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사가 만난 사람들 』
1. 저자에 대하여
김혜선(삼월이)
국립중앙의료원의 간호사.
스물네 살에 발을 들여놓은 간호사의 길을 평생 가야 할 길로 여기며 지금도 간호사가 되어가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간호사를 시작했고 여전히 그곳에 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지낸 시간들은 인생을 바라보고 자신을 빚어가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간호사를
국립중앙의료원의 간호사. 스물네 살에 발을 들여놓은 간호사의 길을평생 가야 할 길로 여기며 지금도 간호사가 되어가고 있다.국립중앙의료원에서 간호사를 시작했고 여전히 그곳에 있다.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지낸 시간들은인생을 바라보고 자신을 빚어가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간호사를 하면서 만나게 된 수많은 ‘반짝이는 별’에게감사하며 지금도 그들 덕분에 따뜻함과 소박한 기쁨을 쌓아가고 있다.‘삼월이’는 글쓰기 동기들이 지어준 필명으로겨울을 녹이는 ‘따뜻한 삼월의 봄바람’을 뜻한다.그녀에게 글쓰기는 전공이자 직업인 간호를 통해일상을 바라보고 삶과 융합하는 작업이다.그러기에 일터에서 만난 ‘반짝이는 별’들에게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여러 고비를 거치며여전히 간호사의 길을 가고 있는 자신과여러 간호사들에게 감사와 따뜻함을 전하기 위해이야기를 계속 써나가고 있다.
- 2016년 제37회 간호문학상(수기부문) 수상 - 2019년 『그렇게 우리는 간호사가 되어간다』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선정) - 2020년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들이 들려주는 병원이야기』 공저 - 2021년부터 『밸류체인타임스』에 「간호사의 단상」 칼럼 연재 중
2. 내 마음을 무찔러 든 글귀
P12 치고 들어온 씨줄에 대해 불평과 탓을 하는 대신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그 안에서 기도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을 담담하게 처리해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란 걸 알았습니다. 또 인생은 사건이 아닌 사건에 대한 해석이라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P37 그녀는 내가 간호사로서 잘 살아왔다는 사실뿐 아니라 앞으로 가야 할 방향도 알려줬다. 그때의 나는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고, 매일 헛발질을 한 것만 같았다.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껴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이 떠나지 않던 시간이었다.
P52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공감하기 위해서는 고민의 무게만큼 같이 젖어 들어야만 가능하다.
P47 죽음을 생각함은 삶을 생각함이다. 삶의 연속선상에 죽음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P48 잠깐이라도 누군가의 손을 잡고 마음속으로 기도해줄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었던 건, 간호사가 되어가는 지독하게 힘든 시간을 통과하면서였다.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치료를 돕는 것이 간호사의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죽음에 잘 이르도록 하는 것도 간호사의 일이다. 죽음을 일의 한 부분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환자를 인격체로 보고 보호자들까지 총체적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이 여유와 넉넉함을 키워가는 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렇게 나는 간호사가 되어가고 있다.
P54 누구는 100을 해줘도 욕을 하고 누구는 10을 해줘도 감사해한다. 감사와 미소의 소중함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 오늘도 현장에서 인생 공부를 한다.
P59 살얼음을 디디는 듯한 아슬아슬함, 무게감과 책임감으로 병동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많다. 간호사면허 소지자 가운데 절반만 현장에서 일하는 현실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P59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무게감이 짓눌러 올 때마다 이외수님의 긴급 처방 ‘존버’정신을 떠올린다. ‘존버’는 ‘존나 버텨!’라는 뜻이다. 말 자체가 원색적이어서 그런지 입체 착착 달라붙는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 이번 것만 버텨보자.’ 하며 자리를 지킨다.
