제가 아닌 것이 되어 해소되는 차원의 세계이다.”(p.54) 정말, 매혹적이면서 유혹적인 아름다운 말이다. - “매혹유혹을 구별지은(p.281) 저자에게는 미안하지만 뭐, 꼭 저자의 단어 사용을 따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 마지막으로, 표지 그림이 모네의 양귀비 들판을 연상시키는 서양화가 공성환의 그림인데 참 아름답게 매혹적이고 동시에 유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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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 2023.03.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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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 중에는 마치 통속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언제나 번역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며 많은 경우 우리 독자들의 수용 능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 박유정 박사님은 철학의 분야 중 해석학을 이 문학 독해에 요긴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우리에게 이미 친숙하거나 여전히 낯설게 남은 여러 작품들을 더 정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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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 중에는 마치 통속소설처럼 술술 읽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이런 경우 언제나 번역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며 많은 경우 우리 독자들의 수용 능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 박유정 박사님은 철학의 분야 중 해석학을 이 문학 독해에 요긴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우리에게 이미 친숙하거나 여전히 낯설게 남은 여러 작품들을 더 정확히, 때로 더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특히 저자는 1장에서 인간 실존의 핵심으로도 보이는 "부조리"에 대해 여러 문학 고전을 인용하며 논합니다. 죽어서 지독한 썩은 냄새를 풍기며 주변을 실망시킨 조시마 수도사(신의 대리인으로 파악된)에 대해 집요하게 반대해 온 캐릭터 이반은 설령 자신이 그르고 신이 존재함(따라서 옳았음)이 판명되더라도(meme si. 영어로는 even if), 인간 부조리란 영원히 신에 대한 유효한 항변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외칩니다. 마치 카인이 야훼를 향해 "내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까?"라 당돌히 외치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죠. 저자는 이어 카뮈를 논하고, 비트겐슈타인의 언명 "해결이 아닌 해소"도 이 맥락에 배치합니다. 유창하고도 재미있습니다.

소위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은 1991년 소련 붕괴까지 한국에서도 공명, 추종자들을 많이 얻었던 철학적 입장입니다. 그 내용과 표현 양식은 당혹스러울 만큼 천편일률인데 물론 해당진영에서는 그것이 바로 프롤레타리아트의 건강한 정신을 웅변하는 현실주의라 옹호하죠. 저자는 이런 인식론을 유물론이자 반영론(p69)으로 보고, 그 영향이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등 엘리트 스포츠에서 구 공산권이 석권하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는 다소 독특한 견해를 피력합니다. 하긴 이 책이 해석학 기반에서 쓰였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문학과 철학의 만남이란 이런 분야를 한국 독서 대중에게 최초로 소개한 분은 고 박이문 박사입니다. 그가 쓴 어느 실존주의 배경 논고는 고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을 만큼 유명하며 이 책 p85 이하에서 자세히 분석됩니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신 트렌드였던 포스트모더니즘에까지 관심을 보여 그의 철학 세계에 포섭하려 했는데 그보다 한참 후배인 (현상학 대가) 이남인 교수 같은 분이 냉랭한 반응을 보인 데 그친 태도와는 크게 대조됩니다. 여튼 그 핵심은, 문학은 가언이고 철학은 정언 양상이라는 종래의 이분법은 이제 그 기반을 크게 상실해 간다는 점입니다. 이 논의는 "과연 무엇이 진리의 영역인가?"에까지 연결됩니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왜 그 피조물인 세계는 이토록 부조리하며 정의롭지 못한가? 유산된 세계, 혹은 잘못 출산된 세상을 직시하는 데서 구토(p25)가 일고 실존주의의 그 방대한 논의가 출발점을 마련합니다. 이어 저자는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들로 논의를 옮기는데 특히 폴 베를렌을 두고 프랑스의 소월이라고 평가(p155)합니다. 온리 텍스트로 읽어도 그대로 노래가 되는 한국 현대시인은 확실히 소월밖에 없습니다. 베를렌의 <가을의 노래> 프랑스어 원문이 수록되었는데 저자의 제안에 따라 소리내어 읽어 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작보다는 드뷔시의 곡이 배경에 깔린다는 전제 하에 Claire de (la) lune이 더 마음에 듭니다.

이어 역시 국어 교과서에 그 글이 실렸던 조동일 교수님 저 <철학사와 문학사...>가 분석되는데 생각해 보니 이 주제를 논할 때 과연 이 책도 빠질 수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p178에 재인용되는 "分을 넘어 (다시) 合의 시대로"라는 명제는 요즘 융합 통섭을 논하는 트렌드에 비추어 과연 시대를 앞서갔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의 주제와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저자는 조 교수님 글이 박 교수님이 비해 쉽게 읽힌다는 말씀을 하시지만 이는 두 분이 각각 선 지평과 입장이 다를 뿐 아니라 스타일의 문제를 당위의 차원으로 무리하게 치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네요.

저자는 책 후반부에서 지드의 <전원 교향악>(작가론보다 작품론에 치중), 카뮈, 니체, 로맹 가리, <삼국연의>, 연출자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어느순간 싹 잊혀진) 등을 논합니다. 저자의 풍부한 문학적 감수성이 논의의 주조를 이끌어가는 까닭에 독자는 감상문 구석구석에 잘 녹아든 해석학 지식을 덤으로 얻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이 책은 박이문 조동일 두 거장, 천재에 입문하려는 독자에게 아주 유익한 가이드북 노릇을 해 줄 수도 있습니다. 

v*****7 2023.03.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