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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축의 이미지가 긴장과 완성도를 높이는 놀라운 성장 소설 - 클레이 키건의 <맡겨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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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 클레이 키건한줄평 : 함축과 축약의 이미지가 긴장과 완성도를 높이는 놀라운 성장 소설 저자가 '긴 단편 소설'이라고 말하는 단편과 중편 사이에 있는 짧은 소설이다. 양장본으로 책이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 책으로도 100쪽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야기를 구성하는 시간과 공간도 매우 한정적이고 짧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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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 클레이 키건

한줄평 : 함축과 축약의 이미지가 긴장과 완성도를 높이는 놀라운 성장 소설 저자가 '긴 단편 소설'이라고 말하는 단편과 중편 사이에 있는 짧은 소설이다. 양장본으로 책이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 책으로도 100쪽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야기를 구성하는 시간과 공간도 매우 한정적이고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쉽게 읽어 내려가기가 어렵다. 작가가 '애쓴 흔적을 들어내는 데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기에 우리는 읽으면서 단어가 주는 느낌과 이미지에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서사를 중심으로 읽어간다면 이 책은 두어 시간이면 후루룩 다 읽어낼 만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읽어보면 알 수 있듯 이 책은 그렇게 읽을 수가 없고 그렇게 읽어서도 안 된다.

아빠는 왜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없이,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도 없이 떠났을까? 마당을 가로지르는 묘하게 무르익은 바람이 이제 더 시원하게 느껴지고, 크고 하얀 구름이 헛간을 넘어 다가온다. (21)

서사는 아빠가 주인공을 친척집에 장기간 맡기면서도 아이에게 작별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매정하고 아빠로서도 빵점이다. 그렇지만 서사를 통해 이해하는 아빠에 대한 캐릭터에 대한 이해를 넘어 곧바로 서술되는 주변 배경에 대한 아이의 생각을 통해 독자는 또 다른 세상과 서사를 만난다. 

'묘하게 마당을 가로지르는 무르익은 바람' 이 주는 이미지. 더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람이 의미하는 것, 크고 하얀 구름이 헛간을 넘어 다가오는 것에 대한 풍경이 주는 이미지의 변화를 생각한다. 독자는 이미지를 구성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말은 하지 않지만 맡겨진 아이에게서 발현되는 것으로 서사와 다름 없는 중요한 문장들이기 때문이다.

"다 잊어버리는군." 킨셀라 아저씨가 말한다. "금방 옷을 갈아입혀 주마."
"하지만 열두 달 지나면 다 잊어버리겠지." 아주머니가 우리 아빠를 흉내 내며 말한다. (22)

여기가 두 분이 주무시는 곳이다. 왠지 모르지만 나는 두 사람이 같이 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3)

더 이상 부연 설명이 없는 짤막한 대화나 혼잣말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는 다 쓴 다음에 최대한 덜어내기를 하는데 그 과정은 눈물겹다. 나는 작가로서 글을 쓸 때 그 눈물 겨운 덜어내기를 잘 하지 못한다. 고민하면서 써 놓은 그 장면, 그 문장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훌륭한 작가는 욕심을 버리고 문장들을 버린다. 그래야 단촐해진 문장은 더 빛을 발한다. 클레이 키건은 기꺼이 그 작업을 수행했다.

욕조 물이 차오르자 흰 욕실이 어딘가 변해서 눈앞을 가린다. 전부 다 보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23)

이 한 문장을 길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생각한다. '전부 다 보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한 문장은 이 장면 속에서 그저 욕조 물이 차오르면서 아이가 느끼는 현상에 불과할 뿐이지만 작가가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라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음과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짧지만 무언가를 암시하는 이러한 문장은 곧바로 독자에게 중요한 문장임을 깨닫게 하고, 그대로 각인된다. 아, 이 책은 전부 보여주는 책이 아니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눈 앞을 가리는 부연 김 속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찾아내야 하는구나. 새삼 다짐하게 만드는 놀라운 문장, 보석 같은 문장으로 뇌리에 깊숙이 박힌다.

나는 책을 읽기 전 우연히 "말 없는 소녀"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는 영화를 먼저 봤다. 2024년 이 책이 예스24와 알라딘, 그리고 각종 도서 인풀러언서들의 블로그 등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제목과 영화의 장면을 보는 즉시 이 책을 영화화했다는 사실을 느낌으로 알았다. 그래서 나는 꽤 진지하게 영화를 봤다. 나는 책 재목이 '말 없는 소녀'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소녀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말을 하지 못하는 소녀일 거라는 추측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에서도 간간이 소녀는 말을 했다. 영화에서 제목을 "말 없는 소녀"로 바꾼 이유는 어쩌면 책의 서사가 대화보다는 생각을 중심으로 서술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대화는 아주 필요한 경우에만 간략하게 언급된다. 그리고 중요한 대목은 생각을 표현하는 한 문장으로 스치듯 지나간다. 매우 중요한 서술임에도 그 한 문장 외에는 부가적인 감정의 전달이나 설명이 거의 없다. 독자가 매우 예민하고 세심하고 그 부분을 포착해 내야 한다.

집에 도착하자 개가 일어나서 자동차 앞까지 우리를 마중 나온다. 나는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개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68)

작가는 영민하고 우리는 한 문장을 읽는 즉시 그 대화, 그 문장이 이 소설을 매우 중요하게 만들어 줄 변곡점임을 깨닫는다. 그건 놀랍고도 신비한 일이다. 우리는 책이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느슨한 순간에 비범하게 그 장면을 포착해낸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라는 아저씨의 말 속에서 곧 그 말이 재현될 장면이 나오겠구나 직감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소설의 백미가 될 것이다.

