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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올해 해보고 싶은 일로 서로 같은 책 읽고 이야기하는 독서모임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나도 그런 모임을 내내 갈구했기에! 작심삼일이 될 지 언정 한번 해보자 하고 시작한 독서모임. 친구가 선정한 책 후보군 세 권 중에 배명훈 『미래과거시제』가 있었는데 선정 이유로 ‘1월이 되니 SF소설이 땡김!’ 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나도 SF가 너무 땡기는 것이여 ㅋㅋㅋㅋ 그래서 이 책으로 땅땅땅.
몇 년 전만 해도 SF라는 장르를 딱히 즐기지 않았던 터라 배명훈 작가를 몰랐었는데 북튜버 ‘겨울서점’에서 종종 언급이 되어 알게 된 작가이다. (사실 언급 정도만 된 게 아니라 아예 배명훈 작가님을 찬양하는 영상이 대놓고 하나 올라온 것도 있다. 덕후의 찐웃음포텐ㅋㅋ)
코로나 시기에 출간됐던 SF 앤솔로지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에 수록됐던 배명훈 작가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를 엄청 재미나게 읽었고, 이어서 『안녕, 인공존재!』도 읽었는데 <엄마의 설명력>, <크레인 크레인>, <매뉴얼>, <누군가를 만났어>도 정말정말정말 흥미롭게 읽었던 경험이 있어서 독서모임 첫 책으로 산뜻하게 시작하기 좋을 것 같았다.
해저도시건축 감리를 하는 유희가 수요곡선의 수호자 마사로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AI로 형상화한 것 같음ㅋㅋ 다른 많은 AI들이 생산을 해댈 때 그 공급량을 조절해주는 역할로 만든 게 마사로다. 근데 재밌는 설정은 마사로가 그냥 소비만 해서는 안되고 소비를 하면서 진심으로 행복하고 만족감을 느껴야 되는 거임. 하 그런거라면 나도 잘 할 수 있는데! 어차피 돈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건데!! ㅋㅋㅋ 그리고 결국 ‘덕질은 나의 힘, 덕질만이 살길이다’인 것인가ㅋㅋㅋㅋ 나 마사로 할래 ㅜ 나 시켜줘 나 ㅜ
2.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처음 몇 문장을 읽다가 어? 하고 다음 문장을 더 읽고서 책 읽기를 멈췄던 기억이 난다. 책 편집 과정에서 오탈자 수정이 안된 줄 알았는데 파열음과 쌍자음을 쓰지 않는 실험적인 소설이었다. 2020년 이후로 크고 작은 감염병을 여러 번 겪은 후 전반적인 생활양식뿐 아니라 언어도 크게 변화한 미래 세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비말이 튀는 파열음과 쌍자음이 사라진 세상이라니.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하지 못하고 ‘가다르시스를 느겼다’라고 말하며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를 ‘동족아여 주시옵소서’라고 말하는 세상에서는 감정 표현도 절제되려나. 이 소설 후기에는 2113년 표기법으로 작성된 후기들도 있고 온라인 북토크 당시에 ‘ㅋㅋㅋㅋㅋ’를 ‘ㄱㄱㄱㄱ’로 댓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신박해!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로도 번역이 되었다고 하는데 외국어로는 2113년 표기법을 어떻게 표현했을지 궁금하다.
3. <미래과거시제>
타임오프 로맨스의 정석인 듯한 느낌. 이걸 미래과거시제라는 언어학과 결부시킨 게 신박하긴 했으나 다른 단편에 비하면 임팩트가 적다고 느꼈다. 활자보다 영상 콘텐츠로 제작되면 더 볼거리가 많을 것 같다. 시간여행을 온 남자가 하는 공연 이런 것도 보여줄 수 있고 겁나 잘생기고 신비로운 남주 얼굴도 볼 수 있고? ㅋㅋㅋㅋ 이 정도면 (연기 잘하는) 차은우나 송강 정도 되야… ^^(?)
