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9)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7%
  • 리뷰 총점8 62%
  • 리뷰 총점6 21%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5.0
  • 40대 7.0
  • 50대 8.0

포토/동영상 (6)

리뷰 총점 종이책
『레드』피를 부르는 색, 레드
"『레드』피를 부르는 색, 레드" 내용보기
며칠 전 꿈을 꾸었다. 꿈을 꾼 날 아침에는 소름이 끼쳐 한동안 불안할 정도였다. 아마 이 책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어서 일까. 길다란 칼로 사람을 찌르는 소설의 내용 때문에 소름끼쳐 하면서 읽은 이 작품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꿈의 내용이 희미해졌지만 그때는 괜시리 불안했었다.   우리나라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은지가 꽤 된것 같다. 오래전에 읽은, 지금은 제목도 기
"『레드』피를 부르는 색, 레드" 내용보기

며칠 전 꿈을 꾸었다. 꿈을 꾼 날 아침에는 소름이 끼쳐 한동안 불안할 정도였다.

아마 이 책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어서 일까. 길다란 칼로 사람을 찌르는 소설의 내용 때문에 소름끼쳐 하면서 읽은 이 작품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꿈의 내용이 희미해졌지만 그때는 괜시리 불안했었다.

 

우리나라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은지가 꽤 된것 같다.

오래전에 읽은,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은 김성종 작가의 추리소설을 읽은게 다 였으니까. 물론 최근에 나온 추리소설 기법을 사용한 소설을 읽기는 했다. 추리소설하면 영미권이나 북유럽 소설이 강세를 이루고 있어서 아무래도 그쪽 소설을 더 많이 읽게 된다.

 

그런 우려를 갖고 읽은 책인데 생각보다 괜찮은 추리소설이었다.

다만 편집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박형사가 나오는 단락에서 갑자기 추리소설 작가인 민성의 이름이 나열된 식이고, 박형사가 나오는 부분에서 갑자기 윤형사라는 이름이 들어있기도 한 이유 때문이었다. 이런 오타는 좀 피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책 내용을 보자면, 주로 생리를 하는 여자들만으로 골라서 살인을 하는 연쇄살인범을 쫒는 이야기이다. 연쇄살인범을 쫒는 경찰서 직원들과 연쇄살인범을 주인공으로 하는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 작가가 쓴 추리소설대로 연쇄살인을 저지른다는 보고서를 써온 한 남자와 여동생이 실종되었다는 여대생이 주를 이루는 인물구조를 갖고 있다.

 

자신이 쓴 소설대로 연쇄살인이 벌어진다면 작가 입장에서도 꽤 두려울 것 같다.

이 책 속에서 작가 민성 역시 자신만의 방법으로 연쇄살인범을 쫓으려 하고, 자신이 12년전의 한 사고 때문에 기억상실을 겪었던 일과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말이다. 연쇄살인범을 좇는 박형사 또한 집과 꽤 먼 곳에서 목이 잘린 채 살해당한 여대생 주변을 탐문하면서 여대생의 중학교 시절 과외 교사와 함께 아이들과 만들었던 모임과 그 모임을 이끌었던 김현 이라는 과외 선생을 찾으려 한다.

 

사건 해결을 위한 그들의 행동이 거듭될 수록 사건은 12년전에 일어났던 용호 농장에서의 화재 사건과 맞물리게 되는 것이다. 그곳에 얽혀있던 진실로 다가갈수록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실과 맞딱뜨리게 되는데 소설은 아주 애매하게 끝이 났다. 

 

 

카라바조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책 속에서는 살인사건이 난 장면의 피해자의 모습을 보며 카라바조의 위 그림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을 떠올렸다고 했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끔찍한 모습이다. 피해자가 발견될 때마다 목이 잘리는데 이런 의식을 거행했던 것이다. 

 

영미나 북유럽 소설에 비해 촘촘하게 짜여진 추리소설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짜릿함도 있었다. 우려했던 것보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4.02.04. 신고 공감 7 댓글 7
리뷰 총점 종이책
레드
"레드" 내용보기
추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추리 스릴러를 쓰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많지 않다는 것. 이것 역시 나의 편견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외국소설은 열심히 읽었지만 우리나라 소설을 읽지 않았던 탓도 있고, 우리나라에 이렇다 할 작가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우리나라 추리 스릴러 작가를 만나는 것은 그래서
"레드" 내용보기

추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추리 스릴러를 쓰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많지 않다는 것. 이것 역시 나의 편견일지 모른다. 지금까지 외국소설은 열심히 읽었지만 우리나라 소설을 읽지 않았던 탓도 있고, 우리나라에 이렇다 할 작가를 알지 못할 수도 있다. 이유가 어떻게 되었든 우리나라 추리 스릴러 작가를 만나는 것은 그래서 더 반갑다. ‘암살’,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을 쓴 작가 김유철이 새로운 신작을 냈다. ‘암살’이란 책을 읽지 않았지만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은 집에 책이 있음에도 아직 읽지 않았는데 신작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소설가 민성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자신이 쓴 소설과 똑같은 살인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믿고 싶지 않지만 기억을 더듬던 민성은 12년 전 어떤 사건을 생각하게 된다. 그 사건으로 민성은 이전의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의 기억과 살인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12년 전 용호 농장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어느 날 여성을 살해한 후 장기를 훼손한 사건이 발생한다. 박 형사는 피해자의 주변을 탐문하다가 그녀와 관련된 어떤 모임을 알게 된다. 그 모임의 주최자는 김현이라는 사람인데 그는 3년 전 행방불명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현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존재하고 둘 중 하나가 사이코패스임이 밝혀지는데...

