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학창 시절은 선생님들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전교조가 출범하자 전교조를 응원했다. 하지만 내 관심은 참교육에만 맞춰졌을 뿐, 교육노동자로서 선생님들의 인간다운 삶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했다. 전교조 선생님들의 해직에 분노하기는 했지만 그건 권력에 대한 분노로 향했지, 선생님들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전교조가 결성된지도 30여 년이 흘렀고, 나 역시 그만큼 나이를 먹어서인지 문득문득 전교조 선생님들의 근황이 궁금해질 때가 있었다. 이 책은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열 두 명의 전교조 선생님들이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취재해 쓴 글이다. 계간 『우리교육』에서 3년 동안 연재한 걸 묶은 책이다. 선생님들은 지금도 역시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지역에서 필요한 일들을 자기 자리에서 꾸준히 하고 있었다. 역시 대단한 선생님들이라는 감탄이 나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2016년 세상을 떠난 tvN 피디 이한빛 PD의 부모이기도 한 이용관 선생님의 이야기였다. 전태일 열사는 재단사였다. 재단사는 사장 다음으로 현장을 운영하는 힘을 갖는 정규직이다. 재봉사는 물론 시다(보조)들한테는 막강한 권력자였다. 그러나 15세 전후 어린이.청소년들이 착취당하는 모습을 보고 견딜 수 없었다. 최소한 근로기준법이라도 지키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 갖가지 길을 찾다 절망해서 끝내 불꽃 같은 목숨을 태웠다. 이한빛도 드라마를 찍는 현장PD로 비정규직들을 관리하는 정규직이다. 그런데 자신이 결국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앞잡이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 절망해서 풀빛 같은 목숨을 내려놓았다. 이 문장을 읽으며 선생님들의 마음도 함께 이해할 수 있었다. 선생님들이 치열한 싸움을 나서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을 거라는.. 조금은 아쉬움도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기엔 약간의 진입 장벽이 보였다. 갑자기 나오는 단체의 약자들도 그렇고, 이미 어느 정도 이해도가 있는 독자가 아니라면 낯설어 보일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취재하고 글을 쓴 저자들 역시 선생님들과 같은 전교조 선생님들이었기에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을 접고 들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과는 별개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학교를 퇴임하고, 비록 나이가 많아졌지만 자신이 사는 곳을 기반으로, 스스로 해야할 일들을 찾아서 현재진행형으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살아가는 선생님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