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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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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유물들/박찬희]며칠 전, '박찬희 박물관 연구소' 소장이 쓴 '유혹하는 유물들'을 주문했다. 오래 전 박찬희 소장이 설명하는 역사 탐방에서 풍부한 해설과 설명에 탄복했던 기억이 있어 망설이지 않고 주문을 했다. 박물관 큐레이터에서 역사 유물 작가로 변신한 박찬희 소장의 신간 '유혹하는 유물들' 역시 역사학자로서 그의 해박한 지식과 유물에 대한 깊이 있는 관람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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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유물들/박찬희]

며칠 전, '박찬희 박물관 연구소' 소장이 쓴 '유혹하는 유물들'을 주문했다. 오래 전 박찬희 소장이 설명하는 역사 탐방에서 풍부한 해설과 설명에 탄복했던 기억이 있어 망설이지 않고 주문을 했다. 박물관 큐레이터에서 역사 유물 작가로 변신한 박찬희 소장의 신간 '유혹하는 유물들' 역시 역사학자로서 그의 해박한 지식과 유물에 대한 깊이 있는 관람 태도가 엿보였다.

언젠가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사찰 여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주로 오랜 친구, 조용한 친구와 함께였다. 여러 번 왔었던 같은 사찰이었지만 유홍준 선생의 설명을 들은 뒤 보는 느낌은 달랐다. 대들보도 단청도 서까래도 눈에 보이던 것이 가슴에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앞서 유흥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그랬듯 이책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유물을 소개한다. 교과서에 나오기도 했고, 신문이나 뉴스 때로는 박물관에서 직접 봤을 것 같은 유물들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유물을 다시 보면 사찰이 가슴에 내려앉은 것처럼 초상화가, 반가사유상이, 향로가 내 앞으로 성큼 다가서는 경험을 하게된다.

조선 선비 서직수의 초상화를 설명한 글도 새롭다. 한 사람의 초상화를 두 사람이 그렸다는 것에도 놀랐지만, 그림을 그린 이가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와 어진을 그렸던 이명기라는 사실도 새로웠다. 서직수의 초상화는 이명기가 얼굴을 그렸고 김홍도가 몸을 최대한 실사에 가깝게 그렸다. 박찬희 소장은 김홍도가 초상의 어깨 부분을 조금 수정한 것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그 얘기를 들으니, 멀찍이 떨어져 서직수의 초상화를 마뜩잖게 바라보고 섰을 시대의 화가 김홍도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한다. 그제서야 평범하게 보였던 초상화가 성큼 내 앞으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점의 반가사유상, 감산사 미륵보살 입상, 감산사 아미타불 입상에서 박소장은 아래, 위, 좌, 우 다양한 시선으로 작품을 정성들여 바라본다.
아래에서 위로 볼 때 불상의 섬세함이 다르고, 옆에서 봤을 때 반가사유상은 더 풍부한 미소를 짓는다고 한다.

감산사 미륵보살 입상을 얘기하며 박소장은 '장인이 불상을 조각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던 불상을 돌에서 꺼낸 게 아닐까'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가 유물을 감상할 때 얼마나 깊이 유물과 하나가 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청자칠보무늬 향로'도 교과서나 여러 인쇄물에서 수없이 봤는데 향로를 토끼가 받치고 있다는 것을 박소장의 설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렇듯 스쳐지날 수 있는 것들을 스쳐지나지 않게 해준다. 박찬희 소장은 '유물은 한눈에 진가를 보여주지 않는다. 멈추고 봐야 알려주고 낮추고 봐야 들려주고 돌면서 봐야 곁을 내준다'라고 말한다.

책 사이사이 삽화로 나오는 임지이 작가의 그림도 책을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임지이 작가의 그림책을 봤을 때처럼 종종 킥킥거렸다. 85쪽 그림 설명에 주인공 잼잼이가 안 나오니 조금 서운할 정도였으니..임지이 작가의 재치를 보는 재미도 분명히 있다.

예전 작가의 안내로 박물관을 관람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천진한 미소. 성인이 된 한 남자가 어떻게 저렇게 천진스런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내 옆에서 천진스런 미소를 띠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유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아는 만큼 보이지만 아는 만큼만 보면 손해다. 우린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선생님의 도움을 받거나 해설서를 찾곤 한다. 그런데 유물이나 문화재를 관람하러 갈 때 왜 그냥 들여다보고 말까? 꼭 코끼리 냉장고에 넣기처럼 박물관을 방문했던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면 박찬희 소장의 유혹에 빠져 '유혹하는 유물들'들고 박물관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b*****4 2023.01.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