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의 토대는 적이고, 적 중의 적은 빨갱이다. 정적을 쉽게 죽이려면, 반대자의 입을 쉽게 닫게 하려면 빨갱이로 만들라. 그리하면 사람들은 살인자를 탓하지 않을지니, 보아라 이것이 빨갱이의 힘이다. 빨갱이라는 말은 비현실을 현실로 만들고 거짓을 진실로 바꾼다. 이 말은 일종의 마법 주문과 같다. 아브라 카타브라나 아멘. 듣기에 신은 사탄을 만들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Let there be RED 빨갱이여 있으라. 빨갱이는 자유를 원하는 시민에게 내려지는 철퇴다. 빨갱이는 인간으로 살려는 시민의 발에 채워지는 족쇄다. 빨갱이는 정의를 말하려는 시민의 입에 물리는 재갈이다. 전세계 독재자들이 이 말 한 마디로 한 시대를 차지했다. 그 시대 중 하나가 1950년 이후의 대한민국이다. 그 시대 중 하나가 1950년대의 미국이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소설이다. 당시 상원의원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는 미국 사회 곳곳에 공산주의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자신이 그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지프 매카시는 공산주의자들이 미국을 전복시킬 거라고 주장했다. 미소 냉전시대였다. 국민은 공포에 떨었다.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로 지목되 직장을 잃고 목숨을 잃고 추방을 당했다. 비이성과 광기, 배신과 고발, 음모와 의심이 미국 국민을 갉아 먹었다. 1954년 조지프 레이먼드 매카시의 말은 완전한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는 1957년 48세의 나이로 죽었다. 미국은 그 붉은 폭풍을 고작 십년도 겪지 않았음에도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같은 소설을 가졌다. 70년 가까이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린 대한민국도 아직 가지지 못한 것을.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폭풍이 얼마나 끔찍했는지는 그것이 그치고 나서야 비로소 드러나는 법이다. 필립 로스에게는 폭풍이 쓸고 간 폐허를 차갑게 관조할 시간이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리의 폭풍은 아직도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 세 사람이 있다. 아이라 린골드는 뒷골목에서 태어난 가난한 아이였다. 엄마는 일찍 죽었고, 아버지는 쓰레기였다. 온갖 궂은 일을 하다 군대를 갔다. 그 곳에서 공산주의자 오데이를 만났다. 아이라 린골드는 공산주의자가 되어 미국에 돌아왔다. 후에 그는 유명한 라디오 성우가 되어 대중들에게 진보와 평등의 메시지를 전파한다. 파티장에서 만난 부루주아들에게 거침없이 욕설을 퍼부었고 힘 있는 보수주의자들을 모욕했다. 그렇게 그는 붉은 폭풍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사지가, 정신이, 마음이 갈기 갈기 찢어졌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머리 린골드는 뒷골목에서 태어난 가난한 아이였다. 엄마는 일찍 죽었고, 아버지는 쓰레기였다. 그는 공수부대원이 되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머리 린골드는 자유 시민이 되어 미국에 돌아왔다. 후에 그는 영문학 선생님이 되어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머리 린골드는 아이라 린골드의 형이었다. 그러나 그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공산주의라는 것 없이도 가난을 친구로 둘 수 있고 평등을, 사랑을, 자유를 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 네이선은 머리 린골드의 제자였다. 그를 통해 아이라를 만났다. 그리고 열렬한 추종자가 됐다. 열광은 길지 않았다. 네이선은 오래지 않아 아이라의 광기로부터 도망쳤다. 시간이 흘러 네이션은 육십대 중반의 노인이 된다. 그리고 아흔이 된 머리 린골드와 다시 만난다. 아흔 살의 노인은 붉은 폭풍이 휩쓸고 간 폐허를 모두 목격했고, 그보다 더 흉해진 세상에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우리가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청년처럼 활기가 가득했다. 그는 6일 동안, 네이선이 몰랐던, 네이선이 외면했던 아이라의 비극을 얘기한다. 공산주의가 어떻게 그의 삶을, 사랑을, 가정을 망쳤는지, 아이라가 기꺼이 돕고자 했던 가난하고 힘없는 대중들이 어떻게 그를 배반하고 죽였는지를. 네이선은 머리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었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 밤 하늘을 올려다 봤다. 네이선은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고 했던 어린 시절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아이라의 추락, 아이라의 죽음과 관련된 자들은 거의 다 죽었다. 밤 하늘에 그들이 죽어서 된 별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거기엔 "반목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p538). 이데올로기는 사람을 모으고 편을 가르고 싸움을 일으키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이데올로기는 평화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평등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자유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 인간은 공산주의 없이도 타인을 사랑하고 가난을 극복하고 자유를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우리의 심장이다. 우리의 진심이다. 우리는 갈기 갈기 찢긴 심장을 손에 들고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언젠가 우리는 모두 별이 될 것이다. 반목과 실수 따위는 감히 끼어들 수 없는 저 광대한 우주의 별이 될 것이다. |
|
우리나라의 그 시절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도 그러던 시절이 있었다.(라기엔 우리나라가 미국의 영향을 받았구나.) 배신이 손바닥 뒤집듯 이루어지고 가십은 정치와 합작해 군중을 우르르 몰아가던 그 때 말이다. 이 책은 그 시절의 이야기다.
