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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받는 농사 매뉴얼》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요즘 식물들, 특히 채소의 경우는 씨앗을 받아 뿌리면 씨앗을 받았던 채소와 전혀 다른 모양의 채소가 자라난다. F1 씨앗 육종이 진행되면서 씨앗은 종묘 회사로부터 구입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정착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배 기술은 단순화되고, 농가의 공부에 대한 의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챚ㅇ 기술은 농가 기술이 아니라 기업 기술이 되어버렸다.
내년에 심기 위해 처마 밑에 걸어 두었던 옥수수는 추억 속에만 남았다. 옛날에는 농가에서 농가로, 윗대에서 아랫대로 물림을 받아 씨앗을 심었다.
어떤 씨앗을 받을 것인가를 고민할 때는 내가 좋아하는 채소나 과일을 우선할 수도 있겠지만, 먼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기후나 물, 공기, 흙에 대해 알아본 후, 지역에 맞는 품종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지역의 땅과 기후에 맞는 씨앗을 심었을 때 가장 잘 자라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연 환경을 지키는 일은 곧 지역의 씨앗을 지키는 힘이 된다.
문제는 씨앗의 탐색이다. 본래의 형질을 유지하지 못하는 F1 씨앗의 유통이 유행하면서 자가채종이 줄었다. 그 와중에 절멸한 품종도 많다. 보다 쉽고 체계적인 방법이 있으면 좋겠지만 뚜렷한 길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몸으로 부딪히는 쪽을 택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온 어르신들을 찾아가 씨앗을 구할 방법을 물어보고 지역의 종묘상을 찾아가보는 것이다.
마을을 다니다가 조금이라도 독특한 모양의 콩이나 채소 등을 보면 일하는 분들에게 질문을 했다. 몇 년 전, 학교 근처 한 할머니 댁에서 수수 씨앗을 얻어 왔을 때도 그랬다.
"할머니, 이건 무슨 수수예요? 저희 학교에 있는 수수보다 키는 작은데, 열매는 엄청 튼실하네요."
"응, 우리 친정에서 내가 어릴 적부터 심었던 건데 키가 작아 잘 넘어가질 않아. 그러면서 열매는 잘 달리니까 심을 만혀."
"정말 그렇겠어요. 죄송한데 저희에게 조금 나눠주실 수 있으세요? 학교 수수는 키가 너무 커서 따기가 어렵거든요! 자꾸 쓰러지고요."
"그래? 그럼 좀 가지고 가. 한 자루면 실컷 씨앗하고 남을겨."
"감사합니다 할머니, 정말 잘 키울게요."
우리 같은 초보 농사꾼들이 자가채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가 선발에 의한 육종이다. 쉽게 말하면 100포기의 오이를 심었으면, 그중에서 모양이 가장 예쁘고 맛이 좋은 오이를 5~10개 골라서 씨앗을 받고, 이듬해에는 그 씨앗을 심어 그중에서 또 모양과 맛이 좋은 오이를 골라 심는 것이다. 간단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전통적인 육종법이기도 하다.
씨앗은 습하지 않은 곳에서 보관해야 한다. 때문에 우선은 씨앗을 잘 말리는 것이 중요하다. 씨앗을 넣어 보관하는 봉투는 바람이 잘 통하면서도 습기가 차지 않는 종이가 좋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빈 통에 실리카겔 등의 건조제를 넣고 영하 1도 정도의 냉동실에 보관하는 방법이다. 적당한 냉장고가 없을 경우에는, 밀폐 건조 조건에서 상온 보관도 가능하다. 냉장고 보관 시에는 씨가 잘 보이는 투명 용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뚜껑을 잘 닫아 보관하고, 채종한 연도와 도입처를 같이 기록하면 더욱 좋다.
콩과, 박고, 십자화과는 비교적 씨앗의 수명이 길지만, 파나 깨 등은 단명종자이다. 옥수수 같은 경우에는 옛날 농가에서 했던 방식으로 처마 밑에 양파망 등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매달아두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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