"이상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란다." 아저씨가 말한다. ...
아저씨가 웃는가. 이상하고 슬픈 웃음소리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73)

너무 짧은 소설이어서 이 책의 줄거리를 밝히는 것은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에게 매우 송구한 일이어서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설명할 수가 없다. 다만 '맡겨진 소녀' '말없는 소녀' 'foster'라는 원제목에서 이 책의 주인공이 어린 소녀이며 누군가에게 맡겨져서 보육을 받는 상황이라는 것 정도는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다른 성장소설과 다른 점은 아이가 다시 원래의 가정으로 금방 돌아간다는 것이다. 영원히 맡겨지는 것이 아니다. 방학 기간 동안 잠시 단 둘이 사는 친척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집에서 보살핌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계속 걷다가 절벽과 암벽이 튀어나와 바다와 만나는 곳에 도착한다. 이제 앞으로 갈 수 없으니 돌아가야 한다. 어쩌면 여기까지 온 것은 돌아가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73)

"그럼 돌아가야 하는 거예요?"
"그래." 아주머니가 말한다. "그렇지만 너도 알고 있었잖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본다.
"우리처럼 나이 많은 가짜 부모랑 여기서 영영 살 수는 없잖아."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불을 빤히 보면서 울지 않으려고 애쓴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고, 그래서 울음을 참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 이제야 떠오른다. (80)

집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차라리 빨리 가고 싶다. 얼른 끝내고 싶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축축한 밭과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무들, 언덕들을 내다본다. 처음 왔을 때보다 더 푸르러진 것 같다. (81)

아이는 그 짧은 기간 동안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집에서 살면서 이전의 집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온전히 자신만을 보살펴주는 사랑을 받았다. 충분히 넘칠만큼 받았고 그만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했다. 그 성장은 나무들이 처음 왔을 때보다 더 푸르러진 것처럼 느끼는 아이의 시선으로 드러난다. 아이는 아이답게 더 푸르러졌다. 이전에는 아이 같지 못했지만 맡겨진 집에서 나무가 푸르른 것처럼 푸른 아이의 정체성을 회복한다. 그리고 아이는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깊고 따뜻하고 풍부한 감정을 읽어낸다.  슬픔의 깊이와 넓이까지 헤아린다. 그만큼 자란 것이다.

나는 손을 놓으면 물에 빠지기라도 할 것처럼 아저씨를 꼭 붙든 채 아주머니가 목구멍 속으로 흐느끼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는 소리를 듣는다. 꼭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때문에 우는 것 같다. (98)

작가는 구구절절 어떤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다. 한 문장으로 모든 것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 문장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하나도 버릴 것 없는 놀라운 문장들을 읽으며 전율한다. 

더욱 심오한 무언가 때문에 나는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꼭 그를 잡고 놓지 않는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98)

아저씨의 품에 달려가 안긴 채 다가오는 아빠를 보며 '아빠' '아빠'라고 두 번을 부르는 그 외침 속에 작가는 독자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놓으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아빠'는 누구인가. 그것은 책을 읽은 독자만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이야기다. 그가 해석하는 아빠의 이미지에 따라 책은 다시 독자만의 이야기가 되어 다양한 변주로 새롭게 흘러갈 것이다. 이제 이 소녀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책은 그 뒷 이야기를 해주고 있지 않지만, 푸름을 잃은 원래의 집으로 돌아간 다섯 번째 아이는 다시는 자신의 집에서 경험하지 못할 사랑을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그 상상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그 뒷 이야기를 써내려가야 한다.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나타나겠지만 아이는 '입을 다물고' '울음을 참으며'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나가리라.

아이가 성장한 만큼 독자 역시 성장한다. 모르지만 그랬을 것이다. 나는 그것이 느껴진다. 나는 이미 어른이므로 아이가 느낀 그 폭풍 같은 감정만큼의 성장은 아니겠지만 나무가 조금 더 푸르러지는 것 만큼의 성장, 성숙, 감정의 깊이는 변했으리라 생각한다.

모처럼 훌륭한 소설을 만나 책을 읽고 나서도 기분이 좋다. 결코 슬프지 않은 책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2025.01.16. 신고 공감 23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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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 가득한 표현 속에 담겨진 따뜻한 마음들/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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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따뜻한 풍경이 펼쳐지는 이야기가 가슴에 다가왔다. 섬세한 심리를 간접적으로 표현해 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무슨 일이든지 간접적으로 얘기해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언어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가령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처음 머물면서 실수를 한 일을 바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을 어른의 실수로 치장해 아이가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표현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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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따뜻한 풍경이 펼쳐지는 이야기가 가슴에 다가왔다. 섬세한 심리를 간접적으로 표현해 내는 솜씨가 대단하다. 무슨 일이든지 간접적으로 얘기해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언어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가령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처음 머물면서 실수를 한 일을 바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을 어른의 실수로 치장해 아이가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나타내지 않는 표현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도시의 한 가정에서 어딴 부부가 아이는 많고 물질적으로 무척 어렵다. 그런 가운데 아이들의 엄마가 또 아기를 가졌다. 그래서 한 아이를 먼 친척이 되는 집에 한 여름을 맡기게 되는 일이 일어난다. 소녀는 자신의 집을 떠나 일정 시간 동안 시골의 한 가정에 머물게 된다는 것을 안다. 아이가 얼마나 힘겨울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는 환경을 이해하고 그것을 수용한다. 그리고 그의 마음에는 기대감과 힘겨움이 동시에 갖는다. 소녀가 가는 곳은 무척 목가적인 풍경을 지닌 곳이다. 소냐가 그는 집에는 킨셀라 아저씨와 아주머니 둘만 살고 있다.


소녀는 그곳에 처음 머물면서 어려운 마음 상태가 된다. 킨셀라 부부가 아무리 잘 해줘도 마음에 부담이 작용하게 된다. 그것은 자신이 행동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을 무언중에 느끼기 때문이다. 아주머니는 아이가 잘 적응하도록 배려하는 마음을 지닌다. 미처 준비를 해오지 못한 것은 보충해 주고 평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안내도 한다. 소녀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당한 일도 함께한다. 따뜻한 마음이 서로의 관계를 익숙하게 만들어 가도록 한다. 소녀가 그곳에 있길 원한다면 언제까지나 있어도 좋다고 얘기도 해준다.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p17


