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8.0
  • 40대 0.0
  • 50대 0.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다른 방식으로 듣기
"다른 방식으로 듣기" 내용보기
시계를 샀다. 동그란 쇳덩이가 좌우를 움직이면 1초가 지나가는 추시계. 감성에 이끌려 샀지만, 머지않아 흔들거리는 추 소리를 거슬려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어릴 적 머리맡에서 울리던 시계 초침 소리는 서서히 아득해졌고 귀는 조용함에 익숙해졌다. 그마저도 견디기 힘들 땐 하얀 무선 이어폰을 귀에 끼운다. 연결음이 울리면 나는 완전한 혼자가 된다.   카페에 방문하면 정
"다른 방식으로 듣기" 내용보기

  시계를 샀다. 동그란 쇳덩이가 좌우를 움직이면 1초가 지나가는 추시계. 감성에 이끌려 샀지만, 머지않아 흔들거리는 추 소리를 거슬려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어릴 적 머리맡에서 울리던 시계 초침 소리는 서서히 아득해졌고 귀는 조용함에 익숙해졌다. 그마저도 견디기 힘들 땐 하얀 무선 이어폰을 귀에 끼운다. 연결음이 울리면 나는 완전한 혼자가 된다.

  카페에 방문하면 정말 많은 소음이 펼쳐진다. 그라인더의 원두 분쇄 소리, 우유 스팀 뿜는 소리, 카페의 배경음악, 사람들의 대화… 물뿌리개 속 물처럼 정말 많은 소리가 여러 갈래로 쏟아지며 귀를 적신다. 많은 소리에 피곤해지다가도 ‘음료 나왔습니다’라는 소리는 왜 잘만 들릴까? 사람은 자신에게 필요한 소리를 잘 선택해서 듣는 감각을 지녔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래서 소음 속에서 걸어 나와 음료를 가지러 나갈 수 있다. 수많은 소음의 결과로 만들어진 커피 한 잔이 내 앞에 나타났다.

  책에서는 소음의 역설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은 소음을 최대한 없애고 악기 소리만 깨끗하게 남긴 편집본이다. 건반을 누를 때 나는 자연스러운 딸각 소리마저도 디지털 음원에서는 소음으로 간주한다. 내가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내는 것이다. 소음으로 이루어진 세상과 오로지 신호만을 얻으려 애쓰는 세상 사이에 선 우리. 현대는 소음을 지우고 깔끔하게 신호만 남긴다. 이걸 단순하게 아날로그-디지털 전환 방식으로만 바라볼 수 있을까? 케냐 노동자들이 시간당 1.3달러에 폭력적 텍스트를 읽으며 환각과 트라우마에 시달린 기사를 보았다. 기술과 혁신, 편리함의 뒷면에는 소음의 흔적을 지우는 디지털의 모순이 있다. https://time.com/6247678/openai-chatgpt-kenya-workers/

  소리는 시간을 기반으로 한다.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기다려야 끝까지 들을 수 있다. 대면으로 하던 대화가 텍스트 메시지로 바뀌었다. 목소리가 사라지고 이모티콘이 대화의 온기를 채우지만, 눈을 바라보며 대답하는 따뜻한 목소리만 못하다. ‘아날로그 시간은 유연하지만 통일되어 있어요. 우리는 기술에 손을 대지 않고도,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고도 너무나 쉽게 그 시간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너무나 성급하게 그 시간을 놓아버리는지도 모릅니다’ 익숙했던 일상을 불편하게 느끼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변화하는 시대를 받아들이면서도 계속해서 뒤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그래서 더욱 또렷해진다.

c*****5 2023.04.29.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