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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클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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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슈거 푸시>와 같이 구매한 책이다. 부제가 무려 “카사노바와 사랑의 행위에 관한 해석”이라고 한다. 이거 뭐 잘못 하면 선수들의 위한 책처럼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람둥이 남자과 사랑에 빠진 여성들의 체험담이 처음의 <상상들>과 <사건들> 그리고 타자와 나를 동일시해서 하나의 나나가 되어 이야기 <행위들>로 구성
"나나 클럽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내용보기

5년 전에 <슈거 푸시>와 같이 구매한 책이다. 부제가 무려 “카사노바와 사랑의 행위에 관한 해석”이라고 한다. 이거 뭐 잘못 하면 선수들의 위한 책처럼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책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람둥이 남자과 사랑에 빠진 여성들의 체험담이 처음의 <상상들>과 <사건들> 그리고 타자와 나를 동일시해서 하나의 나나가 되어 이야기 <행위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개가 좀 진부하다고 해야 할까. 자주적인 사랑의 개념이 일반화된 마당에 카사노바에게 이끌려 가는 질퍽한 수렁 같은 이야기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순간만을 원하고,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면 바로 다른 꽃을 찾아 날아가는 이 남자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 같은 사랑에 빠진 여자들이라니. 아이러니하게도 여자들은 그가 단 하나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어장관리의 달인에게서 도무지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치 올무에 갇힌 한 마리 짐승처럼.

 

어쩌면 카사노바가 생각하는 사랑은 타자를 내재화시키는데 섹스에 도달하는 것까지만 일지도 모르겠다. 멈출 줄 모르는 남자의 애정결핍으로 보이는 사냥은 더블플레이에 가깝다. 사랑하는 시간보다 추억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니, 이거야말로 비극의 전조가 아닌가. 그가 쓴 마스크는 유혹의 수단이었을 따름이다.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다른 나라에서 딴 학위로 무장한 중년의 남자가 내뿜는 페로몬의 유혹이란. 게다가 스타일까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게 아닌가.

 

어쩌면 사랑이란 공평하지 않은 게임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무게추가 어느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면 당연 그렇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닌가. 요즘 말처럼 왜 쿨하게 놔주지 못하고 질척거리는 걸까. 그런 설정부터가 잘못된 게 아닌가. 그 남자가 언제 자신의 연인들을 구속한 적이 있었던가. 일찍이 금성무가 영화 <중경삼림>에서 일찍이 파인애플 통조림처럼 사랑에도 유통기한을 정해 두지 않았던가. 소설 속 카사노바의 사랑주기는 고작 한 달일 뿐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애타는 감정도 모두 소멸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렇듯.

 

나만은 다른 “나나”들과 다를 거라는 그녀들의 오만이 카사노바라는 희대의 괴물을 키운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전시회에서 카사노바의 타겟이 된 화가에게 선배는 애숭이 킬러를 조심하라는 경고장을 발부한다.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온 카사노바에게 그녀는 속절 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냉정하게 말해서 카사노바에게 그녀는 그저 철저하게 타자이자 섹스 파트너였을 뿐, 사랑의 행위자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카사노바는 다른 꽃으로 훨훨 날아간 지 오래였다.

 

자신의 장끼인 언어유희와 쿨내 진동하는 카사노바 특유의 스타일에 포로가 된 사랑의 노예들은 육체가 주는 쾌락 속에서 타자성과 현실감각을 상실하고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착각의 늪으로 추락의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는다. 그리고 아마 일련의 경솔한 선택이 자신이 주체적으로 누군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기증명의 과정이었노라고 자위하고 합리화하지 않았을까.

 

어떤 책들은 시간이 지나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책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사랑의 수사학>은 후자의 바운더리 안에 갇혀 있는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h******1 2018.09.1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