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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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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사람, 연기 인간의 이야기는 굴뚝 위에서 33년을 살다 인간의 삶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매일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공들, 페라! 레테! 라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장화 한 켤레가 놓여 있어 그것을 신고 인간이 사는 마을로 내려오게 된 연기 인간을 본 사람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잿빛 연기의 형상으로 군중 속에 놓여진 그는 속절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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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사람, 연기 인간의 이야기는 굴뚝 위에서 33년을 살다 인간의 삶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갑자기 매일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공들, 페라! 레테! 라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장화 한 켤레가 놓여 있어 그것을 신고 인간이 사는 마을로 내려오게 된 연기 인간을 본 사람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잿빛 연기의 형상으로 군중 속에 놓여진 그는 속절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간신히 답변하며 정제되지 않은 호기심이란 물살에 거세게 쓸려갔다. 그는 본인의 존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지만, 타인들에 의해 그의 존재는 정의내려졌다. '페렐라'란 이름을 얻었고 그의 특별함에 왕은 법전 편찬위원회의 3번째 위원이라는 직함을 내린다. 그의 영광이 계속될 것 같은 나날, 모든 국민에게 칭송받는 페렐라에게 모두가 등을 돌리는 한 사건이 벌어진다. 결국 그는 높은 탑의 감옥에 갇히는 벌을 받게 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33년을 머문 굴뚝을 떠난 연기인간이 인간의 삶에 들어왔을 때, 그 특별함은 부여된 것이었다. 다름에 대한 호기심과 부러움 그 어딘가에 머무는 군중들이 연기인간에게 부여한 것! 그는 군중이란 파도에 쓸려 솟아올랐다가 바다 깊은 곳으로 내쳐졌을 뿐이다. 처음에는 환한 얼굴로 그에게 존경을 표하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욕지거리와 침, 오물을 던지며 그를 조롱한다. 문득 이 고전문학이 1911년에 쓰여졌단 사실이 떠올랐다. 100년도 전의 소설이지만 군중의 광기는 여전히 유효한 것 같다. 그 어떤 논리적 사고는 사라지고 인간의 잔혹함만 남은 이야기를 많이 접하고는 한다. 씁쓸한 기분이다.

마을 사람들의 태도는 가벼운 연기 인간과 비교하여 한없이 가볍다. '가볍다'라는 정의를 다시 하고 싶다. '진정으로 가벼운 이는 누구인가?' 그들 하나하나의 언행은 눈쌀이 찌푸려질 정도지만 군중이란 이름으로 존중받으며 힘을 얻는다. 가벼움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폭력이다. 다름을 이유로 가해지는 숱한 폭력, 모든 문제가 피해자로 귀결되는 잔혹함에 인간 사회에 무력함을 느끼기도 한다. 잣대와 고통이 없는 드넓은 하늘로 연기인간이 날아올랐기를.

 

* 본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s 2023.05.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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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연기처럼 가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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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대를 살다 보면 위인의 등장을 기대한다. 새로운 기운을 불러올 존재,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열어줄 거라 믿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우상이 탄생하는 배경이라고 할까. 그러나 대중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한순간 매몰차게 돌아서기도 한다. 처음 만나는 이탈리아 작가 알도 팔라체스키의 『연기 인간』를 통해 대중의 심리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확인한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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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대를 살다 보면 위인의 등장을 기대한다. 새로운 기운을 불러올 존재, 이전과는 다른 세계를 열어줄 거라 믿는 누군가를 기다린다. 우상이 탄생하는 배경이라고 할까. 그러나 대중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한순간 매몰차게 돌아서기도 한다. 처음 만나는 이탈리아 작가 알도 팔라체스키의 『연기 인간』를 통해 대중의 심리와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확인한다.

 

제목인 『연기 인간』에서 무엇을 상상하는가? 나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존재만 생각했다. 그러니까 상징적 의미로 말이다. 하지만 소설엔 진짜 연기 인간이 등장한다. 33년 동안 굴뚝에 있다가 세 명의 노파가 불을 피우면서 생겨난 존재다. 세 명의 할머니 페나(고통), 레테(그물), 라마(창)의 이름을 따서 ‘페레라’라 불린다. 세상의 모든 관심은 그에게 향한다. 온몸이 연기로 이루어진 인간, 도무지 상상이 안 된다. 사람들은 단순하고 솔직한 그와 대화를 원하고 왕의 초대를 받기에 이르고 법전 집필이라는 임무까지 맡긴다.

 

“나는…… 나는…… 아주 가벼워요. 나는 아주 가벼운 사람입니다.” (11쪽)

 

왕과 만나기 전 그를 찾아온 이들은 그들 칭송하기에 바쁘다. 시인, 화가, 박사, 사진가, 대주교와 대화를 나누는 연기 인간은 자신은 연기로 되어 있는 가벼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 소설은 대화체로 이뤄진 독특한 형식을 지닌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다. 무대에 오른 연기 인간과 그를 보려고 모여든 관객들, 그에 대해 알지 못하면서 그를 숭배하는 격이다. 굴뚝에서 그를 꺼낸 세 노파만이 그를 아는 게 아닐까.

