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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포스트에 소개된 글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 책. 도서관에 있길래 얼른 빌려왔다. 한 해 한 해 더해질수록, 노인문제는 나의 문제가 되어간다. 지금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부터 이제는 나에게로 옮아오는 어떤 숙명, 같은 느낌이다. 그것을 체념하고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내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책장을 펼쳤다. 여기에는 농촌 노인의 빈곤, 존엄을 잃은 치매 노인, 열악한 고령 노동 환경, 황혼 육아의 고통, 고독과 그 끝의 고독사, 눈치 보는 노인의 여가와 성 등 6가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주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가난이다. '빈곤'이라는 말 자체가 사회적으로 진단하듯, 딱딱한 느낌이 들어 피하고 싶다. 현재 그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빈곤'이 문제라고 하지 않으실 것 같다. 돈이 웬수다. 가난해서다. 라고 하실 것만 같다. 이런 노년의 상황을 엮은이는 이렇게 정리했다. 일제의 압제와 전쟁의 잿더미에서 배고픈 성장기를 보냈고, 열악한 경제 환경에서 자식을 키우느라 자신의 노후 준비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현재의 노인 세대는 절반 가까이가 '빈곤층'이다. 가난은 점점 고장 나는 몸과 사무치는 외로움 등 노년의 고통을 증폭시킨다. (p.7-8) 농촌 노인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병원이 먼 고통이 너무 와닿았다. 나 역시 집 앞에는 잘 보는 병원이 없어 젖먹이는 업고 네살배기는 걸리며 병원을 다녀본 적이 있기에 애 둘 데리고 택시를 타면 가까운 거리라며 타박을 받아본 적도 있기에 더 공감되었다. 그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온 몸이 짐스러운데 얼마나 힘드시겠는가. 치매 노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이 나열된 부분을 보니 정말 아이돌보기와 같구나 싶었다. 갑자기 가슴이 너무 갑갑해졌다. 그나마 아이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가끔 예쁘다는 생각이라도 하는데 말이다. (가끔이다. 너무 육아에 지쳐 있으면 예뻐 보이지도 않는다) 요양서비스는 거의 민간에서 제공하고 있고, 등급 판정 기준도 신체기능 위주인 것은 너무 안타까웟다. 치매는 인지기능 저하가 주된 증상인데 어쩌다 그렇게 하는 건지? 이제는 어이 없지도 않을 정도다. 한 때 나도 치매 환자라면 애 먹으며 일할 때가 있었기에, 너무 답답했고, 죄송했다. 황혼 육아는, 진짜 말 그대로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 지금 내 상황을 늙어서 또 겪어야 한다니, 정말 끔찍하다. 이 책의 장점은 나름대로 문제의 원인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그런 면에서 농협에서 대신 농산물을 팔아주는 것, 독거 대신 공동으로 거주하는 것은 너무 좋아보였다. (싸고 질이 좋아 자주 갔던 용진면 로컬푸드가 전국 최초였다니, 더 자주 가야겠다) 경로당 같은 곳도 그냥 구색만 맞추는 게 아니라, 정말 노인들의 필요와 욕구를 고려하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도 신경써주고 싶었다.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들은 어디서 식사하시는지, 어디서 주무시는지도 궁금해졌다. 언젠가 식사 어찌 하시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이 근처는 너무 밥값이 비싸요.... 하시던 말이 귀에 맴돈다. 정말 함께 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살기 바쁘니 일단, 지금, 나만(내 가족만) 잘 살면 된다는 식의 무관심이 너무 아프다. 청년뿐 아니라 전반적인 고용률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면 정년 단축보다 노동시간 단축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 만일 노인 세대가 일찍 은퇴한다면 청년들이 다 부양할 건가. 그보다는 각 세대가 독립적으로 잘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에스핑 안데르센은 말했다. 세대 간 부양의무가 적을수록 서로 더 빈번하게 돌본다. ... (p.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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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바뀌었다. 오가는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변 정도에 분리수거까지 알아서 척척 하던 이여서 의아했다. 듣자하니 나이가 너무 많아 관두길 권유했다고 한다. 조만간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고용한 측에서는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건강한 사람도 하기 힘든 것이 밤을 새는 일이다. 하물며 그 연세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잠을 거르는 생활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나이가 든다 하여 돈이 덜 드는 건 결코 아니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어도 고정적인 수입이 있으면 사람은 이에 맞추어 계획을 세우고 소비를 한다. 나이를 고려할 때 경비 일을 관두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했을 거 같지는 않다. 