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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청소년문학 대상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그만큼 경쟁력 있는 글이라는 얘기다. 글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평범하면 안 된다. 특별해야 하고 그것이 타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는 듯하다. 특별한 소재를 선택했고 그것을 특별하게 바라보면서 건강하게 채색해 가고 있다. 그런 면들이 아마 심사에서 크게 점수를 받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물론 문장의 매끄러움도 한 몫은 했을 것이다.
‘훌훌’이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는 매력적이다. 무엇인가 모두 벗어버린다는 의미가 진하게 깔려 있다. 어려운 일, 피곤한 일, 아픈 일 들을 물건처럼 내어놓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가볍게 인식하면서 옆에 둘 수 있겠다는 의미로 사용된 의태어를 만나면서 지난한 아픔이 떠오른다. 그것을 억지로라도 견디어내고 이겨나가고자 하는 입양아의 건강한 생각들이 들어있다. 좌절이라는 말을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환경에서 그것을 극복하는 의미로 사용된 ‘훌훌’이라는 말이 무척 친근하게 다가든다.
고교 2학년인 유리의 얘기를 하고 있다. 유리는 할아버지와 둘이 살아가고 있다. 엄마는 유리를 보살피는 것을 포기했는지 밖으로 나가버렸고, 돌아오지 않는다. 아빠는 모른다. 그런 가운데 유리는 자신이 엄마 서정희에게 입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정희는 할아버지의 딸이고, 자신은 그러니까 입양아로 할아버지의 손녀가 된다는 말이다. 그런 가운데 서정희가 죽었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그녀의 아들인 초등 4학년 연우가 그 집에 들어오게 된다. 연우는 아동학대 흔적이 있고, 그런 환경 탓으로 학습과 행동에 많은 문제를 보인다. 유리에게도 마음 문을 열지 않는다.
유리의 학교생활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함께 묶인 친구들도 있다. 미희, 주봉이 그들이다. 미희는 세밀한 아이로 학습능력도 있다. 주봉은 털털하고 학습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며 정의로운 학생이다. 그들 3명은 점심시간을 중심으로 항상 몰려다닌다. 그런데 신 학년 때, 동아리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4명 이상이 되면 동아리를 만들 수가 있기 때문에 그들은 한 명을 더 참여시키기로 한다. 유리가 추천한다. 성당에서 본 세윤을 참가시키면 어떻겠냐고 한다. 세윤은 말이 없고 삼세하며 침착한 학생이다.
연우가 그 집에 들어와 그를 먹이고 학교에 보내는 일은 유리의 담당이 된다. 즉 유리의 일이 무척 많아지게 된다. 연우가 처음 학교에 갔을 때 유리에게 연락이 계속해서 온다. 그것은 연우의 학교에서 오는 소식이다. 연우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유리는 연우의 학교에 찾아가서 그런 사실들을 다 듣는다. 그리고 연우를 데리고 집으로 간다. 그리고 한 번은 연우가 학교에서 친구를 때려 그의 부모가 찾아왔던 적이 있다. 연우가 세희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연우, 유리 그렇게 모두 세희의 집에 사과하기 위해서 찾아가기까지 한다. 그런데 그 집은 세윤의 집이었다. 세희는 세윤의 동생이었다는 말이다. 할아버지는 세희 어머니에게 사과를 하면서 연우를 사과하도록 시켰다. 무사히 일을 잘 끝이 나고 연우가 다시는 그렇지 않겠다고 하면서 해결된다.
그런 사이에 연우가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있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 일 때문에 유리는 신경을 많이 쓴다. 결국 어머니의 과실로 인한 사망으로 끝이 나고 연우가 다리에서 밀어 어머니가 떨어졌다는 책임을 모면하게 된다. 그 후 연우는 조금 밝아지는 모습을 보인다. 할아버지는 가끔씩 며칠씩 집을 비운다.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할아버지는 며칠 집을 비우고 들어오면 화장실에게 무척 괴로운 동작을 보인다. 유리는 그 사실에 끔찍한 생각을 갖게 되고,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무슨 병이냐고. 결국 할아버지는 암이라고 얘기하고 그렇기 때문에 검사와 치료를 위해 며칠 병원에서 머문다는 것을 유리는 알게 된다.
