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리의 말
오키나와의 현재, 원주민인 오키나와인과 본토(야마토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그리고 미군, 이 소설의 무대는 오키나와다. 외부에서 찾아온 이들이 함께하는 현실과 온라인을 통해 넓은 세상 우주에서 심해와 어딘가에 있는 수용소까지, 모두들 소통을 원한다.
이 소설의 세 축 중 하나인 슈리의 말(馬)의 등장, 오키나와, 두 개의 태풍이 찾아오는 날, 집 마당에 말이 찾아왔다. 보통 말이 아니다. 지금은 단종되어 볼 수 없는 류큐 경마로 명성이 높았던 미야코산(宮古産)경주마 히코키.
또 하나의 축, 주인공 미나코(未名子)는 예전에 부두였던 곳, 지금은 매립되어 흔적도 찾아볼 수 없지만, 동네 이름으로만 남겨진 곳에 있는 오래된 집에 산다. 어릴 적 학교를 빼먹고(아니 가기 싫었는지도, 또 이름 미명자란 아직 이름이 없는 아이,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라는 걸 강조하려고 일부러 그런 한자를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찾았던 오키나와 도서자료관에서, 지금도 일정한 직업이 없이 그 지역에서 발견된 자료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을 나서서 돕고 있다.
소설은 오키나와의 역사를 알지 못하고, 현재 오키나와가 놓인 처지와 환경을 모르고는 이 책을 이해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수리(首里)란 도읍이란 말이기도 하다.
외지인들에게 밟힌 오키나와, 근세, 일본 바쿠후에 조공을 그리고 1879년에 현으로 편입된 류큐 왕국의 역사를, 최근 오키나와는 화두다. 광주 군 공항 이전으로 오키나와 가테나 기지의 한국 거점이라는 사실과 날마다 뜨고 내리는 오프레스(화물기)의 소음과 함께 곳곳에 자리한 미국의 흔적, 세계 2차대전 동안 일본 국내에서 지상전이 펼쳐진 곳, 가미시마 전투를 시작으로 최후의 항전에 이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동굴에 서 “집단자살” 이른바 옥쇄사건이 일어난 곳 오키나와.
일본 본토(야마토)에서 분리, 무려 27년간이나 미군 점령 아래 놓여 있다가 1972년 일본으로 복귀됐다. 일본으로 복귀는 하나로 수렴되지 못하고 오키나와인, 반오키나와인(섬에서 나갔던 사람들),
이를 배경으로 지은이 다카야마 하네코는 오키나와와 본토(야마토)의 관계를 다룬 오시로 다쓰히로의 <신의 섬>의 흐름과 결이 닮아있다.
세 번 째 축인 공간, 시공간이 다른 곳에서 지금을 함께 사는 사람들, 등장인물의 사연을이 조금씩 흘러나오지만 여전히 불투명한체,
미나코가 새로 얻은 직업,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온라인으로 퀴즈를 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보도 못 한 일, 일본인을 빼고는 특정 국가나 민족의 이미지가 없다. 공간 또한 오키나와 외에는 특정할 수 없다. 우주, 심해, 감금시설 등,
오키나와의 사라진 영화를 현재로 소환한 말과 미군과의 전쟁 역사, 그 지역의 자료를 찾아 만들어가는 기억, 온라인으로 발신하는 정보 등이 연결되는 축들,
히코키는 오키나와 전투에서 주민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하고 집단자살이라는 비극의 장이었던 동굴에 숨어있다. 히코키는 거센 태풍에도 끄떡하지 않았지만, 오키나와 도서자료관을 건설기계 소리와 대형트럭의 소음에는 극도로 공포감을 느낀다. 왜 그럴까, 히코키는 여전히 오키나와를 감싸고 있는 전쟁의 위험을 감지한 것일까? 슈리에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던 미야코산 류큐의 말이, 경주마가 나타났다. 이제 오키나와의 역사를 되돌리는 새로운 그 무엇인가, 오키나와 도서자료관에 차곡차곡 정리한 역사, 오래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인 뼈, 사진, 그림들... 고스란히 우주로 보내 보관한다. 오키나와의 정체성을 영원히 다른 곳에...
