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모아놓은 질문, 쓸어 모은 대답이 아니라 기나긴 모니터링과 외로운 의심 끝에 적힌 것들이다(10P)”
제목인 ‘질문은 조금만’을 처음 보고 귀엽고 재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터뷰어가 많은 질문을하기보다는, 인터뷰이가 내놓는 대답에 좀 더 집중하고, 더 많은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앰버인스를 만드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롤로그의 저 문장을 보고, 그리고 11명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저 질문과 대답이 정해놓은 순서대로 교차하는 법칙에 국한될 필요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질문은 줄이고, 저자가 지금까지 쌓아놓은 관찰력과 해석을 통해, 일반적인 인터뷰에서 만날 수 없는 문장과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들이, 불안과 유악함의 과정을 어떻게 거쳐서, 독자들이 주목할만한 이야기, 자신의 관점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인터뷰어의 업과 관계되어 있되, 그 업에서 자신의 철학을 세우기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삶에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보여준다. 단순히 글을 쓰는 기술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예술적인 감각이 상승 효과를 이루어.
한명한명의 인물을 만나다 보면 인터뷰어의 업과 연결되었으면서도 언어의 리듬감과 운율감이 살아있어- 나는 차마 흉내내고자 시도도 할 수 없을만큼 -, 좀 더 깊이있게 그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다. 음악을 하는 이에게는 ‘마음의 최고 데시벨로 답해주는 어른은 본 적이 없었다(P47)’고 말하고, 연극을 하는 이에게는 '그렇게 매순간 무대의 비범과 일상의 평범이 만드는 대비(P348)’라며 그의 삶의 특징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인터뷰들은 사적에 차원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다. 인터뷰가 진행된 시점이 팬데믹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였을 수 있으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불안을 느낄 수 있는지를 감지하며, ,우리가 속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인터뷰이의 마음과 행적을 돌아보기도 한다. ‘개인의 능력이란 불평등하게 분배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사람만이 점유한 감각(P200)’이란 정의를 통해 누군가의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기도 하고, ‘모든 어미가 “같아요”로 일관되는 이 세대의 보편 어투가 시작부터 온순하게 작렬(P301)’처럼 가까운 데 있으나 놓치고 있었던 시대적 감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록 다운과 화성 이주 계획이 뒤엉킨 시절에 구독자 숫자만 한 지위(P106)’라는 표현은 전혀 다른 데 위치해 있을 것 같은 상황들을 한 데 묶어 세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모든 가치가 시들해진 요즘, 얼음 같은 명쾌함을 꺼내보는 것(P298)’과 같은 표현은 단지 인터뷰어에 대한 수식어가 아니라, 이 책에 나온 문장과 문단과 접근에 대한 이야기처럼도 느껴진다.
물론 이런 인터뷰 방식이 쉽지만은 않을 수 있다. 저자의 능숙함에도 불구하고 표류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얼굴에 눈 앞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어 단어를 찾는 성장기 소년이 보이자 공포가 싹 달아났다(64P)’라는 표현처럼, 정해놓은 질문지였다면 만나기 어려웠던 방법과 매력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누군가는 문장이 아름답기보다는 모호하다고 느낄 수 있고, 인터뷰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상황들을 어떻게 보정해야 하는지 물어볼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럼에도 저자가 가진 고유한 감각과 해석이 아니라면 놓치고 지나쳤을 11명의 내밀한 이야기, 묵직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된 언어 속에 담긴 이들의 입체적인 모습은 짧지 않은 여운을 남기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