유리는 암담해 진다. 아직은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면 자신과 연우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은 피붙이 하나 없는 이 집에서 언젠가는 떠나겠다는 생각을 늘 했지만 연우가 들어오고 가정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시작한 때다. 할아버지는 조직검사를 하고 수술을 할 수 있으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치료를 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학교의 담임선생님에 대한 유언비어가 나돌고 그것이 모두 엉뚱한 얘기라고 유리는 생각한다.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다든지, 바람이 나서 혼자 살게 되었다든지 하는 내용이다. 담임선생님은 유리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다. 가끔씩 연우도 돌봐주고 유리에게는 아주 살가운 선생님이다. 그런데 아이들 중 몇이 정확하게 벌점을 주는 선생님에 대한 반감으로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유언비어를 문제 삼는 일이 일어난다. 모든 학생들이 싫어하는 빛을 띠는데도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선생님을 넌지시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 얘기를 듣다 못한 세윤이 책상을 쾅 치게 되고, 선생님은 아이들의 태도를 교권보호위원회에 물어보겠다고 하면서 이 후는 녹음을 하면서 수업하겠다고 슬기롭게 처리한다. 아이들은 더 이상 떠들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못한다. 유리는 그때 세윤을 다시 보게 된다. 세윤을 남다른 아이라 생각한다.
중간고사가 코앞에 있게 되고, 내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리는 학습에 열중을 한다. 하지만 학원 한 번 가지 않은 입장에서 성적에는 한계가 있다. 유리는 늘 최선을 생각한다. 원래 유리는 대학의 조건 중에서 4년 장학금, 기숙사 등의 조건만 갖춰지면 어디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대학을 갈 때가 집을 떠날 때라고 생각을 하면서 성장해 온 것이다. 그런데 잡다한 여러 일들이 겹치면서 학습에도 많은 지장을 받는다. 또 연우를 보면서 그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건강이 더욱 마음이 써지게 된다.
그런 가운데 세윤이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윤은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에 대해 당당하다. 보통의 경우, 힘들어 하거나 자신을 감추려 애를 쓰는데 세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을 보면서 유리는 자신에 입양아라고 밝히지 못하는 사실에 대해 힘겨워 한다. 그러면서 유리는 자신의 친부모가 어디에 있는가? 누군가를 알고 싶어 하고 뭔가 알고 있는 듯한 세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세윤은 피하기만 하고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지만 답이 없다. 그런 시간이 좀 지나간다. 할아버지는 수술하기로 결정하고 유리의 과거에 대해 얘기해 준다. 세윤은 입양 가족 관련 동영상을 유리에게 보내준다. 그래서 유리는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다.
과거, 어느 날 트럭과 승용차가 부딪히는 사고가 난다. 승용차에는 어린아이를 둔 서정희씨 가족이 타고 있었고 트럭에는 아이 하나를 둔 젊은 부부가 타고 있었다. 젊은 부부는 그 사고에서 즉사한다. 승용차에서는 어린아이가 죽고 남편마저 죽는다. 그래서 서정희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유리를 데리고 와서 양녀로 삼는다. 결국 유리의 친부모는 모두 죽은 것이다. 그 후 서정희는 아무래도 유리에게 소홀하게 되고 밖으로 돌게 된다. 학원 강사의 일도 심드렁하게 되고 남자를 만나 연우를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술로 연명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면서 연우와 싸우게 되고 학대도 하게 된다. 유리가 연우를 처음 만났을 때 연우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그것이 서정희의 아픈 사실이라 할 수 있을 게다.