링컨과 비슷한 외모를 가졌던, 링컨과 비슷한 사상을 가지려 노력했던 아이라는 그 심지를 가진 이유만으로 무서운 광풍에 휘말린다. 가정을 갖고자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문제였을까. 배신당한 아이라는 피묻은 칼을 휘둘러 복수를 감행한다.
허리케인 같은 역사 속에서 몸부림 친 거인. 아이라에 대한 이 강렬한 이야기전개는, 이미 지나간 기억을 되돌리는 노인의 말 속에서 한풀이처럼 담담하게 이어진다. 지나간 세월을 어쩌겠느냐고, 다만 그 때는 그러던 시절이었고 막을 수는 없었노라고. 그리하여 이 소설은 어떤 가치판단도 하지 않는다. 다만 기억하라고 말할 뿐이다.
|
|
시대를 관통하는 돌직구의 힘! 그 속에 살아있는 렘브란트 그림 같은 인물들... 제목에 이끌려 사 보았는데... 아 대단한 소설이다.
머리 선생님과 화자인 주커먼, 아이라와 이브, 그리고 실피드... 누구에게든 공감하게 만들고 누구에게든 분노하게 만드는 다면적인 인물 설정. 주인공 각자가 갖고 있는 복잡한 성격들. 그로 인해 빚어지는 작고 큰 사건들, 사랑, 배신, 갈등, 죽음, 그리고 찬란하고도 처연한 엔딩.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이와 성찰이 느껴진다. 필립 로스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진다... |
|
요즘 우리나라도 종북이니, 극우니, 친일파니, 시끄럽고, 내란음모 사건으로 두 진영의 대립이 더욱 가파라졌다. 그들은 왜 서로 싸우는 것인가. 나는 일차적으로 성격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믿는 가치, 정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진실성 논란으로 촛불집회가 한창인 요즘에 내란음모 사건으로 국정원의 존재이유가 분명해지면서 이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국정원이 살기위해 만들어낸 것인가, 아니면 보기좋게 그들을 기사회생 시키는 실수를 저지른 것인가. 정말 이 나라에 간첩이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공산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허풍을 친 것일까. 혼란스럽기만한 정황들로 인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난감한 현실이다. 공산주의는 나쁜 걸까. 이 책을 보면 공산주의자로 나오는 아이라라는 인물은 난폭하지만, 정의감에 사로잡혀있고, 영웅심도 있고 약간 동화적 세계에 빠져있다고 묘사하고 있다. 반면에 아이라를 공산주의 빨갱이라고 모함하고 그를 구렁텅이러 밀어넣은 정치인 그랜트 부부와 아이라의 아내 이브는 서로 짜고, 그들의 의원직과 연예인으로서의 인기와 부정적으로 성장한 딸아이에 대한 회피를 아이라라는 공산주의자에게 뒤집어씌워 이용하는 도구로 삼았다.