미나코는 온라인으로 퀴즈를 내는 일을 그만두기로 한 뒤, 마지막 인사 겸 세 단어로 된 퀴즈- 니쿠자가(감자조림),마요우(헤매다), 가라시(겨자), 이 힌트는 어디로 향하는가, 바로 그 잡은 슈리, 옛 류큐 왕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슈리성,
오키나와의 근현대사를 꿰뚫은 열쇳말, 단종됐던 류큐의 미야코산 경주마 히코키, 오키나와 도서자료관, 슈리성…. 꽤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쉽지 않은 소설이다. 아마도 이런 상징성과 추상성 그리고 묘하게 연결되는 구도가 아쿠타가와상을 거머쥔 게 아닌가 싶다.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삼촌>과 <지상에 숟가락 하나>그리고 김동현의 <기억이 되지 못한 말들>과 오키나와가 미묘하게 겹친다. 김동현의 책은 제주와 오키나와를 논하고 있어, 꽤 흥미롭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
나는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그녀를 한국 사람으로 착각하고 길을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그녀는 오키나와 섬 출신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제주도에 온 일본인 유학생이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이 만남을 계기로 친분을 쌓아오다 공부를 마치고 오키나와로 돌아간 그녀에게 일본어 번역을 맡기게 되었다. 그 뜻밖의 인연이 이 책의 서평단이 된 계기가 되었다. 서평단 신청의 동기는 단순하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었는데, 친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일본의 아름다운 섬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 [슈리의 말]은 역사, 문화, 상상력의 실타래로 촘촘히 짜인 이야기이다. 오키나와, 자료관, 온라인 퀴즈, 미야코산 말(horse) 등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아름다운 역설의 서사. 독자는 작가의 상상력의 리듬에 몸을 맡기고 자신의 시간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데 필요한 것은 바로 '상상력'이다.
이 책은 '기록은 희망이다'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의 과거, 문화, 언어를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주고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의 이야기, 경험, 지식을 기록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오키나와의 역사와 기록의 중요성은 이 책의 중심 주제로 작가는 오키나와의 현재를 형성한 사건과 경험을 조명하면서 이 섬의 복잡한 과거를 탐색하면서도 끝까지 거리 두기를 한다. 왜일까? 왜 역사와 거리 두기를 하는 걸까?
아카이브를 정리하는 작업은 단조롭기 그지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새로울 필요도 없다.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준 자료는 그 가치가 배가 된다. 설령 그것이 단조로운 스탬프를 찍는 일에 지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조정래 [아리랑]을 읽으며 오키나와는 원래 일본이 아니었다는 정도와 일본의 '하와이'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더 자세한 오키나와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독립국이었던 류큐 왕국은 메이지 시대 일본에 강제병합되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격전지가 되었다. 패전 후에는 30년 가까이 미국의 점령하에 놓였다. 왠지 낯설지 않은 스토리다.
이런 역사를 가진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한 상상력의 끝판왕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에는 과거가 현재에 남긴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들여다보는 고독하면서도 심오한 그리움이 담겨 있다. 2019년 10월 슈리성이 화재로 전소되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있다. 이 책은 어쩌면 슈리성의 기억을 담은 귀중한 기록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과콩나무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
남자는 오키나와가 미국령이었을 때 집을 짓고 일을 시작했다. 남자는 전쟁을 경험했다. 거기다 남자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오키나와 전역을 덮쳤던 대기근도 겪었다. 두 시기 모두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다. 남자의 아버지는 남자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사망했고, 남겨진 남자는 전쟁이 끝나고 한참 후에 어머니를 병으로 잃었다. 그후 가게를 열고 가정도 이루었다.나이가 들어 아내르 먼저 떠나 보내고 얼마 후 남자도 세상늘 떠났다. (-15-)