4. <접히는 신들>
작가가 이집트 신들의 꼿꼿한 자세를 보면서 이들이라면 아주 먼 곳에서 온 외계인일 수도 있다고 상상했다고 한다. 이동 거리가 멀면 멀 수록 이동수단의 공간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는 그 생각이 이렇게 들으면 당연한데 듣기 전에는 굳이 못 했던 것 같다. 그리고 2차원에서 3차원으로 차원을 넘나들며 변신하는 설정은 예전부터도 많았는데 변신 전후보다는 변신을 했던 흔적(평평한 종이나 벽에 접혀지며 생겼던 수많은 선들)에 초점을 맞춘게 흥미로웠지. 또 공간이 부족하면 욕망도 사라진다는 게 너무너무너무 공감 가서 대갈 박고 울고 싶었음 ㅜㅜ
5. <인류의 대변자>
여기서 나오는 외계인들도 접혀서 지구(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오는데 <접히는 신들>에서 이미 맛본 설정이라 익숙하게 받아들임 ㅋㅋ 우주선이 도심 한복판에 날라와도 수능날 영어듣기 시험을 걱정하는 건 미래에도 똑같구나^_ㅠ
6. <임시 조종사>
‘(아니리)’로 시작하는 판소리 형식의 매우 실험적인 SF소설. 판소리 형식이니 만큼 잘 읽히지 않거나 뜻을 잘 모르겠는 한자어도 많이 나온다. ‘아니리/진양조/중모리/자진모리’라고 써있는 것에 따라서 읽으면서 나도 판소리 형식으로 읽게 된다. 근데 정말 판소리처럼 장단이 있어서 묵독을 할 때도 리듬감 있게 읽히는데, 한 작품을 내내 그 텐션으로 읽으려니까 좀 힘이 달리고 스토리 디테일을 놓치기 쉬웠던 게 아쉽다. 근데 작가노트 보니까 전반적인 스토리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고 해서 위안을 얻었다ㅋㅋ 하여간 진짜 작가님도 대단하긴 대단함 ㅋㅋㅋㅋ
내용 중에서 제일 웃겼던 게 ‘크로스 트위스트(cross twist) 홀 스티치(whole stitch) 하프 스티치(half stitch)’하고 각주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보빈레이스』 참고 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모닝 쓰리 이브닝 포(morning three evening four),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웬 전략인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소 텐 마우스에 노 워드(ten mouthes no word)라.’ ㅋㅋㅋㅋㅋ
7. <홈, 어웨이>
스포츠 경기에서 홈/어웨이(원정)할 때 그 홈, 어웨이.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의심 들고 길을 헤맬 때 홈 팬들처럼 열렬한 응원과 지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할 것 같긴 한데 아주 인상적인 내용은 아니었던 것 같다.
8. <절반의 존재>
비행기 사고로 몸의 절반을 잃은 후 나머지 절반은 기계로 대체된 존재에 대한 이야기다. 몸의 절반을 잃고 절반을 기계로 대체했으나 어쨌든 살아가고 있는 존재라… 이까지만 들었을 때 신체를 세로로 이등분해서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잃거나, 가로로 이등분해서 하체를 잃은 경우를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상체를 잃고 두 다리를 살려서 기계와 결합한 경우였다.
인간의 신체에서 자아라고 할 수 있는 곳을 꼽자면 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마음’으로 상징 되는 심장 정도. 그것도 아니라면 피부나 표정을 만드는 근육…? 근데 지하임에게는 뇌도, 심장, 피부도 모두 기계인데, 다리만 인간의 다리인데 존재의 본질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근데 또 여기서 한번 더 비틀어서 달리기를 했던 사람의 다리라면.?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하게 하는 이야기라서 이 단편집 중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9. <알람이 울리면>
슬프고 아름다운 소설. 시계방향 반시계 방향… 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말에 다다른다. 이야기를 꼬고 비트는 것 없이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친절한 소설이다. 오랜 시간 동면하는 시간 동안 소중한 사람의 부고를 알려주는 장치라. 실제로 냉동인간이 존재하는 세상이니까 이런 부가적인 의무도 슬슬 생각해야할 시기가 온 것일까.
오늘 아침 출근 전에 친구와 만나서 조찬(북)클럽 1회차를 했다. 뭐 한 20분 정도나 이야기 하고 수다나 떨다가 출근하지 않을까 했는데 약 1시간 가량을 이야기했던 알찬 시간이었다. 독서모임 처음 해보는데, 단편마다 하나씩 자유롭게 넘나들며 집고 넘어가면서 하니까 이야기할 주제도 많고 너무 느슨하거나 딥하지 않아서 딱 깔끔하고 좋았다. 특히 사이보그의 장애 등급 판정 이런 건 난 생각도 못했는데, 이런게 북클럽 하는 재미구나를 느꼈다. 구 조찬클럽 신 화개장터 형성 이후에 최고의 아웃풋(아마 처음으로 생산적이었던ㅋㅋㅋㅋ)을 한 날이었다. 꿀잼! 과연 몇회차까지 할 것인가!!! 나는 일단 3회차까지만이라도 해보고싶음! ㅋㅋㅋㅋ
다음 2회차는 김금희 『대온실 수리 보고서』 로 정했다. 한달 후에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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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쪽으로 정녕 소질이 없던 내가, 조금이라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이 모자라면 그 대상을 이해하는 것 자체를 거부했던 내가, 말이 안 된다 싶으면 아예 생각도 하지 않던 내가 이만큼 읽고 있으면 이 세계의 세계관을 제법 익힌 셈이 되었을까. 아직도 남들보다야 한참 아래이겠지만 나 자체의 수준 그래프로 따져 본다면. 그렇다고 믿으려고 한다. SF소설을 계속 읽고 싶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 소설가의 것이든 외국 작가의 작품이든.
