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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최소한의 이웃
"(서평)최소한의 이웃" 내용보기
어릴 적 나의 이웃은 담장을 마주한 채 살고 있었다. 큰 대추나무가 담장에 기대어 자라 가을이면 굵은 대추를 공평하게 양쪽 집에 떨궈주었다. 비슷한 또래의 녀석이 골목안에 여럿인지라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방부터 냅다 집어던지고는 골목안에서 온갖 놀이를 다하며 놀았다. 어른들은 뛰어노는 아이들을 향해 큰길 나갈땐 차조심하라는 말 외에는 크게 딴지를 거는 말은 하
"(서평)최소한의 이웃" 내용보기

어릴 적 나의 이웃은 담장을 마주한 채 살고 있었다. 큰 대추나무가 담장에 기대어 자라 가을이면 굵은 대추를 공평하게 양쪽 집에 떨궈주었다. 비슷한 또래의 녀석이 골목안에 여럿인지라 학교를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방부터 냅다 집어던지고는 골목안에서 온갖 놀이를 다하며 놀았다. 어른들은 뛰어노는 아이들을 향해 큰길 나갈땐 차조심하라는 말 외에는 크게 딴지를 거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게 아이들의 모습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골목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단독주택에서 벗어나 살기 편하다는 아파트로 이사하며 동네 친구들은 하나 둘씩 사라졌다. 담장이 아니라 벽을 사이에 둔 채 이웃이라고 말하기도 곰살맞게 누가 사는 줄도 몰랐다. 그래도 아주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가벼운 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로 지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못한 이웃들도 많았다. 아니 이웃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했다. 

아파트라고 다 같은 아파트도 아니었다. 분명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고 있는데 한 켠을 막아놓았다. 이유인 즉, 철책 건너엔 영구 임대주택 거주민이 살고 있고 그곳에서 사는 아이들은 절대로 넘어와서는 안된다는 이유였다. 만약 넘어와서 노는 게 포착이 되면 바로 추궁이 들어갈 거라 했다. 왜 그래야하냐고 묻자 관리비가 다른 체계라서 그런다는 아주 야박하고 궁색한 이유를 댔다.  

이를 두고 시대가 바뀌었다고, 인심이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신문을 봐도 뉴스를 들어도 늘 편가름만 난무하고 나 혹은 우리편은 옳고 니네들은 다 틀려먹었다고 하며 손가락질을 하는 일들이 하루에도 몇번 씩 반복되고 있다.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을 소모적인 해위로 분명 누군가는 이득을 보기 때문에 횡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변할 리가 없다. 

한국인은 정해진 중심선에서 잘 벗어나질 않으려는 특징이 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걸 싫어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 앞장서서 진두지휘하는 것에 잘 따라가려는 심성을 갖고 있다. 물론 개중엔 툭 튀어 나오려는 사람도 있지만 서로 서로 잘 무마하면서 사회는 진보해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보내며 우리 사회의 균열이 확실히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쉽사리 봉합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으쌰으쌰 하는 걸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축 처져있다. 

몸이 많이 안좋았다는 소식이 전해 진뒤 전직 기자이자 방송인인 저자는 더불어 잘 사는 것에 천착해 이 책을 냈다. 혼자서 할 수 있었던 휘파람으로 이야기를 끄집어 내며 추임새를 넣고 이어 다른 사람들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같이 가야 잘 살텐데 하는 걱정을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풀어 내고 있다. 

길을 다니며서 마주 오는 사람들의 눈빛과 마주칠 때가 있다. 어느 순간부터 경계의 눈빛이 굉장히 날카롭다고 여긴다. 딱히 인상을 쓰거나 외모에서 부터 험악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듯 한데도 기색이 느껴졌다. 발걸음도 경쾌하지 않다. 어려움을 겪어 도움을 청한다고 해도 도와줄 것 같지 않은 느낌들.

저자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사회가 안고 있는 차이와 차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차이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이지만 거기에 차별이라는 잣대를 가져다 대기 시작하면 자꾸 곡절이 생기고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되어 버린다. 이는 눈에 보이는 것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의 의식 구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그런 이유로 사회 통합을 이야기 하지만 그건 전체주의 국가에서의 통치 이념일뿐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다. 싸울때는 싸워야 하지만 그게 오로지 특정 집단이나 세력의 안녕만을 위해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거꾸로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어줄 수 있는 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우리는 각자가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을까

종교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다. 우리에겐 태생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긍휼과 옳지 못한 것을 보면 한데 힘을 합쳐 고쳐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있었다. 그게 많이 사라진 것이 안타깝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기 어려운 존재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뜻하는 인간이라는 단어가 있고 그 인간들이 한데 어울려 살려면 정글 안 짐승들처럼 서로를 죽여야 하는 존재로는 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이 너무나 어둡다. 승자는 패자가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짓눌러야 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거기에 동조하며 자기의 이득을 취하는 세력이 지지를 얻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진실을 구하는 사람의 의견은 경청하되 진실을 구했다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전자는 사회를 더 튼튼하게 만들지만 후자는 자기들의 이득만을 추구한다. 늘 그래왔다. 지금, 우리는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일까 당장은 어렵지만 앞으로는 좋아질 거라는 희망조차 거세당한 요즘, 우리 곁의 이웃은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j*****7 2023.05.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