요리 씨는 미치 씨가 출근하는 길에 항상 태워다 주었는데, 너무 무덥거나 궂은 날에는 자료관에 나오지 않을 때도 더러 있었다. 최근엔 그런 날이 점점 늘고 있다. 처음에는 요리 씨나 오늘은 자료관 문을 열지 않는다고 전화로 알려주었지만, 요즘은 요리 씨의 컨디션이나 그때그때의 날씨만으로도 문을 열지 않을 것 같은 날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미나코의 예상은 적중했다. (-65-)
"입주변을 만지는 건 위험해.초식동물과 육식 동물은 이빨이 다르게 생겼어. 육식동물은 습격하지. 초식동물은 자신을 보호할 땐 깨물어 . 육식동물은 갈기갈기 찢어서 먹고, 초식동물은 잘근잘근 씹어 먹지. 에너지가 엄청난. 턱의 힘.거대한 에나멜.가장 큰 무기. 초식동물의 이빨은 조직을 으깨버려.위험해.아주 위험해.감염증.치료.아주 위험해.육식동물보다 훨씬 큰 상처를 입히지." 기바노의 말을 들으며 미나코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73-)
"히코키를 절대로 놓쳐선 안 돼.말은 재산이고 아마도 가족이야. 자신의 힘으로 손에 넣은 가족." 미나코는 히코키가 이미 경찰서에 넘겨져 자기 손에 없다는 말은 차마하지 못했다. 혹여라도 히코키가 별로 중요치 않은 존재로 비춰질까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전쟁터의 기바노로부터의 마지막 소중한 메시지는 그렇게 아쉽게 끝나고 말았다. (-113-)
다카야마 하네코 의 『슈리의 말』 의 장소적 배경은 오키나와현으로 보여진다. 한때 일본 본토와 독립적인 독립국가였던 류쿠왕국이었던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았던 시기가 존재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온한 삶을 살아왔으며 ,일본 복쪽,북극에 가까운 매우 차가운 도시였다. 한수산의 군함대의 배경이기도 한 이곳에서 미나코는 '오키나와 도서 자료관’을 운영하고 잇는 노년의 요리씨를 마나게 된다.
오키나와 본토인과 외지인이 서로 함께 섞여 살아가는는 그곳에 슈리라응 말이 있었다.그 말은 오키나와 문화를 상징하는 듯 보였으며,좀더 자세하게 이해한다면,오키나와 문화 뿐만 아니라, 전통과 역사까지 연결되고 있는 생명체였다고 보면 된다. 가야나 백제가 사라지고 난 뒤 다양한 설화가 존재했던 것처럼, 오키나와의 설화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변 된다,한편 미나코는 중학교에서 또래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는 과거가 존재하고 있었다.자료관에서,자료를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전세계인들에게 문제를 내고,그문제에 대한 답을 맞추는 과정에서,오키나와를 적극 알리는 일을 요리씨의 유일한 종업원 미나토가 하고 있었다. 오키나와의 과거의 약사와 문화,언어가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요리씨가 고군분투하는 게 보여진다. 단순한 '오키나와 도서 자료관’ 아닌 오키나와의 문와 역사를 지키는 소중한 곳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오키나와의 비극을 암시하는 사물과 흔적들이 소설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
|
제목만 봐서는 얼핏 감이 오지 않는 <슈리의 말>의 '슈리'는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의 지역 지명이라고 한다. 역사적 지식이 얕아 오키나와 하면 류쿠 제국과 미군 주둔지, 세계 대전 당시 격전지에 대한 이미지와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섬 이미지가 덮여 눈부신 자연 풍경을 떠올리기 전에 왠지 모를 아픔을 느끼곤 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제주도의 굴곡진 역사의 이미지와 겹쳐 보여서 그런 이미지로 각인이 된 듯한데 에메랄드 빛 바다와 고운 모래사장이 인기를 끌며 최근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보다 다크투어 여행을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이지만 제대로 된 역사적 내용의 아쉬움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슈리의 말>이 남다르게 다가올 듯하다.
미나코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오래된 건물에서 혼자 살고 있다. 모난 성격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미나코에게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아무런 지원도 없이 개인이 혼자 하는 오키나와 역사 자료 모음관에 나가 자료를 정리하는 것이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고 그 누구도 도와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미나코는 그 누구는 해야 되는 일이기에 필사적이기까지 하다.