 

유명 인사와의 만남에 이어 귀부인들의 다과회에서 그는 사랑, 시기, 열정, 질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은 귀부인 각자가 어떤 삶에 대한 고해성사 같은 것이다. 대중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를 정의하고 기뻐한다. 연기 인간과 나누는 대화는 철학적이고 분위기는 신비롭다. 이런 대화를 보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에 죽습니까, 아니면 죽음이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입니까?” (145쪽)

 

소설 속에는 이처럼 존재, 죽음, 사랑, 자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등장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단 하나의 사랑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며, 삶이라는 형태가 하나의 방식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려준다고 할까. 연기 인간을 따르는 군중의 모습은 마치 예수를 떠올리기에 충분한다. 그가 굴뚝에서 보낸 시간이 33년이라는 걸 기억하자. 그러나 예수의 제자가 그를 부정했던 것처럼 사람들도 페럴라를 부인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궁정의 하인장인 ‘알로로’가 페럴라처럼 되려고 불을 질러 죽은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페럴라 때문이라고 믿는 딸의 울부짖음에 시민들은 동요한다. 페럴라를 숭배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그를 비난하고 매도하기에 바쁘다. 하나같이 목소리를 높여 죄를 벌하라 말한다. 그들은 페럴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환호하던 이들이다. 재판에서 그들은 페럴라가 협잡꾼, 경멸스러운, 추악하고, 무능한, 무덤에서 꺼낸 시체라고 증언한다. 페럴라의 변호는 단호하다.

 

“나는 가볍습니다.” (253쪽)

 

흥미로운 소재와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1911년에 출간된 이 실험적인 소설은 100년이 지난 지금 이 시대를 완벽하게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대중심리와 잘못된 집단지성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모르는 사이 새로운 연기 인간에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닐는지 경각심을 일깨운다. 시대적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 등장하는 가짜 신과 그를 맹목적으로 따른 대중의 모습은 닮은 정도가 아니라 똑같지 않은가.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인 것인가. 우리가 놓치는 건 그 모든 건 연기처럼 가벼운 존재로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아닐는지.

 

r*********s 2023.05.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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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연기 인간' 고전소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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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궁금증이 가득했던 연기 인간 책은 20세기 이탈리아의 알도 팔라체스키의 소설이에요 1911년에 나온 책이라하니 그 시대의 소설은 어떨지도 알고 싶고  이번에야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니 꼭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책의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말 그대로 연기 인간이 나와요 그의 이름은 페렐라이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집필중에 법전을 집필하는 일을 맡게 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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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부터 궁금증이 가득했던

연기 인간 책은 20세기 이탈리아의

알도 팔라체스키의 소설이에요

1911년에 나온 책이라하니 그 시대의

소설은 어떨지도 알고 싶고 

이번에야 국내에 최초로 번역되니

꼭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책의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말 그대로 연기 인간이 나와요

그의 이름은 페렐라이고 세상을 알아가면서

집필중에 법전을 집필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연기 인간이라고 해서 인간세계에서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이런 점에서도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그렇다보니 인간적인

군상을 더 민낯으로 바라볼수 있달까

한없이 가벼운데 또 무거운 연기인간의 모습을

보면 인간성에 대해서도 고민할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반기던 사람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일반적인 인간과는 다르다는걸 인식하며

연기 인간을 멀리하고 오히려 박해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돼요, 이걸 보면서 연기 인간은

생각치도 않고 다르다는 점이 공포로 다가왔구나

이해도 되면서 페렐라의 편에서 보니 슬프더라구요

 

연기 인간을 보면서 인간의 욕망과

이기적인 마음을 더 알게 되었던 책이에요

책 자체는 연극처럼 진행이 되니 이것도 새롭고

가벼우면서 무겁고 무거운데 가벼운 존재에서

오는 존재감은 알수없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됐어요

 

페렐라가 인간세계에서 함께 했더라도

사실 인간들이 잘 받아들이기 어려웠을것 같아요

다르게 생각하면 고차원의 존재라서 인간은

이해를 못할것 같고 이같은 존재를 통해 인간의

부족함을 느낄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을수 있어서

다른 작품들은 없는지 살펴보고 더 읽어봐야겠어요!

존재론적인 생각도 해볼수 있고

연기 인간이 인간들과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다면 연기 인간 책을 한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글 입니다*

 


 

c*********0 2023.05.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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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가 보여주는 인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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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아주 가벼워요. 나는 아주 가벼운 사람입니다. - p.17]      이탈리아 미래파 작가, 알도 팔라체스키가 1911년에 출간한 대표작인 『연기 인간』. 국내에 소개된 이탈리아 작가는 그리 많지 않고, 그나마 내가 아는 작가는 단테, 보카치오, 칼비노, 그리고 타부키 정도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이지만(실제로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한다) 출판사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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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는…… 아주 가벼워요. 나는 아주 가벼운 사람입니다. - p.17]

  

  이탈리아 미래파 작가, 알도 팔라체스키가 1911년에 출간한 대표작인 『연기 인간』. 국내에 소개된 이탈리아 작가는 그리 많지 않고, 그나마 내가 아는 작가는 단테, 보카치오, 칼비노, 그리고 타부키 정도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이지만(실제로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라고 한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가벼움과 무거움'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문구에 나도 모르게 끌렸다. 10년 전에 읽었지만 지금도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소설로 남아있는 밀란 쿤데라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역시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쿤데라는 각기 다른 네 사람을 내세워 인생에서 가벼움과 무거움은 무엇이며 우리는 과연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가를 묻는다. 다만 팔라체스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생에서 가벼움과 무거움을 대비시킨다. 

 

[페렐라 씨, 당신 이름이 모든 사람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다들 연기 인간 얘기만 하고 있어요! 페렐라! 페렐라! 여기도 페렐라, 저기도 페렐라. - p.34]

 

  주인공 페렐라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인간이다. 그는 평범한 존재가 아니라 연기에서 탄생했다. 말그대로 온몸이 연기로 이뤄진 연기 인간이다. 이 연기는 페나(고통), 레테(그물), 라마(창)라는 노부인 셋이서 피운 불에서 생겨난다. 주인공은 그들의 이름 앞글자에서 따와 ‘페렐라’란 이름으로 불린다. 굴뚝 안에서 33년을 지내면서 세 노부인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배운다. 어느 날 갑자기 노부인들의 대화가 끊기자 3일을 기다린 그는 3일을 기다리다가 굴뚝 밖을 벗어난다. 벽난로 앞에 있던 신발을 신은 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페렐라는 왕궁으로 간다. 여러 사람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페렐라를 믿고 국왕은 그에게 중책을 맡긴다. 새로운 법전을 집필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궁정 하인장인 알로로가 페렐라처럼 되고 싶어 분신했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페렐라를 향한 호의적인 의견은 순식간에 반전되고 만다.