 

얼마 전 푸른 수염이라는 동화를 모티브로 한 책을 읽었다. 근데 예상외로 푸른 수염을 모티브로 한 책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이 푸른 수염을 모티브로 했는지는 작가의 말이 없어서 알 수 없지만, 책에 푸른 수염을 쓴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흥미로웠다. 샤를 페로라는 이름보다 그가 쓴 동화책이 훨씬 유명한 사람. 잠자는 숲속의 미녀, 신데렐라, 푸른 수염, 장화 신은 고양이까지.. 샤를 페로라는 작가의 이름이 유명하지 않은 이유는 구전되던 프랑스 민담을 수집하고 그것을 편집해 동화 형식으로 썼을 가능성이 많아서 이고 또 하나는 샤를 페로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는데 구체적으로 누가 그 동화를 썼는지 몰라서 이기도 하다. 샤를 페로라는 작가가 가진 모호하고 무거운 이미지 때문일까? 이 책에서 말하는 쌍둥이 형제의 기이한 행동이 그래서 더욱 섬뜩하다.

 

예전 우리나라엔 나병 환자들이 모여 있던 마을이 있었던 걸로 안다. 소록도였던가? 지금은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용호 농장이란 곳은 바로 그런 사람들의 마을이었다. 이곳에서는 나병환자들을 위한 치료와 함께 불임수술, 낙태, 신약개발에 필요한 임상실험까지 도맡았고, 원칙적으로 아이를 가지는 게 불법이었다. 하지만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 아닐까? 그곳에서 몰래 아이를 키우는 부부들이 있었다는 것. 그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누구를 향해 복수의 칼을 갈게 되었을까? 부모가 있지만 나병환자라는 이유로 헤어져야했고, 버려져야 했을 아이들.. 분명 살인은 나쁜 것이다. 하지만 나병환자의 아이들이란 이유로 낙태를 강요받고,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할 세균 같은 존재로 치부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

 

생명은 모두 소중하다고 배웠지만 자본주의에서 모든 생명은 소중하지 않은 것 같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생명을 소중할 수 있어도 나에게 위협이 되는 생명은 결코 소중해지지 않는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욕심을 부리는 인간의 모습은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도 자신의 핏줄은 소중하고 아까우니... 인간이란 참 묘한 동물인 것 같다. 자신의 가족에게는 더 없이 인자하고 자상한 사람이 누군가를.. 태어날 때부터 언제 죽을지 모를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내 던져진다면 그 아이는 과연 제대로 된 정신 상태로 살아 갈 수 있을까? 사이코 패스를 주제로 한 많은 책들이 있었다. 이 책은 우리나라 작가가 써서 그런지 더욱 공감가고 더 아프다. 또한 마지막은... 묘한 여운과 함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다시 2편이 나올 것 같은 느낌으로 그려져 있다.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어 좋았던 책읽기다.



YES마니아 : 로얄 k*****3 2014.01.06. 신고 공감 4 댓글 10
리뷰 총점 종이책
레드
"레드" 내용보기
개인적으로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이 장르의 작품은 거의 다 외국 작가들의 작품이 뛰어나 자연스럽게 외국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게 된다.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도 읽고 싶지만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극히 만족스럽다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헌데 이번에 황금가지에서 나온 김유철  작가님의 '레드'는 오래간만에 스토리도 재밌게 만족하며 읽은 책이다.    대학
"레드" 내용보기

개인적으로 스릴러,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이 장르의 작품은 거의 다 외국 작가들의 작품이 뛰어나 자연스럽게 외국 작가들의 책을 많이 읽게 된다.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도 읽고 싶지만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극히 만족스럽다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헌데 이번에 황금가지에서 나온 김유철  작가님의 '레드'는 오래간만에 스토리도 재밌게 만족하며 읽은 책이다. 

 

대학교 4학년의 여대생이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되어 발견된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심장이 사라진 것이다. 사건 현장 근처에서 방화범을 쫓고 있던 박형사와 그의 동료는 살인사건 현장으로 달려가고 죽은 여대생의 주변에서 날카로운 사시미용 칼과 프랑스제 오피넬이 함께 발견이 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민성은 수업 중에 낯선 남자의 말에 당혹감을 갖게 된다. 남자의 이름을 알려 준 여학생과의 진한 관계를 가진다. 여학생은 자신의 여동생이 갑자기 사라졌다며 그의 소설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암시를 준다.

