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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추억과 애상을 파고든 감상에 더 눈길이 간다.
"일상과 추억과 애상을 파고든 감상에 더 눈길이 간다." 내용보기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이다.이 시집 이전에 다른 시집을 읽은 기억은 없다.52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어렵고 재밌고 흥미로운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개인적으로 1부의 시들이 어렵게 다가왔다.표제시 <모래는 뭐래?>는 간결한 시 속에서 ‘설마 모래가 너일까?’ 묻을 때 ‘나’를 떠올린다.모래를 비유한 글과 모래를 이용한 과학 등도 간결하게 녹아 있다.시인은 이 시집에 동물들을 가
"일상과 추억과 애상을 파고든 감상에 더 눈길이 간다." 내용보기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 이전에 다른 시집을 읽은 기억은 없다.
52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어렵고 재밌고 흥미로운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으로 1부의 시들이 어렵게 다가왔다.
표제시 <모래는 뭐래?>는 간결한 시 속에서 ‘설마 모래가 너일까?’ 묻을 때 ‘나’를 떠올린다.
모래를 비유한 글과 모래를 이용한 과학 등도 간결하게 녹아 있다.
시인은 이 시집에 동물들을 가끔 이야기한다.
그 중에서 나의 시선을 끈 것은 고양이다.
고양이를 보면서 읊조린 <회복기>의 한 대목은 순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이제 봄이겠구나 / 어느 봄 햇살에 나도 녹아들겠구나 // 봄이 다디단 이유일 거야”

누군가는 사랑이라 하고 누군가는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에서 가슴 아픈 사랑 하나를 만난다.
국도에 버려진 개 이야기로 시작해 끝내는 자신의 감정으로 마무리하는 그 시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끝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외곬의 믿음, 너를 향한 나의”
이건 바다코끼리 이야기가 아니다>는 <이건 좀 지옥스러운 이야기>와 이미지가 겹친다.
빙하가 녹아내리는 알래스카의 바다코키리와 열대 늪지대에 사는 브리질 악어의 처절한 몸부림이 말이다.
절박이 절벽을 부르고 / 착각이 착란을 부른다” (<이건 바다코끼리 이야기가 아니다> 부분)
줄어드는 밥그릇을 향해 떼 지어 몰려들 때 우리는 / 서로에게 흉기가 된다 얼굴을 잃고 이름을 잃고”
(<이건 좀 지옥스러운 이야기>의 부분)

오래된 이야기로 넘어가면 다시 추억과 사랑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너였던 내 모든>에서 이해 부족과 오해가 만들어낸 이별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청파동 눈사람>에서 “청춘이란 그렇게 / 파국을 향해 직진하는 것 / 제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라 말한다.
지나간 시간을 떠올리면 이런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다.
갈매기의 꿈’을 둘러싼 시들이 몇 편 있다.
1974년 판권을 그대로 붙인 시를 읽다가 오래 전 떠올린다.
언니와 엄마에 대한 추억과 회상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시가 두 편 있다.
언니야 우리는>과 <응암동엔 엄마가 산다> 등이다.
전편이 같은 여성인 가족이 겪은 지치고 힘든 감정을 잘 풀어내었다면 후편은 늙으신 엄마의 사랑이다.
여든여덟살배기 엄마가 막내딸 방귀 뀐 것을 종아라 한다.

처용가>와 <공무도하가>를 소재로 쓴 시들도 재밌다.
시는 어디에?>에서 한-이란 친선 시 낭송으로 시작해 페르시아 구전 서사시로 넘어간다.
처용가>의 한 대목이 인용되고, 미니교와 마니산을 엮는 상상을 한다.
시인은 누구?>에서는 <공무도하가>를 논문으로, 노래로, 만화영화로, 소설 등으로 변주된 이야기를 한다.
이 노래가 어떻게 전승되었는지 파고드는 곳에 시인의 꿈이 또한 혼란스럽게 녹아있다.
해설이나 출판사 리뷰에 애너그램을 활용한 시들이 눈에 띈다고 했는데 사실 그렇다.
입속으로 읊조리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리듬을 얻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일상과 추억과 애상을 파고든 감상에 더 눈길이 간다.

