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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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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의 강의를 유튜브로 접한 적이 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마음을 끌었지만, 대중을 상대로 하는 교양프로그램과 달리 경제학자의 이름으로 펴낸 책은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등 명저가 즐비한데도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뒤늦게 저자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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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의 강의를 유튜브로 접한 적이 있다.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비판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마음을 끌었지만, 대중을 상대로 하는 교양프로그램과 달리 경제학자의 이름으로 펴낸 책은 어려울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사다리 걷어차기등 명저가 즐비한데도 읽을 생각을 못 했다. 뒤늦게 저자의 신간을 읽은 지금, 후회가 밀려온다. 전작들도 볼 걸하고.

내가 보는 세상이 한 뼘 더 커지는 느낌, 이 책을 읽을 때 기분이 그랬다.

 

내 음식 이야기는 아이에게 채소를 먹이기 위해 엄마들이 뇌물로 쓰는 아이스크림과 약간 비슷하다. (p.38)

나 같은 경알못 독자를 위한 책,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제목처럼 음식을 매개로 하는 경제학 교양서이다. ‘경제학 레시피라니, 제목부터 뇌물성 아이스크림이다. 읽다보면 목적이 음식이 아닌 경제학임을 금세 알 수 있지만 제목에 넘어간 게 그다지 억울하지 않다. 이어지는 경제이야기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아이스크림 삼아 권하는 공들인 음식 이야기도 유익하다.

음식과 경제이야기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여러 챕터에서 보이는 점이 아쉽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음식은 당의정일 뿐이니, 경제에 집중해서 읽었다.

 

저자는 80년대 이후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주류 경제학으로 자리 잡으며,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슘페터학파, 행동주의 학파 등, 다른 경제학파의 이론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한다.

그럴듯하긴 한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경제학은 세금, 일자리, 금리, 임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학문이 아닌가? 먹고 사는 건 인류의 출발부터 있던 일인데 학파가 다르다고 특별히 달라질 게 있을까? 있다!

 

경제학 이론은 무엇을 인간의 본질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은 복합적인 동기를 지닌 존재라고 보는 행동주의 경제학과는 달리, 신고전학파는 인간을 이기적 존재라고 추정한다. 그 결과 지난 몇 십 년 동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이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고, 이런 생각은 경제정책 수립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쯤 되면 왜 신고전학파가 주류 경제학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는 체제순응적인 신고전학파가 기득권 엘리트의 입맛에 맞았기 때문이라고만 간단히 설명한다. 좀 더 자세한 이유를 알고 싶지만 그건 다음에 저자의 전작을 읽으며 알아보기로 했다.

 

이 책은 '경제학=신고전학파 경제학'이 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을 90년대 이전의 고립된 영국 음식 문화에 비유하며 여타 학파와의 공존을 제안한다. 다양한 요리를 즐기기 위해서는 여러 종류의 식재료와 레시피가 필요하듯, 경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적절한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다른 학파의 이야기도 받아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경제 문제를 새롭게 분석하고, 해결책까지 찾아보는 저자의 음식과 경제 이야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소개해 보겠다.

 

문화는 개인과 사회의 경제적 성과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캄보디아는 인도 문화의 영향으로 내세에 관심이 많아 경제발전에 관심이 덜하고,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유교 문화권이라 근면하여 상대적으로 빠르게 경제가 발전했다.’

지난여름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여행하기 전 찾아본 자료에 있던 문구이다. 두 나라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검색해봤지만 쓸 만한 자료가 드물었다. 그마저도 우리와 교류가 있는 베트남과 달리, 캄보디아는 참고할만한 책도 관광 가이드 북 말고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접한 이 말은 두 나라를 정의하는 그럴듯한 잣대가 되었다. 실제로 본 캄보디아도 베트남에 비해 사람들이 상당히 느긋하고, 인프라도 부족했다. 자세한 속사정까지 알 리 없는 내 입장에선 그 말이 그럴싸하게 들렸고, 어느덧 동조해버렸다. 이 책으로 오해를 풀기 전까지는 그랬다.

 

동아시아의 경제 기적이 근면, 절약, 교육을 강조한다고 알려진 유교 문화 덕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어느 문화에서나 이런 덕목을 강조하지 않는가? (p.52)

, 얼마나 미안하고 부끄럽던지. 생각해보면 어느 문화에서 잘살기를 바라지 않을까? 아무리 내세를 강조한다고 해도 말이다. 어쩌면 내세를 말한다는 건 팍팍한 현실을 부정하는 자기위안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문화란 단순한 고정관념이 아니며, 끊임없이 진화한다고 설명한다.

개인의 경제적 행동과 국가의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데서 문화는 정책에 비해 그 영향력이 훨씬 약하다는 점이다. (p.59)

생각해보니 그 때 만난 현지 분들은 경제 성장에 관심이 없는 정치인과 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했지, 힌두문화나 불교문화를 얘기하며 현실에 자족하지 않았다. 고정관념에 빠져 진짜를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다.

 

평등이란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것이다 

 

저자는 기내식으로 닭고기만 제공하는 러시아 항공사를 언급하며 평등의 문제를 고찰한다.

닭고기 말고 다른 메뉴를 원하는 승객에게 승무원이 쏘아붙인다.