경제적인 문제는 어찌 해결하고 계실지가 갑자기 궁금하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않은 게 바로 어르신들의 취업문제다. 은퇴 후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수준의 연금이 허락된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사정은 그렇지가 못하다. 고용이 불안정하다 보니 적잖은 이들이 이르면 40대 초중반에 직장을 관두기도 한다. 그때부터는 이것저것, 말 그대로 고군분투를 하는 셈인데 아무래도 당장 벌어먹고 살기가 바쁘다 보니 노후에 대해서는 신경 쓰기가 힘들다.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온라인신문인 단비뉴스팀이 어르신들의 빈곤문제를 취재했다. 평생을 일했는데도 좀체 떨어지지 않는 가난은 ‘이게 내 숙명인가보다’라며 받아들이는 수밖에 별 방법이 없어 보였다. 나날이 떨어지는 기력에, 나도 모르게 나를 잃고야 마는 치매까지. 서로 겪고 있는 문제는 달랐지만 그 누구의 황혼도 결코 낭만적이지는 못했다. 오늘날 농촌은 어르신들만 남아 있는 공간이 돼 버렸다. 젊은층은 학업과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진출했다. 활력이 떨어진 농촌에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병원조차도 들어오지 않는다. 몸이 아픈 어르신들은 기껏해야 보건소를 찾아갈 뿐인데, 아무래도 만족도는 떨어진다. 만성질환이 되어버린 각종 질병은 근본적인 치료랄 게 없다. 그마저도 오갈 수 있는 체력이 허락되어야 가능하다. 차를 타고 몇 시간씩 이동해야만 하는 경우도 잦다 보니 많은 이들이 아프면 그저 앓아누울 따름이다. 사회 문제로도 비화되고 있는 치매를 대하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여러모로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돌봄은 일차적으로 가족의 몫으로 여겨지고는 한다. 그렇지만 극도로 인지능력이 떨어져 내가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어르신들을 배우자니까, 자식이라는 이유로 돌보아야만 한다는 건 아무래도 버겁다. 치매 어르신들을 돌보는 이들이 제 건강을 잃고 제 가족 구성원과의 사이가 멀어지는 등의 문제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육아 문제도 사정은 비슷하다. 20대 30대와는 확연히 다른 60, 70대의 체력으로 갓난아이를 기르는 일이 쉬울 린 없다. 하루 종일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다 보면 겨우겨우 형성했던 인간관계는 파탄으로 치닫기 일쑤다.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는 육아지만 제 손주를 차마 내팽개치지는 못한다. 아직 결혼치 않은 입장이다 보니 고독사에 대한 부분도 마음이 와 닿았다. 몸이 병들었을 때 아무도 날 돌보아주지 않으리라는 불안감, 급기야 죽음을 혼자 맞이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긴 해도 나를 적잖이 떨게 만들었다. 이웃 일본은 이미 고독사가 사회 이슈로 자리를 잡았다는데, 왠지 우리 역시 일본의 전례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것 같아 쓴웃음이 났다. 시장 중심 사회에서는 어르신들의 이런 두려움을 제대로 파악치 못하고 있다. 오히려 푼돈일지라도 뜯어내겠다며 왜곡된 시장을 형성하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희망적인 시도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어르신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마을회관 등을 개조해 공동생활시설로 만드는 시도가 행해지기도 했다. 단순히 같이 모여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익 창출 모델로까지 발전한 사례도 있었다. 아직은 초기라고 하지만 어르신들의 자존감 회복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만을 위한 극장 등도 제법 성장했지 싶다. 아직은 큰 뜻을 품은 소수에 의해 시설이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지만, 어르신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이러한 시도들은 보다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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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선 사람들`을 보고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벼선사`가 한국사회의 현실을 개괄적으로 짚었다면, 이 책은 주제를 `노인`으로 축소해서 밀도있는 기사를 썼네요.
책을 읽어보니 인생을 허투루 산 노인들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일평생 벗어나지 못한 그들의 빈곤을 보며, 이들의 울타리가 돼야할 국가의 역할을 생각했습니다.
읽는 내내 노쇠하고 병든 짐승의 신음소리를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앓는 소리를 말로, 문장으로, 기사로 풀어줘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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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문제는 '청년'인 나와는 거리가 멀다. 일년에 한, 두 번 만나는 시골 할머니와는 정서적 유대관계를 만들 시간도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들의 문제를 알지 못했다. 그저 늙어서 아픈 것,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났기에 외로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충격을 줬다. 입버릇처럼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시골 노인들의 말에서 왜 나는 그들의 아픔의 읽어내지 못했을까.