이달의 사락 f***2 2024.12.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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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549 모래는 뭐래
"노래책시렁 549 모래는 뭐래" 내용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5.8.노래책시렁 549《모래는 뭐래》 정끝별 창비 2023.5.4.  철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마흔 살부터는 스스로 ‘아저씨·아줌마’라는 이름을 받아들입니다. 아저씨나 아줌마는 나쁜말이 아닙니다. 철드는 숨빛을 품은 이름입니다. 철이 꽤 든다면, 예순 살부터는 ‘할아버지·할머니’라는 이름을 받아들이지요. 다만 아무나 할배·할매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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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6.5.8.

노래책시렁 549


《모래는 뭐래》

 정끝별

 창비

 2023.5.4.



  철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마흔 살부터는 스스로 ‘아저씨·아줌마’라는 이름을 받아들입니다. 아저씨나 아줌마는 나쁜말이 아닙니다. 철드는 숨빛을 품은 이름입니다. 철이 꽤 든다면, 예순 살부터는 ‘할아버지·할머니’라는 이름을 받아들이지요. 다만 아무나 할배·할매이지 않아요. ‘할-’은 ‘한-’을 가리키고, “하늘처럼 크고 너른”을 뜻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다가와서 “할아버지! 할머니!” 하고 부를 적에 비로소 ‘한사람(큰사람)’입니다. 《모래는 뭐래》를 여민 분은 ‘할머니’라는 이름을 받아들이려나요? “난 아직 젊어! 무슨?”이라고 여길까요? ‘시인·평론가·교수·작가’ 같은 이름을 받아들이는 분은 “아줌마 작가”나 “할머니 교수” 같은 이름을 안 반기는 듯합니다. 나라일꾼이어야 할 벼슬아치(국회의원)는 예순을 훌쩍 넘기고도 ‘오빠’이고 싶어하더군요. 철없습니다. ‘젊다·젊은이’란 ‘절다·절름발이’를 가리킵니다. 한창 불타오르느라 이리로 쏠리고 저리로 치닫기에 ‘젊다’고 해요. 아저씨·아줌마에 이르면 불타거나 치닫지 않고서 차분합니다. 할배·할매에 이르면 참하면서 착한 숨빛으로 어진 눈길을 베풀지요. 젊어 보이려는 글이 아닌, ‘아재·아지매’로서 차분히 가다듬는 글빛을 펼 때입니다. 또한 ‘할배·할매’로 참하게 피어나는 새꽃으로 나아갈 때에 비로소 노래할 수 있을 테고요.


ㅍㄹㄴ


모래는 어디서 추락했을까? / 모래는 무엇에 부서져 저리 닮았을까? / 모래는 말보다 별보다 많을까? / 모래도 제각각의 이름이 필요하지 않을까? / 모래는 어떻게 투명한 유리가 될까? / 모래는 우주의 인질일까? / 설마 모래가 너일까? (모래는 무래?/33쪽)


기다란 잠의 꼬리를 늘어뜨린 너는 말랑말랑한 반죽 덩어리, 부푸는 중이야! // 아침에 버터를 바른 기름진 털을 노릇노릇 구워내는 오전의 햇살은 쏜살처럼 바빠 // 어쩌다가의 츄르처럼 달콤한 꿈은 깊은 호둣속 여행, 길을 잃고 호두까기 인형들과 한바탕 소동 (뽀또라는 이름의/42쪽)


+


《모래는 뭐래》(정끝별, 창비, 2023)