안 돼요, 손님, 아에로플로트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요. 사회주의 항공사잖아요. 특별 대우란 건 없습니다.” (p.236)

닭고기를 싫어하는 내게 공평하게닭고기만 준다는 항공사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나의 음식주는 평등은 그 음식을 싫어하거나 먹을 수 없는 사람들에겐 평등을 가장한 폭력이 아닌가. 사회주의 원칙을 극단까지 몰고 간 항공사의 처사는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는 사회주의의 문제를 한 눈에 보여준다. 그렇다면 그 반대는 어떨까? 비슷한 보상으로 불평등을 줄이려하지 말고, 개인의 공헌도에 따라 보상을 한다면, 공평할까? 저자는 이 원칙이 공정하려면 기회의 평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불평등의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인정하지 않는 자유시장경제학파의 논리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모든 사람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장을 규제해서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는 게 먼저라고 말이다.

 

남을 인정하지 않는 신고전학파의 독주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를 생각나게 한다. 신화 속 키클롭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잔인한 괴물이다. 먹을 게 없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낙원이나 다름없는 비옥한 섬인데도 포악하기 그지없다. 그들이 난폭해진 이유는 상대를 제대로 볼 수 없어서 생기는 편견과 두려움 때문일 지도 모른다. 눈이 하나 더 있었다면, 종합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다면, 이방인들과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 완전식품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우리의 식탁엔 마늘, 소고기, 코코넛, 소고기, 멸치, 딸기 등등 다양한 식품이 올라와야하고, 그보다 더 많은 종류의 레시피도 필요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평생 한 가지만 먹어야 한다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YES마니아 : 로얄 s*****e 2023.09.11. 신고 공감 1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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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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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님의 최근작입니다. 1963년 광주생으로 케임브리지대학을 거쳐 지금은 런던대학 교수로 계시네요. 저랑같은 광주 출신이라 제가 더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ㅎㅎ 비학술서 [나쁜 사마리아인들], 2008년 금융위기를 논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등의 책을 내셨고 이중 [사마리아인들]은 MB정부때 국방부 볼온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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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님의 최근작입니다. 1963년 광주생으로 케임브리지대학을 거쳐 지금은 런던대학 교수로 계시네요. 저랑같은 광주 출신이라 제가 더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ㅎㅎ
비학술서 [나쁜 사마리아인들], 2008년 금융위기를 논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등의 책을 내셨고 이중 [사마리아인들]은 MB정부때 국방부 볼온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네요. 
 
가급적 간략히 쓰려고 하는데, 이 글은 다소 길어질것 같습니다. 길면 안읽히는데...암튼 지금부터 시작해 볼게요. 
 
따끈따끈한 책을 구입한건 몇 년 동안 꾸준한 걷기를 통해 적립해둔 포인트를 활용해 의미있는 도서를 고르고 고르던중 포함되게 되었네요. 
 
이 책은 원제가 [Edible Economics]로 굳이 해석하자면 먹을 수 있는 경제학, 식용 경제학쯤 되는데 원래 작년에 영어 원문으로 출간된 걸, 우리나라 말로 김희정님께서 번역 출간했네요. 특별한 언급은 없지만 번역자인 김희정님은 장교수님의 배우자 분으로 추정됩니다. 
 
총 18가지 음식 혹은 식자재가 나오는데, 음식 경제학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관심을 받지 못하고 등한시 되는 주제를 부각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이해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찾는데 도움되는 다양한 경제학 이론을 소화, 섞고, 융합하면서 즐거움과 만족감을 책을 읽는 독자들과 함께 누리고 싶어 쓰신 책으로 이해하심 됩니다. 
 
마늘부터 초콜릿까지 18개가 나오는데 한 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마늘 : 한국인이 즐겨 먹는것으로 도입부.
2. 도토리 : 경제적 성과를 결정하는 요인은 문화가 아니라 정책임
3. 오크라 : 자유시장 경제학자들 주장이 모순적
4. 코코넛 : 가난한 나라 빈곤원인에 대한 오해
5. 멸치 : 높은 생활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 가능하게하는 방법은 오직 산업화 밖에 없다
6. 새우 : 유치(infant)산업 보호의 필요성
7. 국수 : 기업가 정신과 성공하는 기업
8. 당근 : 특허제도 개선
9. 소고기 : 자유무역이 모든 사람의 자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10. 바나나 : 다국적기업을 유치해 잘 활용해야
11. 코카콜라 : 소비지상주의와 고객만족
12. 호밀 : 복지국가에 대한 오해와 편견
13. 닭고기 : 경제적 평등과 공평성의 의미.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사람을 다르게 대하는 것은 특별대우가 아님.
14. 고추 : 여성의 돌봄노동가치에 대한 저평가
15. 라임 : 기후변화에의 도전
16. 향신료 : 유한책임제가 발달하게 되고 현재의 주식회사가 출연
17. 딸기 : 자동화로 일자리가 파괴되는 현상의 본질 바로알기. 로봇의 발달과 일자리의 미래
18. 초콜릿 : 제조업 없이는 서비스업도 없다.  탈산업화는 허울 좋은 말일뿐. 
 
이 책은 2007년에 최초 구상되고, 약 15년이 걸려 세상에 나왔네요. 도토리와 멸치가 제일 먼저 씌였고, 2020년부터 저술이 구체화되기 시작해 작년에 원서로 세상에 나왔구요. 
 
저는 2005년 스티븐 레빗과 스티븐 더브너 공저로 출간된 [괴짜 경제학]을 읽고 사실 큰 충격을 받았었어요. 경영대 출신이라 경제학하면 원론, 미시경제, 거시경제 등만 생각했었거든요. 괴짜 경제학에서 다뤄진 이야기들이 경제학이라는 내용으로 포장되는거에 대해 그 당시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그후로는 생각이 180도 변했지만. 
 