할아버지는 수술을 한다. 그리고 유리는 세윤의 위로를 받는다. 세윤의 아버지도 암이었는데 치료를 받고 지금은 깨끗하다고. 할아버지가 치료를 받고 나면 낫게 될 것이라고 한다. 유리의 집을 떠나고자 하는 생각도 변해 간다. 피붙이는 아니지만 한 가족인 연우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연우와 할아버지 그렇게 가족을 이루어 살아가는 날을 생각한다. 이전까지 모두 차갑게 구분되는 가족이었지만 조금씩 서로를 내어주고 마음을 나누는 훈풍이 도는 가정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입양아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 아픔을 그린다.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자신이 입양아라는 것을 알았을 때 친부모에 대한 배반감, 그리고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낯섦 등은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좌절감, 상실감 등이 대단할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사실들이 심리적으로 어떻게 어린 마음을 이끌어갈 것인가는 명약관화하다. 자신에 대한 포기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이 글은 입양아들이 그것을 알았을 때 자신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이 잡힌다. “어떻게 하면 더욱 건강한 삶이 될까? 바람직한 삶이 될까?”를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세윤, 유리 모두가 그렇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 어려운 환경의 성장을 보여준다. 유리는 초등 3학년 때부터 음식을 만들었다 한다. 할아버지가 음식에는 서툴러 유리가 찌개를 끓이게 되고 그것이 할아버지가 칭찬하는 음식이 되면서 그때부터 유리가 집안의 살림을 담당하게 된다. 연우가 처음 그 집에 왔을 때 참치 김치찌개를 끓이게 되고 연우가 그것을 무척 좋아한다. 음식이 마음에 들어 유리에게 조금의 마음을 연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서 음식을 통해 차츰 연우와 벽을 허물어 나간다. 요즘 어른이 되어도 반찬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유리의 삶은 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깃들어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런 삶을 바른 시선으로 지켜나가는 따뜻한 작가의 눈도 마음에 지혜로 다가든다.
성장은 무한한 가능성이다. 어릴 적 삶은 기억일 따름이다. 아무리 힘들고 아팠을 지라도 과거일 따름이다. 그것이 오히려 긍정의 사다리가 될 수 있음이다. 이 글은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선사하고 있는 글이다. 읽으면서 험난한 삶의 길에서 따뜻함을 잃지 않게 하는 아름다운 시선을 보았다. 이런 마음들이 살아있다면 세상의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랄 것이고 세상도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사람은 서로 어울려 살아가면서 문제가 풀어질 수 있는 것이다 연우를 바라보는 유리의 눈은 조금씩 확신에 차 있는 듯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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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일은 해야 했다. 설거지 같은 일이었다. 식탁에 밥 한 공기 더 올리면 되는, 딱 그 정도의 일이었다. (p.47)
★ 서러웠고 치사했고 가슴이 뭉클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감정이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닥쳐 버린 모든 일이 그렇듯 이 마음도 어쩔 수가 없었다. (p.78)
★ 누군가가 연우에게 "너 아침 먹었어? 뭐 먹었어?" 하고 물었을 때 연우가 "밥 먹고 왔지. 그럼 뭘 먹어?"하고 대꾸하게 해 주고 싶었다. (p.142)
고등학생 유리는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 '서정희 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열여덟 살 때부터 할아버지와 살던 유리에게 배 다른 동생 연우가 생기게 되는데요. 기본적인 생활 습관도 잘 갖춰지지 않은 연우를 돌보던 와중, 유리는 경찰로부터 연우가 엄마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연우의 몸에 난 아동학대 흔적을 발견하고, 자신과 비슷한 입양 가정의 학생을 만나게 되며 유리는 점차 과거를 훌훌 털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가게 됩니다.