소녀가 집안 사정으로 킨셀라 부부에게 맡겨지는 상황에 드러난 마음이다. 집이 아무리 힘들지라도 어린아이의 입장에서는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작용하리라. 그것을 잘 포착해 저자는 그려내고 있다. 또한 집의 어려운 사정에서 떠나 마음이 편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기대감도 드러난다. 미묘한 소녀의 심리가 잘 표현된 부분이다. 아마 집에서 떠나 타인의 집에 기거하게 되는 소녀의 섬세한 마음이 이 작품의 맛을 크게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랴 생각한다. 이를 통해서 시골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성도 좋아질 수 있게 되는 마음 다스림을 하는 소녀의 정신적 성장이 그려진다. 소녀를 키우는 부부의 따뜻한 마음도 소녀의 성장에 맞춤 형태의 도움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글의 배경은 아일랜드로 되어 있다. 소녀가 생활을 해나가는 공간이다. 시골의 특성이 잘 드러나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아름답기까지 하다. 킨셀라 부부의 배려하는 마음들이 다양한 언행으로 나타나고 따뜻한 분위기가 되고 있다. 그것들이 이 작품의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까 한다. 소녀가 낯선 곳에서 생활하면서 두려움과 어려움을 느낄 수가 있는데 그렇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이 배려하는 마음이다. 소녀가 시골에 적응하면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소녀는 비교적 낯선 분위기에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을 잘 해나가고 있다. 아저씨가 베풀어 주는 생활에 적응하게 하는 우편함까지의 달리기, 아주머니가 함께해 주는 우물을 긷는 방법 등이 시골 생활의 도움이 된다. 그것은 결국 생활을 익숙하게 하고 자생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소녀가 옷이 없어 시장에 가서 옷을 구입하면서 정을 돈독히 하기도 하고, 종교적 시설에 같이 가면서 타인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한다. 시장에 옷 사러 가서는 킨셀라 부부가 아들을 가지고 있었고 잃었다는 아픈 사연을 알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베푸는 정겨움의 일단을 이해하기도 한다.


소녀는 시골에서의 생활에 추억을 쌓아간다. 그것이 아마 앞으로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집의 아이들도 시골 할아버지 집에 더러 가도록 했다. 그곳에서 흙과 살면서 나무들도 익히고 강물에서 고기들을 잡기도 하면서 어린 시절 한 시간을 보냈다. 그것이 성장하면서 건강한 추억이 되고 삶의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시골에서 성장할 수 있다면 아이들에겐 그것을 권장하고픈 마음도 있다. 이 글 속에서의 소녀도 한 여름의 시간을 그렇게 보낸다. 그것이 아마 삶의 소중한 자산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소녀의 집에서 남동생이 태어나고 소녀가 학교에 갈 때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집에 데려다 준다. 소녀는 아쉬움을 느끼며 그들과 헤어진다. 킨셀라 부부도 언제든 다시 시골에 와도 된다고 해준다. 헤어짐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들이 정겨운 분위기를 마련한다. 읽는 내 마음도 훈훈해 진다.


저자는 이 글에서 자신의 판단을 직설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스스로 판단하고 파악하도록 하는 중심 흐리기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나 행동들을 독자는 그들의 언행을 통해서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해야 한다. 마지막에 사용된 아빠의 중의적인 의미도 그런 한 가지 요소일 게다. 은은하고 따뜻한 이미지가 그들로 인해 더욱 사랑으로 영글어져 온다.


작가의 시선이 내 마음의 한 부분에 들어와 소녀를 통해서 말을 건다. 세상은 그리 혼탁하고 피곤한 곳만은 아니라고. 소녀의 눈을 통해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이 전해지며, 살만한 세상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행복한 읽음이 되었다.

j****3 2024.04.03. 신고 공감 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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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이 영화를 막아서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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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영화를 세 편 추천했다. 그중 하나가 ‘말없는 소녀’였다. 원작 소설의 제목은 ‘맡겨진 소녀’라고 했다. 그날 저녁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 창을 띄웠다. 영화 제목들은 뒤로하고 ‘맡겨진 소녀’를 입력했다. 영화와 소설을 동시에 소개하는 기사가 떴다. 저자는 이십여 년 사이에 소설을 단 네 권 출간했는데, 여러 문학상을 받은 <맡겨진 소녀>는 아일랜드 교과서에도 실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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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영화를 세 편 추천했다. 그중 하나가 ‘말없는 소녀’였다. 원작 소설의 제목은 ‘맡겨진 소녀’라고 했다. 그날 저녁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 창을 띄웠다. 영화 제목들은 뒤로하고 ‘맡겨진 소녀’를 입력했다. 영화와 소설을 동시에 소개하는 기사가 떴다. 저자는 이십여 년 사이에 소설을 단 네 권 출간했는데, 여러 문학상을 받은 <맡겨진 소녀>는 아일랜드 교과서에도 실렸다고 했다. 예스24에 들어와 확인하니 번역되어 나온 클레어 키건의 소설은 둘 있었다. 한 세대에 한 명만 나오는 작가’라는 문구가 눈이 띄었다. 호기심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바로 주문했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저자의 다른 책과 함께. 백 페이지 남짓한 소설책 두 권을 받아 들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맡겨진 소녀>부터 읽었다. 를 읽기 시작했다. 묘사가 자세한 것 같지 않은데도 어떤 풍경과 분위기가 저절로 그려졌다. 심지어 등장인물의 마음속까지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소녀도, 소녀를 맡아준 부부도 말이 많지 않았지만, 스치는 장면 속에서 단단한 마음이 보이는 듯했다. 아주머니와 우물로 가는 길에 소녀는 혼자 생각한다.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말 많은 이웃의 폭로로 부부의 ‘비밀’과 아픔이 드러난 날, 아저씨는 소녀의 새 “구두 길들이러” 소녀를 데리고 밤 산책에 나선다. 밤길을 걸으며 말한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등장인물이 ‘단어 한 낭비하지 않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는 저자와 닮아 보였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자 어리둥절했다. 처음 접하는 세상에 다녀온 듯했다. 소녀는 자신의 느낌을 ‘아빠가 떠난 맛’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이 소설의 맛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묵직하고 따스하고 벅차고 믿음직스럽고 아련하고 안타깝고 찔린 듯이 아프고 또 설레는 맛, 그리고 내가 잘 느끼지 못한 많은 맛이 숨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소설의 여운을 가득 안고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두 번째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었다. 두 소설은 계속 마음속에서 살아나 말을 걸었다. 일주일쯤 후 두 소설을 다시 읽었다. 줄거리를 아는데도 책을 읽는 동안 수시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문장 하나하나를 새롭게 만났다. 읽어도 읽어도 새로울 것 같았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새로울 것 같다. 며칠 후 영화를 검색했다. <말없는 소녀> 예고편이 있었다. 조심스럽게 예고편을 봤다. 영화에 대한 평도 좋고, 소설을 몰랐다면 당장 보고 싶을 영화다 싶었다. 망설이다가 영화를 보지 않기로 했다. 소설이 주는 여운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k*******6 2024.04.24. 신고 공감 15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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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잃은 개를 위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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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헤매다 돌아오면 자신도 모르는 상처를 나중에야 발견하곤 한다. 마치 그것처럼 소녀는 자신도 잘 인지 못하는 유년의 생채기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스위트 홈’이라는 안락과 평안을 느껴보지 못한 채 어딘가에 기약 없이 맡겨질 운명이다. 소녀는 친척 집으로 가고 있다. 그야말로 불확실한 미래에 던져진 소녀는 자신의 처지와 바람 사이를 오가며 상상한다. 소박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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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헤매다 돌아오면 자신도 모르는 상처를 나중에야 발견하곤 한다. 마치 그것처럼 소녀는 자신도 잘 인지 못하는 유년의 생채기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스위트 홈이라는 안락과 평안을 느껴보지 못한 채 어딘가에 기약 없이 맡겨질 운명이다.

