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신분증 구석에 박혀있는 일련의 번호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얼마나 성적이 좋았고, 얼마나 좋은 학교를 나왔는지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잣대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그들은 어떤 사람은 높이 추켜세우고는 또 어떤 사람은 깔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은연중에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쓸모없는 경쟁을 하고, 어른이라는 감투를 쓰고는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유은실의 장편소설 <순례 주택>은 이런 세상을 향해, 또한 성장하기 두려운 청소년들을 향해 던지는 유쾌한 위로이자 가르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순례주택>은 말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그것은 자신만의 등지를 트는 것이다. 알에서 갓 태어난 아기새들은 걱정이 없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어미새가 지어놓은 둥지 안에서 그저 시끄럽게 울어댈 뿐이다. 그것은 그들이 아직 둥지 밖의 세상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금세 커질 것이고, 날개짓을 하기 시작할 것이고, 마침내 그 아담한 동지에서 울어대지 못할 만큼 크게 되면 그들은 날아갈 것이다. 하늘을 항해, 그들을 평생 뒤덮고 있을 것만 같았던 울창한 숲 밖으로. 그들만의 둥지를 찾아 때로는 어둡고, 차갑고, 매정한 세상을 향해 날아오를 것이다. 자기 힘으로 날아 보려고 노력하는 것, 애쓰는 것, 자신의 둥지를 찾아 날아오르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주인공의 가족들, 일명 1군들에게는 빌라촌 맞은편에 있는 비싼 아파트가 그들의 둥지이자 세상으로부터 그들을 단절시키는 성벽이었다. 그들은 성벽 안에서 성벽 밖의 사람들을 깔보았다. 둥지를 벗어날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할아버지의 죽음과 생전 할아버지가 당한 사기 때문에 그들에게 빚이 생겼고,하루아침에 둥지가 없어진 그들은 엄마의 산후우울증 때문에 1군들과 떨어져 살다시피 했었던 주인공을 따라 빌라촌에 있는 순례주택에 들어서게 된다. <순례주택>은 한번도 둥지밖으로 나와보지 못했던 1군들이 빌라촌에 적응해나가는 것을 중심소재로 하면서, 힘든 상황에도 크게 좌절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나가는 주인공 오수림과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주변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잠시 삶의 활력을 얻어갈 수 있는 희망적인 분위기의 소설이다. 1군들이 공용 옥탑방에 있는 라면을 몽땅 먹어버려도 아무상관 않고 계속해서 라면을 채워넣어주는 집주인 순례씨의 긍정적이면서도 인정넘치는 성품이 특히 인상깊었던 것 같다. "순례자는 감사하고,관광객은 요구한다."라는 문구는 순례 씨의 모토이자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일 것이다. 순례자들은 인생이 잠깐 들렀다 갈 관광지가 아니라 끈임없이 나아가야 할 하나의 길 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한문 전교 꼴찌인 병하 오빠,요양보호사 필기시험을 보는데 본명을 홍길동으로 쓴 이군자 씨,뇌졸증 대문에 윙크하는 것이 힘든 이군자 씨 남편도,수림이도, 몇 년째 대학 시간 강사인 허성우 씨도,모두 게속해서 살아간다. 모두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았다. 행복할 줄을 알았다. <순례주택>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 살아가자고.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오수림처럼, 순례씨처럼... 순례자의 마음으로 거친 인생을 헤쳐나가보자고. 우리 모두 너른 날개를 펴서 하늘을 향해 날아가 보자고. 진정한 어른의 삶을 살아보자고. |
|
책을 받고 단숨에 읽었다. 잠시도 작가의 호흡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긴장을 주는 책이 아닌데도 책 속의 순례씨에게 반해서 그랬는지, 당차고 똘똘한 16세 수림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글자씩 꼭꼭 씹어 읽었다. 순례주택이 어딘가에 있을것만 같다. 순례씨의 숭고한 가치관과 멋진 삶의 태도에 감동해서 눈물이 났다. 무개념 1군 가족에게 진짜 인생의 가치를 알려주려 애쓰는 수림이와 순례주택 사람들의 노력에 웃음이 나서 깔깔 웃기도 했다. 작가가 내 마음에 들어와 대신 글로 써준것만 같이 속이 뚫리는 느낌이다. 가끔은 수림이의 시선으로 또, 가끔은 순례씨의 시선으로 누군가를 향해 나도 이런 메세지를 던지고 싶었나보다. |
|