 

  사람 셋이 짜고 우기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에 딱 들어맞는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페렐라라는 존재는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르지 않은 일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그를 찬양했다가 비난하고 모욕하는 것은 그를 둘러싼 대중이다. 알로로가 왜 죽었는지 논의하다가 "아마 자신처럼 '가벼워지고 싶어서'"라고 의견을 냈다가 이내 싸늘한 시선, 아니 뭇사람들에게서 분노를 감내하는 페렐라. 연기처럼 희미한 그는 아직 세상 사람들에게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인 것만 같다. 필요할 때는 페렐라를 찬양했다가 나중에 힐난조로 돌아서는 사람들의 모습은 토사구팽의 전형 같기도, 카뮈의 소설 『이방인』 2부에서 뫼르소가 재판받을 때 군중들에게 야유를 받던 모습과 겹쳐 보였다.

 

  팔라체스키가 이탈리아 미래주의의 대표적 작가인 걸 고려하면 아마 연기 인간인 페렐라는 발달한 과학 기술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통일도, 산업화도 늦었던 조국 이탈리아가 아직 이질적인 문명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 은유적으로 표현한 건 아닐까? 연기 인간이 탄생한 지점도 흥미롭다. 작중에서 강조되는 3이란 숫자는 기독교에서 신성시하는 삼위일체와 관련 있다. 그리고 불은 인간이 문명 생활을 시작하는 데 가장 큰 수단이 되지 않았나. 그리스 신화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신만이 사용할 수 있는 불을 몰래 훔쳐 인간에게 불을 다루는 법을 알려줬다가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는 영원한 형벌을 받았다.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었던 20세기 초를 상징하는 주인공 페렐라의 기원을 결국 서양 문명의 양대 기둥인 그리스 신화와 기독교 교리에서 찾은 게 퍽 역설적이면서도, 곧장 납득이 되었다.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에 죽습니까, 아니면 죽음이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입니까? - p.145]

 

 

덧1. 기존 사조를 답습하는 걸 거부하고 새롭고 신선함을 상징하는 미래주의의 대표작 답게 책에서도 여러 실험적 기법이 눈에 보인다. 소설이지만 희곡처럼 대화 위주로 전개된다. 연기처럼 응집력 없이 여러 장면이 빠르게 전환되기에 서사를 놓치기 쉬우나, 서사 자체는 간단하지만 페렐라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 변화에 중점을 두고 읽어야할 듯하다.

 

덧2. 대화가 많기에 어찌 됐든 어려운 주제에 비해 가독성은 좋은 편이다. 실험적인 소설에 어울리게 책의 표지는 AI가 그린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뒤섞이지 못하고 연기처럼 희미하게 살아가는 페렐라를 표현한 데엔 제격인 듯싶다.  

 

 

*. 문예출판사에서 모집한 신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YES마니아 : 골드 t****3 2023.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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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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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전들이 다양한 해석을 품고 회자되는 중에 <연기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책 홍보 문구에 밀란 쿤데라 이전에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라고 안내되고 있었고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읽어 보게 되었다. 어쨌거나 '인간'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고 이상한 기대감이 생겼다.     운 좋게도 최근에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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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고전들이 다양한 해석을 품고 회자되는 중에 <연기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책 홍보 문구에 밀란 쿤데라 이전에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라고 안내되고 있었고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어 읽어 보게 되었다. 어쨌거나 '인간'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고 이상한 기대감이 생겼다.

 

 

운 좋게도 최근에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으며 밀란 쿤데라가 그려낸 가벼움과 무거움을 만났었고 <연기 인간>을 이해하는 힌트는 되었지만 다르기도 하다. 가벼움을 정의하려던 의도는 아니다. 그것은 좋고 나쁘고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과, 우리 각자에게는 이 무게의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것 정도를 알았을 뿐 사실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며 결국 어느 쪽을 보느냐의 차이를 만든다. 하나의 진리와 그 반대의 진리라고 해서 모두 거짓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해 보고 싶게 만들었다. 요즘으로 생각한다면 누군가는 가짜 뉴스라고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또 누군가는 확실한 진실로 믿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각자 나름의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가볍거나 무거운 기준을 부여하는 것 같다.

 

 

 

 

밀란 쿤데라가 영향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이탈리아 작가 알도 프라 체스키(1885~ 1974) <연기 인간 >을 통해 본 가벼움은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그에게 가벼움은 연기가 되는 것 곧 존재의 '승화'일까? ( 사실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여전히 많다. '연기'에 대해서라면 소설 속 인물들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다. )

 

작가는 스스로를 미래파 소설가라고 불렀고 미래파 운동가들과 교류하며 평생 문학 여정을 이어갔고, 20세기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소설, 영화, 평론,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로 위기와 갈등에 대해 소통하길 원했다.

 

소설 자체가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난해하긴 했다. 나로서는 희극 형식의 책을 읽은 적이 없다 보니, 몇 명이 나누는 대화인지 말장난 같은 대화들이 처음엔 버겁다가 적응되고 나서야 연극 무대 위에서 작은 배역에도 충실한 많은 연기자와 군중의 웅성 거림들이 들리기도 했다.