저녁에 꼭 한 시간씩 걸으면서 팟빵을 주로 듣는데, [일당백]에서 4월1일 장하준 교수님을 모신 특집방송을 하는걸 듣게 되었어요.  저자분께서 이 책에 대해 부분부분 핵심을 말씀하시는데, 이 방송을 팟빵이나 유투브로 먼저 들으시고(74분 정도) 이 책을 읽으시면 읽고 이해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되실거로 보입니다. 
 
이 책 말미에 경제학을 섭취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하십니다.
1. 골고루 먹는 것이 중요하다. 다양한 관점이 존재함을 인식하고 이해함이 필요. 균형잡히도록.
2.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열린마음을 유지하라.
3. 출처와 기원을 확인하라.
4. 상상력을 동원하라.
상기 방법을 통해 독자분 주체적으로 경제를, 더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킬 자기 나름의  방법을 찾아볼 것을 권유하십니다. 
 
적지 않은 분량, 온갖 처음 듣는 음식명에도 불구 재밌게 이틀만에 일회독을 마쳤네요.  

k******9 2023.04.07.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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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로 시작해서 경제 이야기로 마무리 -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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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관련된 고정관념과 편견, 오해를 다시 들여다보고 대안과 발전 방향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더 잘 사는 세상, 더 좋은 복지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우리가 사는 지구 모두의 삶의 이상향이며 목적일 것이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식민지화하며 형성된 불평등한 경제구조,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한 인간들의 일자리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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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관련된 고정관념과 편견, 오해를 다시 들여다보고 대안과 발전 방향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더 잘 사는 세상, 더 좋은 복지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우리가 사는 지구 모두의 삶의 이상향이며 목적일 것이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식민지화하며 형성된 불평등한 경제구조,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한 인간들의 일자리 불안 문제 등 우리가 사는 지구는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산적하다. 이런 책들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경제구조를 안다면 무지함으로 우리의 소중한 권리와 의무를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다.

고물가, 인플레이션으로 힘든 요즘 경제 지식을 음식 이야기와 함께 어는 정도 흐름을 알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좀 더 깊이 있는 경제전망에 관한 이야기가 없어서 아쉬웠다. 경제, 돈, 부동산, 주식, 코인의 미래 전망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으면 더 금상첨화였을 것 같다.

1. 좋은 글귀, 마음에 드는 가사 인상 깊은 영화 대사 등을 메모해 주세요.
2. 출처를 넣어주세요. ex) 234page, 4번 트랙<사랑해>, <브리짓존스의 다이어리>에서 브리짓의 대사
YES마니아 : 로얄 h******h 2023.04.12.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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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장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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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책은 거의 빠짐없이 구매해서 보는 편인데, 새로운 내용이나 관점으로 독자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종류의 글은 아니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랄까? 초기 그의 글을 읽고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읽을수록 그런 신선함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경제학자이면서 한편으로는 다양한 지식이 풍부한 이야기꾼이기도 해서 그의 책은 늘 평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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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책은 거의 빠짐없이 구매해서 보는 편인데, 새로운 내용이나 관점으로 독자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종류의 글은 아니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랄까? 초기 그의 글을 읽고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읽을수록 그런 신선함은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경제학자이면서 한편으로는 다양한 지식이 풍부한 이야기꾼이기도 해서 그의 책은 늘 평타 이상은 한다.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논리를 꾸준히 연구하고 공급하는 세계적인 석학 중 한 명인데, 그가 대표적으로 다루는 두 가지 주제는 '자유무역'과 '복지국가'다.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자들의 논리는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관세를 낮춰서 국가 간에 재화와 서비스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모든 나라의 경제적 효용이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는 장하준 교수가 '사다리 걷어차기'를 비롯한 여러 책에서 신랄하게 비판해 조각 낸 바 있다. 개발이 덜 된 나라에서 비교우위의 재화 생산으로 당장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도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전자, 통신, 항공, 우주 개발과 같은 첨단의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내 산업 보호와 육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자식에게 장사를 가르쳐 셈 빠른 부자 장사꾼으로 길러낼 수는 있지만, 핵물리학자나 유전공학자로 키우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기초 학문을 가르치고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거다. 주야장천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미국이나 영국 등의 선진국 중 과거 보호무역으로 자국 산업을 육성하지 않은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높은 관세, 금융 지원, 특허 무시를 통해서 자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한 후 그 이익을 독식하기 위해 '자유무역'을 앞세워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과거 '자유'무역은 식민주의와 불평등 조약 등으로 자국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박탈당한 '자유롭지 않은'나라들에서만 행해졌다

 

장하준의 단골 글 메뉴 중 하나가 '복지국가'인데, 이 책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에서는 복지국가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설명한다. 복지국가를 발명한 사람은 극보수의 대명사인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다. 그는 세계 최초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산업재해 보험을 도입했고, 1883년에 공공 의료보험을, 1889년에는 공공 연금을 제정했다. 한국에서는 20세기 말에야 가까스로 도입한 복지정책을 무려 1백 년이나 앞서 세계 최초로 시행하고 독일의 복지국가 체계를 확립했는데, 그가 복지정책을 시행한 배경이 더 주목할 만하다.