중학생 아이가 청소년 추천도서를 많이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초등학생인 동생이 보기에도 좋을 것 같아서 구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휘 수준이 어렵지 않고 문장도 간결해서 초등학교 5~6학년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어른인 제가 읽기에도 재미와 감동이 있어서 한편의 미니 드라마를 보는듯 했습니다. 예스24에 이 책의 독후활동지도 있어서 아이와 이야기 나누기도 좋았습니다. |
|
순례주택을 이제서야, 그것도 아이 덕분에 읽어보네요. 학교에서 읽었지만 여러 번 읽고 싶은 책이라며 사달라고 할 때 사준 제 자신을 칭찬합니다. 여러 번 읽고 또 읽는 아이의 마음을 알겠다 싶은 책. 속 깊은 수림이와 현자 같은 순례씨의 다정한 대화 겉치레하지 않고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순례주택 사람들의 성실하고 정겨운 모습 그리고 속이 부글부글 끓게 하는, 순례주택 사람들과 매우 상반된 인격의 소유자인 1군들(수림이 가족)의 자라지 못한 철없는 언행까지 저는 모두 좋았어요.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겉만 자랄 수 있을까 싶게 무례하고 경박하고 이기적인가 하다가도 그럴 수 있지, 기사에서 많이 읽어 봤잖아? 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가만, 나도 이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겠지? 돌아보기도 하고요. 이 책을 읽으며 내 아이를 포함한 청소년들이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 겉으로 보이는 것, 흔히 말하는 조건들 보다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 결론은, 재밌다고요.^^ 좀 더 보고 싶은데 갑자기 마무리되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앞으로 1군들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상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내용 궁금하시죠? 솔직히 말해서 수림 엄마 대푼수다 증말! 아! 사기당한 거 혹시 할아버지의 빅픽처일까?🤷 순례씨 뭐 좀 아는 거 없어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순례주택
|
|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순례 씨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글쎄." 막연했다. 순례 씨, 길동 씨 부부, 박사님, 원장님, 2학년 담임쌤.....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은 금세 꼽을 수 있지만.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순례 씨 생각 동의." 주변에 있는 좋은 어른들은 자기 힘으로 살려고 애쓴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p53
"순례 씨, 있잖아. 나는 나중에 자식을 낳으면, 꼭 태어난 게 기쁜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 "왜?" "태어난 게 기쁘니까, 사람으로 사는 게 고마우니까, 찝찝하고 불안한 통쾌함 같은 거 불편해할 거야. 진짜 행복해지려고 할 거야. 지금 나처럼." -p226
집 안에 철든 사람이 한 명은 꼭 있게 마련이다. 수림이네 집은 수림이가 철든 사람이다. 수림이네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인 미림이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남의 노력 위에 서서 쉽게 살아가려 한다. 할아버지의 여자 친구인 순례씨와 함께 어릴 적부터 함께 살았던 수림이는 순례씨의 건물인 순례 주택과 집을 오가며 다닌다. 할아버지 집인 아파트에서 편하게 생활하던 수림이 부모님과 미림이는 할아버지가 사기 피해를 입고 갑자기 돌아가시자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 철든 사람은 수림이뿐. 수림이는 순례씨의 도움을 받아 부모님과 언니를 순례 주택 안에 들어가 살게 한다. 물론 수림이도 함께. 보증금과 세는 당연히 순례씨에게 내야 한다. 그 동안 도움을 줬던 주변 가족들은 수림이네 가족과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이제 부모님과 언니를 철든 어른으로 만들려면, 수림이가 나서는 수밖에.
순례 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는, 내면을 연마하는 사람들. 수림이는 그 연마 속에서 자랐다. 때문에 부모님과 언니를 이해하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하루하루를 연마하는 것도 모자란데 자기보다 못나 보이고 여유로워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혐오의 화살을 쏘는 엄마를, 수림이는 어른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다. 가족 중에서 가장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수림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 언니를 포용하려 애쓴다. 가족이니까.