 

 

 

 

검은 자궁

누군가 아니 무언가가 검은 굴뚝에서 33년간 머물다가 세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굴뚝을 타고 아래로 내려와 인간 세상에 섞인다. 맨 처음 우연히 보인 장화를 신고서 인간이 되었다는 '연기 인간'이 진짜 연기로 만들어진 형상인지 아닌지 상상하는 것조차 어색하긴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신발'이 가진 의미가 크다는 것을 얼핏 접하긴 했지만 깊은 의미를 알긴 버거웠다. 은유적인 뭔가가 있다는 건 알겠는데 알쏭달쏭 아직 잘 모르겠는 마음은 어둠을 헤치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기분이었다.

 

검은 자궁, 검은 굴뚝 속에서 아직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있다가 곧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발견한다.


p 29

연기는 허공으로 흩어지지요. 벽난로 굴뚝 꼭대기가 막혀 있으니 허공으로 가지는 못했지요. 지극히 자연스럽다 봅니다. 그러니까 요컨대 당신은 연기가 뭉쳐서 만들어진 거 아닙니까? 사람의 태아가 굴뚝 꼭대기에 있었다니 자궁은 검든 하얗든 무언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씨앗이 필요한 법이요. 굴뚝에서 씨앗은 곧 연기입니다.


대항해시대와 유럽의 역사, 여왕의 이야기, 산업혁명을 지나며 무수히 세워진 공장 굴뚝을 떠올리기도 한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알베르 카뮈<이방인> 정도의 접점을 남기는 <연기 인간>을 통해 보는 것이라면 인간들이 쉽게 뒤집을 수 있는 논리와, 사상, 정치의 가벼움이기도 했다.

 

 

 

페렐라가 세상으로 나오고 사람들이 그를 발견하여 왕에게 데려갔지만, 사실은 페렐라가 인간들을 발견하고 왕에게 이르른 셈이었다. 이런 시선의 차이와 해석의 차이가 <연기 인간>에서 중요해 보인다. 무언가를 우기는 군중이 모이면 대중의 여론이 되고 전후 사정 고려할 틈도 없이 사실이나 진리가 되고 만다.

 

 

연기 인간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은 그를 메시아처럼 고귀하고 신성하게 느끼며 추앙한다. 이는 '연기 인간'이 된 페렐라가 원한 바도 아니지만 귀족과 귀부인들은 마음대로 그를 한껏 드높인다. 여성에 관한 법이 아직 없고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시점에 신성한 페렐라에게 새로운 법전을 만들어줄 것을 모두가 바라고 있다. 의심만 나부끼는 시대의 새로운 법전이 굳게 지지해야 할 목표는 만인의 평등한 이익 추구라야 하는데 그 계획을 실현할 적임자는 오직 페렐라 밖에 없다.

 

 

 

 

페렐라는 법전 만들기에 앞서 민생 시찰에 나선다. 시찰 도중 특히 정신병원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비일상적이고 기괴한 언행을 접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삶의 이면에 깊은 상처를 입는다. 페렐라가 시찰에서 돌아왔을 때 궁정 하인 알로로가 지하 납골당에서 불에 탄 채 발견된다. 알로로는 자기 몸을 태우면 연기가 되어 모두가 숭배하는 페렐라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페렐라는 불에 탄 알로로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그저 그가 가벼워지고 싶었던 거라고 말한다.

이 말을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한건지, 정말 한없이 가볍게 들은 모양이다. 그 일로 페렐라에 대한 평가와 시선이 완전히 달라져버린다.

 

 

 

처음에 사람들은 페렐라를 이루고 있는 연기를 천국으로 받아들였다. 연기 색깔의 옷을 입고 연기축제와 무도회를 개최하여 연기로 존재하는 가벼움을 칭송했지만 그 가벼움은 알로로의 죽음 이후 돌연 지옥으로 변질된다. 사람들은 한 사람의 죽음을 가볍게 정의하는 페렐라의 무관심에 분개한다. 페렐라의 가벼움을 세상에서 가장 비상식적이고 어리석으며 무능한 헛소리로 여기다가 마침내 모두의 안녕을 위해 페렐라를 사회에서 격리하고 제거하자는 발언이 쏟아져 나오고 그는 재판에 회부된다.

 

재판에서 당사자는 없는 채로 페렐라는 가장 높은 존재의 신성함에서 가장 낮은 혐오스런 죄인으로 낙인찍힌다. 유럽의 역사에도 있었던 종교전쟁과, 마녀 사냥 재판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의심만으로 시작해서 죄를 자백할때까지 무자비한 고문을 행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건들이 생각나서 답답했다.

 

 

 

 

페렐라가 자신에 대해 스스로 알기 전에 사람들이 그를 판단해 버리는 느낌이 좋지가 않다. 높이 들어 추앙했다가 곧 추락시키는 것을 보며 부조리를 느낀다. 알베르 카뮈 소설 <이방인>의 재판과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시종일관 있는 그대로를 말하던 뫼르소를 재판하는 과정에서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도 냉혈했던 무자비한 살인자로 내몰며 사형선고 내린다. < 시지프 신화>로 만나는 부조리와 자살 이야기는 그제야 이방인을 더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연기 인간>만으로 이 소설을 이해가기보다는 다른 연결을 통해 점점 더 이해해나가지 않을까? 어디선가 다시 <연기 인간>을 떠올려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무상으로 지원 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고전읽기 #연기인간 #가벼움 #연기 #알도팔라체스키 #고전 #문예출판사 #희극

 

YES마니아 : 로얄 k*******5 2023.05.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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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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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이탈리아 문학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것 같은데 20세기의 이탈리아 문학가는 더욱이 날섳게 느껴진다. '20세기 이탈리아 미래파 환상문학의 수작'이라 평가받는 알도 팔라체스키의 작품, 『연기 인간』이 그러한데 작가도 작품도 모두 나에게 처음 같다. 그래서 봤더니 실제로 이 작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경우라고 한다.    흔치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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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이탈리아 문학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것 같은데 20세기의 이탈리아 문학가는 더욱이 날섳게 느껴진다. '20세기 이탈리아 미래파 환상문학의 수작'이라 평가받는 알도 팔라체스키의 작품, 『연기 인간』이 그러한데 작가도 작품도 모두 나에게 처음 같다. 그래서 봤더니 실제로 이 작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경우라고 한다. 