 

보수주의자였던 비스마르크가 사회주의적 성격이 강한 복지정책을 도입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는 대다수 국민인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질병, 노령, 실업 등의 충격을 국가가 보호해 주지 못하면 그들이 사회주의에 경도되리란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마르크스가 주장한 자본주의의 몰락과 혁명을 통한 공산주의의 승리가 실현되지 않은 이유도 서민과 노동자 계층을 달래기 위한 정부의 타협과 선거를 통해 집권한 의회 권력이 복지정책을 꾸준히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이 나라 망하게 한다고 주장하는 과격 선동에 대해서는 뭐라고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복지는 공짜가 아니며 누구나 부담하는 세금으로 자본주의 체제가 경제적 역동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초래하는 개인들의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종의 공동구매라고 말한다. 실제로 공공 의료보험 제도가 없는 미국의 경우 의료에 쏟는 비용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적어도 40퍼센트 이상, 많으면 2.5배 정도이지만, 평균 수명을 비롯한 국민 건강 지표는 선진국 중 최악이라고 한다.

 

이 책 <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는 식재료와 음식, 그리고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곁들여서 경제 이슈와 매칭하여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음식, 특히 식재료의 유래와 소소한 에피소드들에 별 관심이 없어 처음 몇 챕터는 지루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저자의 전문 분야인 경제학 이슈에 대해서는 역시 매우 설득력 있고, 쉬운 사례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 지식이나 데이터가 부족한 진보성향의 시민들에게 논리적 근거와 사례를 제공하는 좋은 참고서로 활용하면 좋겠다.

 

c****s 2023.09.1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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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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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분야의 중요한 내용을 식재료와 묶어서 펼쳐낸 책이다. 식재료 이야기가 나오고 에세이 같은 감상글이 나오고 경제학 관련 주요 주제가 연결되어 마무리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바나나 이야기를 하면서 바나나 산업을 다루고 바나나 산업이 생산지와 다국적 기업간 어떤 형태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지 재구성해서 근 현대 다국적 기업의 폐해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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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분야의 중요한 내용을 식재료와 묶어서 펼쳐낸 책이다. 식재료 이야기가 나오고 에세이 같은 감상글이 나오고 경제학 관련 주요 주제가 연결되어 마무리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바나나 이야기를 하면서 바나나 산업을 다루고 바나나 산업이 생산지와 다국적 기업간 어떤 형태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지 재구성해서 근 현대 다국적 기업의 폐해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이다. 무거운 주제를 만나기 전에 가볍게 시작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책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지만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s***m 2023.04.10.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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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한 상차림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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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유명하게 했던 책, <나쁜 사마리아인>을 오래전에 읽었습니다. 누가 선물한 책이었는데, 경제를 모르는 제게는 어려웠던 기억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 책도 어려울까 봐 염려가 되었어요. 하지만 경제학자가 풀어내는 음식 레시피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경제랑 음식이랑 어떻게 풀어 냈을까요? 머리말의 마늘을 따라 성큼성큼 들어가 볼까요?   저자 장하준 교수는 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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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유명하게 했던 책, <나쁜 사마리아인>을 오래전에 읽었습니다. 누가 선물한 책이었는데, 경제를 모르는 제게는 어려웠던 기억이 있었죠. 그래서 이번 책도 어려울까 봐 염려가 되었어요. 하지만 경제학자가 풀어내는 음식 레시피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경제랑 음식이랑 어떻게 풀어 냈을까요? 머리말의 마늘을 따라 성큼성큼 들어가 볼까요?

 

저자 장하준 교수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저자가 유학을 가던 80년대 초만 해도 모두 미국으로 유학을 가던 시기였는데, 저자는 다양한 경제학 이론을 접하고 싶어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고 합니다. 1990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 임용되어 경제학과 교수로 근무했고, 2022년부터 런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에요. 저명하고 실력 있는 경제학자에게 주는 상을 수차례 수상했으며 그의 저서 13권이 전 세계 46개국 45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200만 부 넘게 팔렸습니다. 저서로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쾌도난마 한국 경제>, <국가의 역할>, <사다리 걷어차기>등이 있어요.

책은 총 17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장마다 하나의 식재료를 소재로 경제학과 연결하여 설명하고 있죠. 시작은 한국인을 대표하는 식재료 마늘에 대해 가볍게 풀어내면서 이어질 내용을 유추하게 합니다. 1부의 재료들은 도토리, 오크라, 코코넛입니다. 이 식재료들을 통해 편견을 넘어서기 위한 이야기를 하죠. 2부는 생산성 높이기라는 주제로 멸치, 새우, 국수, 당근에 대해 나옵니다. 3부는 전 세계가 더 잘 살기라는 주제로 소고기와 바나나, 코카콜라에 대해 풀어가요. 4부는 함께 살아가기를 주제로 호밀, 닭고기, 고추가 레시피로 등장합니다. 5부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기로 라임과 향신료, 딸기, 초콜릿이 등장하죠. 마늘에서 시작해서 초콜릿까지 이 식재료들이 어떻게 경제와 연결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탁월하고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펼쳐집니다. 밋밋한 일상 밥상인 경제학에 다채로운 별식을 얹은 한 상차림이 펼쳐지죠. 어느 음식부터 맛보실래요?