 

박형사는 죽은 피해자의 집을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한 권의 책에 눈이 간다.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 인류학의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책은 참나무에 붙어 사는 겨우살이를 황금가지라고 불렀다. 잘린 겨우살이가 어느 순간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고대의 켈트족이 보고 황금가지로 태양 불을 다시 붙일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끝없는 겨울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된 두려움이 바탕이 된 토테미즘...

 

박형사는 피해자 여대생이 속해 있던 동아리를 찾았다가 중학교 때 친구들과 함께 한 모임과 그들이 따랐던 선생님이 중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허나 그는 이미 3년 전부터 행방불명이다. 갑자기 그는 왜 사라졌으며... 박형사는 그의 행방불명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란 느낌을 받는다.

 

같은 사건의 진실을 쫓는 박형사와 민성이란 두 남자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어 진행된다. 오래 전 커다란 슬픔을 안겨 준 사건의 기억의 잃어버린 남자 민성... 그는 자신의 봉해진 기억 속에 아주 사건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있었을 거란 생각에 작은 기억의 문을 열려고 하지만...

 

첫 번째 사건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커다란 불로 인해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던 '용호농장'이 나타나고 이곳에서 첫번째 피해 여대생의 아버지가 근무했었다는 사실이 들어난다.

 

용호농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사건의 진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듯 보이지만...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고대 신앙, 멕시코시의 자리에 있었던 아스테카 왕국의 수도였던 고대 도시 테노치티틀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전 동화를 쓴 샤를 페로와 그의 쌍둥이 형, 샤를 페로를 추종한 질 드레, 그리고 잔 다르크 등... 전혀 상관없이 보이는 연쇄 살인사건과 이들을 묶어 놓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미스터리 추리 소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요소는 다 갖추고 있다. 책 속에 빠져 들게 만드는 흡입력도 좋고,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속도감과 빠른 진행, 여기에 마지막에 들어나는 반전은 어느 정도 살짝 예상이 가는 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좋다. 충분히 범인이 혹시 하는 생각을 하기 전까지 범인에 대해 전혀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쓰여졌다. 

 

치밀하고 섬뜩하면서도 매혹적인 심리 추리 스릴러란 표현이 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게 읽은 추리 소설이다. 김유철 작가님의 책은 처음인데 이 책을 읽으며 이 전 작품인 '암살',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은 어떨지 궁금해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너무나 재밌게 읽었기에 작가님의 다음 작품 역시 기대감을 안고 기다릴 생각이다.



q******5 2014.01.14. 신고 공감 2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레드 - 김유철
"레드 - 김유철" 내용보기
헐떡이는 남자의 거친 숨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그녀는 남자의 압박 속에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어딘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깊은 어둠 속에서 핏물을 쏟아낸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대학 강의 도중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자살을 뜬금없이 언급하는 한 남자로부터 자신의 소설과 똑같은 형태의 모방살인이 벌어지고 있단 얘길 듣고 어이없어 하기보다 심각한 분석에
"레드 - 김유철" 내용보기

헐떡이는 남자의 거친 숨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그녀는 남자의 압박 속에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어딘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깊은 어둠 속에서 핏물을 쏟아낸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대학 강의 도중 미시마 유키오의 할복자살을 뜬금없이 언급하는 한 남자로부터 자신의 소설과 똑같은 형태의 모방살인이 벌어지고 있단 얘길 듣고 어이없어 하기보다 심각한 분석에 들어가는 소설 작가 민성이 있다. 여러모로 황당무계한 주장 같았지만 한 여학생을 통해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한 의문을 생각한 동시에 12년 전 자신의 기억에서 지워진 일부를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결심한다.

 

 

그러는 와중에 여성의 장기를 훼손하여 유기하는 살인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데 경찰의 탐문 결과 희생자들은 공통적으로 과거에 속해있었던 특정 모임이 있었음이 드러난다. 민성의 잃어버린 기억과 연쇄살인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듯하다. 그 점만으로도 충분히 경악할만한데 수면 위로 조금씩 드러나는 과거의 기억들은 점점 수렁으로, 나락으로 몰아가는데...

 

 

