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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와 에밀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앨프리드와 에밀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내용보기
작가들이 자기 자신만큼이나 글감으로 즐겨 쓰는 주제가 '부모'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와 <한 여자>는 각각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쓴 책이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부모에 대한 언급을 좀처럼 하지 않다가 2020년 발표한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에 처음으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썼다.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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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자기 자신만큼이나 글감으로 즐겨 쓰는 주제가 '부모'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작가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와 <한 여자>는 각각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쓴 책이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부모에 대한 언급을 좀처럼 하지 않다가 2020년 발표한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에 처음으로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썼다. 그만큼 작가에게는 쓰고 싶고, 써야 하는 존재가 부모인 것 같다.

 

도리스 레싱의 <앨프리드와 에밀리> 역시 작가 자신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은 구성이 독특하다. 제1부는 부모의 인생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사건인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쓴 소설(픽션)이다. 전쟁 전 앨프리드는 운동을 잘하고 고향에서 농사 지으며 사는 게 꿈인 순박한 청년이었다. 에밀리는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저명한 의사를 약혼자로 둔 꿈 많은 여자였다. 그랬던 두 사람이 전쟁을 겪지 않고 순탄하게 원하는 삶을 살았다면, 상대방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도 훨씬 더 만족스럽고 행복했을 거라고 작가는 상상한다. (부모가 서로를 만나지 않았다면 더 행복했을 거라고 상상하는 딸의 마음이란...)

 

제2부는 앨프리드와 에밀리가 실제로 경험한 삶(논픽션)이다. 전쟁 중에 병원에서 부상병과 간호사로 만나 결혼한 앨프리드와 에밀리는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로디지아(현 짐바브웨)로 이주해 농장을 경영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정부 선전에 혹해 그곳으로 떠난다. 하지만 실제로 가보니 농사는커녕 인프라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아 기본적인 생활도 힘든 상태였다. 자연을 좋아하는 앨프리드와 문명을 선호하는 에밀리는 끊임없이 불화했다. 결국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경제적, 사회적으로도 힘든 상황이 된 이들 가족은 정착에 실패하고 도망치듯 영국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졌다.

 

이렇게 보면 허구의 삶은 행복하고 실제의 삶은 불행하기만 했던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읽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평생 고향에서 농사 지으면서 사는 것이 꿈이었던 아버지가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았다면 예측 불가능한 사건 사고 없이 평탄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았겠지만, 아프리카 대륙에 실제로 가서 그곳의 대자연을 체험하고 원시 문명을 목격하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도 의사인 약혼자와 결혼해 사교계의 유명 인사로 살았다면 그건 그것대로 행복했겠지만 그 나름의 불만도 있었을 것이다. 

 

도리스 레싱은 자신의 삶 못지 않게 자신의 부모의 삶을 반영한 소설을 많이 썼다. 대표적인 예가 데뷔작 <풀잎은 노래한다>인데, 도시 생활을 동경하는 여자가 가난한 시골 농부와 결혼하면서 불행해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이제 보니) 작가의 부모인 앨프리드와 에밀리의 젊은 시절과 결혼 초기 이야기 그 자체다. <마사 퀘스트>는 아프리카에서 보낸 청소년기, 그 중에서도 어머니와의 갈등을 다룬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들었다. 이 소설도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이달의 사락 j****y 2023.10.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앨프리드와 에밀리 - 도리스 레싱 지음 / 민은영 옮김
"앨프리드와 에밀리 - 도리스 레싱 지음 / 민은영 옮김" 내용보기
앨프리드 테일러, 에밀리 맥비. 이 두 사람은 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부모님 입니다. 아버지 앨프리드는 제1차세계대전 중 한쪽 다리를 잃고 평생 몸과 마음의 부상에 시달리며 살았고, 어머니 에밀리는 학창시절 뛰어난 두뇌와 결단력의 소유자였고,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진 아버지의 지원까지 모든 것을 갖췄지만 부모가 정해준 길을 가지 않겠다는 고집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간호
"앨프리드와 에밀리 - 도리스 레싱 지음 / 민은영 옮김" 내용보기
앨프리드 테일러, 에밀리 맥비. 이 두 사람은 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부모님 입니다. 아버지 앨프리드는 제1차세계대전 중 한쪽 다리를 잃고 평생 몸과 마음의 부상에 시달리며 살았고, 어머니 에밀리는 학창시절 뛰어난 두뇌와 결단력의 소유자였고,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가진 아버지의 지원까지 모든 것을 갖췄지만 부모가 정해준 길을 가지 않겠다는 고집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간호사가 되어 부상병인 앨프리드를 만나게 되고 둘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자신이 원하던 삶이 아닌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에밀리는 장녀인 도리스 레싱을 통해 자신이 못다 이룬 영국식의 세련된 삶이라는 꿈을 실현시키고자 집착에 가까운 교육열을 올리게 되고 결국 모녀는 극심한 갈등으로 서로에게 상처주는 삶을 살아갑니다.

도리스 레싱은 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1부는 소설, 2부는 회고록에 가까운 논픽션을 하나로 묶은 이 책 [앨프리드와 에밀리를 발표합니다. 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아버지 대신 모든 스포츠를 즐기는 건강하고 여유로운 농부 앨프리드와 부상병과 결혼 후 힘든 삶을 살아왔던 어머니를 대신해 부유한 의사와 결혼을 하고 남편이 심장마비로 죽은 이후엔 남겨진 재산으로 교육기관을 설립해 그야말로 혁신에 가까운 학교들과 도서관 등을 보급하는 인물로 에밀리를 등장시켜 현실에선 일어나지 못했던 부모님의 다른 삶을 소설을 통해 그려나갔습니다. 소설이 끝나는 1부를 다 읽어갈때까지 왜 앨프리드와 에밀리,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이들과 결혼하고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각자의 삶을 사는지 의아해 하다가 소설에 대한 해설서와 같은 2부를 통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제 삶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작가 도리스 레싱의 삶에서의 그들이 가진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 에밀리가 반항심에 자신의 평탄한 삶을 저버린 것과 같이 도리스 레싱 자신 역시도 교육열 높은 어머니에 반기를 들어 열세 살 나이에 학교를 자퇴했으나, 서로 맞지 않는 사람들임에도 끝까지 결혼생활을 이어 나간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살고자 두 번의 결혼과 이혼으로 주도적 삶을 꾀한 도리스 레싱이었지만 그리 성공한 부모로서의 삶을 산 것 같지는 않아 또 씁쓸해집니다.

한편, 오랜 투병생활 중에도 계급과 인종, 성별의 격차로 인한 차별에 저항한 작가의 마지막 작품 [앨프리드와 에밀리]를 읽으며 전쟁이 남긴 상흔이 전쟁을 직접 치르는 개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그 이후의 세대에게도 치명적인 결핍과 후유증을 남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칼 보다 강한 펜의 힘으로 지금도 진행 중인 전쟁이 제발 멈춰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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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i******u 2023.05.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