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홍 선생님의 종교학 개론이라는 강의를 친구의 소개로 듣게 되었다. 나는 종교인이라서 그런지 종교학이라는 개념 자체에 조금은 거부감이 느껴졌지만 친구는 그런 종교인일수록 한번쯤은 들어볼 만한 강의라고 하였다. 강의를 듣기 전에 참고 도서로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종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종교인이라면 더더욱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대체적인 반응은 두 가지인 듯하다. 그 중에서 한 가지 반응은 종교인이 가지게 되는 독단적인 반응이다.
종교인이라면 비종교인의 종교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에 대해 경험해 보지 않으면 종교의 성스러움을 느낄 수 없으니 일단 경험해 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런 태도야 말로 돈독한 신앙이라기 보다는 독단이라고 말한다. 사실 종교인은 자신의 종교(사실 여기서는 아마 기독교에 해당하는 듯하다)는 지극히 완전하기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음 때문이며 인간은 신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러한 이야기 하나만으로 모든 종교 담론을 마무리 짓고 그것에 대한 이의제기는 있을 수 없는 것으로 단정짓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종교에 대한 관념은 엄청난 사건들을 가져 왔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십자군 전쟁에서의 살육과 유럽에서의 종교전쟁, 이슬람의 종교전파 방식인 것 같다. 이런 일련의 비극들은 모두 종교 정의의 이름, 진리의 이름으로 행하여졌고 당시의 종교인들은 이것이 바로 신의 정의를 이 땅에 실현하는 길이라고 믿어 왔었다. 물론 오늘날에도 알게 모르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된다.
종교인으로서는 차마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사실 우리에게 있어서 신앙과 독단의 차이는 애매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비록 종교인들조차도 광신적인 예배의 모습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들 역시 그들의 관념 속에서는 비록 그것을 드러내놓고 행하지는 않더라도 그러한 독단적인 관념을 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종교적 독단은 사람마다의 서로 다름을 단순히 다르다는 사실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시비의 판단으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서 자신의 종교적 가치와 다른 것은 다른다는 순수한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틀리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종교적 경험이 일치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서로 다름은 결국 상대방을 틀린 것으로 규정짓게 되고 틀렸다는 이유만으로 자행되는 것이 것이 종교적 광기와 살육이었던 셈이다. 이 도그마티즘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한 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는 이 책의 전제를 종교인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인상깊은구절] 문화 자체의 탈종교화, 그리고 종교의 세속지향성으로 정리할 수 있을 이러한 세속화현상은 불가피하게 종교에 대한 물음을 새롭게 다듬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 사실을 유념하지 않는 종교의 발언이나 종교에 대한 물음은 무감각하게 답습된 발언이나 물음일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발언이나 물음은 우리의 정황에 상응하는 생동하는 정직한 반응이나 답변을 초래할 수는 없다. 우리의 현실에서 종교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라는 사실, 그리고 종교가 유일하게 절대적인 가치체계가 아니라 수많은 가치체계 중의 하나라는 사실, 곧 종교다원현상과 세속화현상은 우선적으로 그러한 자의식을 각기 종교의 자리와 종교에 대한 자리에 귀속시키면서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러므로 종교를 어떻게 정의하여 우리의 현실에서 소통 가능한 것일 수 있게 할 것인가 하는 물음은 이러한 정황을 유념하면서 제기한 것일 때 비로소 그 타당성을 승인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정황이 물음을 재구성하는 준거가 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
|
국내 종교계에서 명성이 높으신 정진홍선생님의 저서입니다. 종교의 정의서부터 시작하여 종교를 바라보는 관점들, 종교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종교와 종교 현상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우리 사회와 연관지어 많은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종교와는 달리 상당히 추상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전공자들을 위해 씌어진 책 같네요. 책을 읽다보면 문체가 딱딱하고 전문적인 용어도 많이 나와 다소 난해하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비전공자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책이 될 수도 있지만, 종교에 대한 보다 학문적이고 진지한 고찰을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인상깊은구절] 신비가 에토스를 이루는 단일한 체계이었던 삶의 세계가 분화되면서 종국적으로는 성과 속의 이원적 갈등구조를 노정하고, 드디어 그 정황에서의 경험이 성에의 지향을 의도하는 독특한 경험의 정교화를 통하여 이른바 종교를 처음으로 하나의 구분이 된 실재이게 한 기대나 문화, 곧 신비를 대신한 이성의 전개가 지배 에토스가 되어버린 역사적 변용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이 세상의 의미나 가치가 저 세상에 속하려는 영성과 빚은 충돌, 바로 그 이원적 분화 속에서 마침내 종교는 출현하고 있고, 그렇게 출현한 종교를 우리는 종교사의 서술맥락에서 고전종교라 이름하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