수림이가 엄마, 아빠의 보호 아래 자라지 않고 언니의 등쌀에 채이면서 살아왔지만 이만큼 철든 아이로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순례씨와 할아버지, 그리고 순례 주택에 사는 사람들 덕분이었다. 주어진 환경을 포용하면서, 등돌리지 않고 바닥에 눕지 않고 잘 일어설 수 있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수림이는 연마의 '연'자를 깨닫게 되었을 터다. 이제 엄마, 아빠, 언니가 순례 주택 안으로 들어왔으니 수림이가 배웠던 연마를 전달해야만 한다. 그게 수림이가 가족을 사랑하는 표현 방식이기도 하다. |
|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가 있습니다. 나그네처럼 살다 가는 인생일까요. 이를 조금은 다른 말로 한다면 순례자가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독특한 이름의 주택 이름이 책의 제목입니다. <순례 주택>,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로 만나게 되는 “순례씨”라 불리는 할머니와 그녀의 최측근 ‘수림’도 있습니다. 1군이라 불리는 이들 덕분에 마주하게 되는 일촉즉발의 다양한 상황과 성장 스토리가 일품이고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일들은 실로 다양합니다. 배꼽 빠지게 웃게 되는 일도 있을 테고요. 눈물을 흘리다가 마를 정도의 아픔도 만날 수 있겠지요. 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살아가야만 하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사는 게 원하는 대로 뜻대로 되지 않음을 배우게 되는 날들로요.
수업 시간(?)에 들었던 추천 도서이자 교수님의 소개가 너무나 흥미로워서 장바구니에 모셔두었다가 구매하고 결국엔 읽게 되어버린, 아프지만 따사로워지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 비결을 배우는 것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순례씨 정도의 나이가 된다면 가능할까요. 아파트 공화국에 살아가는 이들에게 읽어보시길 권하여 드립니다. 커뮤니티는 카페에 존재하지 않음을, 살아가는 그곳에 있음을 배우게 됩니다.
그럼 저는 또 새로운 이야기를 찾으러 20000. ![]() #순례주택 #유은실 #비룡소 #블루픽션 #비룡소청소년문학선 |
|
비싸고 넓기로 유명한 원더 그랜디움에 살던 수림이네 가족은 갑작스러운 돈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집을 내놓기로 합니다. 돈 부족으로 집을 내놓게 된 것도 있지만 수림이를 제외한 수림이네 가족의 평소 생활 태도로 인해 '쫓겨난 것'도 있습니다. 원더 그랜디움과 순례 주택을 번갈아가며 집처럼 지내던 수림이는 이 사실을 순례 주택의 건물주인 순례 씨에게 말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순례 씨는 수림이네 가족에게 그들의 외할아버지의 방을 싸게 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사의 지도자는 부모님이 아닌 바로 수림이 였습니다. 수림은 집에 필요 없는 물건들은 다 팔거나 버리고, 직접 방의 치수를 재어 가구의 배치도 정했습니다. 결국 3주가 지나 수림이네 가족은 순례 주택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지만 순례 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수림이를 제외한 수림이네 가족을 싫어했습니다. 그 이유는 수림이의 엄마가 순례 주택을 욕하여 망신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림과 순례 씨는 1군이라 불리는 수림이네 가족에게 꼭 모든 약속을 지키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며 여차저차 며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원더 그랜디움과는 다른 시설에 1군들은 불평불만을 토로해내고 약속을 점점 안 지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순례 주택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너그러운 아량으로 1군들은 점차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변한 1군들의 생활을 마지막으로 소설은 끝이 납니다. 저는 이 책에서 인류애를 진정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순례 주택 주민들은 1군이 순례 주택을 비난했는데 순례 주택의 주민들과 순례 씨는 이해해주고 용서해줍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그들을 용서하지 않았다면 인류애를 느끼진 못 했을텐데 모두의 마음이 한 데 모여 1군들을 받아 들여주는 모습에서 정말 가슴이 찡한 인류애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인류애란 무엇이고 그걸 책에서 느껴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또한 1군들도 순례 주택 주민들의 마음을 받아 점차 변해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앞으로 현실 세계에도 이런 인류애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1군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1군들이 원더 그랜디움에서 쫓겨난 것이 살짝 통쾌하기도 했습니다. 