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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좀 과장해서 말하면 나를 흐늘흐늘한 얼간이로 만들어버렸다. 모아놓은 돈이 떨어질 때까지는 이렇게 하는 일 없이 지낼 생각이다. 나는 이제 일이 싫어졌다. 생활비가 달랑달랑해지면 그때 가게를 재개해도 된다.” (p.12) 아내 란코는 지주막하출혈로 갑자기 죽었다. 마키노 고헤와 마키노 란코가 육십 살이 되던 해의 일이다. 마키노 고헤는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던 중화소바 집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학교를 그만두었고 중화소바 집에 몰두했다. 란코와 결혼한 이후에는 삼십여년 동안 ‘마키노 중화소바’를 함께 운영해왔다. 그런 란코가 죽은 이후 고헤는 실의에 빠져 이 년이란 세월을 보냈다. “너랑 얘기하면 재미없어서 짜증나, 고헤, 왜 재미없는지 가르쳐줘? 네가 아는 건 라면뿐이야. 그러면, 이른바 직인 소리 듣는 사람들은 다 재미가 없나? 아니거든, 마키노 고헤라는 인간이 재미없어. 그건 말이야, 너한테 ‘잡학’이란 게 없어서야... 여자 얘기하다 뜬금없이 진화론으로 옮겨 가서 게놈 이야기가 됐다가, 곤충의 생태로 흘러가다 어느새 카르타고의 멸망과 로마 제국의 정치 같은 역사학으로 변해 있다고. 물론 대개는 한없이 유치찬란한 얘기지. 그래도, 그걸 통해 저마다 읽었거나 얻어들은 ‘잡학’이 얼마나 되는지 드러난다고. 고헤, 너는 그 잡학이 아예 없어.” (pp.40~41) 그러던 어느날 고헤는 자신의 서재에 꽂혀 있는 책 《신의 역사》에서 한 장의 엽서를 발견한다. 오래 전 아내를 수취인으로 하여 배달되었던, 해안선이 그려져 있는 엽서이다. 아내는 발송인을 모른다고 하였고, 확인하는 편지를 보내기까지 하였으나 답신은 없었다. 그렇게 사라진 줄 알았던 엽서를 발견한 것이다. 고헤는 자신이 발견할 줄을 알고 엽서를 책 사이에 끼워 놓은 것 같다고 여긴다. “란코가 죽고 이 년 새, 밖에 나가기가 갈수록 싫어지더니 급기야 집 앞에 장 보러 가기마저 귀찮아졌다. 이래서야 어느 날부터 등교를 거부하고 집에 틀어박혔던 고교 시절로 역행한 셈이다... 뭐라도 좋다, 이유를 만들어 밖으로 나가야 한다. 다만 목적도 없이 나갔다가는 자칫 배회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각지의 등대를 방문한다는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아무튼 억지로라도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러니까 등대를 보러 간다...” (p.53) 고헤는 칩거를 그만두고 등대 여행을 핑계로 삼아 다시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한다. 그 사이 고헤에게 잡학이 없음을 닦달하여, 고헤로 하여금 자신의 서재를 가질 정도로 책을 일게 만든 친구 간짱도 죽었다. 고헤는 등대 여행을 마치고 나면 ‘마키노 중화소바’를 다시 열 계획을 세운다. 등대 여행을 하는 중 막내 아들에게 이러한 자신의 계획을 말함으로써 퇴로를 끊는다. “우주에서의 일순은 지구 시간으로는 백년... 호킹 박사의 설이 올바르다면 지구에서의 일순은 우주 시간으로는 수십억분의 일순이라는 말이 된다. 시간의 단위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짧다. 그토록 짧은 시간에 만사는 변화하건만 인간은 흥뚱항뚱 머뭇거리고, 이리저리 재고 곱씹고 망설이고, 하는 일 없이 살다가 일생을 마친다...” (p.264) 몇 차례의 등대 여행 중 고헤는 막내 아들 겐사쿠, 간짱의 아들이면서 간짱은 그 사실도 몰랐던 다키가와 신노스케 그리고 란코에게 엽서를 보냈던 고사카 마사오와 차례대로 동행한다. 자신의 혈육인 겐사쿠, 자신의 절친인 간짱의 아들인 다키가와 신노스케, 란코의 어린 시절 연을 맺었던 고사카 마사오는 등대와 함께 고헤가 다시금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빛을 비추는 역할을 한다. “한자리에서 침묵한 채, 바다를 나아가는 사람들의 생사를 지켜봐온 등대가 고헤에게는 어떤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한 인간으로 보였다. 하늘색과 바다색과 안개 속에서 등대는 스스로의 빛깔을 지우고 숨죽인 듯 보이지만, 해가 지면 어김없이 불을 밝혀 항로를 비춘다. 숱한 고생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름 없는 인간의 모습이 저렇지 않을까.” (p.301)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아내의 죽음이라는 도입부를 보며 슬픈 감정에 지배되는 소설인가 짐작하였는데 그렇지는 않다. 고헤의 슬픔은 덤덤하고 주변부의 인물들 또한 자극적이지 않다. 젊은 아내에게 도착한 의문의 엽서, 친한 친구의 숨겨진 아들처럼 주의를 환기시키는 소재는 소설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의도와는 무관하다. 여하튼 검색 결과 유인등대와 무인등대를 합하여 일본에는 3,118개의 등대가, 우리나라에는 3,332개의 등대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미야모토 테루 / 홍은주 역 / 등대 (燈台からの響き) / 비채 / 391쪽 / 2023 (20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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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8시쯤 주문하고 새벽4시쯤 받았으니 채10시간이 걸리지않았네요.설연휴에 읽으려고 새벽배송으로 주문핫거였는데 매우 만족한 배송이어습니다. 예전에 작가의 (환상의 빛)을 읽고 좋은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도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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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테루의 '등대'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소소한 삶의 소중함은 평소에는 전혀 모르다가 없어졌을때 그 소중함을 드디어 깨닫게 되죠. 아내를 잃고 두문불출하던 주인공의 예전 소소한 삶을 찾기 위한 여정을 따라가며 진정한 소확행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 바쁜 일상이지만 한번쯤 내 주변을 둘러보고 소중함을 느껴보게해준 책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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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생에 얼마나 막대한 우주의 에너지가 쏟아지는지, 한 사람의 생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여하는지, 그러니까 인간은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인생은 깊은 것이니까요.” 미야모토 테루 (출간기념 인터뷰에서)
책은 미야모토 테루의 담담한 문체로 끝까지 이어집니다. 서정적이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 않고 계속해서 읽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으로는 아내의 사망과 발신불명자에게 온 편지로 인해 전국의 여러 등대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일상생활의 평범함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과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전하는 인간이라는 우주, 삶의 존귀함과 상실, 평범함의 소중함 등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여서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