혼자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는 이씨를 위해 직장에 다니는 큰며느리가 도우미를 불러 집안일을 돌보게 해주었다. 자식들에게 짐만 된다는 생각에 이씨는 조용히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몸 불편하게 사느니 죽는 게 편치. 그래서 죽으려 준비까지 다 했지. 농약도 찾아놓고.” 단 5cc만 마셔도 2주 이내에 90%가 사망한다는 강력 제초제. 하지만 막상 그걸 손에 든 순간 자식들 얼굴이 아른거렸다고 한다. 부모가 자살하면 자식의 앞길도 순탄치 않다는 얘기도 떠올랐다. 덜컥 겁이 났다. 혹여 자식, 손자들에게까지 불행이 이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농약을 치웠다. p.15
이 세상은 웬만한 죽음으로는 주목받지 못한다. 그 중 농촌 노인 '자살'은 누구도 알고 싶지 않은 그리고 외면하고 싶은 죽음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더 적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을 고통 속에서 보냈을까. 갑자기 혼자 계신 할머니가 떠오른 것도 그 이유다. 명절 외에는 찾아뵌 기억이 없다. 아마도 그는 지나간 해의 아쉬움이나 새해에 대한 기쁨, 설레임 같은 감정을 크게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잘 계시냐는 안부전화에 늘 '건강 잘 챙겨라'는 말만 반복하는 그였으니.
차라리 노인들이 ‘외롭다’ ‘힘들다’고 말했으면 나았을 것 같다. 너무 오래 가난에 지친, 그래서 상처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감각해진 노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야 하는 일이 너무 괴로웠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물었더니 ‘평생’이라 말하는 그분들 앞에서 할 말이 없었다. p.43
이 책을 읽고나니 다가오는 설을 맞이하는 마음이 달라진건 왜일까. 이 책에서는 노인 문제 해결책으로 국가 복지를 강조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다. 노인들을 위한 공간, 서비스, 금전적 혜택...그런데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외로움과 싸우는 노인들에게 먼저 손 내미는 것이다. 손녀와 할머니가 마주앉아 대화를 하는 모습이 그려지는(조금은 어색한) 이번 설은 좀 더 따뜻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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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잘하셨네요 처음부터 가슴이 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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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국가 중 자살율 1위. 이 수치의 대부분이 노인들의 자살과 연관이 있다는 부분서부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여태껏 노인들의 문제에 무관심하게 살아온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그들의 노년이 더이상 서럽지 않게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복지 정책으로 노인들의 삶을 바꿀 수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들도 노인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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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친하지 않다. 공통의 대화 주제도 없고 '어른'이라 대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그분들의 문제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내 세대의 문제만으로도 버거웠다. 하지만 우리 세대의 문제와 부모님 세대의 문제, 그리고 노인 세대의 문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결국에 이어져 있다는 것을 단비뉴스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그 기사들을 모아 만든 책이다. 어렵거나 길지 않아 읽는 데 부담스럽지 않다. 후기들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전 작 <벼랑에 선 사람들>을 좋게 읽었던 터라 이번 책도 반갑다. 다만 책에서 짚어주는 대안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과연?'이라는 물음표를 지울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들의 작은 시도가 힘들다는 말도, 문제 해결을 위한 강력한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노인 세대의 문제를 깨울 수 있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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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벼랑의 선 사람들을 읽고 정말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며 좋은 집에서 따뜻한 밥 먹는 제 인생에 감사하기도 하고 우리 사회를 위해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 때 생각이 나서 단비뉴스의 황혼길 서러워라를 구입해서 읽게 되었어요. 농촌 노인의 빈곤에 관한 기사를 읽고는 마음이 너무 아렸습니다. tv에도 신문에도 농촌 노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다 보니 잊어먹고 산 것 같아요.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일 수도 있는데,, 황혼 육아 편을 보고서는 기꺼이 제 자식을 키워주겠다는 우리 어머니가 떠올라 한없는 사랑에 죄송스럽기도 하고 고마웠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네요. 