원더 그랜디움의 주민들 뿐만 아니라 순례 주택의 주민들까지 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1군들을 진정한 어른으로 만들어준 것이 순례 주택의 주민들과 순례 씨, 그리고 수림이였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순례 씨가 말한 진정한 어른에 대한 정의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 애쓰는 사람'이라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라는 순례 씨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잘 사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 아닌 자기 주도적인 힘을 가지고 그 힘을 써서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라는 사실에 한 번 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진정한 인류애를 느끼고 싶다면,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려운 학생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
|
‘누가 누가 더 어린가’를 자랑하는 세상에서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나는 어떠한 덕목을 갖추어야 할까?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건 뭘까?' 마흔이 넘으니 이런 걸 생각하게 되더라. 《순례주택》은 이 질문에 유쾌하게 답해준다. 열여섯 수림이보다 어른답지 못한 내 모습이 보여 부끄럽기도 했지만 소설을 통해 얻은 교훈을 몇 가지 끄적여 보며 이런 어른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1. 경계를 나누지 않고 내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 경계가 싫고 국경이 싫어서 ‘국경없는 의사회’에 유산을 기부하겠다는 순례 씨. 이와 대조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온갖 편견에 사로잡혀 성 안에 갇혀 있는 1군들. 모든 사람이 당연히 대학을 나와야 하고, 남자 키는 최소 170cm 이상, 청소나 방앗간 일은 가난한 사람들이 하는 것, 순례주택 사람들은 고학력 자인 자신들에게 열등감이 느낄 것 등등. 그들의 삶의 모토는 빌라존과 아파트존 애들이 섞여서는 안 된다는 것. 무수한 편견이 경계를 만들고 갈등과 통합 저해를 유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군들의 편견을 들여다보면 외적 가치(사회적 인정, 명성, 금전적 보상 등)에 중요성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드라이 향기 풍기며 BMW 미니를 타는 20대가 되는 것을 꿈꾸는 미림이, 유일한 자랑거리였던 원더 그랜디움 아파트. 이런 희망이 멀어지고 사라지자 주체할 수 없이 올라오는 불안과 분노. 이에 반해 기존 순례 주택 사람들과 거북마을 사람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내적 가치(정직, 행복, 자아실현 등)인 것 같다. 할아버지와 순례 씨의 정직, 수림이의 행복, 병하오빠의 자아실현, 401호 박사님의 주체적 삶, 청소 아주머니나 방앗간 사장님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외적, 내적 두 가치의 균형이 중요하겠지만 행복은 내적가치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리고 타인의 내면에 있는 가치를 바라봐 줄 수 있다면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2. 상처와 결핍에 집중하기보다 감사하는 마음 바리대기라는 말까지 듣는 수림이. 태어나 순례 씨의 손에서 자란 수림이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불안정 애착으로 문제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소설 속 수림이는 상처와 결핍에 집중해 자기연민에 빠지기 보다 연약한 엄마와 예민하고 공부 잘한 오수림 덕에 순례 씨와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며 감사한다. 상처와 결핍을 단순히 회피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면서도 감사를 찾는 성숙한 모습이 대단하다. ‘감사해요, 충분해요, 만족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수림이는 순례 씨와 많이 닮아 있다. 둘 다 정말 행복에 가까운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3. 할 말 안 할 말 분별하는 능력 나이가 먹을수록 ‘할 말 안 할말 구별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상대를 배려해 제때 말하지 않을 것을 후회하고, 때론 너무 솔직해서 상처 준 걸 후회한다. 후회할 정도의 내용이라면 감정이 요동치거나 눈물이 없이 할 수 없는 이야기이고, 아마도 관계회복을 위한 핵심적 이야기일 것이다. 상대의 인격을 헤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나도 예쁘게 말할 자신은 없지만) 깊이 묻어뒀던 그 이야기가 서로에게 진심을 알리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지 않을까 싶다.