이 작가의 글은 놓치지 않고 보려고 하는 중인데 여전히 푹 빠져들지는 못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도 가려진다. 내 취향, 좀 아닌 취향으로. '접히는 신들'이 아주 좋았다. 이런 상상력은 기발하다 못해 배우고 싶다. 못 배울 걸 아니까. 그리고 또 내용까지 믿고 싶다. 그렇게 되었으면, 이미 그럴 수 있을지도. '인류의 대변자'는 잠깐 많이 웃었다. 이런 유머도 좋아한다. 딱 우리나라의 현실을 건드리면서 딱 웃고 싶은 만큼 비꼬는 태도. 소설이니까 가볍게 대할 수 있으면서도 무게는 오래 남는다. 그래, 우리가 이런 곳에 이런 시절에 살고 있는 것이지. 외계인이 우리의 서울을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지. '수요곡선의 수호자'는 서글픈 마음으로 읽었다. SF라는 영역 자체가 서글픈 속성을 갖고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막상 만나면 새롭게 서글퍼진다. 우리가, 우리 인간이, 우리의 노력이, 우리의 기술이, 고작 이렇게밖에 못 되나, 한탄하게 되면서.
책 제목으로 쓰인 '미래과거시제'는 앞서 읽은 시간여행을 다루었던 다른 작가의 소설들이 자꾸만 떠올라서 읽기에 방해가 되었다. 내 독서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같은 소재를 다루더라도 새롭고 다른 인상으로 나를 이끌었으면 좋겠는데 겹치거나 본 적 있는데 싶어지면 그만 관심이 옅어지고 만다. 다른 기억력은 현저히 떨어지면서 이런 인상에 대한 기억은 왜 이리 강하게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작가가 오랜 시간 공들여 쓴 작품이라는 '임시 조종사'는 작가가 염려한 대로 읽기 힘들었다. 입말로 된 글이라 글말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읽기가 퍽 어려웠으니까. 판소리 대본을 귀로 듣는 대신 눈으로 보는 게 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아니, 어쩌면, 판소리 자체에 흥미를 못 느끼는 탓이 클 수도 있고.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실린 글 중에 가장 읽기 어려웠다. 파열음을 낼 수 없다는 소설의 배경을 고려하더라도 자꾸만 맞춤법을 맞추면서 읽으려는 내가 안타까웠으니. 웃음마저도 지우게 될 정도로.