이념 갈등이다 세대갈등이다 지역갈등이다 뭐다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소홀해지고 내것만 생각하게 되는 이 사회에 단비뉴스 팀의 기사가 한줄기 희망인 것 같아 참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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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도 썼지만, 요즘 딱히 잘 되는 일이 없다. 그렇다고 딱히 안 되는 일도 없다. 지리멸렬한 상태, 라고 해야 할까. 다시 책을 읽기로 한다. 출퇴근을 걸어서 하는데, 해가 길어져서 충분히 독서 할 환경이 된다. 『황혼길 서러워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시선이 활자를 따라 흘러간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느꼈다. 아, 이 맛에 사는구나. 나는 좋은 책을 만났을 때 살아있다는 쾌감을 느끼는 동시에 앞으로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오월의봄'에서 나온 책은 내게 이런 좋은 느낌을 줬다. 좋은 느낌이라고는 하지만, 오월의봄은 블링블링한 책을 내는 곳은 아니다. 때로는 삶이 힘들지만 견디다 보면 좋은 일도 생길 거야, 하는 식의 거짓 위안은 오월의봄에서 내는 책과는 거리가 멀다. 오월의봄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사회는 참 힘들지만 우리가 제대로 안 하면 더 힘들어질 거라고. 출판사 이름에서부터 느껴지지 않나.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제대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오월의 봄에 피가 다시 흐를 수 있다. 『황혼길 서러워라』는 대한민국 노인을 다룬 책이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의 <단비뉴스>가 노인기획취재팀을 꾸려 여섯 가지 주제(농촌 노인, 치매, 고령 노동, 황혼 육아, 독거노인과 고독사, 노년의 성과 여가)를 놓고 예비 언론인들이 발로 뛰고 쓴 글이다. 여러 사람이 쓴 글이라 각각 톤이 조금은 다른데, 전체 형식은 비슷하다. 먼저 문제 제기를 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변화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노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 움직임은 공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 바, 정부나 지자체 등에서 시도하고 있는 여러 정책이나 제도에 관해 소개하고 각 편의 끝은 취재후기로 이뤄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취재 후기를 가장 유심히 읽었다. 굵직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결과를 놓고 세대 갈등으로 몰아간다만 대한민국 노인은 청년만큼이나 살기 팍팍한 존재다. 현재 한국에서 큰 문제 두 가지를 꼽으라면 노인 빈곤과 청년 실업이 아닐까 한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청년 실업을 해결하지 못하면 노인 복지에 쓸 세원을 마련할 수 없고, 빈곤한 노후를 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할 청춘이 없을 테니 동기 부여도 안 될 테다. 실제로 지금 대한민국 청년에 팽배한 정서 중 하나가 "열심히 해 봤자 폐지나 주울 텐데"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는 폐지를 주울 수밖에 없는 노년을 적나라하게 기록했다. 청년이 못나서 취업하지 못한 게 아니듯, 노인 역시 게을러서 노년에도 일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대한민국 노인 전반이 그러하다. OECD에서 노인 빈곤율이 최고인 나라가 이곳이다. 이곳에서도 상황이 더 열악한 곳이 농촌. 그래서인지 『황혼길 서러워라』의 1장에는 농촌의 노인 상황이 나온다. 일부 도시인에게 농촌은 동경하는 대상이지만, 현실은 도시생활 이상으로 열악하다. 책에서 만난 노인은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큰 돈은 아니더라도, 소소하고 여유롭게 살아갈 거라 기대했지만 책에 나온 노인의 대다수는 절대적으로 가난했다. 책에 등장한 운문1리는 노령연금 9만 원 외 다른 소득이 없다고 대답한 사람이 대다수였더. 실제로 대한민국 농촌은 절대적으로 가난한데, 2011년 기준 절대빈곤율은 39%로 도시의 절대빈곤율 4.4%의 9배 달한다. 대한민국에서 농촌은 가난하고, 농촌 인구 대다수가 노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농촌의 노인이 가난한 건 어찌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했는데 미처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농촌 노인의 빈곤 문제는 단순히 노인 문제가 아니라 농업과 먹거리와 얽혀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가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2장은 치매다. 치매 환자는 늘어나지만 국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해결을 민간 부분에 맡기면서 치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세태를 고발했다. 그 다음은 노동 문제. 이 부분은 더 와 닿는 게, 우리 모두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늙어서도 노동해야 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젊은 시절에는 번듯한 직장을 가졌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책에서 나오는 사례에는 공무원 출신도 있다. 이들은 왜 일해야 할까. 