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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 디자인사/우치다 시게루/노유니아/소명출판/2023 앞서 읽은 근대 디자인사에 이어 이 책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10대 시절 일본에서 수입된 다소 비싼 그러나 깜찍하고 기능적인 문구류들을 보면서 왕창 사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도 있었죠. 서른쯤 되어 일본에 처음 가서는 밀집된 도십 속의 비지니스 체인 호텔이나 자그마한 상점들 마다 좁은 실내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한 인테리어에 감탄하기도 했다는. 물론 쉰이 넘은 지금은 문구류는 사무용 기능 일변도로 사고, 호텔도 여유가 되면 넓은 곳을 선호. 보통의 중년 한국인이니. 나이가 왠만큼 되니 과거 일본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구의 것들을 모방하듯이, 내가 어렸을 때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여러 것들을 모방했고, 이느샌가 중국이 우리 것들을 모방한다 싶더니, 이제는 국가별, 지역별, 사회별, 문화별 개인별 등등 모든 것이 전지구적으로 조금씩 겹쳐지고 혼재되어 가는 세상이 되어 가는 구나 느끼게 됩니다. 지금 여기는 어디쯤? 그럼 미래는 어떻계? 하는 고민을 하다보면 역시 과거를 한번 쯤 제대로 돌아보는 게 필요한 법. 저자 역시 그런 생각에 이 책을 썼을 것이고, 나 역시 일본을 열심히 뒤쫓아 갔던 과거의 우리나라를 돌아보기 위해, 그리고 지금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관광을 하러 가는 일본의 여러 명소들에 대해서 알기 위해 이런 저런 책을 찾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우치다 시게루는 나도 어디선가 읽고 들어본 일본 디자이너 계의 거장 중 한 명이기도 하고, 역자가 이전에 번역한 책이 깔끔하고 마음에 들기도 하여. 전후 일본에서 시작하여 대략 10년 단위로 일본의 디자인사를 다루고 있는데 일본 현대사 심지어 세계 현대사의 변곡점과 더불어 디자인의 변화를 서술 현대사에 대해서도 꽤 진지하게 연급.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공예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고 미술은 물론 공업, 산업에 걸쳐져 있는 부분이다 보니 문화 예술을 주요 사조와 맞물리는 부분이 있고, 공업과 산업이라면 경제 정책과 함께 하는 것이다 보니 의외로 상당히 넓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또 영향을 받더라는. 총 5장으로 서문과 맺음말이 있습니다. 1장은 1950년대. 현대 디자인의 시작 미군 GHQ의 지배하에 주둔하는 미군들의 요구에 맞는 집과 가구, 전자 제품과 각종 비품들을 배우고 익혀서 생산해 내던 시대입니다. 이미 근대에 서구식 생활 양식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직접적으로 건물에서 일상생활 용품까지 모두 제조 생산하면서 체감하게 된 것은 처음. 일반 서민들에 이르기까지도 이러한 양식들이 점차 파급됩니다. 한국 전쟁으로 인한 특수로 경제적 부흥, 디자인 커미티를 통한 굿디자인 전시회, 일본선전미술회, 일본 디자인 센터 등이 생기고 초기부터 백화점에서 개최하는 디자인 전시회 등이 성공을 거두었던 일본 디자인의 여명기. 표절을 막고 창의적 디자인으로 수출을 독려하기 위한 G 마크 도입, 지금봐도 꽤 사랑스러운 독창적인 디자인의 상품 개발이 시작됩니다. 2장 1960년대 공업화 사회와 이에 대한 의문 전후 20년 가까이 제조업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이런 저런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사회가 형성되었고 획일화된 생활 문화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물건을 공급하던 시대에서 텔레비전을 통한 광고가 활성화되고 유통 시장이 커지면서 보다 매력적인 상품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복합 빌딩 등 대규모 상업 시설들이 들어서게 되죠. 그러나 이 시대는 공업발달이 가속되면서 심각한 환경 오염과 질병을 갖고 오기도 했습니다. 이타이이타이병이나 미나마타 병 같은 것들도 이 때 생겼죠. 공업화 초기에 흔히 있는 일인데 미국의 마이카 시대 초기 유연휘발류를 쓰면서 등장한 납중독이나 야광시계 공장에서 라듐을 쓰면서 나타난 방사능 중독 등에도 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어두면 이면의 전면에는 일본 경제의 화려한 부활을 상징하는 도쿄 올림픽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88 올림픽을 치렀지만 이런 큰 행사를 처음 치르는 나라들은 단순히 경기장과 선수촌을 짓는 것뿐 아니라 도시 자체를 완전히 리모델링하는 차원의 개발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주택과 상업시설의 정비, 도로와 철도, 신칸센의 도입 등등이 많은 부분에서 획기적인 변신을 시도했죠. 당시 도쿄 올림픽 관련된 멋진 포스터와 경기장 경관은 지금 봐도 꽤 괜찮더라는. 60년대 후반이 되면 베트남전이나 68운동의 영향이 커지게 되고 전후 사조가 한번 크게 요동치는 시대가 됩니다. 