P64 같은 장미를 보며 ‘예쁘다’에서 그치는 것과 향기와 빛깔, 모양까지 관찰하고 즐기는 건 삶의 깊이와 폭이 다르다. 작디작은 곳에서 행복을 길어 올릴 줄 아는 능력은 행복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P65 내 마음을 쏙 담아놓은 글을 만나면 행복하다. 표현하지 못하고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을 이미 달 알고 있다는 듯 성큼 다가와 울림을 주는 글을 만나면 어느 새 기쁨으로 출렁인다. 기운 없고 지쳐 있을 때, 커피 한잔 건네주는 이 있으니 행복하다.
P85 인생은 순간의 합이라고 한다. 기쁘고 즐거운 순간들이 늘어가면 결국 행복한 삶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순간을 소홀히 하고 큰 것 한 방을 기대한다. 그러나 한 방이 오는 확률은 지극히 작다. 또 온다 해도 감당할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기쁨보다는 폐해가 더 크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푼돈 쓰듯 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날려보낸다.
P98 우리는 누군가에게 서비스를 주는 입장이 되기도 하지만 받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관계 안에서 나의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밀물에 밀려온 물고기가 뜨거운 태양 아래 죽어갈 때 지나치지 않고 바닷물로 던져주어 살도록 해주고 그저 그런 장미꽃에 애정을 더해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어줄 수 있는 능력자가 바로 ‘나’다.
P116 어느 조직이나 티 내지 않고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들 덕분에 유지된다. 에스프레소 자체는 씁쓸하고 맛이 없다. 하지만 거기에 우유를 섞으면 라테가 되고, 물을 추가하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아이스크림을 넣으면 아포가토가 된다. 어느 곳이나 꼭 필요한 인물은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이다.
P126 뽀대나게 일하는 건 당당하게 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임질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규 간호사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수행한 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다. 생명과 긴밀하게 연결된 일이기에 무게감이 크다. 무게를 벗어나고 싶겠지만 그걸 감당할 수 있어야만 간호사로 설 수 있다.
P140 나를 도구로 간호를 제공하는 총체적인 학문이며 인문학 그 자체다. 최상의 연주를 위해서는 악기의 조율과 연주자의 뛰어난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나의 생각과 마음, 지식과 태도를 가꾸고 정렬시켜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악기와 연주자, 간호와 간호사의 관계는 동등하다.
P161 우리의 손길은 삶이 방향성을 나타낸다. 손이 향하는 길, ‘손길’은 나의 가치관뿐 아니라 나를 대표한다. 누군가를 위해 펼친 손은 그냥 손이 아니다. 그러기에 이 단어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표현에 주로 사용한다. ‘사랑의 손길, 감사의 손길, 도움의 손길, 온정의 손길’처럼.
P188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는 내 안의 상태를 대신 말해주는 마음 통하는 구절을 만났다. 글이 나를 알아보고 내가 글을 알아보는 기쁨은 대상만 바뀔 뿐 모든 영역에 적용 가능하다. 나를 통해 이루어지는 간호가 나의 기쁨이 되고 받는 이에게 기쁨이 되는지 되돌아본다. 만물의 이치는 두루 통한다.
3. 이 책을 읽고
이 책은 우연히 자신의 꿈을 찾아 간호사가 되어 지금까지 20여 년이 넘도록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우리 주변에 흔치 않은 간호사이자 옆집 누이이며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이다. 그녀는 매일 죽음과 늘 함께 살면서도 그 죽음에 마음에 아파하면서도 그 죽음의 의미를 알기에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지금도 그녀의 후배가 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또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간호사들이 많이 있다. 어쩌면 의사보다 훨씬 적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지는 몰라도 우리 의료체계에 있어서 환자들이 의사보다 더 많이 만나고 의지하고 궁금하는 것에 답해주는 이들이 간호사님들이다.
저자의 첫 책 이후에 저자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살아온 이야기를 문학과 더불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고 있다.
1. 그녀가 만난 사람들, 환자들은 다름 아닌 내 가족, 나 자신일지 모른다.