4. 너무 교과서적이어서 말하기 어색한 ‘정직’ 순례씨와 할아버지의 공통점이라면 ‘정직’이다. 두 분 다 쉽게 돈 벌려는 사람을 싫어했다. 일반 김밥을 시켰는데 참치 김밥이 나와 500원을 더 주고 오는 할아버지, 재료를 속이거나 대강 공사하는 일이 없던 할아버지. 일흔다섯까지 땀 흘려 일하며 살았던 할아버지. 고리대금업자로 구린 돈 벌던 전 남편과 그 돈을 가지고 이민간 아들을 생각하며 순례 씨는 할아버지의 정직한 모습에 더욱 끌렸을 것이다. ‘정직’이란 덕목이 너무 교과서적이라 어색할 지경이지만, 요행 바라지 않고 자신의 노력으로 많이 벌고, 정직하게 세금 잘 내는 사람, 나도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5. 경제적, 정서적 독립
순례 씨에게 있는 크고 튼튼한 줄 자는 마치 순례 씨의 어른다움 같다. 순례 씨는 수림이에게 줄 자를 빌려주고 수림이는 모지리 1군들을 데리고 어른스럽게 이사를 치른다. 그리고 말한다. “순례 씨, 이 줄자는 이사 마치고 돌려 줄게. 1군들도 써 보게 하고 싶어.” 수림이는 자신의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태양광 사기꾼과 고모들을 원망만 하던 엄마도 점점 변한다. 엄마는 거북 분식에서 김밥을 말고 자신이 처음 번 돈이라며 감격해 한다. 기괴한 금실을 보여주던 엄마 아빠는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한다. 먼저 어른이 돼 가고 있는 엄마의 눈에 이기적이고 어린애 같은 아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6. 부끄러움을 아는 것 옥탑방 원두를 가져 가 영선 씨를 말하게 만든 엄마,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고 옥탑방을 점령한 채 냉장고의 음식을 먹어 치우는 아빠와 언니, 순례주택으로 이사 간 것을 최고의 부끄러움으로 여기는 1군들을 수림이는 염치없다고 생각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들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문득 미림의 직면으로 깨닫는다. 건물주 상속녀 흉내를 내며 가족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자신을 모지리라고 경멸하던 1군들에게 똑같이 해주는 것이 행복이 아니란 것을 깨닫는다.
7. 어른의 역할을 아이에게 맡기지 않는 것 수림이는 이사를 진두지휘하고 자기용돈을 벌겠다며 아르바이트도 한다. 이 과정에 순례 씨는 수림이가 건강하게 독립해 갈 수 있도록 곁에서 세심하게 지켜봐 준다. 순례씨는 1군들의 이사를 위해 수림이를 코칭했고, 김밥집에서 일하고 온 날이면 수림이의 손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하지만 수림이는 열여섯. 누군가를 책임질 나이는 아니다. 어른에게 적당히 의존하고 보호받아야 하는 성장기 아이이다. 순례 씨는 수림이가 1군들을 201호로 데려오면서 느낄 과도한 책임감과 삶의 무게를 미리 간파했다. 그래서 어른들 갈등에 ‘중재자’가 되지 않도록 분명히 해주었다. 순례씨의 선견지명과 어른다움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8. ‘풋’ 처음이란 어려움을 견디어 주는 것 뭐든 처음이 어렵다고 말하는 순례 씨. 온실 속에서만 살던 1군들이 쑤시고 다닐 여지를 남겨주는 주려고 옥탑방에 라면을 항시 채워놓는 츤데레 순례씨는 “풋가난도 어려울 거야” 라며 연민한다. 누군가의 처음을 응원하고 견뎌주는 것은 인생을 어느 정도 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어른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지혜이지 않을까? '라떼는 말이야'가 아니라. 9. 회복탄력성과 긍정적 태도 빨강 머리 앤, 김현종의 시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말하는 순례 씨. 작가는 순례 씨가 그랬듯, 어려운 현실에 주저 앉지 말고 회복탄력성과 삶의 긍정적 태도로 관광객이 아닌, 순례자로 살아가길 수림이와 독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10. 말하지 않는 것도 사랑이야 큰 고모의 고구마를 먹으면서 「김씨네 편의점」을 보는 순례 씨의 모습을 통해 어른들의 사려 깊은 사랑이 전해진다. 진정한 어른으로 자라가기 위해 꼭 필요한 고난의 시간, 의존적 대상으로부터 정서적 & 경제적 독립을 해야 하는 시간. 홍길동이란 이름으로 변함없이 고구마와 쌀을 보내는 큰 고모나 캐나다로 이민한 가족이 편의점을 운영하며 겪는 이야기「김씨네 편의점」을 보는 순례씨는 어른이 돼야 할 사람들을 말없이 견뎌주고 있는 것 같다. 장르는 청소년 소설이지만, 성숙한 어른이 되길 원하는 모든 어른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 이 책은 원래 도서관에서 특이한 제목에 끌려서 읽었던 거였는데 계속 생각이 나서 결국 소장용으로 샀어요. 가족과 이웃간의 갈등을 책 소개에 적힌 것처럼 정말 단짠단짠으로 풀어 나가는데 짠맛에 해당하는 부분도 너무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순례씨 너무 멋지고 종종 생각날 것 같아요. |