 

경제학은 인간으로서 갖는 온갖 감정과 윤리적 입장과 상상력이 모두 포함된 인간 행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p29)

머리말 마늘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각주에 딸린 경제학에 대한 정의입니다. 이 정의를 읽고 나자 경제학이 어렵지 않게 다가왔어요. 경제학이라고 하면 숫자 놀음이라거나 알 수 없이 어려운 이론들과 현상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탁월한 경제학 정의를 접하고 나자 경제학이 인문학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의 레시피들이, 경제학이 레시피가 되는 이유와 타당성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었죠. 그동안 스스로의 편견에 갇혀서 큰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들만 보고 어렵다고 했던 제가 보였습니다. 우리의 경제 교육도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실제적인 경제교육(대부분 돈에 관한 것)을 시작하기 전에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경제학의 기본 개념부터 배우는 게 좋겠다고요. 그러면 저처럼 필수불가결한 경제를 멀리하거나 어렵다고 외면하는 사람들이 줄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경제는 인간으로서 갖는 온갖 감정과 윤리적 입장과 상상력까지 모두 포함된 인간 행위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건 불공평이다.(p236)

러시아의 항공사 기내식은 닭고기만 나온다고 합니다. 다른 음식은 일절 나오지 않고 오로지 닭고기만 나온다고 해요. 혹시라도 채식주의자인 승객이 다른 음식을 요구하면 모두가 평등하다면서 안된다고 합니다. 그럼 이건 공평일까요? 채식주의자라서 닭고기를 먹지 않는데도 모두에게 똑같이 주는 닭고기를 먹어야 하는 걸까요? 선거철마다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는 복지 포퓰리즘입니다. 없는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나도 힘들게 일하는데 똑같이 대우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한때 저도 너무 약자 우선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생각을 바꿉니다. 누군가에게는 공부할 기회조차 없을 수 있고, 또 건강하게 걸어 다닐 수 없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퍼주기라거나 게으른 사람을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 먹여살리는 것은 아닌 겁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일한 ‘기본적 필요’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 사실이죠. 안전한 주거지, 영양가 있는 음식 등과 함께 이 기본적 필요가 충족되고 나면 개인 각양각색의 필요를 똑같이 대하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것은 이론상 완벽하며, 구현하기도 편리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인간의 필요조건은 정말 한 사람 한 사람만큼이나 다양해요. 경제논리에 따라 획일적인 공평은 불공평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논리는 단순히 돈에 의한 것이고요. 복지와 공평에 대한 열린 시야를 갖게 해준 닭고기 레시피입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여러 가지 식재료들을 통해 경제학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고추로 시작해서 여성의 돌봄 노동과 여성 돌봄 노동자를 대하는 사회의 편견,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탁월함을 넘어서죠. 당연한 듯 먹었었던 마늘이, 고추가, 바나나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자의 머리말에서처럼 경제학 한 상 가득을 대접받는 기분이랄까요?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것이 아주 많다는 것도 깨달았죠. 또 경제학을 대하는 저자의 기본자세가 따뜻한 시선에 있다는 것도 느꼈지요. 사람을 중심에 두고 경제 현상과 이론들, 수출과 수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힘에 의한 불평등 자유 조약이 소고기를 통해 나오죠. 축구도 잘하고 소도 잘 키우는 우크라이나를 예로 들면서요. 또 바나나 회사들이 생산국들의 경제와 정치를 장악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단순한 바나나가 아니었던 것이죠. 또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생산성에 대해 다룬 코코넛도 인상적입니다. 영국이 거대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이유는 라임에 있었다는 내용도 나와요. 영국 해군들에게 라임을 먹여서 괴혈병(비타민c 부족 시 나타나는 병)으로 사망자를 줄였고, 그 일은 해군의 전투력 상승에 큰 기여를 하죠.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해군을 가진 영국은 대영제국을 건설하게 됩니다. 역사와 음식재료의 기원까지 두루 살피는 해박함에 감탄하고 밑줄 치고 읽었어요.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답게 경제학자인 저자는 다방면에 뛰어난 지식을 가진 사람입니다. 물론 지식만 가지고 있는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그 지식을 사람들을 함께 살리는데 쓰고자 하는 마음도 따뜻한 사람이라 더 책이 좋았어요.

경제학에 대한 딱딱하고 어려운 편견을 깨는데 탁월한 교재 같은 책을 추천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식욕이 생기는 것은 보너스예요.

 

YES마니아 : 로얄 h*****o 2023.08.23.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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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부키 간행. 장하준 지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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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수로 매운 정도를 표시하는 쓰촨 요리, 표시가 없어도 고추는 들어있다.    저자는 2000년대 초 런던에 있는 쓰촨 요리(중국 사천요리) 전문점을 간 경험을 들려주면서 메뉴에 고추 표시가 없어도 고추가 들어가서 매웠다고 합니다. 종업원의 설명은 고추 표시는 음식에 들어 있는 고추 양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매운 정도를 표시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을 하더랍니다. 미국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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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수로 매운 정도를 표시하는 쓰촨 요리, 표시가 없어도 고추는 들어있다.

 

 저자는 2000년대 초 런던에 있는 쓰촨 요리(중국 사천요리) 전문점을 간 경험을 들려주면서 메뉴에 고추 표시가 없어도 고추가 들어가서 매웠다고 합니다. 종업원의 설명은 고추 표시는 음식에 들어 있는 고추 양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매운 정도를 표시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을 하더랍니다. 미국에서는 고추의 매운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을 ‘스코빌 척도’라 부른다고 합니다. 이 기준은 미국의 약사 윌버 스코빌이 1912년 만들었는데, 마른 고추를 알코올에 담가 매운맛을 내는 요소인 캡사이시노이드를 녹여낸 다음 설탕물로 희석해서 5명으로 이루어진 시식단에게 맛을 보게 해 매운맛이 느껴지는지 판별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1만 스코빌은 어떤 매운맛인지는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다행히 매운맛의 주역인 캡사이신은 실제로는 직접적으로 조직을 손상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냥 몸이 그런 손상을 입고 있다고 뇌를 속이는 것이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제 딸의 위장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말로 들려 반갑습니다. 그런데 믿어도 되겠죠?)