소녀는 친척 집으로 가고 있다. 그야말로 불확실한 미래에 던져진 소녀는 자신의 처지와 바람 사이를 오가며 상상한다. 소박한 희망을 품는 마음이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미지의 세계와 만나는 이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불안하지만 설레는 심리 상태를 잘 묘사했다. 긍정과 부정을 오가면서도 한쪽으로 기울게 되는 마음 같은 것.

 


 

제목이 맡겨진 소녀라서 한 소녀의 성장소설이나 고난 극복기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성장소설인 것은 맞다), 상처 입은 영혼들이 서로에게 새로운 의미가 되는 치유 소설로 나는 읽었다.

 

소설의 피날레가 압권이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이야기는 흐트러짐 없이 끝을 향해 달린다. 상처 입은 영혼들의 유대는 잃어버린 것을 서로 채워줄 때 자연히 발생한다. 그건 의도한 것이 아니다. 영혼을 둘러싼 냉기를 인위적으로 녹여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것이 '짙은 유대감'이다. 상실의 냉기가 물러난 자리는 산뜻한 온기가 스며들 것이다. 사랑, 안도, 위로, 자애, 용서 같은 것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녀가 받은 위로보다, 킨셀라 부부가 가진 상실의 아픔이 치유되는 과정이야말로 이 소설이 주는 최고의 감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소설을 읽는 내내 킨셀라 내의 이름 잃은 개에게 연민을 느꼈다. 킨셀라 부부에게는 고통을 안겨준 원흉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친구이자 자신을 돌봐주던 주인을 잃은 개야말로 가장 큰 상실감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소설의 끝 장면에 이어서 에필로그를 써 붙인다면,

킨셀라 아저씨가 따뜻한 음성으로(아들이 매일 불러줬을) 개의 이름을 돌려주고다정히 안아주는 그림이었으면 좋겠다.

유대감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것을 용서하게 되고, 치유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것도 치유할 수 있는

 


 

조건반사라고 하면 어울리지 않을 말이지만,

이맘때 비슷한 사연의 이야기를 들으면 세월호가 떠오른다. 생판 남인 나도 아이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아서 슬프지만, 10여 년 견뎌냈을 부모들은 어떠했을까? 킨셀라 부부처럼, 어떤 연유로든지 아픔을 보담을 유대가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s****e 2024.01.13. 신고 공감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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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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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는 주변의 극찬을 듣고 기대감에 구매한 소설이다. 책을 받고 짧은 분량에 놀라게 된다. 무엇이 이 소설을 영화화하게 한 걸까 궁금증이 앞선다.     『맡겨진 소녀』는 우선 제목 그대로 엄마가 다섯째 아이를 임신한 기간 동안 부모님의 수고를 덜기 위해 먼 친척집에 맡겨진 어린 소녀의 이야기다.    일요일, 이른 아침, 클로너걸에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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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는 주변의 극찬을 듣고 기대감에 구매한 소설이다. 책을 받고 짧은 분량에 놀라게 된다. 무엇이 이 소설을 영화화하게 한 걸까 궁금증이 앞선다. 

 

 『맡겨진 소녀』는 우선 제목 그대로 엄마가 다섯째 아이를 임신한 기간 동안 부모님의 수고를 덜기 위해 먼 친척집에 맡겨진 어린 소녀의 이야기다. 

 

일요일, 이른 아침, 클로너걸에서의 첫 미사를 마친 다음 

아빠는 나를 집으로 데려가는 대신 엄마의 고향인 해안 쪽을 향해 

웩스퍼드 깊숙이 차를 달린다. 

 

 소설 초반부터 어린 소녀는 친척집에 맡겨지기 위해 떠난다.  일요일 미사가 끝난 후 집으로 데려가지 않고 엄마의 고향을 향해 가는 아빠. 그 문장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소녀의 아버지 혹은 부모님은 딸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지 않았구나.  

이 소녀는 자신이 하루 아침에 누구인지도 모르는 집에 가는 줄 모르는 상태에서 맡겨지는 상태임을 알게 된다. 

소녀는 물론 지난 날  부모님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맡겨질 것이라는 사실은 짐작했으나 딸에게 어떤 설명도 없는 자신들만의 대화였을 뿐이다. 영문도 모르고 아버지에 의해 남의 집에 맡겨지는 아이. 우리는 그 상태만으로도 소녀의 부모님이 딸에 대한 어떤 배려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세상에, 

아빠가 네 짐도 안 내려주고 가버렸구나. 

배려 없는 맡김은 배려 없는 이별을 한다. 딸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불구덩이에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라, 너"라는 짧은 훈계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아빠. 심지어 떠나기에 바빠 소녀의 짐도 내려주지 않고 가는 건 소녀의 아버지 혹은 그 부모가 다름아닌 딸 그 자체를 짐으로 생각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맡겨진 소녀』의 장점은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자연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이 소녀가 아빠에 대해 가지는 감정을 물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그런데 아빠가 떠난 맛이 시원하고 깨끗하다라고 말하는 소녀의 표현에서 이 소녀가 부모님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음을 간접적으로 설명한다.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이 정말 시원하다고 말하는 이 소녀는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던 걸까? 