일주일에 두세 번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출근하여 비밀스러운 사람들에게 퀴즈를 내는 일을 하는 미나코의 직업은 독자로 하여금 일반적이지 않은 느낌을 준다. 아마도 이런 줄거리 때문에 소설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지만 책을 덮은 후 생각해 보면 미나코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오키나와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역사적 호기심이 더 증폭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곳을 빗댄 가족과 이웃에 대한 이야기, 이제는 오래되어 오키나와 역사에 대해 기록하는 이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경각심과 반성, 지역 사람들의 눈총과 의심을 받으면서까지 기록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의 이야기. <슈리의 말>은 전쟁에 대한 참상만이 아니더라도 오키나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역사적 인식을 전달하려는 저자의 호소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읽다 보면 우리나라 4.3 사건을 다룬 소설들의 느낌도 받게 되는데 책을 덮고 곱씹을수록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떠오르며 잔잔한 느낌이 주는 서글픔이 얼마나 애달픈지 느끼게 해준다. |
|
나는 일본어를 전혀 알지 못 한다. 일본 여행 경험도 여행사 단체 여행으로 엄마를 모시고 한겨울 딱 한번 삿포로 여행이 전부다. 분명 학창시절에 일본 역사를 배운 기억은 나는데,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내용은 부끄럽게도 없다. 오키나와가 일본 안에서도 독립국이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새로웠다.
이 책의 첫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충남 홍성이 떠올랐다. 선배 언니의 친구 집에 놀러가게 되었는데, 홍성이란 마을은 그 지역이 고향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외지에서 들어와 정착한 사람들이 참 많았다. 마을 사람들 스스로 도서관을 카페처럼 꾸며놓고, 아이들을 위해 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었다. 미술관도 얼마나 낭만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잠시 들렀더니 그 미술관 안에서도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처럼 따뜻한 담소가 흘렀다.
이 책에 묘사된 오키나와는 내가 경험한 홍성의 모습과 비슷했다. 오키나와가 고향이 아니지만 정착하게 된 요리와 딸. 요리가 운영하고 있는 도서 자료관, 그 곳에서 무보수로 돕는 미나코. 그 자료관에 아카이브 되어 있는 많은 자료를 전 세계에 연결되게 하는 미나코의 활동은 온라인으로 퀴즈를 출제하는 활동으로 표현된다. 내가 이해한 그녀의 온라인 퀴즈 출제 활동은, 태풍 에 나타난 말과 함께 오키나와의 본토로의 복귀냐 반복귀냐 독립이냐 등의 사이에서 오키나와를 오키나와로만 이해하는 작가의 뜻이 담긴 것 아닐까 싶다.
좀 난해하지만 SF소설이라고 딱 분류하기에는 뭔가 역사소설 같기도 하고, 오키나와 설명서 같기도 하다.
오키나와 지역의 역사를 이해하고, 자연환경을 이해한 사람들만이 연이은 태풍에 무너진 오키나와를 복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복구는 기억, 정보, 공유, 관심만이 답일 것이다.
|
|
타카야마 하네코의 장편소설 슈리의 말은 오키나와에 있는 낡은 자료관에 드나들면서 온라인 모니터 너머로 퀴즈를 출제하는 기묘한 직업을 갖는 주인공 미나코가, 한 마리의 말과의 만남에 의해서 변화해 가는 나날을 그린 작품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기록 매체에 대해서는 형태 있는 소유를 하는 것의 가치는 지난 10년간 완전히 변화했다고 생각한다. 콘텐츠를 소유하지 않고 웹을 통해 서버에서 원할 때 원하는 것을 빼내다 보면 데이터를 내려받아 단말기에 소지한다는 생각은 낡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현재 사람들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냐고 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경험의 공유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이것을 경험과 공유로 나누고, 세상에서는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는가 한다면, 아마 압도적으로 경험보다는 공유에 기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경험 자체는 공유의 하위에 존재하는 것으로, 공유되기 쉬운 경험이야말로 가장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누가 먼저 공유했는가와 그 확산의 넓이를 겨루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공유되지 않는 기억이 된 경험은 무수히 많다. 양적으로는 오히려 그런 것이 인간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공유되지 않는, 평가받지 않는 기억에는 가치가 없는 것일까? 물론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인간 그 자체와 그 역사는, 공유되느냐 마느냐에 관계없이 쌓아 올린 무상의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고독한 여성의 작은 생활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미나코는 20대 중반 오키나와 미나토카와라는 곳에 살고 있다. 요리라는 노년의 연구자가 만든 사설 자료관의 자료 정리 일을 무보수로 하면서 온라인 통화로 퀴즈를 내는 일을 하고 있다. 고객은 전 세계의 일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로, 그들은 대체로 혼자 생활하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당장 얘기되지 않고, 요리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미나코 자신에 대해서조차 십 대 때 등교를 거부했다는 것 정도밖에 알 수 없고 더 이상 장황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자료 정리를 하고, 그것들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퀴즈를 내는 일을 하고, 그리고 태풍 이튿날 아침 집 마당에 웅크리고 있던 말을 돌보기 시작하는 미나코에 대한 설명이 전부다. 