우리 소설에서 제 몫을 차지하고 있는 작가라는 것을 알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읽는 일밖에 없고, 읽는 것으로 응원할 수밖에 없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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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의 아무래도 호기심 그리고 뒤를 이은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아니 뭐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설핏 웃음이 나올 수 있지만 그 생각을 요리조리 연결시키고 쌓고 또아리를 틀도록 하고, 그러면서도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작업의 전과정을 고스란히 살펴보는 즐거움이 있다. 또는 일상이 가지는 평범함을 그 평범함의 한 가운데에서 허무는 것 같은 기이한 경험이 때때로 야무지다. 「수요곡선의 수호자」 “뭐든. 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제자리에 깆다놓는 로봇이야. 수요곡선의 수호자지. 공급곡선에는 참여하지 않아. 펑펑 쓰고 원 없이 써. 사람이 만든 건 뭐든지 살 수 있어. 그러라고 만든 시험용 로봇이야. 성공한 시험용 로봇...” (p.19) 무언가 필요한 것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무쓸모하더라도 소비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인공 지능이 탑재된 로봇은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실험에 성공하게 되었을까...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다들 별로 안 믿는 모양이지만, 우리 학교 역사학과 격리 실습실은 학생들을 감금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 아니다. 역사학 연구자로서 한 시대를 선입견 없이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격리 실습실의 유일한 목적이다. 격리되는 것은 연구자가 아니라 시간이다. 연구자가 감금되는 것은 부수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각자의 시간이 묻어 있는 법이어서 연구자를 격리하지 않으면 시간도 제대로 격리할 수 없다.” (p.61) 21세기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코로나19라는 세계사적 사건이 이후 우리의 언어 체계에 소설 속과도 같은 변화를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 일종의 가상 언어 체험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이한 대체 역사 소설이랄까... 「미래과거시제」 타임슬립과 언어 체계가 교묘하게 섞이며 로맨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SF물이라고나 할까. 대학 시절의 어느 공간에서 만난 (묘하게도 내가 다닌 대학교의 얽히고 설키며 연결되는 건물들이 떠올랐다) 남자 강은신, 그리고 터키의 언어학자의 강연에서 듣게 되는 ‘확정적으로 일어나는 미래의 일’을 암시하는 언어의 사용법이 뒤엉키며 이루어진 혹은 이루어질 만남으로 독자를 이끈다. 「접히는 신들」 “신을 접었다고? ... 외계인을. 종이로 접은 것뿐이니까. 일단은 겉모습만 알 수 있을 뿐이지만. 게다가 여기서는 27미터 종이가 없어서 실물보다 훨씬 작게 접어봤어.” (p.161) 그리고 은경이 문열 열자 내가 맞닥뜨린 것은... “... 우주를 건너 온 여행자. 무엇을 보게 될지 알 수 없고 계획대로 다시 온전히 접힌다는 보장도 없이 2차원 평면으로 쫙쫙 펴진 다음 운반하기 좋은 모양으로 접힌 채 차곡차곡 우주선에 실린 어느 존재의 영혼.” (p.162) 「인류의 대변자」 롯데타워 꼭대기에 우주선이 다리를 연결하고 임시로 주차를 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의 우주군은 거기에 탑승해 지구를 방문하여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외계인에게 상의할 문제가 있다. 그러니까 곧 있을 대입 시험이 치르는 시간에는 우주선을 움직이지 말아 달라는, 그러니까 소음을 일으키지 말아 달라는... 「임시 조종사」 “(아니리) 옛날 서울 청파동에 지하임이라는 청년이 살았겠다. 나이 스물에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서른 넘어까지 진귀한 재주를 익혔으니, 이름하여 로봇 조종술이라. 세상천지 백 명 남짓 지닌 희귀한 재주이되 로봇이 전 세계 열 대 안팎으로 레드 오션이 따로 없었더라. 백수 모양으로 낮에 자고 저녁 용돈 벌러 가기를 수삼 년이나, 일야(一夜)에 귀가하여 우편함 고지서 봉투를 개봉하여 본즉 겉면은 고지서이되 내용은 채용 통지라.” (p.209) 아니리와 진양조, 중모리와 자진모리까지 판소리의 가락에 로봇 조종사 지하임의 일대기를 실었다. ‘장단을 공부하고 운율을 다시 쓰고 단락마다 장단을 표시’하면서 이 기이한 소설을 작가는 성공적으로 끝냈다. 「홈, 어웨이」 “... 마침내 글이 절정 근처에 이르자 홈 관중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소음이 반 시간이나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응원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 호흡에 결말까지 써낼 집중력과 긴장감을 얻기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p.277) 글 슬펌프에 빠진 소설가 친구에게 한먼지라는 친구는 어플리케이션이 깔린 노토북을 건넨다. 그리고 어플리케이션은 내가 소설을 쓸 때마다 환호성을 내지르고 나의 글에 딴지를 거는 모든 것에 야유를 퍼붓는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나름 괜찮은 소설을 써냈다. 나는 그 독려를 슬럼프에 빠진 다른 소설가에게도 선물한다. 다만 문제는 내가 홈팀을 선택한 것과 달리 그는 어웨이팀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는 것... 「절반의 존재」 “아빠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거예요. 판단력이 흐려졌을 수도 있고요. 그랬을 거라고 봐요. 너무 이상한 결정이었으니까. 남은 반을 살리기로 한 결정 말이에요. 보통 이쪽 반은 안 살리니까.” (p.295) 생각 자체만 놓고 보자면 책에 실린 모든 생각 중 가장 충격적이다. 그러니까 오른쪽은 죽었는데 왼쪽을 살린다는 식의 절반이 아니라, 하반신은 사라졌지만 남은 상반신은 살리는 식의 절반이 아니라... 