|
어른이 되고 아이를 키우면서 이 세상에서 차별과 구분을 짓는 일은 어쩜 사소한 일에서부터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들이 있다. 예전에 그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한 아이의 부모가 청소미화원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너도 공부 안하면 저렇게 된다라고 무의식적으로 뱉는 것. 내가 의식하지 못한채 차별과 구분을 담고 오가는 무례한 행동들과 말들 속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 순례주택은 세신사 출신의 순례씨가 지은 빌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적은 보증금과 월세를 내는 곳이라 순례주택은 인기가 많아 입주하려면 번호표를 뽑고 5년은 기다려야하는 주택이다.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순례주택에 산다는 것에 늘 감사해하며 이웃과 배려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빌라촌 너머에 아파트가 있다. ‘나’인 수림이의 가족이 사는 아파트는 수림이 엄마에게 사람을 구분짓는 잣대가 되는 곳이다. 수림인 지금은 아파트에 살지만 어렸을적부터 부모와 떨어져 그 빌라촌의 순례주택사는 외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여자친구인 순례씨에게 키워졌다. 수림인 아파트 가족인 아빠와 엄마, 언니 미림이를 일군이라고 표현한다. 고학년출신의 전임교수만을 꿈꾸며 늘상 주위에 기대어 사는 아빠와 평생 일 한번 하지 않은채 고학력에 아파트에 살고있다는 우월감에 사람을 그것으로 사람을 재단하는 엄마, 자신밖에 생각 모르는 공부 잘하는 언니... 그 틈에서 그저 공부도 못하는 생활지능지수만 높은 수림은 늘 모자른 동생이다. 그래서 수림이는 일군들 사이에서 보다 순례주택의 주민들과 있는게 더 편안하다. 그런 수림이의 가족에게 사건이 생기며 쫓기듯 아파트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절박한 순간에서도 자기들 스스로 일어서기보다는 주위에서 도와주길 기다리며 절망만 하는 가족들을 보며 수림이가 가출할까라는 생각을 하자 순례씨가 수림이에게 하는 말이 있다. “수림아,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 아니?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야.” “.......... 네 부모는 지금껏 저절로 살 곳이 생기는 세상을 살았지. 맘대로 아버지 돈 쓰는 세상만 산거야..... “ 사실 어떤 사람이 어른인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른은 그저 나이가 먹으며 저절로 되는 것이니깐 말이다. 힘들지 않아도 어른은 될 수 있지만 어떤 어른은 내가 스스로 선택해야하는거다.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 정답이다!! 아직 어리기만 한 부모와 언니를 순례주택으로 데려 와서 온실밖의 세상을 적응하게 훈련해보자는 순례씨의 말에 열여섯 수림인 안도와 희망을 느끼며 순례주택으로 이사해왔다. 변한 세상속에 꿋꿋한 수림이가 낯선 가족들은 자신이 순례주택에 온 것이 사람들의 배려로 왔음에도 감사할 줄 모르며 그 곳에 사는 입주민들을 여전히 무시하며 자신들만 불쌍하다고 생각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림이 부모는 서로를 존중하자며 존댓말을 쓰는데 그게 참 우아하게 무식하면서 무례한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아파트 너머 빌라촌 사람들을 향한 자신들의 무례는 알지도 못하는 것일까? 모른척 하는 것일까? 어쨌든..... 그렇다. 아쉽게도 이 책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수림이의 가족은 그다지 변화가 없다. 사실 이 이야기가 그렇게 담백하게 끝나서 오히려 더 울림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를 돌아보게 만드니 말이다. 이 이야기속에서 제일 현실성 없는 사람은 순례씨이다. 욕심도 미움도 없는 그런 순례자 같은 사람.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그런 드라마틱한 사람. 순례씨가 좋아하는말이 있다. 관광객은 요구하고 순례자는 감사한다. 난 내 인생의 순례자일까 관광객일까? 그리고 난 어떤 어른일까? 내 인생의 순례자가 되기 위해 고민을 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