 

흔치 않은 이탈리아 작가, 특히나 환상문학이라는 장르는 SF 장르 못지 않게 작품의 경계성을 뛰어넘는 픽션 중에서도 완전히 비현실로 넘어가지 않고 교묘하게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그 경계선에 있는 경우가 많아 흥미를 자아내는 장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이 갔던 것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연기 인간』을 선보였던 알도 팔라체스키는 이후 여러 차례의 개정판을 거치게 되는데 작가 자신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인만큼 이 시대의 이탈리아 문학이 생소하신 분들은 이왕이면 이런 평가의 작가가 쓴, 작가 스스로도 높이 평가가는 작품을 만나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온몸이 연기로 이루어졌기에 어떻게 지극히 단순하게 그 외양 그대로를 묘사하고 있는 인간인 연기 인간.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고 그가 생겨나게 된 일종의 모태라고 해야 할지, 생명의 탄생지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를 태어나게 한 것이 페나, 레테, 라마라는 세 명의 노부인이 피웠던 불에서라고 하니 여러모로 신기하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존재를 창조해낸 그 노부인의 이름을 따서 페렐라가 된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창조주가 자신의 창조물에게 이름을 붙인 셈인데 일단 페렐라가 인간 세상에 나오게된 경위부터가 환상 문학의 절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만약 세상에 이토록 기묘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예나 지금이나 궁금하지 않을까? 존재하지 않던 기이한 존재의 등장이 때로는 두려움을 몰고 오기도 하지만 그 저변에는 분명 호기심과 궁금증이 존재할 것이다. 결국 그는 존재의 신비로움과 행동과 말투의 특이성으로 인해 왕의 초대를 받기에 이른다. 

 

기막힌 부분은 이후 그가 왕의 초대를 받아서 왕궁으로 간 뒤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의외로 그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무려 왕으로부터... 게다가 왕은 그에게 새로운 법전을 만드는 일까지 맡기는데 이쯤되면 도대체 뭘 믿고 이런 중차대한 일한 시키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아니나 다를까 페렐라가 이런 대접을 받다보니 놀랍게도 그와 같이 되려는 사람까지 생겨난다. 애초에 태생부터가 다른데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다고 페렐라처럼 연기가 나올 수 있는가 말이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특히나 소위 사회의 지배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페렐라에게 우호적이고 높이 평가하고 중요한 직책까지 맡기지만 정작 작가는 연기 인간이라는 특수한 탄생에서 시작된 페렐라의 신체적 특징이나 말투 등을 통해서 오히려 그의 가벼움을 통해 세상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 기막힌 반전이라면 반전인 작품이다.  

 

알도 팔라체스키는 어떻게 이런 존재를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그것도 20대 중반의 나이(책이 처음 출간된 나이가 26살이라고 하니 놀랍다)에 말이다. 게다가 사람들로부터 높이 평가받는 페렐라가 어떻게 보면 전혀 변하지 않은 원래 그 모습 그대로일 뿐인데, 또 그의 특성상 연기 인간이라는 것이 어디에도 갇힐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본성을 마주하게 되는 어느 순간 대중이 순식간에 돌변하여 그를 향했던 우호적인 시선이 바뀌는 모습 또한 한편으로는 알도 팔라체스키로서는 지극히 의도된 풍자의 한 단면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마냥 쉽다고는 할 수 없는 작품이나 의외로 철학적인 면모가 돋보이면서도 은근히 재미있는 풍자와 비판이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연기인간 #알도팔라체스키 #문예출판사 #환상문학 #고전문학 #인간의욕망 #군중의광기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리투서평단

YES마니아 : 플래티넘 g*****s 2023.05.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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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만으로 충분한 것도 있다. [연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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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펴냄) 인간의 존재방식은 무엇인가? 미래파 환상 문학인 알도 팔라 체스키의 글은 보다 인간 존재의 심오함의 끝을 사색하게 해준다. 얼마 전 아이들과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인 [벼랑 위의 포뇨]를 같이 보았다. (사실 둘째 아이가 무척 좋아하여 매번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이다.) 그 속에서 포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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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펴냄)

인간의 존재방식은 무엇인가? 미래파 환상 문학인 알도 팔라 체스키의 글은 보다 인간 존재의 심오함의 끝을 사색하게 해준다. 얼마 전 아이들과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인 [벼랑 위의 포뇨]를 같이 보았다. (사실 둘째 아이가 무척 좋아하여 매번 즐겨 보는 애니메이션이다.) 그 속에서 포뇨의 엄마로 상징되는 바다를 관장하는 여신과 포뇨의 인간 아빠의 대화가 무척 인상 깊었다. 아빠는 포뇨가 너무 어려서 혹시 마법을 잃고 인간으로 살아가다가 혹시나 소스케의 사랑이 사라지면 포뇨가 물방울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포뇨의 엄마는 원래 포뇨는 물방울었으니 괜찮다고 한다. 인간이 삶을 받아들이는 방식과 신이 말하는 방식의 차이라고나 할까... 일례로 우리가 익히 아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에서도 같은 대목이 나온다. 인어공주의 언니들이 왕자의 심장이 찌르라면서 칼을 동생에게 건네주지만 공주는 그 칼을 버리고 스스로 물거품을 되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물방울 요정이 되어서 하늘로 올라가서 자유로워지는 장면이 나온다.