저자의 일터는 아픈 사람들이 찾아가는 병원이다. 어는 곳이나 자주 가는 곳은 단골이라고 부르지만 병원을 단골로 하기에는 곤란한 곳이다. 그래도 적어도 인생은 살면서 병원에 한 번이라도 가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병원은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파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외에도 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많은 의료진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병원이다보니 병원에는 환자들이 많다. 물론 나의 가족들도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지만 병원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은 없을 것이다. 물론 아픈 사연도 다양하다. 저자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아파하고, 웃고, 울고, 때로는 참기도 하고 화를 냈을 것이다. 간호사들에게 환자는 바늘과 실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오히려 가족보다도 더 가깝고 비밀이 없는 사이가 되기도 하다. 저자가 만난 다양한 환자들은 다름아닌 우리들의 가족이었다. 일반인들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 밖에 만나는 경우가 제한되지만 간호사들은 정말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간호하는 동안 그들의 삶에 잠시나마 그들과 마음과 시간을 나누며 친구가 된다. 우리들도 언젠가는 몸이 아파 병원에 갈 때 우리를 간호해주는 간호사들도 우리의 가족이고 친구이고 이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간은 이렇게 서로를 도와주고 같이 살아가는 관계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2. ‘존버’정신으로 버티는 간호사들을 응원합니다.
예전에 ‘태움’이라는 간호사들간의 군기 문화로 한때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 일선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에게는 어쩌면 필요했을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국가 시험에 합격하여 병원으로 향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간호사들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간호사가 되어 병원에서 일하는 동안 1년을 버티는 것이 가장 관건이라고도 하기도 한다.
저자처럼 이 십여년을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도 후배들에게 ‘존버’정신으로 이겨내라고 한다. 일상에서 사람의 생명이 오고가는 긴급 상황속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맡은 일을 이겨내라고 버티라는 ‘존버’정신은 어쩌면 간호사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무엇보다도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름아닌 사람의 목숨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직업에서 느낄 수 없는 무게와 책임감이 따르는 분야이다. 여러분의 주변에도 많은 이들이 간호사의 길을 가기위해, 또한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많은 격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사람의 생명과 병을 치료하는 이들은 이 사회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들이다. 이들이 있기에 아직도 이 사회가 썩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휴일에도 콜이 오면 가정과 가족을 뒤로하고 달려가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 가족을 병원에 두고 잠시 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간호사들은 3교대 직업이다. 그 말은 24시간 환자의 곁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이들에게는 ‘존나 버텨”의 정신이 필요하다. 존버 정신으로 버티는 이들에게 우리의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3. 찐한 에스프레소 같은 맛을 내는 사람이 느껴진다.
저자는 수시로 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다. 간호와 업무로 지친 마음과 정신을 위로해 줄 문구를 책에서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을 노트에 기록하여 오랫동안 묵혀두어 발효를 시킨다. 그 문구가 맛있게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경험과 일상을 연결한다. 병원은 어쩌면 모든 인생을 모아놓은, 수많은 장르의 문학을 모아놓은 도서관일 수도 있다.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겠는가? 저자는 매일 새로운 환자를 만나면서 새로운 살아있는 한 권의 책을 만날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순간에 숨어 있는 한 스푼의 미소를, 여유를, 눈물 한 방울을 찾아내고 기록한다. 그러면서 흘려보내지 않고 문학과 환자와 연결하여 그녀의 노트속에 기록한다. 그리고 그 기록으로 삶을 빛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책의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는 에스프레소 같은 진한 원액 같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어떤 환자를 만나든, 어떤 후배를 만나든, 어떤 의사와 일하든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녀의 삶 속에서 길어낸 에스프레소 같은 원액을 조금씩 나누어 주고 있다. 뜨거운 물에 조금 타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차가운 이성 같은 얼음에 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그리고 달콤한 행복속에 부어서 아포카토를 만들기도 한다.
저자가 만들어가는 그녀의 원액 같은 삶은 씨간장을 조금씩 나누어서 또 다른 씨간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녀의 간호사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그리고 한 명의 아름다운 여인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이들에게 그녀의 삶을 나누어주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