 


 

한순간에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 집에 맡겨진 소녀가 보내는 하루하루는 다른 평범한 집들과 다르지 않다. 

 

실수로 이불에 오줌을 싼 소녀의 실수를 눈감아주고 함꼐 집안일을 한다. 

소녀의 머리를 묶어주고 우체통에 빨리 달리기 시합을 하게 해 주며 입을 옷이 없는 소녀를 위해 함께 시내 나들이를 한다. 

킨셀라 부부에게 슬픔이 있는 사연이 있었고 그 사연에 대해 사람들은 수근거리지만 소녀는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슬픔과는 별도로 자신은 사랑을 받고 있음을 알고 있다. 모를리가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맡겨버린 부모님과 달리  킨셀라 아주머니 아저씨 또한 소녀의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하나하나 설명하며 이해시켜주는데 어찌 그들의 사랑을 모를 수 있겠는가. 

함께 바닷가를 거닐며 신발을 신겨주며 딸이라도 되는 것처럼 꼭 끌어안는 아저씨. 소녀는 마침내 말한다. 자신이 아저씨의 딸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꼈음을. 

그리고 이 소녀는 타의에 의해 킨셀라 부부에게 맡겨졌지만 행복했음을 다른 맡겨진 송아지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킨셀라 아저씨와 이유식 먹는 송아지들을 돌보면서 소녀는 송아지와 자신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동생을 출산하기 위해 엄마의 임신 기간동안 다른 집에 맡겨진 소녀. 

사람들이 엄마 소의 우유를 짜야 해서 강제로 젖소에게서 떼어내어 우유 아닌 다른 것을 먹는 송아지. 

이들의 공통점은 다른 것에 맡겨진 다는 점이다. 소녀는 원가정에서, 송아지는 젖소에게세. 

그런데 송아지는 만족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소녀 또한 맡겨진 이 킨셀라 부부의 보살핌에 만족해함을 알려준다. 

 

하지만 기어이 이별은 다가오고 다시 원가정으로 돌아온 소녀.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은 눈앞에 닥쳐온 떠나가는 차 앞에서 기어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다. 

"아빠" 

 

소설 초반에 소녀의 원가정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예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된다.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는 건 이 소녀와 킨셀라 부부와의 관계 역시 변하였음을 암시해주는 설명이었음을 깨닫게 하며 소녀의 "아빠"라는 말에 묵직한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맡겨진 소녀』 의 영화 제목은 <말 없는 소녀 (Quiet girl)> 이다. 

<말 없는 소녀>라는 제목보다  『맡겨진 소녀』라는 제목이 소녀의 외로움에 더 깊이 와 닿는다. 자연으로 표현하는 소녀의 마음, 그리고 무르익는 소녀와 킨셀라 부부의 마음 등이 자연으로 묘사화되며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게 된다. 

 

짧지만 묵직한 소설,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녀. 이 소녀의 마지막 말 "아빠"라는 말 한 마디가 이토록 강렬함을 남긴다. 

 

 

 

 

 

 

 

 

 

YES마니아 : 로얄 i***9 2023.09.07. 신고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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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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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얇아서 놀라서 표지그림이 꼭 가재가 노래하는 곳?? 뭐 그런 느낌이었다. 워낙 속독하는지라 1시간도 안되서 훑 읽고 신랑에게 토스..     일요일 이른아침, 미사를 마친후 소녀는 아빠의 차를타고  엄마의 고향인 해안쪽을 향해  달린다.  들판에 군데군데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길을 따라 푸릇한 빛이 일렁인다. 얼마남지 않은 다섯째아이의 엄마의 출산을 위해 소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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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얇아서 놀라서 표지그림이 꼭 가재가 노래하는 곳?? 뭐 그런 느낌이었다.

워낙 속독하는지라 1시간도 안되서 훑 읽고 신랑에게 토스..

 


 

일요일 이른아침, 미사를 마친후 소녀는 아빠의 차를타고  엄마의 고향인 해안쪽을 향해  달린다.  들판에 군데군데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길을 따라 푸릇한 빛이 일렁인다.

얼마남지 않은 다섯째아이의 엄마의 출산을 위해 소녀는 킨셀라 아주머니, 아저씨 집에 맡겨지러 가는길이다.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에게 처음으로 애정어린 보살핌을 받으면서  소녀는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웃아주머니에게 킨셀라 부부내외에겐 비밀스런 아픔이 있다는걸 알게된다.

 

오늘 밤은 모든 것이 이상하다. 항상 거기에 잇던 바다로 걸어가서, 그것을 보고 그것을 느끼고 어둠 속에서 그것을 두려워하고, 아저씨가 바다에서 발견되는 말들에 대해서, 누구를 믿으면 안 되는지 알아내려고 사람을 믿는 자기 부인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를,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하고 어쩌면 나에게 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다. p73

 

내용은 짧지만, 말없는 빨간머리앤 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전체적으로 청명한 수채화 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온 사방에 푸릇푸릇 한 느낌.. 

마지막 " 아빠, 아빠"는 누구에게 하는 말이었을까...?

 

s******3 2023.06.01. 신고 공감 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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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1일] 짧다면 짧은 아주 조용한 이야기인데 여운이 참 긴...../ 맡겨진 소녀 :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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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저자 Claire Keegan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23.04.21. 인스타그램을 하다보면... 별의 별 광고가 참 많습니다. 책광고도 그 중 하나인데요... 요즘은 책 광고도 참 기발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몇 번 속았는데.... 본 책도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다른 책들의 광고보다 요란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영화화 된다는 소식과
"[2023년 7월 11일] 짧다면 짧은 아주 조용한 이야기인데 여운이 참 긴...../ 맡겨진 소녀 : 다산책방" 내용보기

 

 맡겨진 소녀

저자
Claire Keegan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23.04.21.

인스타그램을 하다보면... 별의 별 광고가 참 많습니다.

책광고도 그 중 하나인데요...

요즘은 책 광고도 참 기발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몇 번 속았는데....

본 책도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다른 책들의 광고보다 요란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영화화 된다는 소식과 갈무리 동영상을 발견했는데요..

앞 부분만 보고서는 스릴러 영화인가? 호러영화인가? 싶었어요.

영상을 다 보고 나서는... 그저 저의 오해였지만요...^^

왠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소녀..빨강머리 앤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이 소녀를 꼭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주문완료 알림이 떴지요.