 

 저자가 쓰촨 고추로 시작한 얘기는 GDP 산정에 중요한 경제활동인 무보수 돌봄 노동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가장 널리 쓰이는 경제 척도인 GDP(국내총생산)는 시장에서 교환되는 것만 포함합니다. 시장 활동만을 계산하는 관행은 경제 활동의 엄청나게 큰 부분을 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직접 기른 농산물을 시장에 팔지 않고 직접 소비하는 경우, 가정과 공동체에서 임금을 받지 않고 행해지는 돌봄 노동, 이런 활동을 시장 가격으로 환산하면 GDP의 30~40퍼센트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직장맘’ ‘워킹맘’이라는 표현은 집에 있는 엄마들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깔고 있는 말입니다. 실제 집에서 여성이 감당하는 돌봄 노동의 양이 밖에서 남성 배우자가 하는 임금 노동의 양보다 더 많은 경우가 빈번함에도 집에 있는 여성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성차별적 편견이 강화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돌봄 노동이 저평가되는 문제는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못 받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 물질적인 불이익을 가져오기까지 합니다. 국민 기초 연금 수준을 넘어서는 연금은 평생 받은 보수와 연동되기 때문에 돌봄 노동으로 유급의 경제 활동을 적게 한 여성의 경우 그 결과 노년 빈곤에 시달릴 확률이 높아집니다(세상일은 모두 이유가 있네요. 아내의 연금액이 작은 것에 이제야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제 아내의 가사 노동의 대가는 저녁에 제가 해주는 안마가 다입니다).

 

 저자는 시장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지보다는 사람들이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며 시장이 결정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바꿀 방법을 제안합니다. 인간 복지에 무엇이 중요한가 보다는 왜곡된 시각이 만들어졌다며 첫째, 뭔가의 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되어야 한다는 시각을 버리자고 합니다. 우주여행, 심해여행이 그렇게 높은 가치가 있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관점의 변화는 관행의 변화를 통해 현실에 적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셋째, 관점과 관행의 변화는 제도 변화를 통해 공고히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에게 고추가 없는 음식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듯, 돌봄 노동이 없는 삶은 인류 모두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자는 돌봄 노동에 대한 관점과 관행과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맵게 얘기를 합니다.

 

 저도 상상합니다. 돌봄 노동을 하는 모든 분들의 파업을 생각합니다. 낮은 가격으로 쉽게 썼던 돌봄 노동자들도 포함합니다. 이들의 생활비를 일정 기간 기금을 만들어 지원합니다. 세상이 섭니다. 잘 안 돌아갑니다. 그러자 이들의 노동의 가치가 적정 가격으로 매겨집니다. 그러면 다시 돌봄 노동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효율적인 경제활동으로 돌봄 노동자들의 소득이 높아지고, 세금도 내고, 기금도 내면 인간의 복지가 좋아집니다. 가족 중에 누구든 돌봄 노동자는 있을 터(없더라도 언젠가는 생길 터) 모든 국민이 기금을 내게 합니다. 법인도 내게 합니다. 기금 내는 것보다 돌봄 노동 값을 올리는 것이 더 낫도록 해야 합니다. 기금을 ‘뺏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불만은 폭리를 취하는 노름판(주식, 부동산 등 불로소득을 조장하는 곳)을 조지면 된다고 하면 넘어가지 않을까요? 그래도 입이 불퉁하면 압수수색하면 될 것도 같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남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이고 남의 얘기를 경청하면 세상을 경영하는 지혜가 생깁니다. 제가 어디 장관으로 가도 될 것 같은데… 안 될까요?

s*****m 2023.07.04.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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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레시피. 부키 간행. 장하준 지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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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것? 닭고기만 주는 항공사     보편적으로 모두가 먹는 육류라는 면에서 항공사들이 닭고기를 애용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닭고기만 기내식으로 모든 승객에게 준다면 이 비행기 안에는 평등이 넘칠까요? 저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닭고기 말고 다른 식사가 가능한지 묻는 승객의 요구를 거부한 승무원의 주장을 부정합니다. “손님, 아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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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것? 닭고기만 주는 항공사

 

  보편적으로 모두가 먹는 육류라는 면에서 항공사들이 닭고기를 애용하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닭고기만 기내식으로 모든 승객에게 준다면 이 비행기 안에는 평등이 넘칠까요? 저자는 아니라고 합니다. 닭고기 말고 다른 식사가 가능한지 묻는 승객의 요구를 거부한 승무원의 주장을 부정합니다. “손님, 아에로플로트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요. 사회주의 항공사잖아요. 특별대우란 건 없습니다.”