통계청의 '2012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자 중에 취업을 희망하는 노인이 5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취업 희망 고령층이 일하기 원하는 주된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에 되어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나이 들어서까지 일하는 인구가 이처럼 많은 이유는 한마디로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금 등 복지제도가 잘 갖춰지지 못해 생꼐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가난한 노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104쪽) 노인을 짓누르는 건 가난과 노동 그리고 또 하나, '육아'다. 아직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알 사람은 다 안다. 현재 한국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건, 필연적으로 할머니가 필요하다는 뜻이라는 사실을. 실질임금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건 우리나라만의 사정이 아니다. 세게적인 추세인데, 한국이 맞벌이가 유독 아이 키우기 힘든 건 역시나 그놈의 복지 때문이다. 유럽처럼 공공 차원에서 해결하지 못하다 보니, 한국은 친정어머니든 시어머니든 가족을 찾게 된다. 그렇게 한국의 노인은 '황혼육아' 늪에 빠진다. 손주 보기를 '늪'이라고 표현한 건 과하지 않냐고 한다면, 아이를 하루라도 보길. 장난이 아니다. 절대 아이가 귀엽기만 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경우 각종 호르몬 변화와 급격히 저하된 신체기능 때문에 우울증에 노출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건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유승호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신체활동과 정서 교류가 더욱 중요하다"며 "이때 개인시간도 없이 말 못하는 어린아이와 종일 있다보면 우울증에 노출될 학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130쪽) 한국의 노인들도 '피할 수 있다면' 황혼 육아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2012년 9월 서울시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통계로 보는 서울 노인의 삶'에서 60대 노인들이 가장 희망하지 않는 노후 생활로 '손자녀 양육'이 1위로 꼽혔다. 반대로 가장 원하는 노후 생활 1위는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노후'였다. (133쪽) 5장은 고독, 6장은 노인의 성 문제를 다뤘다. 두 문제도 노인을 힘들게 하는 주요한 요소다. 정말 힘들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책에서 일부 노인들의 발언은 침착하다. 특히 주유소 세차원으로 일하는 한 할아버지는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우리가 지금 뭘 바꾸겠어?"(121쪽)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최민석의 영사기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부모는 늙어가고, 나 역시 늙어간다. 일상은 변함없이 가혹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 속에 내재된 분주함의 무게는 줄지 않는다. 과거에 기뻤던 일들에 서서히 무감각해지고, 벅찼던 일에도 힘들어지지 않는다. 감정의 파도가 잔잔해졌다. 청신호인지, 적신호인지는 모르겠지만, 생은 이토록 잔잔하고 지루하게 흘러갔다. 그러다보니 ‘인생이 참으로 길다’고 생각에 이르렀다. (원문 : http://ch.yes24.com/Article/View/28130)
책을 읽어나가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는데, 자본주의 황금기가 끝난 시점에 태어나서 억울하기도 하고, 노인이 아니라 다행인 것도 같고, 청년이지만 운 좋게 취업해서 직장 있는 것만도 감사하며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래봤자 삶은 역시 고라는 붓다의 말이 맞는 듯하고, 고통이 공한 게 아니라 현실 정치에서는 실재하니 문제를 파악하고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바꿔나가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고, 내가 뭘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겠고, 참 답답한 마음에 좋은 책 소개하는 차원에서 포스팅이라도 해 본다. 끝으로 인상 깊은 취재 후기 몇 꼭지와 책 마지막에 실린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인터뷰에서 몇 문장만 빌려 오기로 한다. --- '나이가 든다'는 그 자체가 문제인 것 같았다. 건강, 일자리, 요양원, 고독, 경제난, 성문제...... 모두가 문제투성이었다. - 최정윤 (117쪽) 혼자 사는 노인의 문제는 결국 빈곤의 문제에 닿아 있었다. 늙어서 세상살이가 힘든 측면도 있찌만 무엇보다 가진 게 없기에 힘든 것이었다. 가난 때문에 최소한의 필요도 충족하지 못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은 슬펐다. 그들이 그런 가난에 익숙해진 모습은 더 슬펐다. - 박정헌 (177쪽) 노인들의 얘기에서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점은 그들이 어디를 가든 '눈치를 본다'는 사실이었따. 집에 있으면 가족들의 눈치를 봐야 했고, 음식점이나 술집, 카페 같은 곳에 가더라도 '왜 왔나' 하는 젊은이들의 눈총을 받았다. - 양승희 (223쪽) 우리나라에서 왜 특히 노인의 빈곤과 자살이 심각한가. 우리나라는 조세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근로 시기 동안 근로소득 자체, 즉 시장에서 이뤄져야 하는 재분배 자체가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노인들도 고도 성장기에 일을 하셨던 분들인데 적절한 분배를 통해 노후를 대비할 만한 여건이 안 됐다는 것, 그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노후소득보장제도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미비하다는 것이다. (23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