사람들은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을 원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연기 인간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인간이 다른 존재로서 모습을 내놓고 살아갈 수 있다면 인간은 아마도 능히 그 존재를 탐할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궁정 하인 알로로의 선택 역시 그러하다. 그는 아마도 자신을 불태우면 연기 인간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겼을 터이지만 페레라의 말처럼 그는 그저 스스로의 목숨을 끊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연기 인간의 존재 목적은 그저 존재하는 것이다. 가볍게 존재하는 것... 그것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그 존재에 무한의 의미를 부여한다. 왕이 연기 인간인 페렐라에게 법전을 맡기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애초에 연기였던 페렐라에게는 이름도 없었다. 그 이름은 그저 인간들이 세 노파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것에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려고 한다. 존재하는 것마저도 의미없이 그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연기 인간을 가두려 했다는 발상 자체도 너무 인간스럽다. 어디에나 갈 수 있는 그저 연기로 존재하는 페렐라를 가두려 했다니.... 왜 인간은 그저 존재할 수 없는가? 이런저런 이유로 페렐라는 성인이었다가 한순간에 범죄자로 추락하고 만다. 페렐라는 그저 가볍게 존재한 이유밖에 없는데 말이다. 스스로 가볍다는 것을 정의했을 뿐 그 어떤 것도 스스로 한 것이 없는 연기일 뿐이었다. 인간의 변덕이 페렐라를 영원히 인간 밖으로 추방시키고 말았다.

연기로 존재할 뿐인 페렐라에게 지식적인 가르침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그저 존재 자체만으로 선물이 되는 삶도 있기 마련이다. 굳이 뭘 바라지도 않고, 존재 이유에 대해 물을 필요도 없이 말이다. 왜 ... 인간은... 그저... 참아줄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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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 2023.05.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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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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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가볍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가벼움'이라는 것. 우리 사회에서 가볍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응, 그 사람 참 가벼운 사람이야." 물론 문자 그대로 체중이 적게 나간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으나 어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국어의 뉘앙스는 완전히 다른 뜻이 되버린다. 생각이 가볍거나 몸가짐이 신중하지 않은 한 마디로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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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가볍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가벼움'이라는 것. 우리 사회에서 가볍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응, 그 사람 참 가벼운 사람이야." 물론 문자 그대로 체중이 적게 나간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으나 어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국어의 뉘앙스는 완전히 다른 뜻이 되버린다. 생각이 가볍거나 몸가짐이 신중하지 않은 한 마디로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아니다. 모든 것을 다 뒤로 하고 여러분에게 누군가 "당신 참 가벼운 사람이군요!" 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은가? 누군가 나에게 그렇게 말을 한다면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날 밤 잠은 이미 다 잔거나 매 한가지이다. 나는 아마 '내가 뭘 잘못했나?' '나의 일 처리가 신중하지 못했나?' 하며 이리 고민 저리 고민하느라 밤새 뒤척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가볍다는 것은 은연 중에 좋지 않은 의미로도 해석이 될 수 있어서인지 몰라도 우리 대부분은 무거워지려고 노력한다. 더 커다란 집을 소유하고 싶어하고 더 많은 돈을 우리 주머니에 채우고 싶어한다. 점점 더 무거워지면서 무거워진 사람들끼리 옥신각신하며 이 땅에 살고 있다.

 

1885년생인 알도 팔라체스키는 이탈리아가 아끼는 미래파 작가로 1911년 「연기 인간」의 초판을 써낸다. 옮긴이의 의도에 따라 오늘 내가 읽은 이 한국어 버전은 바로 그 초판을 번역해낸 책이지만 원제목은 「페렐라의 법전」으로 독자에게 좀 더 깊이 있게 다가서기 위해 「연기 인간」으로 명패가 바뀌었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이력이 있는 작가는 아마도 전쟁에서 느낀 바가 많은 듯 하다. 그가 살다 간 일생 중 50년이라는 세월을 이 책을 다섯 번 쓰는데 보냈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연극의 형식이다. 처음 읽을 때는 조금 어색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무대 배경을 설명해주는 듯한 각본이 참 매력적이다. 일일이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할 필요가 없다. 배경은 배경일뿐이니까.

 

작가에게 '가벼움'이란 전혀 다른 의미이다. 그가 생각하는 가벼움은 우리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이제 작품 속으로 들어가보자.

 

바람 속에 곧 흩어져 버릴 것만 같은 회색 외투를 걸친 사나이. 모자를 눌러쓰고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인간이다. 그는 연기로 만들어진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 굴뚝 위에서 33년간 머물다가 세 명의 할머니 페나, 레테, 라마가 들려주는 전쟁, 사랑, 철학에 대한 소리가 사라지자 아래로 내려온 이 연기 인간의 이름은 '페렐라'.

 

왕궁의 사람들은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고 그를 신성시한다. 초상화를 그려주겠다는 화가, 사진을 찍기 위해 신문 읽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둥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작가,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는 은행가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동경한다. 국왕은 페렐라를 새로운 법전 편찬위원회의 세번째 위원으로 지명한다.

 

자신의 무거움을 한껏 자랑하는 남자들. 여자들의 다과회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남성사회에서 소외된 여자들. 그 여자들 안에서도 '페렐라'에 대한 동경은 이어진다. 서로를 시샘하기도 하고 자신의 아픈 사랑에 대해 혹은 불멸의 사랑에 대해서도 털어놓는다. 페렐라의 눈에는 그저 여성들의 무리는 날개가 잘려나간 크고 검은 새들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페렐라는 하느님을 만나기도 무도회에 참가하기도 하며 수녀원에도 방문한다. 독자는 이 책을 읽어나가며 장면이 하나씩 바뀔 때마다 전쟁, 사랑, 철학에 대한 의문을 계속 품을 수밖에 없다. 나에게 가장 철학적으로 다가온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은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에 죽습니까, 아니면 죽음이 인생의 가장 나쁜 순간입니까?