 

  저자는 일단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고 난 후에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은 너무나 각양각색이어서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우하는 원칙은 금세 문제가 되고 만다고 주장합니다. 서로 다른 필요를 가진 사람들을 모두 똑같이 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공평한 일이라고 설명합니다. 기내식에 닭고기만을 준비한 것은 그저 그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서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위치를 보장해 주는 일일 뿐입니다. 비행기를 탄 승객이 절대 궁핍에 빠진 사람이라고 전제하는 게 틀린 전제라는 겁니다. 그럼 사회주의 비행기가 아니면 어떨까요? 저자는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도 방식은 완전히 다르지만 평등과 공평함에 관해서는 사회주의자들 못지않게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각 개인이 자기 능력을 모두 발휘해서 경쟁하도록 하고, 그 경쟁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그것이 어떤 시각에서 볼 때는 지나친 소득 불평등을 낳는다 해도 말이다. 각 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으므로 가장 생산적이며, 경제에 대한 공헌도에 따라 보상이 결정되므로 가장 공평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타당하려면 ‘기회의 평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쉽거나 가볍게 충족시킬 수 있는 조건이 아닙니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진정한 의미의 기회 평등을 이루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회의 평등은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가 분명합니다.

 

  그러면 모든 사람에게 같은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까요? 저자는 그런 사회에서마저 불평등이 정당하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경쟁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졌다고 한들 일부 성원이 그 경쟁에 참여하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 경쟁은 공평한 것이 아니랍니다. 사회의 모든 성원이 주어진 기회를 활용하는 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기회의 평등 또한 의미를 잃고 만다는 것 입니다. 결국 기회의 평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비교적 높은 수준의 ‘결과의 평등’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저자는 결과의 평등은 복지 정책을 통해 부를 재분배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닭고기 기내식으로 돌아가서 얘기하면 우리는 승객들의 여러 가지 취향과 필요를 모두 맞추어 주는 다양한 기내식(아마 닭고기 요리만 해도 한 가지만 있지 않을 것이다)을 제공하지만 표가 너무 비싸서 극소수만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 또한 원치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저자의 주장은 쉽게 저를 포섭합니다.

s*****m 2023.07.0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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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부키 간행. 장하준 지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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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과 철의 결혼, 복지국가의 출현, 독일 비스마르크   2.  복지 국가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가 ‘무료로’ 혜택을 베푸는 것이라는 인식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무료가 아니고 모두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이 받는 복지 혜택의 많은 수가 ‘사회 보장 분담금’에서 지출되고, 이에 더해 대부분의 사람은 소득세를 내며, 소득세가 면제되는 극빈층에 속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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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과 철의 결혼, 복지국가의 출현, 독일 비스마르크

 

2.

 복지 국가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가 ‘무료로’ 혜택을 베푸는 것이라는 인식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무료가 아니고 모두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주장합니다. 사람들이 받는 복지 혜택의 많은 수가 ‘사회 보장 분담금’에서 지출되고, 이에 더해 대부분의 사람은 소득세를 내며, 소득세가 면제되는 극빈층에 속하는 사람들마저 ‘간접세’를 낸다고 설명합니다. 뭔가가 ‘무료’인 것처럼 보이면 그것은 ‘받은 순간 무료’처럼 보이기 때문이랍니다.

 

 복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나라의 시민(그리고 장기 거주자) 모두가 동일한 보험 패키지를 대량 구매를 통해 싼값에 구입한다는 사실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부자 나라 중 보편적 공공 의료 보험 제도가 없는 유일한 나라인 미국과 다른 부자 나라들의 의료 비용을 비교하면 이해가 됩니다. GDP에 대한 비율로 볼 때 미국인은 17%, 아일랜드는 6.8%, 스위스는 12%를 의료비로 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건강 지표는 선진국 중 최악이어서 다른 부자 나라들에 비해 미국에서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비용이 훨씬 비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집단 구매를 통한 비용 절감’ 논리입니다.

 

 현재 부자 나라 사람들이 누리는 안전과 번영은 더 유명한 사촌 곡물인 밀보다 훨씬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수수하고 강인한 호밀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이센의 지주들이 생산하던 호밀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으면, 제아무리 비스마르크라 한들 세계 최초의 복지 국가 건설을 가능케 한 정치적 동맹을 이루어 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국가단체에게서 국민을 분리하려고 재벌기업들의 법인세를 감면하고, 노조를 부인하고, 노동 3권을 무시하고, 노조의 적법한 파업을 죄악시하며, 최저 임금을 올리지 못하게 하며, 내리는 집값을 올리는 정책을 쓰고, 말 안 들으면 압수수색을 하는 등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바보들이 하는 방법입니다. 비스마르크는 반국가단체인 사회주의자들에게서 독일국민을 분리시키기 위해 복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그 결과 독일은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오늘날의 선진국의 기초를 닦았으며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선진국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만 보지 말고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도 비스마르크를 배워서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서 반국가단체들과 분리에 성공하시길 기원해 마지않습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촉박하지만 술을 줄이시고 “빨리 가!”라고 주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옳은 방향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비스마르크는 정치적 동맹도 했다는데...우리 대통령께서 동맹을 맺을 정치 집단을 어디서 찾을실지 궁금합니다.

s*****m 2023.06.30.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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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레시피 - 장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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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도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는 학자지만 그의 대표적인 저작들이 인기를 끌 시기가 마침 정신적으로 지금의 나를 형성하게 한 20대 시절이었다. 덕분에 그의 초기 저술들을 꽤 읽었던 기억도 나고 그 유명한 '국방부 불온서적'에 선정되기 전에 군대에서 그의 저작을 읽었던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읽고 나서 다음 휴가 때 집으로 반출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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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도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는 학자지만 그의 대표적인 저작들이 인기를 끌 시기가 마침 정신적으로 지금의 나를 형성하게 한 20대 시절이었다.