하반신만 남은 자식의 상반신에 로봇을 부착하는 식으로 절반을 살리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알람이 울리면」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마지막에 코끝이 찡해진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가상의 현실, 그러니까 매트릭스를 떠올리면 대충 이해할 수 있기도 하지만 명료하지는 않다. 작가는 “... 서술자 자체가 이야기의 객체이자 소재의 일부다.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지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위가 서술자에게 있지 않으므로, 순간순간 독자는 의지할 대상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라고 작가 노트에서 밝히고 있는데, 소설을 읽고 나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다. 배명훈 / 미래과거시제 / 북하우스 / 343쪽 /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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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흡입력 있는 소설을 읽었네요. 책을 읽으면서 아쉽다고 생각한데 언제인지.. 모든 한 편 한 편이 소중합니다. 정말... SF는 첫 부분에서 이게 무슨 소리야??하고 읽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그 세계관에 완전히 몰입하여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무너지는 듯한 느낌에 매료되어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그 느낌을 완전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분명 제 세상의 모든것은 납작하게 만들어져 있거든요.. |
| 책제목인 미래과거시제를 포함한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는 단편집입니다. 단편집은 그냥 한 챕터씩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선호하는 편인데 이것도 재밌었어요. 모든 챕터가 제 취향일 수는 없었지만 정말 재밌어서 몰입해서 본 챕터들도 있었습니다 설정이 진짜 흥미롭고 웃긴 단편들도 있어서 추천 드려요 수능때문에 한국 우주방위군이 비행금지 요청하는 부분 진짜 안잊혀져요 |
| 배명훈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청혼의 한 구절을 통해서였다. 청혼이 너무 좋아서 다른 책으로, 또 다른 책으로 넘어가다 보니까 어느 순간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사고 보는 작가 리스트에 올라가 있었다. SF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소설의 분위기가 대체로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찾게 되는 것 같다. 단편이라 아쉬운 작품도 있었으니까 장편으로 또 만나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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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를 너무 늦게 알았나봅니다. 이 책을 시작으로 국내에 출간된 배명훈 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을 줄줄이 주문해서 읽고 있습니다. 최근작에 흠뻑 빠지다니. 왜 그간 몰랐었나, 내 자신을 원망합니다. 혼내봅니다. 그동안 그의 책으로 더욱 즐거운 시간들 보낼 수 있었을텐데… 왜 몰랐니, 나 자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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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거시제는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국내 SF 소설계의 일익을 맡고 있는 배명훈 작가님의 세 번째 단편집이자, 표제작인 미래과거시제를 비롯한 아홉 개의 작품이 담겨 있는 소설집입니다. 사실 단편집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그 책에 실려 있는 모든 작품들이 다 좋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 이 책에 실려 있던 아홉 편의 소설들 모두가 그 색깔이 워낙에 다채로웠다 보니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었는데요. 무엇보다도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는 읽는 재미 또한 확실히 보장되는 작품집이라는 데 있어서 만큼은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 보이기에 배명훈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그냥 지나치기에는 정말 아쉬울만한 작품이 아니었던가 합니다. |
| 강렬한 그림과 알듯 모를듯 책 제목. '수요곡선의 수호자'는 나 뿐만 아니라 독자 모두 잘 할 수있다는 자신감을 준, 작가의 삐딱함이 즐거움을 주기 충분하다.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마치 근대 소설 또는 외국 소설을 보는 듯한 어려움을 주지만 굴하지 않았다. 두 세번은 보아야 오탈자 틈 속에 문맥과 내용에 접할 수 있었다. '미래과거시제'는 소재를 발굴하고 글 쓰기까지 힘들었으리라 짐작간다 그럴 듯하게 보이게 스토리를 만들고 배치하기 쉽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따뜻한 SF를 보여주는 작가의 고민에 다다르면 인간애까지도 느껴진다. 계속 이어서 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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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의 소설은 장강명, 두나, 김보영과의 단편집에서 처음 읽었다. 다른 작가들은 몇권씩 다 찾아 읽었는데 이 작가만 좀 미뤄졌다고 할까. 정확히는 잊고 있다가 새책 발간 뉴스를 보고 잊었다가 기억난 것처럼 구매하게 되었다. 왜 항상 sf 는 짧은 단편들이 훨씬 재밌는 걸지. 아니면 끝까지 긴장감과 호기심을 끌고가고도 남는 좋은 작품들을 접하지 못했던 건지. 아마 배명훈의 소설 중에서 그런 장편이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재밌는 단편들만 모여있는 것도 절대 싫지 않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