본문 145 페이지

이 문장을 몇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다. 그렇지만 난 아직도 그 답을 알 수가 없다.

 

사랑에 대한 묘사로 가득한 사랑의 초원에서는 세상 가장 빛나고 다채로운 주제인 사랑의 언어로 충만하다. 사랑은 말이 필요없다는 그 문장도 참 좋았다. 왕이 죽으면 나머지 사람들 중 가장 부유한 사람이 새로운 왕이 되는 규칙 아닌 규칙. 더러운 술꾼 이바가 왕위에 오르게 되는 과정은 우리에게 씁쓸함만을 남긴다. 전쟁은 어느 쪽에도 승리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페렐라의 가벼움에 대한 추앙심이 극에 달하자 왕궁의 하인 우두머리는 그를 닮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한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의 상징인 왕궁의 지하에서 가벼워짐을 꿈꾼다. 이것을 계기로 페렐라에 대한 사람들의 평판은 그 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한다. 어리둥절한 페렐라. 재판장 앞에서 본인은 아주 가볍다는 말만 되풀이하지만 서로간 의견은 좁혀지지 않는다. 마지막까지 그를 지키려는 후작 부인. 사람들은 부인을 미친 사람으로 취급한다.

 

결국 법의 심판으로 법전과 장화만 남기고 떠나는 그는 다시 더 가벼운 존재로 세상에서 사라진다.

 

가벼움과 무거움. 당신은 어느 것이 더 가치있다고 여기는가.

 

※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주는 이 소설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쫑쫑은 1900년대 초에 쓰인 이 작품이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되새겨보고 개인적인 견해로 이 글을 작성하였습니다.

s*******6 2023.05.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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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연기 인간_알도 팔라체스키_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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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연기 인간_알도 팔라체스키_문예출판사   이건 미래파 장르를 이끈 작가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서 블록버스터급 할리우드 미스터리의 아성을 무너뜨릴 작품으로 만들어 지길 기대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OTT가 주목 받는 시대에 드디어 장르 문학 작가님들에게도 더 다양한 도전을 하며 좋은 대우도 받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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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연기 인간_알도 팔라체스키_문예출판사

 

이건 미래파 장르를 이끈 작가님의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서 블록버스터급 할리우드 미스터리의 아성을 무너뜨릴 작품으로 만들어 지길 기대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OTT가 주목 받는 시대에 드디어 장르 문학 작가님들에게도 더 다양한 도전을 하며 좋은 대우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그동안 한정적인 소재를 벗어나 자유롭게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작가님들이 부쩍 늘어난 추세인 듯 보인다. 정말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그런 현상들이 누구에겐 반갑기도 하고 아무개에겐 걱정하게 하지만 좀 더 진보적인 성향이 지금 시대에는 맞는다고 본다.

문장의 느낌이나 구성 또한 미래적 감각에 맞게 잘 쓰인 이 소설은 밥상 위에 잘 차려진 오색빛깔 반찬처럼 맛있게 읽혔다. 일명 연극 소설이라고도 불렸으며 마치 대본을 보는 듯한 문장이 특이했다.

당시로선 파격적인 소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순문학의 전통성과 순수성을 지켜나가려는 시도들도 있지만 무려 3번의 개정판을 출간한 걸 보면 작가님도 '연기 인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셨 겠다.

이 책은 정말 보석 그 자체였다. 감각적인 촉감의 표지 재질과 함께 화사한 색깔의 조화가 끝내줬다. 디자인은 무난했다.

 

'연기 인간.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사람과 가장 변덕스러운 사람들의 덧없는 만남!'

 

사실 큰 기대를 하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개연성을 크게 따지는 한국 독자에게 미래파 소설은 정말 쉽지 않은 장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를 생각한다면 이런 도전이 결코 무모하다곤 보지 않는다. 국내는 그렇다 쳐도 해외는 또 이런 걸 선호하는 독자층이 꽤나 많을 듯하다. 이를테면 어벤저스처럼 말이다.

 

이 작품을 읽어보며 참신한 발상과 독특한 불편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작가님만의 노련함이 느껴졌으며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이 보이면서도 환상 같은 방대함을 교묘하게 표현했다. 역시 특이한 작품이다.

이 작품 드라마화 되었으면 좋겠는데 영상에선 어떻게 보일지 기대를 해본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했습니다.-

 

#장르소설 #연기인간 #알도팔라체스키 #문예출판사 #리뷰어스클럽

 

 

a***l 2023.05.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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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 군중 심리의 폭력성을 풍자한 미래파 환상문학의 수작 - 『연기 인간』
"인간의 욕망, 군중 심리의 폭력성을 풍자한 미래파 환상문학의 수작 - 『연기 인간』" 내용보기
이 소설은 제목으로부터 오는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호기심은 복잡 미묘함으로 변하게 되면서 마지막 한 방까지! 신비롭고도 이상한 인물. 그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사람과 가장 변덕스러운 사람들의 덧없는 만남!   『연기 인간』 "내 말은, 당신 육신이 어떤 재질로 구성되었느냐 그 말이오, 뭐죠?" "연기요." "내가
"인간의 욕망, 군중 심리의 폭력성을 풍자한 미래파 환상문학의 수작 - 『연기 인간』" 내용보기

이 소설은 제목으로부터 오는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호기심은 복잡 미묘함으로 변하게 되면서 마지막 한 방까지!