민성은 추리소설 작가로서 역사 속 가학적 연쇄살인마에 대한 행동 연구가 창작의 밑바탕이 됨을 부인하지 않는다. 독일의 피터 쿠르텐처럼 자신이 똑같이 생각하고 유사하게 행동하고 싶어 한다는 유혹에 대한 고백은 여러모로 미심쩍다. 어떤 복선을 상기하기라도 하는 걸까? 그 뿐만이 아니다. 희생자들이 속해있었다는 동아리 모임은 구상부터가 미스터리의 모범적 표상이고 그 점이 나는 맘에 들었다. 어차피 익숙하지만, 또한 프레이저의 황금가지에서 따온 죽이려고 덤벼드는 사람을 죽이고 언젠가는 그 자신도 죽임을 당한다는 인용문구도 강한 인상으로 읽는 이를 계속 혼란 속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어디 그 뿐이랴, 특정 회차 작가상의 수상자가 누락된 이유까지 페이지를 넘길수록 한번 꼬인 실타래를 한 층 더 복잡하게 만드는데 이해 여부를 떠나 기존의 한국 추리소설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소품들이 기이할 정도로 기분을 들뜨게 한다. 어떻게 설명해야 정확할지 모르나 불안과 심리적 공포의 밀도가 안개처럼 스물 스물 온 몸을 휘감아 돈다고 해야 할까. 이런 맛에 추리소설을 읽는 건 아닌지 스스로 자문까지 해 보았다. 암튼 가독성이 좋다. 민성이 자신의 과거에 얽힌 망각의 한 조각을 토대로 살인마를 추적하는 이야기와 박 형사가 알아낸 단서로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면서 포위망을 좁혀가는 전개다. 설득력이 없어 보이던 이야기에 허둥대고 살인마의 농간에 당하면서도 두뇌게임을 포기하지 않는 의지야말로 사건해결의 막연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그러면서 소설의 배경이기도 한 과거 부산의 한센병 환자 집단거주지 '용호농장'은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했던, 아니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는 그 곳은 말로 담기 힘든 차별과 멸시, 인간 이하의 삶이 고통스러웠던 오욕의 현장이었을 것이다. 그 곳에서의 거짓말 같은 일들은 미간을 찡그리게 하며 추리소설로서의 장르적 쾌감과는 별도로 양심의 잔인한 은폐 속에 자행되고 있었다. 이기심과 무관심, 야만의 이름으로 말이다. 거기에다 범행현장을 점선으로 연결해 파생된 특정단어가 진정한 복선이라고 할 수 있는데 누군가의 표현대로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를 연상시키는 갖가지 도구와 수단들을 동원해서 풀어내는 인신공회의 역사는 어디까지나 수수께끼 같은 두려움이다. 나는 떨쳐버리지 못했다.

 

 

민성의 말처럼 나병은 사라졌지만 환자들에 대한 혐오스런 이미지와 공포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것처럼 죽음을 부르는 저주는 피의 제단에 바쳐질 신의 제물을 찾고 있었단 생각에 지금도 등골이 서늘하다. 연쇄살인마라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만든 사회적 배경이 더 공포스러운 거다. 작가 김유철은 이러한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인간의 밑바닥에 깔린 저 어둠을 들여다본다. 생생하고 탄력 있는 필력의 힘으로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의 흥분과 박력을 인상적으로 전달하는 수작이다.

 



q****5 2014.01.29. 신고 공감 1 댓글 5
리뷰 총점 종이책
레드
"레드" 내용보기
산업사회가 되고 세상이 빠르고 각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문명은 발달하고 인간의 인권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도 많아진다. 정신적으로 부담감이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세상이 무섭다.   어쩌면 누구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규범에 갇혀
"레드" 내용보기

산업사회가 되고 세상이 빠르고 각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문명은 발달하고 인간의 인권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적응자도 많아진다.

정신적으로 부담감이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세상이 무섭다.

 

어쩌면 누구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규범에 갇혀 그리고 양심의 목소리가 더 커 일탈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더욱 사이코패스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는 건 아닌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인간군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아마도 스릴러물의 정수가 아닐까?

어떨땐 화면 가득 잔인함으로 채워지는 스럴러 공포 영화보다 책으로 보는 활자가 더 무섭고 무겁다.

그만큼 상상의 폭을 넓혀 주어서 그럴 것이다.

 

유달리 춥고 긴 올 겨울...

상상만으로 무서운 책을 골랐다..

 

 

 

'레드' 김유철의 장편소설이다.

표지는 인형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눈을 또렷이 뜬 인형의 얼굴에 공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펴는 순간 한 남자에게 끌려가는 정신을 잃어가는 여성의 이야기가 온통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소설가이자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민성은 수업 도중 이상한 질문을 받는다.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생리중이라는 여성은 자신의 혈에서 나는 냄새에 쾌감을 느끼지 않겠냐고 묻는다.

피를 흘리는 여성 그리고 연쇄 살인..

그녀에게 묘하게 끌린 민성은 그녀와 시간을 보낵다.

그녀는 그에게 묘한 수수께끼를 내는데..

 

알 수 없는 살인사건들이 터진다.

여성을 노린 사건...

젊은 여성들은 살해를 당하고 장기가 없어진다.

형사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살해를 당한 여성들을 조사하며 물망에 오른 남자들.

살해에 사용된 칼이나 증거들을 가지고 사건을 풀어나가지만 미궁이다.

샤를 페로 그리고 쌍둥이..

어쩌면 범인은 쌍둥이일 수 있다는 추론이 나온다.

황금가지라는 책의 연관성도 제기된다.

그리고 나환자들을 따로 격리한 마을..그 마을이 제건되고..

환자들은 자식을 낳도록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도 아이들이 태어나 자랐으니..

보육원으로 온 쌍둥이 중 한 명은 모범생,,그리고 한 명은..