소설은 아이라의 형인 머리 선생님이 학생인 나에게 아이라에 대한 사건의 진상을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나라는 인물은 매우 똑똑한 좌파적 사고를 지닌 인물로 대학생이다. 선생님은 나가 장학금에서 떨어진 것도 아이라와 친하게 지냈기 때문이며, 아이라의 공산주의 사상을 확대해석해서 그를 빨갱이로 낙인찍혀 그와 관계된 사람들을 모두 조사하여 그들을 감시하고 피해를 당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사회 소수자를 배려하지 않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 책에서는 흑인과 유대인이라는 두 소수에 대해 욕하고 차별하는 사람들의 일관된 폭력성으로 묘사하고 있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는 소설속에서 아이라의 아내인 이브가 쓴 책이다. 이 책은 그랜트라는 의원이 대필로 작성했고, 그녀는 사실 그랜트 부부와 카트리나로 부터 위협 당했다. 그녀는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인기와 엇나가는 딸을 계속 지키고 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모든 혐의를 4번째 남편인 아이라에게 뒤집어 씌우고 방송에 나가 그동안 아이라로부터 협박받고 위협받는 생활을 했다며 연기를 한다. 아이라는 원래는 키가 크고 폭력적인 남자로 살인도 저지른 적이 있다. 그는 공산주의에 빠져 유토피아적인 세상을 꿈꾼다. 흑인과 유대인에 대한 차별이 없는 세상, 노동자의 인권이 올바른 세상을 꿈꾸는 영웅적인 기질이 있는 바보? 그런 그는 이성적으로 얌체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기 보다는 어쩌면 세상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고 볼 수 도 있다. 그는 연극에서 링컨역을 맡아 연기한다. 노동자들은 그에게서 링컨을 보며 지지했다.
매카시는 자신들의 편에 서지 않는 자들은 모두 빨갱이라며 혐의를 씌워 반대 세력을 죽이려 했고, 그랜트 부부는 아이라가 빨갱이 였다며 그를 고발하는 책을 내게하고, 탐문수사한 정황을 밝혀내서 인기를 얻고 뉴욕직 의원으로 당선된다. 아이라는 정말 공산주의자였지만, 나라를 파괴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약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모두 평등하게 잘 사는 나라를 꿈꿨다. 사람들은 그를 필요로 했고, 그를 영웅시해서 의지했지만, 그가 낙인찍혔을 때에는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그는 단지 투쟁할 거리가 필요했던 걸까. 투쟁하고 싸울때 가장 그답고 활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는 음모에 희생되고 이용당했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나중에 아내인 이브 또한 협박 당했음이 밝혀지고 그녀의 연기를 증오하는 딸 실피아는 그녀를 떠나고 그녀는 망가져 병에 걸려 죽는다. 아이라 또한 2년후에 병에 걸려 죽는다. 폭력적이고 불같은 사람은 자신들의 용광로 같은 불길을 그 광기, 격정을 어떻게 잠재울 수 없어 그렇게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걸까. 마지막에 저자는 그들을 별, 용광로 라고 묘사하며 그들 또한 없어서는 안되는 우주의 일부분임을 상기한다.
저자는 직접적으로 이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조금 비유적으로 표현했으면 더 문학적으로 좋았을 것같은데, 이 저자는 그렇게 쓰지 않는 것 같다. 직구 위주로 던지는 투수다.
삶 자체가 오류다. 여기에 세계의 본질이 있다. 아무도 자신의 인생을 찾지 못한다. 그게 인생이다. P533
내가 살아오면서 노력했듯 종교, 이데올로기, 공산주의 같은 명백한 망상에서 자신을 해방시켜도 여전히 자신의 선량함이라는 신화는 족쇄처럼 남는다네. 그게 최후의 망상이지. 또 내가 도리스를 희생시키게 만든 망상이고. P529
|
|
필립 로스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건데, 유대인들이 정말 미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나 하고 놀랄 때가 많습니다. 유대인들이면 어딜 가서도 아쉽지 않은 경제력과 권력을 갖고 있을 텐데 하고 말이지요. 스스로를 부정하고 자신의 민족을 멸시하면서 대스타의 지위에 오른 이브 프레임의 정신분열적인 삶. 그 삶을 쌓아올리면서 이브의 영혼은 얼마나 망가졌을까. 그 여자를 사랑하고 함께 하고 싶었던 아이라 린골드의 삶은 또 어떻습니까. 이브가 자신의 영혼을 망가뜨리며 얻은 유명세와 돈으로 만들어놓은 딸 실피드는 결국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어머니 이브를 그 누구보다도 처참하게 망가뜨립니다. 매카시즘의 광기가 미국을 뒤흔들었던 어둠의 시대. 여기에 유대인으로 살아야 했던 머리와 아이라 린골드 형제, 이브 프레임의 가족은 비극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도 노력했는데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이란 말입니까. 말씀 좀 해주세요 머리 선생님. 누구보다 양심적이었지만 아픈 삶을 사셨잖아요.