첨예한 감정선으로, 차갑지만 따뜻하게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문경민 작가님의 <훌훌>입니다. 상이라는 것이 작품의 품질을 증명하지는 않습니다만, 8회, 10회 수상작을 워낙 재밌게 읽은 터라, 이번 수상작은 어떤 느낌일지 먼저 관심이 갔어요. 우선 이 작품은 <작가의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작가님께서 직접 입양 가정의 어머니를 인터뷰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하신 소설인지라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상당히 섬세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자잘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유리가 겪는 감정 변화가 굉장히 현실적이고 예리하다는 점이었어요. 233쪽에 서술된, 진실을 알게 된 후 유리가 느끼는 감정이 상당히 드라마틱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이야기하는 '차가운 현실 속 따뜻한 애정'이 작품에 녹여내기 굉장히 힘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리라는 캐릭터의 성격과 어우러져 작품은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매력을 지니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대상화되지 않도록 주인공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어떤 소설이든, 작가는 자신이 소재로 차용한 현실이 독자들에게 대상화되는 일을 충분히 경계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대상화'라는 말은 쉽게 이야기하자면 인간성을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한다는 뜻이에요. 장애인이라는 용어를 장애우友로 바꾸고자 했던 옛날의 사례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판 모르는 남이 갑자기 나를 친구라고 부르고, 나를 돌봐주어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니, 그거야말로 대상화에 해당하겠죠.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대상화의 여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작가님이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다양한 처지에 놓인 인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하면서, 불필요한 연민을 배제하되 그들이 받는 차별과 편견을 가감 없이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죽은 새를 주워 온 연우의 생각, 그리고 연우와 싸우던 와중 엄마 서정희 씨의 학대 장면을 떠올리며 연우를 끌어안고 우는 어린 주인공의 모습 등이 읽으면서도 인상 깊었습니다. 요컨대, 입양 가정의 학생들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은 '돌봐줘야 된다'는 식의 부담스러운 동정도 아니고 '우리와 다르다'는 식의 차가운 손절도 아닙니다. 그러한 점에서 독자들이 적절한 거리에서 따뜻함을 지닐 수 있도록 이끄는 점이 아주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외의 이야기는 '훌훌' 털어버리며 읽을 수 있나요? 유리와 연우, 그리고 할아버지가 품고 있는 각자의 사정과 그들이 서로 유대를 쌓아가는 과정은 이 작품이 이래서 대상을 수상했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분명한 인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리네를 제외한 조연들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불필요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조연들의 수가 적지 않은 탓에, 서사가 차지하지 않아도 될 공간까지 차지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더 인상적으로 그려질 수 있었던 주인공들의 이야기 농도가 다소 옅어지는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미희와 주봉이처럼 단순히 엑스트라 역할에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그렇다 하더라도, 주요 등장인물에 해당하는 세윤은 유리의 '거울' 역할을 해주고 있으므로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번하게 등장하고는 있지만 남는 이미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연우 아빠, 고향숙 선생님과 같이 뭔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법한 사람들도 줄곧 등장합니다만, 그들은 기대했던 만큼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어 소모적으로 활용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갈등의 전환을 야기할 것처럼 보였으나 손쉽게 퇴장하는 인물, 사정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명언을 날리는 인물 등을 사례로 들 수 있을 듯합니다. 스토리 구조를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드는 인물들을 과감히 삭제하거나 플롯 자체를 정돈해서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다 잘 드러낼 수 있었다면 좀 더 훌륭한 작품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긍정적으로 읽을 수 있었던 데에는 유리네 식구들의 서사가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리가 엄마인 서정희 씨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을 힘들게 하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훌훌' 터는 장면에서, 등장인물이 '용서'나 '원망'이 아닌 '애잔'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거리 유지가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네요. 그렇기에 더더욱 이러한 서사들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있었습니다.