누구랄 것도 없이 누구도는 누군가의 아무개와 접하고 아무랄 것도 없이 아무도는 아무개의 누군가에 속한다

→ 누구라기보다 누구도는 누구네 아무개와 만나고 아무라기보다 아무도는 아무개네 누구에 깃든다

→ 누구보다도 누구도는 누구네 아무개랑 만나고 아무보다도 아무도는 아무개네 누구한테 간다

20쪽


시선을 별이라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 눈길을 별이라 하던 때가 있다

→ 눈살을 별이라 하던 날이 있다

→ 눈매를 별이라 일컫기도 했다

→ 눈꽃을 별이라 이르기도 했다

22쪽


하지의 여름엔 짧게 동지의 겨울엔 길게 기울어진 별들의 시선이 밤비 혹은 밤눈처럼 쏟아진다

→ 긴낮 여름엔 짧게 긴밤 겨울엔 길게 기우는 별눈이 밤비나 밤눈처럼 쏟아진다

→ 짧밤 여름엔 짧게 깊밤 겨울엔 길게 기우는 별빛이 밤비나 밤눈처럼 쏟아진다

31쪽


모래도 제각각의 이름이 필요하지 않을까

→ 모래도 따로 이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 모래마다 이름을 붙여야 하지 않을까

→ 모래도 저마다 이름을 바라지 않을까

33쪽


누군가는 사랑이라 하고

→ 누구는 사랑이라 하고

40쪽


끝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외곬의 믿음, 너를 향한 나의

→ 끝내 안될 수밖에 없는 외곬로 믿은, 너를 보는 나는

→ 끝내 끝날 수밖에 없는 외곬로 믿은, 너한테 나는

41쪽


오전의 햇살은 쏜살처럼 바빠

→ 아침햇살은 쏜살처럼 바빠

42쪽


무언가를 묻고 온 밤에는 꼭 계절을 묻게 된다

→ 무엇을 묻고 온 밤에는 꼭 철을 묻는다

→ 묻고 온 밤마다 철을 묻는다

44쪽


사막에서 물을 잃는 건 치명적인 일이다

→ 모래벌에서 물을 잃으면 죽는다

→ 모래밭에서 물을 잃으면 끔찍하다

→ 모래땅에서 물을 잃으면 골로 간다

46쪽


모과 낙과를 생각하며 모과나무 아래를 서성이다

→ 떨린 모과를 헤아리며 모과나무 곁을 서성이다

→ 미끄덩 모과를 살피며 모과나무 곁을 서성이다

68쪽


출생의 비밀처럼 자루 속 누런 콩들이 쏟아진다

→ 태어난 뒷길처럼 자루에서 누런 콩이 쏟아진다

→ 슥 태어나듯 자루에서 누런 콩이 쏟아진다

72쪽


개가하는 며느리 품에 보낸 손자마저 소문에 묻고

→ 떠나는 며느리 품에 보낸 아이마저 뜬말에 묻고

→ 나가는 며니르 품에 보낸 아이마저 바람에 묻고

96쪽


정교한 적요, 우직한 궁지에 몰린 염소의 소명으로 속도의 독소를 겨눈 감정이라는 장검

→ 꼼꼼히 고요, 고지식히 구석에 몰린 염소가 살듯 고약한 걸음을 겨눈 마음이라는 긴칼

→ 살뜰히 비는, 꼿꼿이 벼랑에 몰린 염소 길눈으로 궂은 발걸음을 겨눈 마음이라는 큰칼

118쪽


몇몇 시는 정말로 다른 네가 되게 하고 결국은 너를 너이게 한다

→ 몇몇 글은 참말로 다른 네로 가고 마침내 너를 너로 세운다

→ 몇몇 노래는 참으로 다른 너로 서고 끝내 너를 너로 깨운다

120쪽


하나의 심장과 하나의 시선과 하나의 목소리만으로

→ 하나인 가슴과 하나인 눈길과 하나인 목소리만으로

→ 하나인 고동과 눈빛과 목소리만으로

126쪽


날개 밖 풍파의 서사를 날갯짓의 리듬에 싣고 깃털까지 들썩이는 그 새에 대해

→ 날개 밖 구름밭 얘기를 날갯짓 가락에 싣고 깃털까지 들썩이는 새를

→ 날개 밖 된서리 수다를 날갯짓 물결에 싣고 깃털까지 들썩이는 새를

14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이달의 사락 h*******e 2026.05.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