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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에 수면 보고서와 영양 섭취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어요. 운동실적 그래프도 갑자기 확 떨어졌습니다. 집에서 혈압 측정과 소변 검사를 실행하지 않았어요." (p32)
'미아 홀'은 법원에 소환된다. 소환에 응해서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지 못한 사유를 해명해야 한다.
국가와 개인은 '헌법' 이라 불리는 상호 약속된 체제하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헌법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기본법이고, 시대 상황에 따라 업데이트될 수 있다.
소설속에 헌법은 '건강' 이라는 말로 대체될 수 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해진 운동량을 채워야 하고, 영양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집도 청결한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법률로 정해진 건강관련 수치들 또한 정상범위를 고수해야 한다.
법을 어기면 그에 맞는 처벌을 받는다. 벌금을 물거나, 정신 교육을 받거나, 감옥에 가기도 한다.
소설에서는 헌법을 '방법' 이라는 말로 부르는데, 흔하게 쓰는 방법(method) 이 떠올라 흐름이 자꾸 끊긴다. '병날권' 이라는 생소한 말도 있는데, '병이 날 수 있는 권리'를 말하고, 반(反)방법 주의자들이 가입하는 불법조직이나 테러리스트 조직에서는 '병날권'의 허용을 주장한다.
개인의 건강관리가 법으로 규정되고 국민이 철저하게 따르니 아픈 사람이 없다. 환절기만 되면 흔한 감기와 알레르기, 당뇨, 고혈압 같은 질병이 없는 세상이다. 나이들면 물론 죽음에 이르겠지만, 젊은 나이에 운동부족이나 관리소홀로 몸이 아픈, 생활습관병(성인병)은 발생하지 않는다. 매일 운동하고, 각종 검사를 통해 초기에 병을 발견하고 치료한다.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일 수 있다.
그들이 구축한 유토피아에 대다수는 만족하며 살아간다. 주인공 '모리츠 홀'을 제외하고는. 아웃사이더처럼 모리츠는 국가가 하지 말라는 걸 청개구리처럼 한다. 금지된 담배를 피우고, 제한구역에 들어가 오염되었을지도 모를 물에 발을 담그고 낚시하는 걸 좋아한다. 낚시한 물고기를 먹으며 상점에서 파는 통조림보다 더 맛있다고 느낀다. 국가의 체제를 위협하는 블랙리스트로 감시대상자다.
아웃사이더 모리츠가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간다. 감옥 안에서 모리츠는 자살한다. 자살 후에 누나인 미아 홀의 시각에서 소설은 전개된다.
동생을 잃은 후 잠시 법을 어겼으나, 테러리스트는 아닌 미아 홀. 모리츠처럼 아웃사이더도 아닌 성실한 시민이었지만 동생의 죽음이 누명임을 알게되고서 혼란스러워 한다. 국가와 방법(헌법)이 신뢰를 잃고 오류가 생길 수 있음을 경험하고 동생 모리츠를 그제서야 이해한다.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국가 권력과,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시민의 권리가 충돌할 때 어느편에 손을 들어줘야 하는지 고민을 안겨 준 소설이다. 방법(헌법)이 가진 약점을 공개하면 국가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 그걸 우려해 감추려는 권력과 진실을 알게 된 한 시민이 어떻게 바위에 자신의 가냘픈 몸을 희생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 좋은 해결책이 없을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잖은 고민을 안겨준다.
홉스, 로크, 루소의 '사회 계약설'을 이해하기 위한 책을 찾고 있다면 <어떤 소송>, 이 소설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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