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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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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의 파워블로거이자 미생물학자인 고관수 교수의 책이다. 전공인 미생물학에 엄청난 수준의 독서로 얻은 인문학 지식이 쌓여 한권의 과학교양서가 되었다. 《세균과 사람》. 제목처럼 세균과 세균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수많은 세균 중에서도 질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위주로 다룬다. 유익하거나 무해한 균 얘기도 재밌을 것 같지만 병원균 위주인건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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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의 파워블로거이자 미생물학자인 고관수 교수의 책이다.

전공인 미생물학에 엄청난 수준의 독서로 얻은 인문학 지식이 쌓여 한권의 과학교양서가 되었다.

세균과 사람.

제목처럼 세균과 세균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수많은 세균 중에서도 질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위주로 다룬다. 유익하거나 무해한 균 얘기도 재밌을 것 같지만 병원균 위주인건 아마도 의대 교수의 관점으로 세균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평소 세균은 병원감염 얘기나 여름철 식중독 기사에서나 제대로 된 이름을 볼까 일상에서는 그냥 뭉뚱그려 세균일 뿐인데 일일이 이름을 불러주니 보이지도 않는 것들이 갑자기 특별해진다.

이름의 유래, 발견 당시의 사회상, 연구자들 이야기. 세균에 관한 직접적인 정보 외에도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서 관심이 없던 독자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만하다.

예전에 어른들이 장질부사라고 부르던 장티푸스, 역사를 바꾼 페스트, 여름마다 주목받는 라지오넬라균, 인도의 풍토병이었지만 세계적으로 유행하여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된 콜레라, 성병의 원인이라는 이유로 환자에게 이중의 굴레를 씌우는 임균... 18개의 챕터를 채우는 병균과 그에 대항하는 연구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가장 대중적인 세균인 대장균감염 관리의 선구자제멜바이스의 안타까운 에피소드이다.

 

大將? 大腸!

Escherichia coli. 대장균의 학명이다. Escherichia는 발견자의 이름이고, coli는 결장에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대장균이라는 친숙한 이름만 보다가 학명으로 길고도 어렵게 써놓으니 동네 꼬마가 슈트를 차려입은 것처럼 어색하고, 근사하다.

인체 내에 흔하고, 배양이 쉽고, 생장속도도 빠른 대장균. 덕분에 현대 생물학의 여러 분야에서 모델 생물로 쓰이며 유전공학, 의학, 제약 등의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大將균은 아니지만 大表균은 되는 셈이다.

연구에 요긴하게 쓰이는 고마운 균이지만 일반인이 대장균을 접할 때는 그리 반갑지 않은 소식으로 만나게 된다.

스마트폰, 변기보다 더럽다. 세균 수 10!’

흔히 볼 수 있는 자극적인 기사에서 언급되는 세균, 그 중에서도 대표로 등장하는 균이 대장균이다. 대장균은 인체에 해로운 균일까? 저자는 일부는 병을 유발하지만 대부분은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알려준다. 균 자체는 무해하지만 문제는 발견 장소. 대장에 있어야할 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는 건 그만큼 관리가 되지 않아 더럽다는 뜻이다. 따라서 다른 유해균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장균 숫자는 오염의 지표로 사용된다. 청결하지 못한 인간들 때문에 괜스레 대장균만 더러움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많은 일의 가치판단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그중에서도 과학은 새로운 이론의 발견에 의해 옳고 그름의 척도가 확실히 바뀌는 분야다.

감염 관리의 선구자’, 제멜바이스. 지금은 상식이 된 손 씻기의 중요성을 최초로 주장한 의사다.

제멜바이스가 활동하던 1840년대의 유럽에서는 산욕열로 인한 사망률이 25~30%였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던 산욕열의 주원인은 나쁜 공기였다. 그의 생각은 달랐다. 시체를 만진 의사가 아이를 받은 경우 산욕열에 감염되는 일이 많은 걸 보고, ‘부패한 유기물이 산욕열을 일으킨다고 확신했다. 그의 산욕열 방지책은 손 씻기였다. 의료진이 환자를 보기 전 손 씻기를 하면 부패한 유기물로부터 산모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 손 씻기덕분에 산욕열 발생은 획기적으로 줄었지만 당시의 학계는 제멜바이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당연한 주장이 그 때는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저자는 근거이론의 부족이 그의 주장을 정설로 받아들이지 못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세균의 개념은 있었지만 세균이 병을 일으킨다는 이론이 확립되기 전이라 과학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과학이나 의학에서 어떤 주장이 옳은 것일 수 있지만 그것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분명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p.158)

뒷받침할 이론이 부족해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제멜바이스의 경우를 보면 과학계의 고지식함이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이런 원칙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근거 없는 주장이지만 몇 가지 그럴듯한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야한다면 숱한 사이비 과학들이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할 테니 말이다.

선구자는 본래 외로운 법이라지만 특히 체계적인 이론을 요구하는 과학계에서는 시대를 너무 앞서 살았던 선구자들의 수많은 아이디어가 제대로 발현도 못되고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사후에라도 인정받은 제멜바이스가 다행으로 여겨진다.

 

폐렴간균-에드윈 클레프스, 살모넬라-다니엘 샐먼, 페스트균-알렉상드르 예르생...

각 챕터의 부제이자 세균과 세균에 이름을 남긴 학자들이다. 잘 알려진 세균 명에 비해 연구자들의 이름이 낯설다. 사회과학이나 다른 인문학에서 이론과 함께 학자의 이름이 오래도록 기억되는 걸 생각하면 세균학자의 이름은 세균의 중요성에 비해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다. 세균 이름도 몇 가지 알지 못하지만 세균학자 이름을 대보라면 파스퇴르 말고는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다행히 이 책을 통해 세균 뿐 아니라 몇몇 연구자의 이름과 그들의 노고도 알게 되었으니 고마운 일이다.

 

세균, 그리고 세균을 연구하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것, 평상시에는 존재조차 잊고 지내는 생명체들. 그래도 주변의 작은 것들을 살피고 이름을 불러주는 이들이 있어 우리는 오늘도 무사하다.

YES마니아 : 로얄 s*****e 2023.04.29. 신고 공감 15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