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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사회화를 이끌어 낸 아사노 그리고 10년 간의 그의 궤적
"사고의 사회화를 이끌어 낸 아사노 그리고 10년 간의 그의 궤적" 내용보기
사고로부터 2년 2개월 후 국토교통부 항공 철도 사고조사위원회에서 공개한 사고조사보고서에서는 운전사의 브레이크 지연 즉 개인의 주의 소홀로 인한 실수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여동생, 맏딸을 잃고, 둘째 딸은 심한 중상을 입은 유가족 중 한명인 아사노 야사카즈 씨는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원인’은 단지 ‘결과’에
"사고의 사회화를 이끌어 낸 아사노 그리고 10년 간의 그의 궤적" 내용보기

 


 

고로부터 2년 2개월 후 국토교통부 항공 철도 사고조사위원회에서 공개한 사고조사보고서에서는 운전사의 브레이크 지연 즉 개인의 주의 소홀로 인한 실수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이 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여동생, 맏딸을 잃고, 둘째 딸은 심한 중상을 입은 유가족 중 한명인 아사노 야사카즈 씨는 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원인’은 단지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한참 잘못되었다.

이런 결과를 만든 JR서일본의 조직과 시스템의 문제가 누락되어 있다고 보고, 개인적인 슬픔은 묻어둔 채 대기업 JR을 상대로 기나긴 싸움에 나선다.

 

쟁점은 네 가지였다.

징벌적인 일근교육, 여유가 없는 철도 시간표 편성, ATS-P 미설치, 회사 전체의 안전 관리 체계.

아사노가 사고원인 4항목이라 부르는 이 메모가 JR과 두고두고 대치하는 주요 쟁점이 된다.

p.75 『궤도이탈』 제1장 상실 '유가족의 사회적 책임’ 중에서-

 

탈선 사고 당시 고베 신문 기자이기도 했던 마쓰모토 하지무의 『궤도이탈』은 탈선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감정 조차 봉인하면서 우직하게 하나의 목적만을 추구한 아사노를 중심으로, 10년 간의 행보와 분투를 옆에서 바라보며 그의 궤적을 기록한 책이다.

 

그는 사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에 분노와 의문?부조리를 느꼈으며, 어디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는가.

가해 기업인 JR과 어떻게 마주했으며, 이 거대한 조직의 어디에서 문제를 발견해 추궁했는가.

이로써 무엇을 움직이고 바꾸려 했는가.

나아가 사고를 둘러싼 언론 보도와 사회의 반응은 그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가.

-p.24 『궤도이탈』 ‘프롤로그’ 중에서-

 

<아사노 야사카즈>

 

420여 쪽에 달하는 아사노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참사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참사를 대하고 수습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닮아 있음에 소름이 끼치기까지 한다.

 

잘못된 보도와 누구 하나 ‘죄송하다 우리의 실수다’ 인정하는 이 없고, 사고의 진상과 원인 규명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다시는 유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보단 참사의 진실을 덮어버리는 데에만 급급해 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비방이나 악의적인 소문으로 2차 피해를 가하는 모습들.

 

아사노는 그의 가족이 희생된 사고를 ‘우연히 일어난 불행한 일’로 끝내지 않고, 사회 전체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는 이른바 사고의 사회화를 이끌어 내게 된다.

 

제한속도 70km를 훨씬 웃도는 시속 110km 이상으로 커브 구간에 진입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비정상적 과속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즉, 그러한 비정상적인 운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혹은 그렇게 하도록 방조한 시스템 속에 진짜 원인이 있는 것이다.

-p.115 『궤도이탈』 제2장 연대 ‘맹세의 수기’ 중에서-

 

그 결과 아사노를 비롯한 4.25네트워크 유가족 모임은 가해자인 거대기업과, 같은 테이블에 마주앉아 수많은 대화와 질문 그리고 설득과 설명, 검증을 통해 마침내 JR조직을 가시화하고 안전 팔로업 회의 보고를 이끌어 내며 사고의 조직적 구조를 밝혀낸다.

 

또한 JR은 연수 시설인 ‘안전고동관’을 만들어 사고를 기억하고 안전의식을 계승하는 한편 안전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경미한 실수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는 대신 원인을 규명하고 향후 재발방지를 지향하게 된다.

 

10년.

안전을 위한 싸움에 정말 기나긴 시간이 걸린 것이다.

 

<JR 서일본 안전 팔로업 회의 보고서에 실린 '사고에 이른 주요 원인의 인과관계 연쇄 차트'>

 

 

의문점과 궁금한 부분을 솔직하게 몇 번이고 물었다.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을 규명하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기노시타는 말한다.

"부모인 내가 납득하면, 죽은 아들도 납득해줄 것 같았어요. 그 생각뿐이었죠."

p.313 『궤도이탈』 제3부 안전을 위한 싸움 제7장 대화 '과제검토회1:하나의 테이블' 중에서-

 

내가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다.

바로 책 말미 과제검토회에 나온 가해자 기업 JR 측의 한명인 야나기다 구니오 씨의 말이다.

 

지금까지의 사고, 재해, 공해 문제에서는 피해자의 존재가 너무 가볍게 다뤄졌다.

원인을 제공한 기업에서는 피해자를 손해배상과 보상을 청구해오는 상대라는 이해관계로밖에 보지 않았다.

재발 방지와 안전성 향상을 지도하는 정부도 피해자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말하자면 피해자를 '건조한 3인칭 시점'으로 봤던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풍부한 인간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피해자(1인칭)나 사회적 약자(1인칭) 및 그 가족(2인칭)에 가까운 관점을 지녀야 한다고 느낀다.

'이게 우리 부모님, 배우자, 자식들이었다면'이라고 생각하는 자세다.

물론 전문가나 조직의 관점(3인칭)에 요구되는 객관성과 사회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피해자와 유가족을 위한 대응을 나는 '2.5인칭 시점'이라고 부른다.

p.313 『궤도이탈』 제3부 안전을 위한 싸움 제7장 대화 '과제검토회 2:2.5인칭 시점' 중에서-

 

2.5인칭 시점.

가해자는 이처럼 참사의 피해자나 유가족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지를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참사 이후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더 나아가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 안전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해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상) 탈선사고 현장에서 상주하며 방문자들에게 예를 올리는 JR서일본 직원들 (하) 후쿠치마야선 참사 현장의 분향소(출처:프레시안)>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이렇게 큰 참사 앞에 유가족과 가해자 JR이 함께 진상규명에 나서, 10년이라는 오랜 시간 끝에 안전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어느 신문기사에 놀라움을 느껴서였다.

 

씁쓸하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생소하고 낯선 모습.

 

어떤 이유에서든 하루 아침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마음은 아마 헤아릴 수 없이 슬플 것이다. 그러나 죽음의 이유가 인재였다면 억울한 죽음에 더해질 슬픔은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남은 이들은 사고로 인한 깊은 상처를 간직한 채 내 옆에 있었던 사람들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게 될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는 안전한 사회인가?

안전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는가?

사고의 수습은 잘 이뤄지고 있는가?

사고의 사회화가 이뤄지고 있는가?

가해자는 유가족, 피해자들을 2.5인칭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나와 이 사회는 사고의 유가족, 피해자 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 책을 본다면 아마도 내 자신과 사회를 향해 끊임없는 물음이 생길 것이다.

바라건대 그 물음에 긍정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날이 왔음 좋겠다.

그래서 참사가 일어났던 그 날에서 멈춰진 남은 자들의 기억과 슬픔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s********7 2023.08.2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