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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키우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아이가 없는 삶. 솔직히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내 아이들이 결혼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면, 나는 말할 것이다. ‘너희 부부가 알아서 하는 문제야.’라고. 아이를 키우는 건 분명 여태까지와는 다른 인생을 나에게 선물한다. 그 과정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도 있지만, 나는 다시 아이를 키우라고 한다면 도망갈 것 같다. 결혼하기 전 건축 일을 했으니 결코 쉬운 일을 하진 않았다고 자부하는데,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보다는 몇 배 힘들고 고통스럽다. 나도 둘째를 낳고 우울증 비슷한 게 왔는데 어떻게 버티고 이겨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시간의 흐름을 맡겼을 뿐. 이렇게 힘든 육아. 그럼에도 누군가는 아이를 낳으려 한다. 확실한 건. 육아는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또.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는 것. ^^
여기 아이를 낳고 싶은 여자들이 있다. 그들은 시험관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아기천사병원’을 열심히 다닌다. 마흔 넘어 난임 병원을 찾은 변호사 혜경, 경제적인 이유로 임신을 미뤘던 프리랜서 기자 문정, 남자친구와 파혼하고 난자를 냉동시키려는 수의사 소라, 무정자증 남편 때문에 냉동 정자를 든 질소 탱크를 옮기려는 지은, 아동학대 현장에서 생명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경찰 은하는 이곳 아기천사병원에서 만난다. 문정은 ‘헬로 베이비’라는 단톡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정기적인 만남을 갖는다. 임신은 이십 대 중후반이나 삼십 대 초반이 가장 좋았겠지만 그때엔 쉽지 않았다. 취직하고, 사회적으로 자리 잡아야 하고, 그래서 늦은 결혼을 하고 나서도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 조금 더 안정적인 상황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니 결국 너무 늦어 버린 것.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 그리고 실패. 이들은 점점 날카롭고 예민해진다. 어느 날 시험관 시술을 더 이상하지 않겠다고 한 후, 1년 이상 단톡방 대화에 참여하지 않던 정효가 아이를 낳았다고 소식을 전해온다. 마흔여섯에 자연 임신으로 아이를 낳았다는 정효. 단톡방 맴버들은 정효의 집에 모이게 되는데.
아이가 간절한 사람에게는 아이가 찾아오지 않는데, 아이가 간절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왜 자꾸 찾아가는 걸까? 누군가 그랬지? ‘이제 삼신할미도 치매인가 봐’라고,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간절한 사람에게 아이를 점지하지 않는 것인지. 왜 엉뚱하게 아이를 점지하시는 것인지. 농담처럼 얘기했지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아이가 누군가에게는 낳아놓고도 돌보지 않아 죽이는. 그게 아이는 아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 아이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키울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확실하게 분리해서 이 사회가 키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초저출산 사회라고 아이를 낳으라고 아무리 다양한 정책을 펼친다고 해서 아이를 낳게 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낳은 아이도 지키지 못하는 이 사회가 나는 답답하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던가? 아이가 우는 게, 시끄럽고 싫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안다. 하지만 아이 울음소리가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나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길거리에서 아이들을 보면 예쁘다. 그 자체로 예쁘다. 이 예쁜 아이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는 이 예쁜 아이들. 이 예쁜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사회가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닐까? 아이를 낳고 싶은 그 간절한 마음. 그 마음을 알 것 같아 더 슬픈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