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사정을 알 수가 없잖니." (p.207) 고향숙 선생님이 이 말을 던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아쉬움을 제쳐두고, 이 문장 자체는 작품의 주제를 담아내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 그대로 작중 등장인물들은 차가운 현실 속을 살아가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함부로 상대방의 삶에 대해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잔잔함과 따뜻함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훌훌'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함부로 뜨겁게 굴지 않고, 잔잔하게 인물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저희 서재가 인정하는 명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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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동화책을 읽어주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성장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딸과 청소년 소설을 함께 읽는다. 이번에 딸아이가 추천해 함께 읽은 책은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김수빈 작가의 「고요한 우연」이다. 김수빈 작가는 「여름이 반짝」으로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이력도 있으니 어린이 청소년문학 도서분야에서 '믿고 보는 작가 중 한 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고요한 우연」의 주인공 이수현은 학창시절 쉽게 만날 수 있는 보통의 아이다. 이름도 흔해서 작년에 한 반에 같은 이름의 학생이 있었는데 이수현B로 불릴 정도다. "나는 머리가 좋지도 않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그렇지만 크게 모자란 부분도 없는 아주 보통의 아이다. 나 같은 보통의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꿈꿔야 하는 걸까. 그냥 이대로 조용히 보통의 어른이 되는 걸까."- 63쪽 소설 속 수현의 모습을 보니 학창시절 내 모습도 오버랩되며 오랜만에 주인공 수현이의 감정과 행동에 감정 이입 하며 책장을 넘겼다. 학창시절 나는 수현이처럼 공부도 주목 받을 정도로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활발하게 나서는 성격도 아닌 그저 조용하고 평범한 보통의 아이였다. 그렇기에 반에서 벌어지는 불의에 맞서 대놓고 나서지는 않았지만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애쓰고 도와주려 했던 수현이의 행동에 공감하고 감정 이입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눈에 띌 정도로 예쁘고 특별한 아이 은고요는 아이들의 호의를 일부러 처내며 고립을 자초한다. 그런 고요에게 반감을 가진 채희를 비롯한 반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함께 괴롭힘을 당한다. 매일 고요 책상 위에 쓰레기를 부어놓거나 사물함에 있는 고요의 체육복을 물에 흠뻑 젖히고 갑자기 바뀐 체육시간 장소를 알려주지 않는다. 고요에게 행하는 친구들의 나쁜 행동에 수현이는 반기를 들지는 못하지만 아침 일찍 등교해서 고요의 책상 위 쓰레기를 치우거나 체육시간 장소가 변경되었다는 쪽지를 고요에게 건네는 등 작은 용기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도움을 준다. 여느 청소년처럼 하교 후 SNS 공간을 돌아보는 수현이의 모습은 주말이면 뭐가 바쁜지 휴대폰을 하루종일 끼고 사는 딸아이들이 생각 나기도 했다. 습관처럼 SNS 공간을 돌아보던 수현이는 어느날 낯익은 친구의 공간에 방문하게 되고 비공개 계정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여느 청소년 소설과 같이 청소년간의 우정, 사랑, 장래 고민,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들을 달의 앞면과 뒷면처럼 오프라인과 온라인(SNS) 공간을 통해 풀어가고 있다. 특히 저자는 어른들이 평소 걱정하는 청소년들의 온라인(SNS) 공간을 비판하지 않고 그 공간을 통해 청소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위로 받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요한 우연」에서 특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소재가 '우주'와 '달'인데, 그 중 아폴로 11호의 탑승자 세 명 중 사령선의 조종사였던 콜린스는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기는 동안 우주선에 홀로 남아 달의 궤도를 비행하며 달의 뒷면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은 남긴 닐 암스트롱처럼 주목 받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달을 바라보며 동료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노력했던 콜린스처럼 수현이도 특별하거나 주목받는 위치에 있지는 않았지만 누군가를 향한 관심과 따뜻한 마음으로 오랫동안 바라본 시선 덕분에 부당한 현실에 작은 변화를 주며 그만큼 성장해 나가지 않았나 싶다. 스포일러 관계상 리뷰에 담지 않았지만 수현이의 단짝 친구 지아, 수현이가 좋아하는 반장 정후, 특별하지 않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는 우연이와의 이야기도 소설에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연약하지만 용기있는 행동을 한 수현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리뷰를 마무리 한다. #고요한 우연 #김수빈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문학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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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분명한 목표가 생기면 힘들 때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오직 목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목표에 도달했을 때 삶이 달라질 거라는 믿음으로 버티게 된다. 누군가에게 목표는 취업, 결혼, 집장만이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성적이나 모아둔 돈의 금액이 된다. 민경민의 장편소설 『훌훌』의 주인공 열여덟 살 유리에게는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입학이 목표였다. 막연하게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보통 청소년의 마음과는 다르게 확고했다.