다른 누구에게도 공유되지도 해석되지도 않는 미나코의 생활이 그렇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것은 물론 아니고, 자료관에서의 자료 관리 모습이나 퀴즈를 내는 스튜디오의 세부 사항 등은 매우 풍부하게 그려져 있어 읽으면서 즐겁기까지 하다. 미나코는 많은 것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생활의 변화 속에서 조금씩 그런 행동을 거듭하는 동안, 퀴즈의 해답자들, 요리 씨, 말, 그리고 오키나와라는 땅에 대한 기억을 자신의 내부를 통해 모니터처럼 소설 속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그 과묵한 충실함, 자신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을 저울질하지 않는 겸손함에 읽는 사람은 아마도 감동 같은 것을 느낄 것이다. 미나코가 말에 관해 갖는 태도도 인상적이다. 이 모습은 미나코 자신에게도 통하는 것이 있고, 그녀가 퀴즈를 내는, 세계 각지에 있는 고독한 사람들도 상기시킨다. 고독한 사람들 또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고, 미나코의 존재를 통해 그들의 기억에 닿는 체험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일본어가 서투르다고 하는, 기바노라고 하는 쉘터의 세일즈맨 남성이, 미나코가 말을 발견한 것을 털어놓은 것을 계기로, 자신의 어린 시절 초원에서의 체험을 넘치듯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모습에서는 기억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공유되지 않더라도, 또는 비록 누군가하고만 공유되었던 것이라 하더라도 기억은 개인의 존재를 지탱하는 것이다. 요리 씨가 자료관에 쌓아둔 오키나와 자료가 특별히 선별되지 않은 것이라는 점도 기억의 중요성에 순위는 없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말을 탄 미나코는 자신이 본 오키나와, 말이 본 오키나와를 기록해 이 세계의 손에 맡기기로 결정한다. 오늘을 산다는 것은 기억을 쌓아가는 것이다. 그 축적의 모습이야말로 의미가 있고, 그것은 정말 귀중한 것이라고, 이 책이 강하게 확신시킨다. 일본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슈리의 말> 이 책의 북 디자이너를 찾습니다. 내가 책을 내게 된다면 이 책의 디자인/편집을 따라하고 싶다. 3월 말에 열한 편의 시와 경장편 소설을 응모한 문학상 응모전에서는 여태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물 건너간 모양이다. 마음은 씁쓸하지만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 그러려니 한다. 늦게 다시 소설을 쓰겠다고 달려든 건 후회하지 않는다. 시도 소설도 내가 써놓고 나는 만족했는데, 그쪽에선 안 먹히는 모양이다. 내 깜냥으로는 끌어낼 만큼 길어 올렸는데 능력이 모자라는 게지,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 책속으로ㅡ "당신과 이 일이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어요." "고독해 보였나요?" 간베 주임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아뇨, 그런 뜻이 아니고. 고독이 적성에 맞는 직업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미나코는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대답이 돌아와 놀랐다. "그렇다면 제가 이 일과 맞을 것 같다는 말씀은 무슨 뜻이죠?" "......글쎄요, 이상한 것을 이상하게 바라보면서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 사람이랄까. 여기서만 하는 이야긴데, 미나코 씨에 대한 퀴즈 참가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습니다." "저도 일이지만 즐거웠어요." ㅡ93~94쪽에서 발췌 독특하고 낯선 소설이다. 그러나 읽는 내내 위로가 된 묘한 이야기였다. ㅡ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제목과 표지를 보고 처음에는 SF 소설인 줄 알았다. 이 소설의 배경은 오키나와로 이곳에 살고 있는 미나코의 시선을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 역사와 기록과 관련된 내용이 큰 주제이고, 독특한 퀴즈와 말도 등장한다. 미나코의 일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요리 씨가 만든 오키나와 도서 자료관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는 것. 또 하나는 알 수 없는 스튜디오에 가서 세상 각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퀴즈를 내는 것이다. 자료관과 스튜디오 모두 사람들이 반기지는 않는 장소라서 미나코는 보통과는 조금 동떨어진 생활을 이어간다.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을 번역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내용이 있는데, 독자 입장에서도 이 책은 완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책이었다. 그래서 약간의 해석이 곁들여진 '옮긴이의 말'이 아주 소중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중후반부까지도 이 책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했다. 태풍이 지나간 뒤 갑자기 나타난 말, 미나코가 퀴즈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는 의문의 사람들. 요리 씨의 오래된 자료관. 이것들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완전히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일본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어서, 오키나와의 역사에 대해도 잘 몰랐고 류큐 왕국이 있었던 것도 처음 알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이 책을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될 것 같다. 외부의 흐름으로 인해 많은 변화를 겪었던 오키나와, 그리고 그 모든 기록을 모아둔 요리 씨의 자료관. 갑자기 나타난 말 또한 옛 오키나와의 토종 말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미나코는 오키나와의 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계승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 기록이 언젠가는 필요해 질 것이라 믿고 있어서 자료를 보관하는 일을 하지만, 막상 기록이 필요해지는 때는 오지 않기를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을 가지고 미나코는 기록을 꾸준히 추가한다.