A4용지 위에 올려두고 보니..작은 편입니다.

두깨도 얇은 편이지요.

단편소설집 같은 크기의.....

이야기 속의 시간도... 한~두달? 정도의 시간 속 이야기입니다.

저 작고 얇은 책속에 담긴 길지 않은 기간의 이야기는....

아주 만은 것을 담고 있었습니다.

빨강머리 앤을 많이 닮은 이야기였지만...

사랑스러운 수다쟁이 앤 보다는

너무나도 조용해서 할 말만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은 안 하는

조용한 소녀와...

마틸다 아주머니나 메튜 아저씨보다

소녀에게 더 적극적이고, 활달한 모습으로 많은 것을 전해주는

아저씨와 아주머니...

닮은듯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였어요.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앤이 돌아갈 곳이 없는 천애의 고아였다면...

책 속의 소녀는 돌아가야 할 곳 이 있는....

엄마가 있고, 아빠가 있고, 형제, 자매도 있습니다.

둘 다... 아주머니와 아저씨를 만나기 전에는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 한 존재였는데...

그래도 가족이 있는 소녀가....

그래서 "막내 동생이 태어나면"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소녀가....

훨씬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건...

비단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싶었습니다.

사랑과 다정함을 줄 수 있는 가족의 존재가 없는 앤보다

ㅅ랑과 다점함을 줄 수있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음에도

받지 못 하는 소녀가 더 안타까웠어요.

희망조차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아이는 "맡겨진" 기간동안 아주머니와 아저

씨의 사랑을 받으며...

어색하기만 했던 편안한 시간 속에서 지난 삶의 시간보다 훨씬 많이 성장합니다.

그런데... 그 어색하기만 했던 행복하고 편안한 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소녀도...

요란하지 않게 아이를 받아들이고 나름대로의 사랑을 표현해주었던 아주머니, 아저씨도

아이를 돌려보내야만 하는 시간이 기어코 와버렸습니다.

덤덤하게 잘 읽어 갔습니다.

작가의 필력덕분인지, 번역가의 전달력 덕분인지...

길이가 적어서 아쉽가 느껴지리 만큼 페이지도 잘 넘어갔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장면에서 ...

아주 작은... 뭔가에 찔려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작품 속 시간, 공간 속의 아이와

아주머니, 아저씨의 그 마음이 뭔지 알 거 같아서....

가슴이 아프더라구요.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가 아저씨 품으로 달려가 안겨서 되뇌였던 말...

"아빠" 는...

두 가지 의미로 표현될 수 있어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고 해놨던데요...

책을 읽은 독자라면...

무조건 아저씨를 지칭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같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이야기는 그냥 끝나버렸는데...

부디 그 이후 이야기가 있어서...

"아이가 아주머니 아저씨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했답니다.."로

끝났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 이야기속에 표현된 인물들을 염두하자면..

그런 해피엔딩은

독자들의 안타까운 바램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맘이 아프네요.

그래도 어린 시절의 짧다면 짧은 아주머니와 아저씨와 함께 한 그 시간들이..

어쩌면 아무것도 없었을 아이의 유년의 삶에 충만함을 안겼으니....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요?

본 작품ㅇ니 영화화 되어서 공개된다고 하던데요..

우리 나라에서 개봉을 할 지.. 안 할 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보러가지 않으려구요.

글을 보면서 제 상상 속에 만들어진 배경과, 인문들의 모습이....

깨지지 않았으면 해서요...

덕분에 오랜만에 느낀 마음의 파동이 좀..오래 가길 바래봅니다.

처음으로... "인스타그램 책 광고"가 고맙게 느겨지는 시간이었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p****n 2023.07.12.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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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와 존재 사이 - [맡겨진 소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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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와 존재 사이<맡겨진 소녀>를 읽고  여름 방학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초등학생인 아이의 시점에서 그렇다. 집에서는 엄마와 아빠, 연이어 피아노와 미술 그리고 줄넘기 학원에서는 친구들과 상대를 바꿔가면서 번갈아 티격태격과 티키티카하며 또 한 번의 여름을 나는 중이다. 마흔 중반에 접어든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여름 방학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해만 바뀌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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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와 존재 사이

<맡겨진 소녀>를 읽고



  여름 방학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초등학생인 아이의 시점에서 그렇다. 집에서는 엄마와 아빠, 연이어 피아노와 미술 그리고 줄넘기 학원에서는 친구들과 상대를 바꿔가면서 번갈아 티격태격과 티키티카하며 또 한 번의 여름을 나는 중이다. 마흔 중반에 접어든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여름 방학은, 유치원부터 초등학교까지 해만 바뀌었을 뿐 항상 외할머니댁이라는 장소에서 벌어진 일들의 총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방학식이 끝나자마자 엄마를 따라 서너 시간의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시골집에 도착한다. 커다란 파랑 대문의 이미지는 마치 도시와 시골의 경계를 가르는 분기점 혹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들어서는 관문처럼 남아 있다.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 엄마는 연년생 동생을 돌보러 떠나고 남겨진 나는 시골살이의 재미에 빠져 며칠 동안은 그럭저럭 잘 지낸다. 그렇지만 이내 반복되는 무례함과 무료함에, 그러니까 조부모에게 버릇없이 굴어 꾸중을 듣거나 슬슬 시골 생활의 불편함이 도시 생활의 편리함보다 커지게 되면서 집이 그리워지고 집에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지경까지 이른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와 기차 안에서 다음 여름은 결코 이런 결말로 끝나지 않기를 무던히 바랐던 것도 같다. 이렇게 해묵은 기억을 끄집어내게 만든 책이 바로 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이다. 소설은 주인공 소녀가 동생 출산을 앞둔 엄마, 아빠와 떨어져 먼 친척인 킨셀라 아주머니와 아저씨 집에서 여름 한철을 보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릴 적 나와 닮은 듯 다른 이유로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환경에 놓인 입장에서 볼 때, 소녀는 말 그대로 '맡겨진' 것이다. 여태껏 당연히 시골집에 놀러 다녀왔다고 추억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건대 나 또한 맡겨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맡다'라는 낱말은 '어떤 일에 책임을 지고 담당하는 것'을 뜻한다. 표면적으로 소녀의 부모가 소녀를 킨셀라 부부에게 맡기고, 킨셀라 부부는 소녀를 맡은 듯 보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자녀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른 이에게 떠넘겼다고도 볼 수 있다. 소녀는 부모의 선택에 따른 결과물이며, 부모는 이에 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소녀를 비롯한 자식들을 버거운 그 무언가로 대하는 듯하다.