유리에게는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상처가 있었다. 입양된 엄마가 자신을 버린 것이다. 왜 그랬는지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할아버지에게 맡긴 후 떠나버렸다. 할아버지와 사는 일은 나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공간에서 할 일만 하면 문제 될 게 없었다. 택시 운전을 하는 할아버지는 2층에서 지냈고 유리는 1층을 사용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필요한 용돈도 부족하지 않았다. 다만 둘 사이에 친밀감이라는 건 기대하기 어려웠다.
유리는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다. 학교 공부도 열심히 했고 이제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독립하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엄마가 죽었고 엄마의 아들 연우가 오기 전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동생이면서 동생이 아닌 연우는 유리에게 돌봄의 존재였다. 할아버지는 연우를 특별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유리와 똑같이 적당한 거리를 두었다. 자주 여행을 가고 아픈 기색이 역력했지만 유리는 묻지 않았다. 하지만 연우가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와 다투고 경찰이 찾아오고서는 달랐다.
연우에게는 가정폭력의 흔적이 있었고 엄마의 죽음에도 깊게 관련되어 있었다. 이제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해야 했다. 할아버지의 상태와 연우를 어떻게 할지, 엄마는 왜 자신을 입양하고 버렸는지 말이다. 할아버지와의 대화는 순조롭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렇듯 대학 걱정은 하지 말라고 말했고 유리는 그 소리에 화를 냈다.
할아버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우리는 그 안에서 안전했다. 어떤 상처도, 어떤 부대낌도, 어떤 위태로운 기대나 상처가 되고 말 애정도 할아버지와 내게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이 집을 훌훌 떠나면 됐다.(중략) 할아버지와 나 사이에 연우가 들어왔다. 연우와도 거리를 둘 수 있을까. 거리를 두어야 할까. 연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172쪽)
유리는 할아버지와 가족은커녕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고 여겼다. 친구와 학교 선생님들 사이도 다르지 않았다. 입양아라는 걸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립만 하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니 진심이나 사정 같은 건 꺼내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 연우는 달랐다. 연우도 자신처럼 성장할까 두려운 마음이 있었다.
유리의 그런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모든 걸 털고 훌훌 떠나고 싶은 마음에 살포시 내려앉은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암에 걸린 할아버지, 자꾸만 애틋한 연우를 향한 어떤 마음은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때로 그럼 마음은 비밀이 되고 때로 상처가 된다.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유리의 마음을 달래주는 담임 선생님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사정을 알 수가 없잖니.” (207쪽)
『훌훌』은 밝고 따뜻한 성장소설이다. 입양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는 방법으로 우리가 갖는 편견을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에서 유리를 둘러싼 친구(미희, 주봉, 세윤)와 어른인 할아버지와 담임 선생님은 있는 유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대한다. 그런 관계로 인해 유리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아마도 연우에게 유리도 그런 존재가 될 것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유리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부여받은 상처도 있을 것이다. 상처와 함께 살아가며 성장하는 게 인생일지도 모른다.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다 훌훌 털어버리는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유리는 ‘훌훌’ 털어버리고 ‘훌훌’ 가볍게 날고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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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아이들을 보며 이 녀석들은 언제 철들까 싶을 때가 있지만, 또 때론 너무 일찍 철들어 버리면 그것도 슬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도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게 좋다. 그래서 지나치게 어른스런 아이를 보면 묘하게 신경이 곤두선다. 무엇이 저 아이를 애어른으로 만들었는지. 이 아이의 아픔은 무엇일지. 이건 예의 바른 것과는 결이 다른 거니까. 출생의 비밀 한두 개쯤은 있어야 극적이고 비극의 주인공 같은 분위기를 동경(?)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마는 이런 말을 하는 애들은 충분히 사랑받았기에 가능한 일이겠지.