태풍이든 폭탄이든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마을을 이전 모습으로 되돌리려면 아주 작은 단서라도 놓쳐선 안된다. 태풍을 겪은 사람들은 정신적 쇼크로 인해 미세한 부분가지 기억해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을에 대한 정보들이 손실되거나, 애초에 기록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노스텔지어라는 보정을 거친 기억을 통해 원래의 상태와 유사하게 복원한다. 이 섬의 문화와 풍경은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 p.60 앞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런데 무언가 돌발적인, 무시무시한 폭탄과 폭풍으로, 아주 슬픈 일로 풍경이 확 바뀌어 버렸거나, 모두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그 원래의 모습조차 잊어버렸을 때, 이 정보가 중요한 지침이 되어 줄 것이다. 모든 것이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을 때 이 자료가 그러한 곤란한 사태로부터 구해줄 거라고 미나코는 굳게 믿었다. - p.153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건물 가득 들어찼던 자료들이 가치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미나코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도 모를 것이다. 미나코는 다만 이 건물에 드나들면서 매 순간 자료 정리에 성실히 임했을 뿐이다. 진실은 그 순간부터 과거의 것이 된다. 그런데 그 순간의 진실이라고 하는 것이 훗날 필요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145)
오키나와와 관련된 문학작품, 자료실에서 일하는 미나코, 세개의 단어로 유추하는 퀴즈 게임... 이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사실 오키나와의 역사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미군기지가 있어 황페해진 곳이었고 일본 패망 직전에는 자살특공대를 강요해 수만의 오키나와 주민을 말살시켰고, 그 이전에는 류큐 독립왕국이었으나 일본으로 복속이 되어버렸고, 그 이전에는.... 그렇게 하나하나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 들은 바 있고 그 역사속에 오키나와는 자연발생한 태풍마저 처음으로 맞이하는 섬,이라는 것 역시 우리나라 제주의 역사와 비슷해서 더 관심이 가는 곳이었다. 사실 일제시대때 오키나와가 없었다면, 아니 2차세계대전이 조금 더 길게 갔다면 아름다운 섬 제주는 일제의 병참기지가 되어 더 황폐해졌을 것이다. 강정에 군사기지가 들어서며 구럼비가 파괴되기 전에, 4.3사건이 있기 전에, 일제시대에 이미 산과 들 곳곳을 파헤치고 군사시설을 만들었던 흔적이 남아있는 제주와 다를 것 없는 오키나와의 역사는 그래서 더 궁금한 것이다.
