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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자가 돌아온다. 떠나보냈던 사람은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떠나는 사람이 되는 것’을 꿈꾼다. 한 장소에 모여든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사람들의 관계는 마치 어머니의 품 안에 있는 것처럼 아늑하다. 주저하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다정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는 지원은 아버지의 집을 처분하려고 휴가를 냈다. 아버지를 미워했던 지원은 어릴 적 친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교정보는 일을 좋아했던 지원에게 아버지의 집은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였다. 누군가 놓아둔 귤 하나에 잊었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귤에 얽힌 다정한 시절이 있었음을 뒤늦게야 생각해냈다.
모텔 카리브에서 한 남자가 죽었다. 죽은 남자가 사용한 401호를 찾는 여자가 있었다. 다른 이들에게 내주지 않았던 방이었다. 한 달을 묵겠다고 계산한 여자는 몇 달째 그 방에 머물렀다. 그 여자는 오전 10시쯤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면서 영식 아저씨의 포장마차에서 머물다 왔다.
재인은 그린 룸 안에서 죽고 싶다던 P를 떠올렸다. 서핑 선수가 꿈이었던 그는 왜 낯선 모텔에서 죽었을까. 그 죽음을 이해해보려고 했다. 서핑 카페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모텔에 들어가기 전에 들렀던 영식의 포장마차는 따뜻함이 있었다. 따뜻한 국물에 밥 한 그릇은 그리움을 대신하는 듯했다. 미국 사람인 재인에게 국물의 시원함을 알게 해준 장소였다. 우리가 음식에 감동하는 이유, 음식이 주는 따뜻함 때문이다.
영식은 최 선장의 부탁으로 쑤언을 룸메이트로 받아들였다. 쑤언은 조업이 없을 때면 눈치 빠르게 영식의 일을 도왔다. 집에서도, 포장마차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뒤 술에 절어 살던 영식을 살린 건 일고여덟 살쯤의 주미였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다가온 한 아이가 그를 현재로 이끌었다. 삶은 이처럼 우연한 순간에 선택받는다. 고향 마을을 떠나 한국에 온 쑤언은 열한 살 딸 누에게 편지를 쓴다. 조업 중에 커다란 고래를 보았다. 주머니 속에 넣어둔 귤을 계단참에 올려두었다. 봄빛처럼 따스한 기운을 얻은 쑤언은 희망을 보았다.
귀가 아니라 다른 무엇으로 듣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토록 먼 곳에서부터 들려오는 무수히 많은 소리 중에서 나만을 위한 메시지를 어떻게 구별해낼 수 있는 걸까. (105~106페이지)
안온함과 희망은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고래와 귤과 포장마차, 따뜻한 음식이 주는 안온함에 마음을 연다. 상처가 있지만, 상처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품어주는 마음이 있어 가능한 것처럼. 그러고 보면 관계의 변화는 의외의 순간에 찾아오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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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아닌 곳에서 살고 싶었다. 그러니까 좀 더 크고 넓은 도시 같은 곳. 한때 그런 곳에서 살았고 지금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꿈꾸지 않는다. 그곳이 어디든 산다는 건 매한가지니까. 누군가 떠나고 누군가 남고 그게 삶의 이치라는 걸 알지만 떠나고 남는 마음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떠나고 싶어서 떠나고 남고 싶어서 남은 돌아오고 싶어서 돌아오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사실, 내 마음 하나도 벅차니 당연한 일이다. 어떤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가능할까. 문진영의 『딩』 을 읽으면서 그런 마음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딩』은 아버지가 죽고 집을 정리하기 위해 고향 K로 돌아오는 지원을 시작으로 주미, 재인, 영식, 쑤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옴니버스 형태의 소설이다. 작은 어촌 마을인 K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스치고 지나가며 연결된 사람들, 특별할 것 없는 다섯 명의 사연은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가만히 쌓이고 스며든다. 지원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대학 진학을 하면서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결심으로 고향을 떠났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장례를 치르고 집을 정리를 위한 목적으로 내려왔다. 돌아온 것이 아니었다. 장례식장에서 연락처를 받은 주미에게 연락을 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주미는 부모님이 운영하는 모텔(지금은 호텔로 이름을 바꾼)에서 일을 하면서 언젠가 고향을 떠나기만을 기대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곳에 남았다. 첫사랑과 결혼을 기대했던 연인도 지원을 떠났다. 지원도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날 생각이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다. K는 서핑으로 유명해져 주미의 호텔을 찾는 이도 많다. 똑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장례식에서 만난 지원이 연락을 하고 둘은 만난다. 영식의 포장마차에서 둘은 소주를 마시며 지원의 사정과 과거의 일들을 이야기한다. 함께 지원의 집에 와서 잠까지 잔다. 지원을 위해 북엇국을 끓이고 메모를 남기고 다시 호텔로 향한다.