|
|
배신을 하고도 도덕적인 권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나약한 인간은 배신, 아닌 '정의'를 선택할 수 있을까.... '필립 로스'는 인간의 역사는 '배신'이 만드는 광기의 역사라고 한다. 오셀로, 햄릿, 리어왕, 맥베스 모두 배신을 당했고, 아담, 요셉, 삼손, 모세, 사무엘, 다윗등 성경의 주된 이야기 모두 배신에 관한 이야기들 뿐이다. 또한 1946년에서 1956년 사이의 미국에서는 개인적인 배신행위가 미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정말로 인간의 역사가 배신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만큼 소설 속의 주인공인 아이라도 배신당했고, 이브도 배신당했고, 네이선도 배신당했다. 그 시대는 역사의 척도가 축소되어 개인이 역사 속으로 빨려들어가기도 했고, 또는 역사가 개인 속으로 흘러 들어가기도 했다....
2차 세계 대전 후, 소련은 비밀리에 핵잠수함을 개발 중이었고, 냉전의 열기 속에서 양극화된 이념은 세계 평화라는 구호 아래 개인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 시대, 트루먼과 닉슨의 악의적인 이데올로기가 가득했던 시대에 자본주의 시장 경제는 노동자들을 더욱 피로에 지친 삶으로 바꾸었고, 오 만 명의 흑인이 이유 없이 린치를 당하고, 반유대주의가 극에 달했지만, 정부는 린치를 가한 백인에게는 유죄 선고를 단 한 번도 내리지 않았고, 또 일억 오천만 명 중에서 오만 명도 되지 않는 공산주의에 대한 탄압을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이라의 이야기다. 그러니, 그를 위해서라면 안될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러니, 이 이야기는 역사가 개인 속으로 흘러가 사라져버린 '아이라'의 이야기이고, 그가 공산주의자였다는 신화적 사실만이 족쇄처럼 남은 그 흔적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시대, 미국 시민 어느 누구도 공산주의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공산주의자가 러시아 말을 하는지 영어로 이야기하는지도 몰랐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데올로기가 생존의 도구로 전락했던 시대, 그 시대 아이라의 형이었던 '머리'는 아이라처럼 세계의 운명에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선생님으로써 교직에 대한 열의와 지역사회에 대한 경제적인 관심일 뿐이었지만, 아이라가 블랙리스트에 오르자 반미 활동 위원회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이유로 교직에서 해고되고 분필 대신 진공청소기를 팔아야 했다. 아이라와 결혼했던 여배우 '이브'는 자신의 생존과 딸을 위해, 아이라가 공산주의자였다고 세상에 고발한다. 하지만,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라는, 책을 출간한 이브 조자도 몰아닥친 배신의 물결 속에서 아이라에 대한 배신은 생존하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브는, 이브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했던 브라이든과 카트리나 부부에 의해 배신당하고, 자신의 딸에게도 배신당한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네이선'도 아이라가 공산주의 자라는 것을 오랫동안 몰랐다는 사실에 배신당한다. 아이라와의 친분으로 대학교의 장학금을 박탈당했을 때도 네이선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침묵이 제 역할을 하도록 잠시 내버려 두는 일 밖에 없었다. 공산주의자를 고발하는 것이 도덕적인 최고의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던 시대, 배신이 삶의 필수품이었던 시대, 아이라의 시대는 그런 것이었다.