그렇다면 나머지 한 명이 범인일 거라는 추론을 벌인다.

 

민성을 유혹한 여성은 동생을 찾고자 그에게 접근했고 그들은 단서를 찾아나선다.

끝까지 결말을 알 수 없었던 이 사건의 결말은 반전에 반전을 계속한다.

그래서 다 읽을 때까지 잠시도 한 눈을 팔기 힘들었다.

p******s 2014.01.25.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레드』by 김유철
"『레드』by 김유철" 내용보기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의 책을 읽었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아기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측면의 아기 모습이 보인다.  아니, 아기라고 하기보다는 태아가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순간 섬뜩하게 다가온다.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 다른 책들 밑에 깔려 리뷰를 쓴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다, 책 정리를 하는 중에 다시 들여다 보게 되었다.  어떤 느낌으로 읽었었지?  기억이 가물거리는
"『레드』by 김유철" 내용보기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의 책을 읽었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아기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측면의 아기 모습이 보인다.  아니, 아기라고 하기보다는 태아가 어울릴지도 모르지만 순간 섬뜩하게 다가온다.  읽은지는 꽤 되었는데, 다른 책들 밑에 깔려 리뷰를 쓴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다, 책 정리를 하는 중에 다시 들여다 보게 되었다.  어떤 느낌으로 읽었었지?  기억이 가물거리는데, 굉장했다는 느낌은 남아있다.  이래서 리뷰는 바로 써야만 한다. 읽으면서 생생하게 전달되어지던 느낌과 생각들이 사라져 버리기전에 말이다.  갈무리해두었던 부분들을 다시 간추리고 이야기의 흐름을 떠올려 본다.  어떤 느낌이었었던가를 다시 한번 떠올려보면서 김유철 작가의 필력에 놀랐던 기억도 떠오른다.

 

 

'부산 용호농장에 있는 병원에서 12월 24일 저녁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서른한 명의 사상자를 낸 뒤 진화되었다.  경찰은 방화로 인한 화재로 보고 수사 중이다.' (p.79)  

 

  색이 바랜 1999년 12월자 신문에 실린 기사가 왜 중요한 의미로 다가올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설 작가로 알려진 민성은 대학 강의 도중 한 남자로부터 자신의 소설과 똑같은 형태의 모방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어처구니 없는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12년 전 자신의 기억을 송두리째 앗아간 어떤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자신의 기억과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사건을 조사한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이 연쇄살인과 깊은 연관이 있음이 드러나고 경악한다.

 

  민성의 이야기와 맞물리면서 사건을 담당하는 박 형사는 여성을 살해한 후 처참하게 훼손하여 유기하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자 피해자의 주변을 탐문하다가, 그녀가 과거 몸담았던 특정 모임에 의심을 품는다. 모임의 주최자인 김현은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 그의 과거를 쫓다 그가 쌍둥이였으며, 둘 중 하나가 사이코패스임을 알게 되고, 김현이라는 인물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주변인물들은 모두 김현을 이야기하지만 어디에도 김현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김현이 살았던 곳에서는 경찰을 무시하는 것처럼 사건의 흔적들을 흩으려 놓고 있다.

 

'저렇게 예쁜 여성들을, 그리고 젊은 청년들의 튼튼한 심장과 붉은 피를, 토나이투에게 바치면서 영원히 그 불꽃이 사그라지지 않기를 기원했던 거지.' (p.115)

 

  토템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황금가지인 겨우살이을 들려주고 있지만, 이 제단의 의미는 교묘하게 감추어 두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근간이 되었던 사간이 하나씩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부산용호농장의 화재사건.  화재사건으로 서른한 명이 사망했고 생존자는 병원장을 포함해 세명뿐이었다.  사망자 중에 신원확인이 가능했던 사람은 모두 다섯명에 불과 했다. 병원장을 뺀 생존자는 현장에서 검거된 방화용의자와 혼수상태로 종합병원으로 후송된 정체 불명의 남자였고, 그 생존자는 1개월만에 병실에서 깨어났지만,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그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제 독자는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남자의 존재. 그는 민성인가? 김현인가?  작가는 드문드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마지막 카드는 보여주기를 거부하는 듯 숨겨둔다.  물론 결론은 난다. 왜 이책의 표지가 쌍둥이를 겹쳐놓았는지도 알게되고, 왜 용호농장이 사건의 중심인지도 알게되지만, 결말은 독자를 충분히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아니, 모두가 두려워했지....... 녀석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어....... 그런 능력으로 농장 전체를 광기 속으로 천천히 몰고 갔지......." (p.230)  생존자인 병원장이 박형사에게 표현한 인물.  인간이지만 인간이기를 거부한 몬스터. 몬스터를 잡을 수는 있을까?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이기심과 잔인함을 작가의 말처럼 애써 외면하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너무나 평범하게 그려지고 있는 인물이 혹시라는 생각을 아주 잠깐 스치듯 하긴 했지만, 사건의 결말은 독자만 알게 만들어 버린다.  몬스터의 복수는 끝이 난 것일까?  자신의 복수를 위해 주변의 모든 인물들이 희생을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미스터리, 스릴러, 추리... 『레드』는 이 모든것을 포함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만족을 주기는 힘든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음에도 김유철이라는 작가를 확실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d****2 2014.04.0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레드 - 빨가면 사과 아니 피, 물보다 진한…….
"레드 - 빨가면 사과 아니 피, 물보다 진한……." 내용보기
작가 - 김유철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여성을 살해한 후 장기를 훼손하는 끔찍한 사건이다. 희생자의 주변을 탐문하던 중,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를 지목하지만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이미 3년 전부터 행방불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이어진 또 다른 소녀의 살해사건…….     한편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던 민성에게 두 남녀가 다가온다. 그 중 남자는
"레드 - 빨가면 사과 아니 피, 물보다 진한……." 내용보기

