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영어권이라고 해도 역시 외국으로의 진출은 어쩔 수 없이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비틀즈의 경우에도 미국 진출은 외국으로
진출하는 모든 다른 밴드나 가수들 만큼의 부담을 느끼게 하는 일이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 생각하면 비틀즈 정도의 밴드가
미국에 진출한 초기에 짜깁기 앨범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앨범들을 내놓았다는 것은 이해가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겠지만, 당시의
비틀즈는 미국 시장에서는 신인과 비슷했다고 생각하면 성공을 위해서 그 정도의 타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상당히 많은 것을 포기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한 비틀즈는 빠르게 스타의 위치에 오르게 되지만, 생각보다 그들이
자신의 음악에 대해서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더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앨범 'Beatles VI'에서도
여전히 비틀즈는 자신들이 그동안 발표했던 곡들의 일부와 아직 발표하지 않은 곡들을 섞어서 미국 시장에 내놓는 선택을 한다. 아니
아마도 그들의 선택이 아니라 미국 음반 회사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조금은 기분 나빴을 지도 모르는 이 선택은
꽤 긴 시간이 지나 이제 비틀즈라는 이름이 전설이 된 상황에서는 색다른 즐거움을 주는 앨범들을 우리에게 선물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바로 이 앨범 'Beatles VI'도 그런 색다른 앨범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에서 발매된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서 미국에서는 발매가 되지 않은 곡들과 조금은 신기하게도 아직 영국에서는 발매가 되지 않은 곡들을 모아서 발매된 이
앨범은 색다른 조합을 보이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사실 그렇게 특별한 곡들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아니 당시에는 대단히 특별한 곡들이었겠지만, 지금 비틀즈의 음악이 사실상 고전으로 현대의 록 음악과 팝 음악의 기본이 되는
상황에서는 음악적으로는 그렇게 색다른 앨범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보면 이 앨범은 영국과 미국 양쪽에서
색다른 구성의 앨범을 들고 활동을 한 비틀즈의 모습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미국 진출 초기의
앨범들이 편집 앨범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서서히 비틀즈의 현재와 미국 시장에서 발매하는 음악의 속도가
비슷하게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앨범이라는 점에서 이 앨범 'Beatles VI'은 비틀즈의 음악을 즐기는 것과 함께
비틀즈라는 밴드의 역사에서도 상당히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앨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