이미 50년대에 페르소나 전 같은 젊은이들의 실험적인 전시회가 열렸던 일본에서는 환경을 테마로 하는 전시회가 등장하고 관객 참여를 유도합니다. 인테리어 역시 발전을 거듭하여 건축에 부속된 것이 아니라 독립하는 움직임으로 보이고 팝아트와 미니멀리즘 등 당시 사조에 일본적인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하기도 합니다. 공업화 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옮겨가면서 이탈리아에서는 래디컬리즘 디자인이 등장하고 공장제 획일적 제품에서 보다 개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화되기 시작합니다. 이때 일본에서 이른바 언더그라운드 연극을 비롯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생기게 되는데, 우리 나라 역시 공업화 시대를 지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죠. 이런 상황에서 과거 디자인 업계의 대표 단체였던 일본선전미술회는 시대를 다하여 해산하게 됩니다. 3장 1970년대. 공업화 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70년대는 일본 정치 경제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미중 관개 개선으로 일본도 중일 국교 정상화를 한 건 좋았는데, 오일 쇼크로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정치계도 파란이 많았죠.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오사카 엑스포나 삿포로 동계 올림픽으로 여전히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단게 겐조의 신화는 계속 되네요. 일본 디자인 계의 일등 공신은 역시 백화점 같은 유통계라고 해야 할까요. 이때 PARCO가 탄생하고 여러 기업의 이미지 광고도 등장합니다. 여성의 경제적 능력이 커지면서 이에 따른 광고의 변화도 컸고 상업 시설의 실내 인테리어 역시 획기적으로 변모합니다. 다양하고 폭넓은 관련자들이 참가하여 특히 원데이원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도쿄 디자인 스페이스의 개관이 이때 이루어졌다고. 국제 무대에서 화려하게 꽃피었던 일본 패션 디자인계의 화양연화가 바로 70년대. 이미지 광고에 이은 디자인을 통한 기업 아이덴티티 보급. 개인이 강조되는 산업 제품군들 즉 게임, 영상 관련 제품과 올림푸스의 컴팩트 카메라, 컴포넌트 오디오 시스템, 카 스테레오 등등. 4장 1980년대 디자인의 다양성 버블인 줄 몰랐던 버블 경기 시대.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소량 다품종 시대의 산업 물품. 직장과 가족이라는 일상 생활에서 여거 선용이라는 탈일상적 문화의 발달. 그러나 이 역시 문화적 축적이 없는 소비의 발달만 극대화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세 됩니다. 다양성의 시대인 만큼 디자인은 더욱 고도화 되고 풍족해진 자본 덕에 기술적 성과 역시 크게 확대 됩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서브 컬처는 더이상 서브가 아닐 정도. 이전에 언더그라운드 역시 주류에 포함되어 가듯이 말이지요. 서구와는 다른 기능적인 가구 디자인, 국제 무대에서 과거 처럼 주목 받진 못해도 여전히 독특한 일본 패션디자인, 지금도 활발하게 영업중인 도큐 핸즈와 무인양품 그리고 액시스가 등장합니다. 5장 환경의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인 이 부분은 마지막으로 1990년대와 2010 까지를 버블 경제 이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리 경제적 침체기를 겪었다고 해도 여전히 저력 있는 일본의 디자인, 버블 시대가 광고의 시대였다면 이후는 다양성에 맞춘 상품 개발과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라고 할 만 합니다. 이탈리아 밀라노 살로네를 통한 일본 디자이너의 등장과 활약을 소개하는 노장의 시선이 따사롭네요. 환경의 시대를 맞이하여 디자인 계 역시 소재 선정, 제조 이후 리사이클링까지 염두에 두는 방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생하는 사회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과 그 일환인 노멀라이제이션 등도 소개. 마지막으로 인간을 위한 디자인으로 글을 맺고 있습니다. 일본적인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저 동양적인 가치관 같긴 합니다만. 저자 우치다 시게루(1943-2016)는 다실 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며 이 책에는 자신의 이야기도 제법 언급되어 있습니다. 어찌 보면 꽤 주관적일 수도 있다 싶지만 특별히 편파적이다 느껴질만한 구석은 없었으며 일본의 현대사에 대해서도 상당히 객관적으로 피력하고 있습니다. 업계에 오래 종사한 사람인 만큼 내용에는 열정과 사랑이 넘치며 상세한 설명과 더불어 멋진 도판으로 꽤 아름다운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언급된 수많은 이들 중에서도 특히 많이 언급되는 이들의 이야기는 또 따로 들어봐도 좋을 듯. 눈이 호강하는 즐거운 독서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