유리는 할아버지와 둘이 산다. 하지만 할아버지와는 피가 전혀 섞이지 않았다. 자신을 입양한 엄마와 자신을 낳은 사람의 행방은 알지 못한 채 살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자신의 가정사.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자신에 대해 감추며 살고 있었다. 이런 유리의 소원은 대학에 입학해 이 집을 떠나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입양했지만 키우지 않은 엄마 서정희씨의 갑자기 죽었다. 자신을 입양했다가 버린 서정희씨. 장례식을 치르며 알게 된 서정희씨의 아들 연우. 엄마의 갑자스런 죽음과 연우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그리고 서정희씨는 연우를 학대한 것일까? 엄마 서정희씨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고,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않은 연우. 그런 연우와 할아버지를 유리는 조심스레 자신의 삶 안에 편입시키기 시작 하는데..
세상은 변했고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반응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사람과 가족을 인정하고 그럴 수 있을거라는 말을 하지만, 이건 3자가 느끼는 상처에 관한 추측일뿐. 정작 입양 아이들의 삶이 어떤지 처음으로 들여 다 볼 수 있었다. 그들을 배려한다고 하는 것이 진짜 배려인지, 실제로는 배려의 탈을 쓴 무례인 것은 아닌지 아이 입장에서 생각했다.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아이를 입양하고 방치하는 것. 자신의 아이조차 제대로 캐어하지 못하고 방치를 가장한 학대를 하는 것.
가족이 이 사회 구성원의 가장 기본이라고 하지만 그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하루가 다르게 연일 터져 나오는 아동 학대 사건이나 성범죄사건.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부류의 인간들. 아이들을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사람들. 책임질 수 없다면 아이를 낳지 말고 입양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은 각각 다른 것 같더라. 감당해 낼 여건도 다르고. 설령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거야. (207) 타인의 고통을 내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의 강도는 모두 다를 테니까. 마음 약한 사람에게 너는 왜 그렇게 마음이 약하냐고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 또한 강해지고 싶지 않을까?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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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훌훌'이라는 제목과 함께 봄을 알리는 표지가 나는 이끌었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어른이 읽어야할 소설이다. 입양이라는 소재와 그것을 향한 우리의 시선. 아름다운 성장소설이자 좋은 소설이다. 다양한 세대의 등장으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을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이들이 읽기를 바라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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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흐릿한 기억과 풍경이라고 할까. 새 학년, 새 학교에서 느꼈던 설렘과 불안. 친해질만한 아이가 있을까 주변을 둘러보며 서먹한 공기의 흐름을 읽느라 정신없던 학기 초의 모습은 소설이나 현실이나 다를 바 없다. 어느 시절, 어느 반이든 모두가 친구로 지내고 싶은 존재 곁에는 어떤 무리가 있었다. 반대로 아무와 어울리지 않고 혼자 지내는 존재도 있었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아이는 뭔가 특별한 존재처럼 여겨졌다. 김수빈의 『고요한 우연』에 등장하는 ‘고요’가 그러하다. 평범한 고등학생 ‘수현’과 다르게 고요는 그런 존재였다.
고요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아이들과 거리를 두었고 결국엔 그 아이 무리에게 왕따를 당한다. 책상을 더럽히고 사물함의 체육복까지 입지 못하게 만든다. 고요는 신경을 쓰지 않고 공부를 할 뿐이다. 수현은 그런 고요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한다. 반장인 ‘정후’가 항상 고요를 챙기는 모습에 수현은 더욱 정후가 좋아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후만큼 자꾸 관심이 가는 아이가 있다. 항상 휴대폰으로 뭔가를 보고 있는 조용한 성격의 ‘우연’이다. 오랫동안 정후를 짝사랑하고 있는 게 맞는데 왜 우연을 살피는 것일까. 그러다 우연이 보고 있는 sns 계정을 알게 된다.
비공개 계정으로 사용자가 승인을 해야 친구가 될 수 있다. 아이디는 ‘고요의 바다’로 프로필의 보름달은 미술 시간에 볼 수 없는 것에 대해 달의 뒷모습을 그렸던 우연을 떠올리게 한다. 고요의 바다와 친하게 지내는 이들은 소수였고 달과 관련된 아이디를 지녔다. 수현은 그 계정이 우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으로 친구를 신청한 수현은 수현이 아닌 익명의 존재로 고요의 바다와 마음을 나누게 된다. 그 과정에서 수현은 고요의 바다가 고요라는 걸 확신한다. 그리고 고요의 바다와 친하게 지내는 계정을 둘러보다 정후와 우연의 계정에 댓글을 단다.