물론, 아이라는 공산주의자였다. 아이라는 유년시절에 아버지로부터 외면당하고, 학교에서 좌절하고, 유대인으로써 반유대인주의를 온몸으로 체험해야 했다. 대공황의 나락에서 노동자로서 좌절을 경험했던 아이라는 심성이 나약하고 어린애와 같은 미숙함과 자신의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한 마디로 아이라는 그 시대에 배신당했고, 그 시대에 갇힌 희생자였다. 하얀색과 검은색을 100가지의 그라데이션 표로 만들고 1부터 100이라는 번호를 준 다음, 누군가에게 어느 번호까지 마음에 드는냐고 질문을 해보자. 만일, 그 혹은 그녀가 52번호까지의 색이 마음에 든다면, 그 혹은 그녀를 하얀 색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52번 표에 섞여있는 검은 색을 두고 검은 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처럼 하얀 색 속에 검은 색을 감추고 있고, 검은 색 속에 하얀 색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인간의 생각(이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명확한 경계를 확정짓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그 숫자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늘 존재한다. 인간의 평범한 삶이란 매일매일 수만 가지의 선택의 기로에서 타협을 벌여야 하는 연속적인 과정인데 공산주의자를 고발하는 것이 의무가 되는 시대라면, '세계 평화'라는 선의의 거대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공산주의자도 범죄자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념은 불안정하고, 사람들의 판단은 언제나 상대적이어서 인간의 욕망과 배신이 뒤엉켜 서로를 갉아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읽게 된 이유는 <에브리맨>의 '필립 로스'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라는 직설적인 제목에 이끌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소설은 아이라가 공산주의자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아이라가 공산주의자였다는 것은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라가 공산주의자로 살아야 했고, 아이라를 공산주의자로 고발해야만 했던, 인간에게 닥친 사실적이 의미들이 더 중요할 것이다.. 개인이 퇴폐적이고 속물적인 정치의 도구로 이용되고, 도덕적으로 지탄 받아야 할 인간에 대한 배신행위가 용인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편가르기적 체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거품 가득한 사상과 이념들이 인간을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인간에게 닥친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쪽은 인간 모두가 같은 형제라는 동화 같은 그럴듯한 믿음을 준다면, 마음이 혹해서 움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그 역사의 흐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아마도 그것은 '아이라처럼' 인생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참혹한 순간이 가장 늦게 찾아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진실은 아이라의 것도, 네이선의 것도, 머리의 것도 아니다. 진실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것이다...
이제, 아이라는 죽음으로 그 시대가 놓은 덧에서 벗어나 더이상 실수할 기회조차 없을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분명, 아이라의 시대는 '그런' 것이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시대 또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배신을 하고도 도덕적인 권위를 유지할 수 있다면 나약한 인간은 배신, 아닌 '정의'를 선택할 수 있을까....
|
|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가 이데올로기의 손에 넘어가면, 개인적인 문제들은 빠져나가고 이데올로기가 이용할 수 있는 것만이 남게 된다. 이브가 아이라와의 결혼이 파탄난 후에 쓴 책 "나는 공산주의와 결혼했다"가 그랬다.
처음부터 둘의 만남은 어울리지 않았다. 서로의 삶이 특별해 보였고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아이가 딸린 연상의 이브와 초혼인 아이라가 결혼은 하기는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이브는 인생에 치이고 딸에게 치이는 불안한 영화배우였고, 아이라는 그 시대에 깊이 빠져서 시대의 가해자이자 희생자가 되고 도구가 되어 버린 공산주의자였다.
아이라는 열정과 의욕은 넘치지만 분노를 감추지 못해 큰 죄를 저지르고 남들과 관계 맺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군대에서 만난 공산주의자 오데이에게 이념을 주입받기가 쉬웠는지 모른다.
아이라와 이브의 결혼 생활은 파탄난 즈음에, 의원 매카시가 작성한 공산주의자 리스트에 아이라가 오르게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어닥친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어떤 문제로 불만을 풀거나 비판 항의했던 사람이나 이에 관계가 있던 사람까지 죄다 리스트에 올라 공산주의자, 공산주의자 앞잡이, 협력자가 되는 시대였다. 냉전 시대에는 누군가를 소련 스파이로 고발하면 곧바로 전기의자에 않힐 수도 있었다. 애국자인 양 배신을 하면서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 배신과 반역행위가 만연했던 시대였다.