  태어날 때부터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한 가족의 일원이 되었을 뿐인 소녀에게 자신의 선택이 아닌 타의에 의해 다른 집에 맡겨진 상황은 모르긴 몰라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 부모와 달리 킨셀라 부부가 소녀를 대하는 말과 행동은 소녀로 하여금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라 불안하면서도 점점 묘한 안정감과 행복을 감각하게 만든다. 그 가운데 킨셀라 아주머니와 같이 물을 길어오기 위해 찾은 우물가에서의 경험은 소녀에게 여러 영감을 전한다. 이를테면 처음으로 우물물을 마시면서 '아빠가 떠나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을 느낀다거나, 킨셀라 아주머니와 양동이를 사이에 두고 걸어오는 길 위에서 자신이 아주머니와 '균형'을 이루는 한 축임을 자각한다.


  무엇보다 집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자 어른들을 위해 물을 길어오고자 혼자 찾은 우물 속에서 자신의 것과 똑같이 생긴 손이 불쑥 나와 물속으로 끌어당기는 장면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킨셀라 부부의 죽은 아들의 혼령이 소녀에게 질투 어린 장난을 쳤을 수도 있겠으나, 킨셀라 부부가 가슴에 묻은 아들을 놓아주고 그 자리에 소녀를 대신했다는 의미의 묘사인지도 모르겠다. 생물학적 부모와 다른 킨셀라 부부가 정서적 부모였으면 하고 바라던 소녀가 마침내 그들을 진정한 부모로 인정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킨셀라 아저씨와 손을 잡고 밤바다를 거닐 때 아빠는 한 번도 자기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소녀에게 아저씨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다.(73쪽)" 소녀가 집으로 돌아온 후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 엄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무는 대목에서, '맡겨진' 소녀가 이제는 어느 정도 스스로를 맡을 수 있을 만큼 한 뼘 더 자랐음을 엿볼 수 있다. 소녀만 성장한 게 아닐 테다. 짧지만 강렬한 여름과 작지만 가없는 마음을 같이 나눈 킨셀라 부부도 그러했으리라 믿는다. 소녀를 맡아 돌본 시간이 과거에 불의의 사고로 잃어버린 아들을 향한 죄책감과 그리움에서 조금씩 벗어나 다시 양육할 수 있다는 힘을 되찾아가는 과정과 같았을 테니 말이다.


  평소 아이와 즐겨하는 놀이 중에서 초성퀴즈 맞추기가 있다. 여러 차례 책을 읽고 난 뒤 나에게 'ㅈㅈ'이라는 문제가 주어진다면, 과연 부모의 자리에 선 사람으로서 뭐라고 답하면 괜찮을지 곰곰 생각해보게 된다. 소설 속 소녀의 부모는, 특히 아빠는 소녀를 '종자'로, 킨셀라 부부는 '존재'로 각각 바라봤다고 하면 지나친 감상일까. 소녀를 자신의 소유물 정도로 여기며 함부로 대한 아빠에 비해, 킨셀라 부부는 소녀를 미숙하나마 엄연한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며 작은 부분까지도 세심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 까닭이다. 물론 부모의 자녀에 대한 양육 방식은 저마다 다를 테지만, 두 개의 거울 중 하나를 택하라면 킨셀라 부부의 거울에 나를 비춰 단정하고 싶다.


  어쩌면 소설은 독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삶에서 우리는 누구나 서로에게 맡겨진 존재인 동시에 서로를 맡아야 하는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개인과 사회 모두를 위해 홀로두기보단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이때 맡겨진 존재라고 해서 수동적일 필요는 없으며, 마찬가지로 맡는 주체도 권위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화분 속 아무런 종자가 될 뻔한 소녀가 킨셀라 부부의 뭉근한 관심과 사랑 덕분에 다정한 개인으로서 존중받고 타인을 보살필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났음을 기억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맡음'은 맡겨진 이에게 어떤 믿음을 심어주는 일이기에 누군가 맡겨진 상태에서 언제든 자립하고, 나아가 함께 연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중요함을 새삼 깨닫는다.