![]() 지원이 떠난 사람이면 주미는 남은 사람이었다. 마치 돌아온 이를 맞이하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지원이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지만 주미가 있기에 지원은 언제들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가 하면 남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 나선 사람도 있다. 주미의 호텔에 묵은 재인이 그러하다. 재인은 호텔에서 죽은 연인 P가 묵었던 방에서 지낸다. 재인과 P는 하와이에서 만났다. 재인은 어학원 강사였고 P는 한국에서 온 학생이었다. 둘은 곧 연인이 되었고 P는 서핑을 즐겼다. 그랬던 P가 K의 호텔에서 목을 매어 죽었고 재인은 지금 그곳에 있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는 영식의 포장마차에 들른다. 영식의 포장마차는 지원, 주미, 재인을 연결하는 공간이다. 한때 단란한 가정을 꾸렸던 영식은 사고로 아이를 잃은 후 자포자기한 상태가 되었다.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 어린 주미 덕분에 살았고 포장마차를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온 노동자 쑤언이 포장마차 일을 돕는다. 술과 안주만 파는 게 아니라 식사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밥을 팔았다. 혼자 포장마차를 찾는 재인이 그런 손님이었다. 쑤언은 배를 타는 일을 했지만 일이 없을 때 영식을 도왔다. 함께 일했던 마수드가 죽고 쑤언은 남았다. 베트남을 떠난 쑤언이 돌아갈 곳은 베트남이었다. 한국의 겨울과 눈을 딸 누에게 들려주지만 눈이 없는 그곳이 돌아갈 곳이었다. 떠나고 돌아오는 게 삶이라면 어떤 이별도 아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삶은 돌아오지 못하고 어떤 삶은 떠나지 못한다. 어딘가 부유하다 머물기도 하고 어딘가 부유하다 상처가 나기도 한다. 돌아갈 그곳이 있어 이곳을 버틸 수 있는 삶, 떠날 그곳을 기대하기에 이곳을 견딜 수 있는 삶, 그리고 그들을 가만히 안아주는 남겨진 삶. 『딩』의 지원, 주미, 재인, 영식, 쑤언은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삶이었다. 떠날 것을 알기에 마음을 단속하는 게 아니라 머무는 동안 마음을 기대고 나눠줄 수 있는 삶. 쑤언이 등대 계단참에 둔 귤 하나가 지원의 손으로 옮겨가는 것처럼. P가 재인에게 알려준 국물 맛을 영식의 포장마차에서 만나는 것처럼. 보드에 뭔가가 부딪혀 상처가 나면 부른다는 ‘Ding’을 가만히 따라 읽는다. 상처가 없는 삶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산다는 건 상처를 받는 일 투성이지만 나 또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할 테니까. 그런 상처가 무섭다고 삶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P가 재인에게 한 말처럼 당연한 거니까. 상처가 남긴 흉터는 때로 성장의 증거가 되기도 하고 앞으로 나갈 동력이 되기도 하니까.
문진영의 『딩』은 삶이라는 파도에 뛰어드는 모두를 응원한다. 큰 소리로 모두가 외치는 함성은 아니다. 가만가만 지켜보며 어디 다친 데는 없냐고, 괜찮냐고 말해주는 그런 목소리다. 슬그머니 귤 하나를 쥐여주고 뜨근한 어묵 국물을 한 컵 담아주는 그런 마음. 작지만 사라지지 않을 어떤 마음. |
#오늘의책 #하리뷰 #소설![]() “보드에 딩이 나는 건 오늘도 내가 서핑에 나섰다는 증거, 마음에 상처가 나는 건 오늘도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딩 #문진영 #현대문학 ![]() 시골 작은 어촌 마을에 모인 다섯 명의 이야기. 아빠의 죽음 이후 고향에 잠시 내려온 지원은 어릴 적 단짝이었던 주미를 만난다. 주미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곳에 있다. 주미는 엄마를 도와 모텔과 호프집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모두 떠나버린 고향에서. 주미네 모텔에서 죽은 P의 애인, 재인이 찾아와 P가 묵었던 401호에서 장기투숙중이다. 어촌마을을 키우겠다며 해변가를 정비한다고 한다. 해변가 앞에 있던 포장마차를 철거하라고 하는데 포장마차의 사장인 영식은 맞서싸우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장사를 한다. 언제 철거될지는 모르겠지만. 영식의 포장마차에 쑤언이 함께있다. 뱃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쑤언은 숙소화재로 동료와 숙소를 잃었다. 그런 쑤언을 집에 들인 사람이 영식이었다. 사람들은 떠나고 돌아오고 다시 떠나고, 여전히 그대로 그자리에 남아 있기도 한다. 지원이 떠난 사람이라면 주미는 남아 있는 사람. 파도에 부딪혀 생긴 서핑보드의 손상된 부분을 ‘딩’이라고 한다. 서핑을 하면 딩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우리는 살아가는 한 언제나 상처입을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다. 상처입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책소개글이 마음에 남는다. 소설은 옴니버스 형식이라 등장 인물들이 잘 알지 못하지만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지는 않아도 마을 안에서 유기적으로 자연스레 연결되어 있다. 가까운 사이보다 낯선 누군가에서 큰 위로를 받기도 한다.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 상처입을 마음를 다독여주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때 다정한 말이나 행동보다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곁을 내어주는 그 작은 몸짓만으로도 위안을 얻기도 한다. 쑤언의 귤이 지원에게, 지원이 주미에게, 주미의 간절한 외침이 영식에게, 재인의 곁에 주미와 영식이, 쑤언의 곁에 영식이 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온기를 전하고 다정한 마음이 위로를 준다. ![]() 필요하면 아무 때나 연락하라고. 그렇게 적으면서 주미는 생각했다. 남겨진 사람이 아니라 그냥 여기 있는 사람. 누군가 나 왔어, 하고 돌아왔을 때 거기 있는 사람. 아무 때나 연락해도 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은 세상에 드물고, 주미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p.72 주미가 되고 싶다던 그런 사람. 