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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 믿었던 역사, 알고 나니 더욱 위대한 역사
"안다 믿었던 역사, 알고 나니 더욱 위대한 역사" 내용보기
유구한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듯했다. 해외의 역사 유적 관련 영상 등을 접할 때마다 광활한 규모에서부터 시작하여 특유의 세련미까지, 무엇 하나 감탄을 자아내지 않는 게 없어 보였다. 마냥 부러웠던 건 익숙하지 않음 덕에 크다. 다름이 탁월함이 되어 나의 마음을 뒤흔드는데, 정작 가까이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알려 들지 않았다. 아니, 교과서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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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한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은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듯했다. 해외의 역사 유적 관련 영상 등을 접할 때마다 광활한 규모에서부터 시작하여 특유의 세련미까지, 무엇 하나 감탄을 자아내지 않는 게 없어 보였다. 마냥 부러웠던 건 익숙하지 않음 덕에 크다. 다름이 탁월함이 되어 나의 마음을 뒤흔드는데, 정작 가까이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알려 들지 않았다. 아니, 교과서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공부를 한 탓인지 알기도 전부터 질렸다. 모름에도 안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다는 걸 요즘 역사를 접하면서 깨닫는다.

 

한국이 얼마나 많은 역사와 전통, 문화유산을 갖고 있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저자의 이와 같은 선언이 어떠한 연유에서 탄생하게 됐는지,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 이름 붙은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사실 책에 수록된 많은 곳들은, 적어도 이름만큼은 수차례 들어본지라 무척이나 익숙했다. 명칭만 그런 게 아니라 방문을 했던 장소도 여럿 있었다. 창덕궁이나 종묘 등은 물론, 남한산성, 수원화성 등도 비교적 최근에 갔었다. 오랜 시간이 흐르기는 하였으나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등도 어렴풋이나마 머릿속에 남아 있다. 방문했던 당시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였다. 하지만 선정 여부가 이들의 위대함을 결정하는 절대적 요인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가 아는 바다. 기억을 더듬을 수 있어 좋았다. 지난 방문의 순간, 학문으로 접했던 순간이 과거 어느 시점에서 부활하여 나에게 다가오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거의 훑었다거나 스쳤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무성의(?)하게 둘러본 경우가 많다 보니 공간이 품고 있는 이야기까지는 기억이 미치지 못하였는데, 책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왕자와 공주의 탄생 장소이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조선의 왕이 사망했다는 대조전의 이야기를 읽으며 삶과 죽음이 하나로 귀결된다는 걸 계속해서 생각했다. 창덕궁 깊숙한 곳에 위치한 후원은 사진으로 접해도 아리따웠으니, 인위적인 것에 열광하던 나도 실상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사랑한다는 걸 새삼스레 느꼈다.

 

많은 장소들이 국보 혹은 보물 한 점으로 인해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기쁨을 만끽한 게 아니었다. 일부는 공통된 정체성을 지닌 것들끼리 무리 지어 하나의 이름으로 등재되기도 하였으며, 아예 경주처럼 도시 전체가 거대한 역사를 품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저자가 특히 눈 여겨 본 부분은 기술 같았다. 정약용의 실학 그리고 기중기의 역할이 지대했음이 널리 알려진 수원화성을 비롯하여 모든 이들의 보기가 무섭게 찬사를 내뱉었다는 석굴암, 내 경우에는 규모는 작으나 물의 흐름까지 제어하는 설계 공법을 선보인 포석정의 놀라움이 크게 와 닿았다. 지금의 기준에서 본다면 열악하고도 미개하단 평까지 할 수 있을 듯한데, 이 땅에서 살아간 이들은 시대를 뛰어넘는 기술에 예술혼을 얹어 작품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 합천 해인사의 사례는 대표적일 뿐, 아마 도처에 비슷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보존된 곳들이 꽤 존재하지 싶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명령 불복종을 행하면서까지 팔만대장경을 지켜내고자 애썼던 이가 존재했단 걸 이제껏 간과하고 지낸 듯하여 부끄러웠다.

 

조선 경제를 좀먹은 것처럼 묘사되곤 했던 서원의 멋드러짐에 잠시 취하는 듯하였다. 병폐가 없었던 건 아니나, 서원을 중심으로 꽃피웠던 찬란한 학문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대를 대표하는, 나아가 시대를 뛰어넘은 위대한 유학자들의 이름이 서원 하나하나를 철폐의 위기로부터 구해낸 것만 같아 기분이 묘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일에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은 박했다. 때론 부끄러움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알려 들지 않았기에 몰랐고, 몰랐으므로 부끄러웠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세상이라 하였다. 앞서 방문한 많은 장소들이 이제는 달리 보일 것 같다. 순서가 뒤바뀐 듯해 아쉽지만 한 편으로는 이제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혔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q*****2 2023.07.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