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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본문과 적절히 어울리는 매력적인 삽화가 예뻐서 편집상 별 다섯 준다.
사실, 주방에서 요리해서 나오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면 그만이건만 굳이나 책을 읽어 음식에 얽힌 이야기들까지 섭취하는 건 어느 자리에서나 튀고 쉽고 잘난 척 하고 싶은 내 성향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역사 문화서라는 선입관으로 딱딱한 육포를 씹는 맛이 아닐까 싶었던 책에서 달달한 육즙이 넘쳐 많이 의외였다. 글쓴이의 해박함을 따지는 것은 내 범위를 벗어나는 일이라 젖혀놓고 보아도 건조해질 수도 있는 주제를 가지고 맛깔나게 요리해내는 솜씨 좋은 주방장이라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최소한 본디 머리속에 무언가를 채워넣기 위해 무미한 책들을 읽는 데는 잼병인 내게 오랜만에 얻어걸린 맛과 영양을 고루 갖춘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오늘 점심엔 어느 집 자장면을 시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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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 전에 《미각의 제국》을 읽었노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아시는 분이 《식전》을 보내주셨어요. 사실 고백하자면 저는 사람의 감각에 대해서 '감각이 없는 쪽'에 속해요. 별다른 심미안이 있지도 않고, 아름다운 소리를 즐기지도 않으며, 부엌에서 솥이 꺼멓게 탈 정도가 되어도 탄내를 잘 못 맡지요. 물론 촉각이나 미각 역시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끼고, 어떤 것들을 좋다고 생각하는지, 나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식전》은 저의 감각에 흥미를 충족시켜주는 책은 아니었어요. '어떤 음식은 어떤 맛이어야 하고, 이렇게 하려면 어떤 식의 재료를 어떤 식으로 다루는 것이 좋다.' 하는 내용은 《미각의 제국》의 내용이 오히려 좋았고 많은 것을 배웠지요.
하지만 두 권의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느낌은 《식전》을 읽은 후가 훨씬 좋았어요. 무언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다그치지 않고 (다루는 내용이 다르다 보니),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더군요.
2. 음식을 즐기는 방식엔 여러 가지가 있지요. 달고, 짜고, 시고, 쓰며, 감칠맛과 매운맛의 조화가 어떻다는 것을 즐길 수도 있겠고, '음~! 이 소스는 마늘이랑 조선간장, 식초에 이런, 저런, 그런 것들로 만들어졌군.'하는 사람도 봤었지요. 그리고 '있잖아! 우리가 먹는 이 김치가 사실은 고려 시대 사람들이 먹던 김치랑 완전 다르다!' 하고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친구와 밥을 먹는 것도 즐겁습니다. 《미각의 제국》은 맛의 기본이 되는 여러 양념과 재료들에 대한 유래와 그 맛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쪽에 가깝다면 《식전》은 우리가 평소 먹는 밥상 위에 올라오는 것들 김치며 된장찌개며 이런 것의 재료들이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어떤 식으로 우리 음식을 바꿨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구황작물이라고 말하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 같은 것들이 '구황'을 한 것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고려 시대에는 지금처럼 붉은 김치는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짜장면과 짬뽕의 유래를 따라가기도 하지요. 한·중·일의 음식 문화를 비교하기도 하지요.
3.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야기를 읽는 것입니다. 맛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만화들의 그런 호들갑스러운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더해서 여러 감각을 글로 풀어낸다는 것 역시 그렇게 맛깔스럽지는 않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이런 식으로 우리의 밥상에서 맛을 내는 재료나, 요리법이 어떤 식으로 변해왔고 또 그런 것이 어떤 문화적 배경과 영향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입맛을 살짝 돋우는 것도 쏠쏠하네요. 이 책을 읽는 내내 '된장찌개에 김치 쭉쭉 찢어서, 쌀밥 한 공기 뚝딱! 해야지!'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먹으며 읽은 내용을 되새김질 했지요 :)
4. 무언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읽는 책은 아니지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물론 이야기는 좀 밋밋하게 펼쳐지고, 담담하기에 무언가 큰 자극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삼삼한 것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분명히 한동안 밥때마다 그냥 밥과 반찬이 아닌 또 다른 양념이 쳐져 있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에요.
덧. 아! 또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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