세상에 드물지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남아 있는 게 아니라 떠나지 못하고 붙들려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여기 있는 사람. 남아 있어서 외롭고 슬픈 게 아니라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지키는, 그래서 언제든 돌아온 자리가 되어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을 갖게 하는 소설이었다. 문진영 작가의 잔잔하면서도 마음에 큰 파도를 치게 하는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부드럽운 바람처럼 마음을 어루만지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그런 이야기, 그저 조금씩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여서 내내 애틋했고 뭉클했다. 책속문장필사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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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진영의 이소설은 읽을 계획이 아니었다. 그런데 단편집을 읽고 나서 이 소설을 구매했다. 문진영의 최근 장편이 궁금해졌다. 오래전 읽은 장편처럼 아주 좋았다. 우선은 좋았다는 말로 기록하다. 좋은 소설, 좋은 리뷰를 쓰고 싶은 마음이 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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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책에 푹 빠져서 책리뷰 영상을 시청하다가 “딩”이라는 소설을 발견하고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차갑고 날이 서있는 느낌이 들어서 고민이 많았는데요.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 혐오하고 분리하고••• 하지만 “딩”을 읽고 마음이 정말 따뜻해졌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책 리뷰를 작성해서 글이 매끄럽지 않았지만 그냥 너무 따뜻하고 공감되고 연작소설이 처음인 저에게 너무 좋은 인상을 남긴 책이에요. 꼭 한번씩 읽어보세요 ••• |
|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출간된 문진영 작가 저 <딩> 리뷰입니다. SNS에서 발췌를 보고 흥미를 느껴서 구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은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5개 장으로 펼쳐지는 옴니버스 소설인데요. 잔잔하고 서정적이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된 소설집인데 따뜻해지는 날씨에 읽기좋은책이었고 문체나 모든것이 마음에들어 마음속 깊니 남을것 같습니다 이 작가님의 다른책이 발간된다몀 그것또한 꼭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모처럼 만난 좋은책이었습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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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문진영 작가님의 <딩>을 읽고 적는 리뷰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작품 관련 스포일러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으니 예민하신 분들은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주변에 추천을 받아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인데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인상적인 결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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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재밌다고 추천해줘서 구입해 본 책.. 문진영 작가의 글은 처음 읽어보는데.. 재밌게 읽히고 가독성도 좋아서 이렇게 또 애정하는 작가가 한 명 더 늘어나고.. 문진영 작가의 다른 글들도 궁금하게 만드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개인적으로 넘 좋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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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를 좋아한다. 책이 가볍고, 너무 길지도 않고, 현대인들이 부담없이 읽을 만한 장편소설과 다채로운 시를 소개해주는 핀 시리즈. 문진영 작가님을 두 개의 방이라는 단편소설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 단편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글들을 읽어보려고 검색했다가 마침 핀 시리즈로 출간된 <딩>을 발견하고 바로 구입. 딩이라는 제목도 너무 귀엽고 표지도 너무 예뻐서 제목 뜻이 뭘까 궁금해하며 책을 읽었는데, 파도를 타는 서퍼들 사이에서 쓰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의 뒷표지에도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인생에서 '딩'난 경험을 한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나는 그 중 주미의 이야기가 제일 좋았지만,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엮여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고 마음을 주고 받는 따스한 책의 내용 전체가 너무 좋아서, 끝까지 읽고도 한 동안 책을 내려 놓지 못했다. 읽자마자 다시 읽고 싶어져서 또 읽고 있는 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