이브는 아이라가 떠난 거에 대한 복수심에서였을까.. 그랜트 부부의 대의와 야망에 이용당해 그랜트 부부 대필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발간하게 된다. 아이라는 매카시즘의 희생양이 되어 여론 조작 재판의 조롱거리가 되고 아이라는 대중문화에 침투한 공산주의의 사례로 본보기가 되어 굴욕의 시절을 보내다 준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인간의 비극은 언론에 넘어가면 오락거리로 전락하기 마련인가 보다. 이브는 아이라에게 때늦은 용서를 빌러 다닌다. 이 책의 실질적 저자인 그랜트 부부는 아이라를 이용하여 국회로 가는 길을 닦고 출세의 가도를 달린다.
미국에서는 냉전 시대가 끝났지만 우리에게는 북한이 있는 한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들이다. 아직도 현체제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을 종북으로 몰지 않던가..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부에 불만을 토로해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정치에 대해 익숙지는 않아도 우리의 현상황과 다르지 않기에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필립 로스는 1990년 여배우 클레어 블룸과 결혼했고, 1994년 결별했다. 클레어는 1996년 그들의 결혼생활을 폭로하는 <인형의 집을 떠나며>를 출간하였다. 필립 로스는 부부로서의 신뢰가 깨진 충격에 반격이라도 하듯이, 이 소설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을 집필하였다. 작가의 사생활이 이 소설에서 아이라와 이브의 배신과 복수에 잘 반영되어 있는 듯 하다. 예전부터 읽고 싶은 이 소설을 이제서야 완독하였다. 역시 필립 로스의 필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
|
"빨갱이" 이 나라에서 누군가를 낙인찍을 때 가장 심한 말 비록 한 단어이지만 이처럼 정치성을 띈 단어가 있을까 ?
불가해한 존재인 인간을 규정 짓는다것은 오만인 동시에 모욕이다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차별적인 규정지음을 그야말로 광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광기의 끝은 파멸뿐이다.
미국의 맥카시즘 시절의 광기를 관통하는 이야기이다. 지금에서 보면 참 어쩌구미 없는 일이지만, 이 나라에서 " 오래된 미래"처럼 재현되고 있다
이 광기의 끝은 파멸임을 그들은 알아야 하지 않을 까 ? 인타까울 뿐이다
|
|
지금 여기에선 한 바탕 난리법석이 지나가고 또 다른 야단법석이 진행 중이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하루가 남은 사전투표를 앞두고, 그나마 낫다고 여기던 민영 방송은 엉뚱한 뉴스를 뱉어내더니 그걸 다시 주워 담느라 헛구역질을 해대고,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였던 여권의 인사들은 자신의 당의 대통령 후보를 남겨 두고 제 살길을 찾아 들락거리느라 여념이 없다.
|
|
------------------------------------------------------------------------------------ 어느 시대가 종점을 찍으면 지금 우리나라의 코스피가 바닥쳐. 불안에 떨고있듯. 인간의 존엄성, 도덕과 양심이 내팽개쳐지는 시기가 온다. 환락의 시대 '부셔버리겠어'의 대사 한마디 처럼 모든것을 절망하고 절규하게 만드는 그런 세상 이 책은 긴 호흡이필요한 장편이다.. 그래서 요즘과 같은 장마와 잘 어울린다.
비단, 미국사회를 이야기하고자하는것은 아닐테다. 영화 아이언맨처럼 영웅을 찾고자하는것은 더더욱 아니고 이 책은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할수밖에 없는,하게 되는.. 그냥 하고만.. 모든 감정과 본능에 충실했던것 같다.
오데이,아이라,이브... 이 안에 나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을까? 막장과도 같은 이 어지러운 이데올로기 작품이.. 오늘 머리가 아플만큼 기억에 남는다.
마음도, 머리도, 나의 감정도 아프게 한.. 아픈 책. 이렇게 단 세 글자가 떠오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