k*****o 2026.08.01.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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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러버] 맡겨진 소녀, 소녀가 침묵한 이유
"[북클러버] 맡겨진 소녀, 소녀가 침묵한 이유" 내용보기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는 것은 일종의 애정의 표현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무례하고 싶지 않은 나는 배려하는 마음에서 질문을 참고 침묵하곤 한다. 남자친구가 있는지,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 결혼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묻지 않는다. 이제 알게 된 사람에게 충분히 쉽게 할 수 있는 질문들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평범한 질문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
"[북클러버] 맡겨진 소녀, 소녀가 침묵한 이유" 내용보기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는 것은 일종의 애정의 표현이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무례하고 싶지 않은 나는 배려하는 마음에서 질문을 참고 침묵하곤 한다. 남자친구가 있는지,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는지, 결혼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것들을 묻지 않는다. 이제 알게 된 사람에게 충분히 쉽게 할 수 있는 질문들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런 평범한 질문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내가 그랬다. 우리 가족은 독특하다. 하지만 돈독한 편이다. 남들에게 전혀 부끄러울 일도 없는데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한번 더 고민하고, 고민하는 내가 불편했다. 따라서 타인에게도 조금이라도 불편할 수 있는 질문은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 이 행동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오해를 불렀다. 그래서인지 인간 관계는 서른 중반이 되어가는 지금도 어렵기만 하다.
그러한 와중에 읽은 소설 <맡겨진 소녀>는 내게 그래도 괜찮다는 위로를 주었다. 질문을 참는 것, 침묵하는 것은 배려이고, 사랑의 언어라는 확신을 주었다.
소설 속 소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조금이라도 입을 덜기 위하여 한번도 본 적 없는 먼 친척 집에 맡겨진다. 그리고 그 집에서 처음으로 존중을 받는 존재가 되어본다. 대단한 존중도 아니다. 이불에 오줌을 싸도 얼굴이 붉어질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부모님으로부터는 이러한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기에 오히려 도망가고 싶은,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익숙해져버리면 안 된다는 본능적인 위기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존중 받는 것도, 사랑을 받는 것도 익숙해질 무렵 킨셀라 부부와 헤어질 날이 다가온다. 그러다 킨셀라 부부의 아들이 일찍 죽었다는 사실, 그래서 부부가 유독 소녀를 애잔해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소녀는 이 집에 있는 어린 아이의 옷이 누구의 것인지, 그 어린 아이는 어디 갔는지를 묻지 않고 침묵해 왔다. 애드나 아주머니가 이웃으로부터 무슨 말을 들었는지 물었을 때 대답한 것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후 소녀의 대답에 애드나 아주머니가 슬픔에 빠졌을 때도 소녀는 침묵한다.
킨셀라 아저씨는 그런 소녀에게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라고 한다. 
이후 소녀는 자신을 존중할 줄 모르는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킨셀라 부부에게 가기 싫다는 말을 입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다만, 헤어질 때 온 힘을 다해서 딱 한 단어를 뱉는다. "아빠"라고.
이 소설 속에서 소녀의 침묵은 미덕이었다. 그리고 킨셀라 부부와 모자란 자신의 부모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소녀는 제대로 사랑 받은 경험이 없음에도 침묵함으로써 사랑할 줄을 알았다. 그리고 킨셀라 부부는 그 침묵의 의미를 이해하고, 알아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슬프지만 따뜻하게 끝맺는다.
언젠가 나도 침묵을 사랑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o*****8 2024.02.27.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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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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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소녀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내돈내산 클레어 키건 작가님은 25년간 활동하며 단 5권만..그것도 단편으로 유명하다.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 <말없는 소녀>도 개봉되었다. 많은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며 가슴시리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휴먼드라마로 찬사를 받았다. 맡겨진 소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겠다.이야기는 형편이 어려운 소녀가 친척집에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임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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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소녀 #클레어키건 #다산책방 #내돈내산 

클레어 키건 작가님은 25년간 활동하며 단 5권만..그것도 단편으로 유명하다. 이 책을 원작으로 영화 <말없는 소녀>도 개봉되었다. 많은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며 가슴시리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휴먼드라마로 찬사를 받았다. 맡겨진 소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겠다.

이야기는 형편이 어려운 소녀가 친척집에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임신한 엄마와 형제들로 입하나 덜자고 킨셀라 아저씨한테 보내진 것이다. "불구덩이에떨어지지 않게 조심해라, 너." 아빠의 마지막 인사다. 언제 볼지도 모르는데 이름도 부르지않고 이런 막돼먹은 작별인사는 처음본다.

아주머니는 욕조에 물을 받아 씻겨준다.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을 느낀다. 빈 몸으로 온 소녀에게 옷을 내어준다. 아주머니는 우물에 가보자고 하고 소녀는 비밀이냐고 묻는다. 비밀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자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 언제나처럼 모르는 일은 모르는 채로 지내고 싶어진다.

양동이를 들고 우물에 간다. 아주머니가 맛을 보라는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맛이다. 물을 마시며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첫날밤은 그렇게 흘러간다.

아주머니는 물건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친절하게 말을 하고 시범을 보이며 일을 알려준다. 소녀는 종일 집안일을 돕는다. 아저씨랑 똑같이 아주머니는 절대 서두르지 않지만 쉬지 않고 바지런히 움직인다. 소녀의 피부에도 신경 써준다.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된다. 일하고 먹고 웃는 행복한 시간이다. 소녀의 옷을 사러 시내에 다녀오니 다른 차가 서있다. 이웃의 부고 소식을 듣고 같이 가기로 한다. 공기에서 뭔가 어두운  것, 갑자기 들이닥쳐서 전부 바꿔놓을 무언가의 맛이 난다. 

처음으로 초상집에 가본다. 킨셀라의 무릎에 앉아있던 소녀를 밀드러드 아주머니가 데려간다. 많은 질문을 퍼붓는데 마지막 질문에 막힌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다. 늙은 사냥개를 따라서 거름 구덩이에 들어갔다가 빠져 죽은 킨셀라 씨의 아들.

벽지에 그려진 남자애, 그 옷을 입었던 소녀는 이 모든 것을 연결 짓지 못했다. 킨셀라 아저씨가 데리러 오고 어떤 질문을 했는지 묻는다. 집에 도착하고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개의 이름을 한번도 부르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새 구두를 길들이러 바닷가에 가자는 아저씨. 아저씨가 손을 잡아주자 아빠는 한 번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별말없이 모래밭에 도착한다. 길쭉한 해변과 바다가 펼쳐진 곳에 다다르자 둘은 신발을 벗고 바다를 걷는다. 한번은 목말를 태워준다.

아저씨의 이상하고 슬픈 웃음소리를 듣는다. 아저씨의 말을 다는 이해할 수 없지만 농담을 알아차린다. 아저씨는 소녀를 딸처럼 꼭 안아준다. 그리고 편지가 도착한다. 남동생이 생겼고, 개학 소식을 전한다. 소녀는 울지 않으려 애쓴다. 

예정된 이별을 하고 소녀는 떠나는 아저씨에게 힘껏 달려가 안긴다. 아주머니는 흐느끼다 울다가를 반복한다.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아빠'가 오고 있음을 경고한다. 그리고 '아빠'라고 부른다. 가슴벅찬 이 감정은 아마도 소녀도 아저씨도 소설을 읽은 모든 독자가 느꼈을 것이다. 

그동안 방치되고 무관심 속에 살았던 소녀가 비로소 보듬어주고 진심어린 애정을 준 아저씨와 아주머니를 얼마나 깊이 사랑하게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책표지의 소녀의 뒷모습이 더 쓸쓸하게 보인다.

인생 처음으로 짧고 찬란한 여름을 보낸 소녀 이야기는 교과과정에 줄곧 포함되어 아일랜드에서는 모두가 읽는 소설로 자리 잡았다. 영화로는 어떻게 풀어냈을지 소심한 버전의 빨간머리 앤이 떠오르면서 궁금해진다. 2024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클레어 키건 벽돌 깨기를 이어가 보겠다.



YES마니아 : 로얄 f*******1 2024.12.14.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