  작가 - 김유철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여성을 살해한 후 장기를 훼손하는 끔찍한 사건이다. 희생자의 주변을 탐문하던 중,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를 지목하지만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이미 3년 전부터 행방불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이어진 또 다른 소녀의 살해사건…….

 

  한편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던 민성에게 두 남녀가 다가온다. 그 중 남자는 민성의 작품과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으며, 연쇄살인범을 쫓고 있다는 말을 남긴다. 다른 한 명은 여자로 실종된 여동생을 찾아달라며, 남자가 범인을 쫓는데 도움을 달라고 부탁한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던 민성이었지만, 그 범인이 자신과 관련이 있었다는 걸 알고 적극 나선다. 사실 그에게는 비밀이 하나있는데, 12년 전의 기억을 잃었다는 점이다.

 

  모든 단서는 12년 전에 있었던 ‘용호농장 화재사건’을 지목하고, 그 뒤에 숨겨져 있던 비밀들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그 농장 관련자들의 가족이 왜 살해당하는지, 민성은 왜 기억을 잃었는지, 연쇄 살인의 지도에서 드러난 TWIN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실종된 소녀는 과연 살아있을 것인지.

 

  소설은 두 팀, 형사와 민성이 각각 사건을 쫓아가는 구성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그들은 초반과 중반에는 접점이 없다. 나름대로 사건을 추적하다가 마지막 부분에 가서야 모든 사건의 시초였던 ‘용호농장’에서 만나게 된다. 그래서 독자는 두 팀이 찾은 단서를 가지고 나름대로 범인에 대해 추측하는 재미를 느낀다. 형사가 어떤 가설을 내놓으면 ‘잘 따라오는군.’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그건 아니지, 이 사람아!’라면서 버럭 화를 내기도 한다. 민성이 가끔 떠올리는 단편적인 기억과 형사가 고아원에서 찾아낸 단서를 조합해서 ‘이건 이럴 거야!’라고 추측해서 맞으면 좋아라하고 틀리면 실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야기는 반전이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대략 두 팀의 이야기를 연결시키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호농장의 정체와 회장의 최후는 조금 놀라웠다.

 

  소설의 구성은 커다란 베틀로 가로세로 올이 어긋남 없이 촘촘히 짠 옷감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그런데 막판에 방심해서 마무리를 잘 못한 모양이다. 끝부분에 실이 얼기설기 느슨하게 엮이더니, 급기야 올이 풀려버렸다. 그게 아니라면 중간에 가로나 세로 중의 하나를 몇 번 건너뛰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완성했을 때 중간에 미묘하게 옷감의 줄이 어긋나있는 걸지도, 그 때문에 마지막 부분에 가서 올이 하나 삐져나오거나 밀려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이런, 적고 보니 심각한 스포일러가 돼버렸다. 그래서 '더보기'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하지 않는 분들은 패스!

 

 

  등장인물 중에서 형사들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바로 의사인 원의 존재였다. 사실 그들은 원이라는 사람이 있는지조차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원은 민성에게 최면을 걸어 기억을 되찾는데 도움을 주는 친구이자 의사이다. 민성은 나중에야 어렴풋이 기억하지만, 그와 어릴 때 용호농장에서 자랐었다. 또한 민성의 기억 속에서는 원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었다.

 

 

  유력한 용의자였던 김현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고, 그 형이 보기와 달리 잔혹했으며, 어릴 적에 김현이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모든 범죄행위의 뒤에는 형이 있었다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그의 정체가 누구일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경찰은 모든 범행을 민성이 저질렀다고 판단했지만, 사실 원이 저질렀을 수도 있다.

 

 

  난 원이 모든 사건의 배후라고 생각한다. 최면을 걸 정도였으니 기억을 조작하는 것이야 간단하리라 생각한다. 무려 12년 동안이나 옆에서 돌봐줬으니 말이다. 그러니 증거를 조작하는 것도 무리가 없었을 것이고 말이다.