덕분에 그의 초기 저술들을 꽤 읽었던 기억도 나고 그 유명한 '국방부 불온서적'에 선정되기 전에 군대에서 그의 저작을 읽었던 소중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읽고 나서 다음 휴가 때 집으로 반출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압수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여하간 그의 이름은 어느새 40을 앞둔 나의 20대 시절을 생각나게 하기에 충분했고, 유튜브를 보다 그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별 고민 없이 결제하게 되었다.

 

사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측면에서 그의 사상들은 이미 나온 책들에 충분히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은 기존에 발간된 책들에서 주장했던 내용들을 식재료라는 아주 일상적인 주제들로 구분해 다시 풀어낸 것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미 그의 저작 대부분을 읽었다면 그리 신선할 것은 없는 내용이지만, 읽기에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책이라 그의 저작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장하준 입문용'으로 추천할 만한 책이다.

 

첫 시작의 문을 여는 '마늘'이라는 식재료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한국인을 정의할 단 한 가지의 식재료를 꼽으라면 누구나 망설임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식재료라 할 수 있다.

이 식재료를 통해 그는 경제학이 우리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역설한다.

경제학에는 많은 분파가 있고 각 분파마다 인간의 특성을 다르게 정의하기 때문에 주류 정치에 어떤 경제학 이론이 반영되는가가 바로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다.

경제학은 개인적이건 집단적이건 경제적 변수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 다시 말해 우리 자신에 대한 규정 자체를 변화시킨다. - 중략 -

따라서 그 시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경제학 이론은 동시대인들이

무엇을 가장 중요한 '인간의 본질'로 생각하는지에 영향을 준다.

(pg 33)

 

기존의 저작들에서 일관되게 주장해 온 '사다리 걷어차기'에 관한 이야기도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 책이 나온 지 20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자유 무역'이란 단어는 대체로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 영화가 지금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스크린쿼터라는 제도도 영화 산업을 보호하던 나라라는 것을 떠올려봄직한 대목이다.

 

개인의 비전으로 성공적인 기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신화는

현재 경제학계의 담론을 장악하고 있는 자유 시장 경제학의 근간이 되고 있다. - 중략 -

그러나 규모가 큰 생산, 복잡한 테크놀로지, 국제 규모의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19세기 말 이후의 환경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노력- 개인의 노력보다 -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기업의 리더뿐 아니라 노동자, 엔지니어, 과학자, 전문 경영인,

정부의 정책 입안자, 그리고 심지어 소비자의 노력까지 모두 포함된다.

(pg 140)

어떨 때는 '소프트 파워'를 사용하기도 한다. 더 학술적인 용어를 동원하자면

'관념의 힘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학계, 국제 언론, 정책 싱크 탱크 등을 통해

개발도상국 스스로 자유 무역이 자국에 좋은 것이라 생각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 중략 - 힘은 보복이 두려워서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것이 자기 이익에 만한다고 믿도록 만들기도 한다.

(pg 174)

기존 책들에서는 그리 강조되지 않았었던 편견에 대한 부분도 이번 책에서는 언급이 되고 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코코넛'을 제배하는 지역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가 열대 지방 사람들이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편견이었다.

언젠가 일하던 조직의 기관장을 모시고 인도네시아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 그분도 대낮에 길에 누워 쉬는 사람들을 보고는 '저러니 경제 개발이 안되지' 하며 혀를 차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날씨에 냉방 시설도 없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매 순간 열심히 일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인 것 아닌가.(물론 아마존이나 쿠팡처럼 사람이 죽어나가도 '하지만 생산성은 높았죠?'라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노동력의 질은 전문직이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직종에서는 생산성의 차이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종에서 가난한 나라 노동자와 부자 나라 노동자의

개인적인 생산성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점은 가난한 나라에서 부자 나라로 이민 온 사람의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이민을 왔다고 갑자기 없던 기술이 생기거나

건강이 급격히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닌데 그렇다.

그들의 생산성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더 양질의 사회 기반 시설과

더 잘 기능하는 사회적 체제를 기반으로 해서 더 잘 운영되는 생산 시설에서

더 나은 테크놀로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pg 89)

 

높은 비율로 여성들이 담당하게 되는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역시 편견의 하나라 할 수 있다.

GDP에 무급 돌봄 노동은 포함되지 않는데, 이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간단한 사고실험으로 설명한다.

즉 여성 둘이 서로의 아이를 상대에게 돌보게 한 뒤 그 대가로 서로에게 같은 금액을 지불할 경우, 서로의 금전적인 이익이나 아이 한 명을 돌본다는 노동 투입 자체는 변화가 없지만 이 활동은 생산 활동으로 GDP에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주로 여성이 담당해왔다고 여겨지는 돌봄 활동들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혹여 급여가 지급된다 하더라도 돌봄 노동 종사자들의 임금이 낮은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편견이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레시피'라는 단어가 붙긴 했지만 여기서 음식 이야기는 그저 운을 떼는 용도일 뿐이고 본문은 경제학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단순히 가벼운 소재에서 시작할 뿐만 아니라 문장 자체도 기존의 저작들보다는 이해하기 쉽고 재미도 있는 편이다.(이때의 재미에는 '유머'로서의 재미도 포함된다.)

음식처럼 경제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으니 편식하지 말고 여러 시각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는 충고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오랜만에 저자의 책을 읽었는데 역시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저자의 주장이 사회적으로도 꽤 인기가 많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정도의 반향은 없는 것 같다.

주류경제학의 파워가 워낙 막강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래봐야 무슨 변화가 있겠냐는 체념이 지배하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던 때가 벌써 20년 전인데 정치권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별 차이가 없어 보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j******o 2023.05.12.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