정후와 우연은 학교에서 보고 알았던 모습과 달랐다. 항상 모든 일에 앞장서고 모범적인 인기를 얻는 정후에게는 아픈 누나가 있었고 우연은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마음을 접고 힘들어했다. 고요도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는 말 한마디 붙이기 어려웠지만 sns에서는 아주 솔직하고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같은 존재였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다른 모습이었다. 수현도 다르지 않았다. 소심하고 주저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정후, 우연, 고요와 대화를 나눈다. 그러면서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고 위로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오프라인인 교실에서는 여전히 먼 존재였다. 정후, 우연, 고요에게 자신이 그 계정의 주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러면 관계가 끊어질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럽게 일찍 등교해서 고요의 책상을 정리하거나 우연이 돌보는 길냥이를 산책하며 찾아보고 정후를 염려하고 걱정한다. 익명으로 존재해야만 관계를 지속하고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다니.
김수빈의 『고요한 우연』은 십 대의 복잡한 마음과 관계를 sns로 보여주고 존재와 정체성을 달로 비유하고 보여주는 소설이다. 주인공 수현은 자신만의 개성이자 특별함을 지닌 정후, 우연, 고요를 지켜보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존재, 수많은 모래알 중의 하나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건 정후, 우연, 고요도 다르지 않았다. 저마다 깊은 고민이 있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 수현은 우리가 보는 달의 모습이 전부가 아닌 달의 뒷면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 사람들도 같다는 걸 깨닫는다.
“사람들은 달을 올려본다고만 생각하지, 달이 지구를 보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달인데 말이야.” (229쪽)
대부분 수현과 같은 생각을 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말이다. 하지만 수현은 누군가를 오래 지켜보고 관심을 갖고 마음을 건넸다. 그걸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쓸모없는 게 아니다. 나의 뒷면을 궁금해하고 알고자 노력하는 누군가의 마음, 우리는 서로에게 그런 존재일까. 마음을 나누고 건네며 보이지 않는 어떤 걸 알아가는 일이야말로 소중하고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달의 뒷면을 꿈꾸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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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한 우연》은 일상의 조용한 순간들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과 사색을 섬세하게 담아낸 시집이었습니다. 시를 읽는 동안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조용히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사소한 우연조차도 의미 있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시어 하나하나가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어 읽을수록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었고, 바쁜 일상에 지친 마음에 따뜻한 여백을 선물해주는 책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시집으로, 조용한 위로가 필요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틈에서 시 한 편이 건네는 고요한 울림이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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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이 맞을거란 확신을 못가지기도 하고 정답이 명확하지 않으면 괜스레 불안해지곤 하는데 이 책은 열린결말이여도 괜찮을 것만 같다. 그냥 어딘가에서 나아갈 친구들의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수현이는 어떻게든 다정함을 잘 유지한 채 용기 있게 나아갈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후기를 적고 싶어서 블로그까지 개설해버렸으니 이미 이 책과 등장인물들에게 단단히 홀려버린거지 뭐.. 가독성도 좋으니깐 다들 살까 말까 사?말아 하 씨 사?? 말아?? 하고 있는 중이면 사라. 적어도 후회는 안할거라 생각된다. 만약 후회하면 뭐 안타까운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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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 추천으로 저도 함께 읽었어요^^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는 딸아이가 읽어보고는 저에게도 추천해서 읽어보았어요. 종종 추천을 하곤하는데 덕분에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많은 생각들이 떠올라 아이들과 한참을 이야기나누었습니다. 학창시절 나의 모습이 떠올라 너무나 공감이 되었던.. 또 지금 나의 딸이 경험하고 있는 상황들을 생각하며 읽다보니 몰입해서 읽게 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