 

 

  경찰은 민성이 김현의 쌍둥이 형제일 것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서, 그의 얼굴이 다르다는 것에도 별로 의심을 하지 않았다. 수술을 받았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지나쳐버린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어딘지 익숙한 얼굴의 의사를 병원에서 만났을 때도, 그냥 익숙하다고만 생각하고 지나쳐버린다. 그런데 혹시 그 의사가 원이었다면? 형사들은 김현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다. 예전에 찍은 사진을 통해서만 접했었다. 그 때문에 혹시 원이 김현과 닮았다고 해도 그림이나 사진과 현실의 괴리감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고만 여길 뿐,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의 수중에 민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형사들이 처음부터 민성을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했다면, 원에 대해 그들도 알았을 것이다. 용의자의 주변 인물을 샅샅이 조사하는 것이 수사의 기본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김현에 대해 초점을 맞췄고, 민성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피해자들이 용호농장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제야 그 사건의 생존자인 민성에게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민성이 나름 조사하던 자료를 보고, 그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후 사건은 급물살을 타고 긴박하게 흘러, 민성이 거의 의식을 잃었기에 형사들은 제대로 된 취조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민성을 김현의 형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지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원의 계획이었다면?

 

 

  민성을 범인으로 보기엔 회수가 되지 않은 떡밥이 몇 개 있었고, 원을 범인으로 하기엔 좀 더 힌트를 명확히 줬어야 했다.

 

더보기

 

  책에서는 그런 힌트들에 대해 확실히 어떻다고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냥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암시만 여기저기에 던져주었다. 그러니까 떡밥만 잔뜩 흩뿌려놓는 건 작가의 몫이고, 그걸 잘 모아서 거르고 조합하는 건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나만 혼자 이상하게 추리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사건의 범인은 형사들이 찾아낸 그 사람이 맞을 수도 있다. 그냥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몇 가지 문항들을 보면서 나 혼자 저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그래도 그런 부분까지 명쾌하게 밝혀지면 좋은데, 그렇지가 않아서 좀 아쉬웠다. 음, 설마 그냥 작가가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먹지 말고, 머리를 좀 쓰라는 배려이자 함정일까?

 

  그런데 이상한 부분! 왜 작가는 1929년을 ‘천구백이십구 년’으로 119를 ‘일일구’라고 썼을까? 대화부분에서 숫자가 나올 때는 일일이 한글로 쓰고, 그냥 서술부분에서는 숫자로 적었다. 사람이 숫자를 읽을 때와 쓸 때가 다르니까,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였을까? 하지만 요즘은 그런 구별을 잘 안하는 편이다. 그런데 왜 작가는 그리했는지, 그것이 알고 싶을 뿐이다.

 

  별점을 어떻게 줘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구성을 전반적으로 짜임새 있게 잘 짰고, 중간에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약간 호의적으로 주기로 마음먹었다.

 

 



v********0 2014.01.21.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내 머리가 너무 굳어진 것인가?
"내 머리가 너무 굳어진 것인가?" 내용보기
재미있다는 느낌보다 당혹감이 더 크다. 문체는 안정적이지만 작가가 설정해 놓은 장치와 구성이 혼란으로 몰아갔다. 의도적으로 연도를 한글로 썼는데 이 때문에 몇몇 시간에 대한 개념이 깨졌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나이와 사건의 발생시기가 머릿속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앞장으로 돌아간 것도 바로 이 시간 때문이다. 잘못 읽고 착각한 것인지 아
"내 머리가 너무 굳어진 것인가?" 내용보기

재미있다는 느낌보다 당혹감이 더 크다. 문체는 안정적이지만 작가가 설정해 놓은 장치와 구성이 혼란으로 몰아갔다. 의도적으로 연도를 한글로 썼는데 이 때문에 몇몇 시간에 대한 개념이 깨졌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나이와 사건의 발생시기가 머릿속에서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것이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앞장으로 돌아간 것도 바로 이 시간 때문이다. 잘못 읽고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연출인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 속에 몰입하는데 가장 방해가 된 것은 사실이다.

 

프롤로그에 한 여자가 칼에 찔린 채 어딘가로 떨어진다. 처음 이 장면을 읽었을 때와 지금 다시 보니 느낌이 다르다. 처음에는 할아버지가 왜 나왔는지 몰랐고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 답을 알게 되었다. 이 장면이 다음에 벌어질 모든 살인사건의 단서를 제공한다. 물론 이것은 소설을 끝까지 읽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에필로그는 또 다른 의문을 제공한다. 다음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어떤 부분에서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가 연상되는 부분도 있다.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낼 때 몇 가지 설정을 해놓았다. 하나는 연도를 한글로 풀어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은 김 형사나 반장으로 불리고, 쌍둥이 동생이 실종된 여자는 그녀로, 그녀와 잠을 자고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주인공은 민성이라고만 나온다. 이 소설에서 전체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은 김현 한 명이다. 이런 설정이 연도와 함께 나에게 혼란을 주었고,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했다. 도표로 정리하지 않으면 이제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이다.