이 소설을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간단하게 줄거리만을 놓고 보자면, 오키나와로 이사 간 미나코는 그곳에서 요리 씨가 운영하는 오키나와 도서 자료관을 중학생 시절부터 드나들다가 결국 그곳에서 아카이브 정리를 하고 온라인으로 접속한 이들에게 퀴즈를 내는 일을 맡게 된다. 퀴즈를 풀기 위해 접속한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그들을 통해 미나코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태풍이 지나가고 난 후 집 마당에서 발견한 동물의 정체도 확인하게 된다. 며칠 전 티비에서 몽골의 축제에서 말의 경주는 어느 말이 빠르냐가 아니라 이쁘게 빨리 들어오느냐가 승패를 가른다는 것을 보면서 웃었었는데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말 역시 오키나와의 전통문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류큐 경마는 속도가 아닌 아름다움을 겨루는 경기"(116)라고 하는 설명과 함께 그 화려했던 경마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언급해주고 있다. 미나코의 집 마당에서 발견된 슈리의 말,을 통해 오키나와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려나 싶었지만 계속 읽어봐도 왠지모를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어쩌면 작가도 소설 속 등장인물도 오키나와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에 더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한걸음 떨어져 오키나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공공연히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는데 이것이 역사 속 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진실은 그 순간부터 과거의 것이 된다. 그런데 그 순간의 진실이라고 하는 것이 훗날 필요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145)
도서 자료관 정리라거나 온라인 퀴즈 대결이라거나 태풍이 지난 후 갑자기 등장한 슈리의 말이라거나 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어서 허구의 이야기인 소설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또 등장인물들의 개인사와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품고 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또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뭔가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을 것처럼 전개되다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멈춰버린 듯한 이야기가 또 쉽게 이해할 수 없기도 했지만 이것 또한 어쩌면 우리 모두가 오키나와의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는 반어적 의미인가 싶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소설 속에서 가장 놀라웠던 이야기는 반다의 이야기이다. "나는 이 국경 없는 장소가 마음에 듭니다. 힘으로 제압하기 위해 기세 좋게 주먹을 휘두르다 자신이 오히려 뒤로 나자빠지는, 중력에 의한 힘의 세기를 완전히 무력화시켜 버리는 그런 곳 말입니다. 혼자라서 지루하기도 하고 가끔 외로움과 불안감에 짓눌려 미쳐버릴 것 같을 때도 있지만"(100) 그런 곳이 지금의 우리 현실보다 더 낫겠다, 싶은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지 않을까.
|
|
일본의 역사에 능통하지 못하지만 일본 역사만화들을 보면서 일본도 과거 우리의 삼국시대처럼 각각 독립적인 나라들이 존재했었다는 건 알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가 존재했는지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읽은 <슈리의 말>은 류큐 왕국이 있었던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제목인 '슈리'는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의 지역 지역명이어요.
소설의 주인공 미타코는 미나토카와 마을에 위치한 오키나와 도서 자료관에서 요리씨를 도와 지역과 관련된 유물과 자료들 기록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자료관의 직원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주말마다 요리씨를 도와주는 일을 해온 미타코. 그녀의 진짜 직업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신청자들에게 퀴즈를 내는 일이어요. 도쿄에 근무 중인 상사의 지시를 받으며 동료도 없고 완벽하게 방음된 스튜디오 사무실에서 퀴즈를 낸다는 직업이 독특하고 신비로워요. 자료관과 사무실, 생각해 보니 사람들이 좀처럼 찾지 않는 공간이지만 분명 용도가 있는 곳이기도 해요. 혼자서 일한다는 점도 그렇고요. 그래서 비교적 만족도가 높은 업무였지만 컴퓨터를 수리점에서 가져온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난 후 마타고는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돼요. 책에는 카세트테이프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말해주지 않는데 내용이 궁금해졌어요. 분명한 건 미타코와 요리씨가 해오던 어떠 기억에 대한 기록이 아니었나 싶어요.
변화가 생긴 건 회사를 그만두기로 하고 요리씨의 갑작 시럽 죽음으로 자료관이 문을 닫게 되면서부터 요요. 두 개의 태풍이 불었던 다음날 미타코는 자신의 집 마당에 나타난 의문의 동물을 발견해요. 보통의 말과는 다르지만 갈 곳 없던 동물을 집으로 들이는데 그제야 그 동물이 자료관 기록에서 봤던 미야코산 말임을 알게 되요. 그리고 말을 훈련시켜 직접 타고 다니죠.
미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여요. 구체적인 스토리라인은 없지만 인물을 중심으로 읽다보면 기록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라고 여겨져요. 모두가 잊어버린 과거의 기록을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 요리씨가 시작한 일은 이어받은 미타코는 데이타베이스 구축을 계속해봤고 그것을 보존하죠. 사라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존재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고 할까요. 그래서 짧지만 여운이 긴 이야기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