신비롭고도 이상한 인물.

그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사람과

가장 변덕스러운 사람들의 덧없는 만남!

 

연기 인간

"내 말은, 당신 육신이 어떤 재질로 구성되었느냐 그 말이오, 뭐죠?"

"연기요."

"내가 그랬지! 맞아, 맞아! 연기 인간이야. 연기 인간이라고! 연기! 연기! 연기!" - page 14

 

페네, 라테, 라마 세 할머니가 벽난로에 장작을 태우면서 생긴 연기로부터 33년을 굴뚝 안에서 지내다가 사흘 전 굴뚝 아래에서 들려오던 단조로운 대화가 사라지고 타오르던 불도 꺼지면서 마침내 아래로 내려왔다는 그, '페렐라'.

그의 이름은 세 할머니 이름으로부터 불리게 되었고 신비한 외모와 이로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니 왕궁으로부터 초대를 받게 됩니다.

왕비와 수녀, 시인, 왕자 등 여러 사람을 만나고 국왕 폐하로부터 새로운 법전을 만들기 위한 편찬 위원회의 세 번째 위원으로 지명을 받게 됩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여기 자리하신 고명한 기사 여러분, 나는 최고 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칙령에 의거해, 지고하신 대주교의 추인에 맞춰, 현명하고, 탁월하며, 뛰어나신 페렐라 씨께 사랑하는 우리 조국을 위한 새로운 법전의 집필을 온전히 맡아주십사 청하게 되어 대단한 명예로 생각합니다.

상하기 쉬운 육신과 연약한 감각을 지닌 어떤 사람이 우리의 피, 우리의 야심, 우리의 개인적인 관심, 우리의 당파성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어쩔 수 없이, 불공정하게, 두려움없이 그런 일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어떤 사람이 자기도 사람임을 잊고 법전 궁극의 목표인, 만인의 평등한 이익 추구라는 이 위대한 기획을 떠맡을 수 있겠습니까?

이분은 사람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해 불순한 것을 깨끗하게 하는 숭고한 불에 휩싸여 모든 감각의 자기 중심적인 작동을 중단시키고 무화하는 그러한 사람입니다!" - page 119

 

그러던 어느 날.

황혼 녘에 페렐라를 태운 마차와 수행단이 왕궁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너무도 황당한 일이 벌어져 모두가 아연실색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바로 왕궁 하인들의 우두머리인 알로로가 간밤에 사라진 것.

그에겐 도시에 사는 딸 하나가 있었는데 딸은 이틀 전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모습은 평소에 비해 너무나 들떠 보여서 당황하였고 그러다 초조한 모습을 보인 아버지 알로로.

 

지하의 거대한 납골당 아래, 옅어지는 연기 사이로 사람들은 사물을 구별하기 시작한다. 중간에, 바닥에, 넓게 평평하게 퍼진 잿더미 사이로 아직 여기저기 석탄불이 붙어 있고, 바닥에서 2미터쯤 되는 천장에는 쇠사슬 하나가 늘어뜨려져 있다. 거기서 십자가 형태로 까맣게 탄 몸통이 대롱대롱 매달려 수평으로 천천히 비틀리며 흔들리고 있다. 함부로 이어 붙인 두 개의 나무 기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잔재일 뿐이다. 알로로. - page 192 ~ 193

 

알로로의 죽음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중 알로로가 자신처럼 가벼워지고 싶어서 자기 몸에 불을 질렀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페렐라.

이때부터 그동안 페렐레를 추앙하던 군중들이 돌변하게 되는데...

 

"살인을 저질렀어요!"

"우리 모두를 불에 태우려 했어요!"

"왕궁 지하에 불을 질렀어요!"

"방화범입니다!"

"살인자!"

"비겁한 자!" - page 217

 

모욕과 저속한 손짓, 음탕한 소리, 경멸과 멸시의 말을 그에게 퍼붓는 이들.

특히나 겨우 세 살이나 되었을까 한 어린애의 행동으로부터

 

인간이 처할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상황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머리들이 한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가장 참혹하고 기괴한 놀이를 천진난만하게 찾아냈다. 사람들은 문과 창문에서 경멸적인 비웃음만 날리다가, 그 벌레들의 잔인함이 광적으로 고조될 때마다 "좋다! 잘한다!"라고 외치며 더 자극해댔다. 타고 있던 배가 난파된 조난자는 이리저리 힘없이 휩쓸리기만 했다. 극도로 가벼운 그는 상대가 어린아이라 해도 전혀 대항할 수가 없었다. 놀이가 벌어지는 길 한복판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조롱의 현장이 되었다. 그 불쌍한 얼굴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왜? 왜?" - page 236

 

법정에 이르게 된 페렐라.

그의 최후는 어찌 될까......

 

'가벼움의 존재 방식'에 대하여 일러주었던 '연기 인간'.

불에 타 사라지면서 생겨나는, 죽음이 삶이 되는 현상인 연기.

페렐라가 상징한 건 '사라짐-죽음'을 '나타남-삶'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우리도 죽음을 삶으로 바꾸며 존재하라고, 죽음을 통해 삶을 살아가라고 권유한다.

'죽음을 삶으로 대체하고, 사라짐을 통해 나타나라.' - page 302

 

그러면서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무엇인가...

낯설고 우스꽝스럽고 비정상적이고 역설적이고 애처로운 주변 인물들을 향해, 우리 사회의 전통 질서와 가치 체계를 향해 거침없이 냉소를 던진 '알도 팔라체스키'.

지금 우리 시대에도 따끔한 일침과도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직면해야할 인간의 민낯에 대해 또다시 반성해보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a*****6 2023.05.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