 

몇 가지 장치와 설정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샤를 페로의 동화와 쌍둥이, 용호농장과 방화 등이다. 작가인 민성이 12년 전 기억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나오는데 그 이전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 기억 일부를 되살리기 위해 친한 병원의사 원을 찾아간다. 그의 강의를 들은 현길이란 남자가 준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보고서>가 잊고 있던 기억 한 자락을 살려주었기 때문이다. 민성이 현길을 통해 잊고 있던 기억을 찾아간다면 약수터에서 발견된 토막 살인사건은 살인범을 쫓는다. 경찰이 단서와 주변 탐문을 통해 한 발 한 발 범인에게 다가간다면 민성은 현길이 준 보고서에서 단서를 찾아낸다. 여기서 다시 <황금가지>와 인신공양이 하나의 단서가 된다.

 

치밀한 조사가 곳곳에 드러난다. 인문학 지식과 과학 지식이 결합하여 사건을 해석한다. 추리가 이어지지만 단서가 없다면 아무 소용없다. 단서가 하나씩 나타난다. 읽다 보면 한 명의 범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하지만 왜에 대한 답은 없다. 작가는 많은 것을 풀어놓았지만 이것을 친절하게 연결해서 해설해주지 않는다. 괴물을 말하지만 그 괴물의 실체가 정확하지 않다. 왜 이런 괴물이 탄생하게 되었는지도. 복수란 것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어떤 사건이 이런 복수를 하게 만들었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모두 덮어둔다. 불친절하다. 만약 다음 이야기가 없다면 작가가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생긴다. 아니면 나의 엄청난 착각과 오독 때문이다.

f***2 2014.01.29.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레드
"레드" 내용보기
레드 김유철 지음 황금가지   작가 소개를 읽으면서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이 낯설지 않기에 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1년 조금 넘었는데…, 참으로 기억력이 쓸모없구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추리소설이 대부분 일본 작가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탓에 국내 작가의 작품을 더 많이 읽고 싶기는 한데, 딱히 섭렵해야 하는 다작을 내놓은 작가도 없고, 아직은 기대
"레드" 내용보기

레드

김유철 지음

황금가지

 

작가 소개를 읽으면서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이 낯설지 않기에 읽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니, 1년 조금 넘었는데…, 참으로 기억력이 쓸모없구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추리소설이 대부분 일본 작가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탓에 국내 작가의 작품을 더 많이 읽고 싶기는 한데, 딱히 섭렵해야 하는 다작을 내놓은 작가도 없고, 아직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라고 해야겠다.

이 작품,『레드』는 과거의 기억을 잃고 작가로 새 삶을 살아가는 남자가 연쇄살인사건에 얽히며 벌어지는 추리소설로서, 작가 민성이 자신의 과거에 얽힌 연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와 박 형사가 피해자 주변을 탐문하면서 얻어낸 단서를 시작으로 연쇄 살인마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된다. 책 속에서 '박 형사'를 볼 때마다 요즘 대세라고 일컷는 '박형식'을 떠올리게 되는 혼돈이 인다.

부산에는 문둥촌 용호농장이 실제로 있었던 듯 하다. 세세한 진실 여부야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이 글에서는 소설 작가로 알려진 민성은 대학 강의 도중 한 남자로부터 자신의 소설과 똑같은 형태의 모방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어처구니 없는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12년 전 자신의 기억을 송두리째 앗아간 어떤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고, 자신의 기억과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사건을 조사한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에 다가갈수록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이 연쇄살인과 깊은 연관이 있음이 드러나고 경악한다.

12년 전 용호농장의 화재사건의 생존자이면서 기억을 잃어버린 작가 민성. 연년생 동생을 잃고, 진실을 찾아 나선 여자, 그리고 히라오카 기미타케와 이니셜이 같다면서, 민성에게 다가선 남자, 현길, 용호농장과 깊은 상관 관계를 가진 쌍둥이 김현과 김현의 과외 제자였던 살해당한 이은희, 김현의 쌍둥이 동생으로 추정되는 악마같은 인물, 13회 작가상 수상자로 결정이 났다가, 용호농장 화재사건의 용의자로 드러나면서, 수상 자체가 취소 되어버린 의문의 한 남자.

정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행방불명 된 동생을 찾으려고 민성을 찾아 온 여자의 이름이 언급이 되지 않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연쇄 살인범은 끝까지 민성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채,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데 성공하는 것인가? 김현의 쌍둥이 동생이면서, 처음부터 악마의 모습이었고, 김현을 조종하고, 김현이 진범인 듯 사람들을 속이고, 그리고 김현을 제거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을 좌지우지하는 악마 그 자체였나 보다. 용호농장 화재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모습을 감춰버린 의대생. 김원!

272쪽 9째 줄에, '남자는 민성의 손을 잡으면서 여자가 우물 안에 갇혀 있다는 말을 겨우 내뱉었다.'

말을 겨우 내뱉은 남자가 민성 같은데, 민성이 박 형사의 손을 잡으며서 하는 말 아닌지?

2014.1.15. 연쇄살인범을 찾는  두뽀사리~



i***2 2014.01.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