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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푸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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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이라고 하면 주로 농촌에서 벌어진 사업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서울 외곽이나 직할시급 거주지의 외곽이라면 농촌에 비해 딱히 나을 바도 없었다는 게 어르신들의 증언입니다. 먼 예전을 이야기할 것 없이, 지금도 인천 도심 한복판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주택가에 논밭이 버젓이 남아 있으며, 원당과 고양 신도시 사이의 주거 지구에는 힐데스하임 같은 고급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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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이라고 하면 주로 농촌에서 벌어진 사업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서울 외곽이나 직할시급 거주지의 외곽이라면 농촌에 비해 딱히 나을 바도 없었다는 게 어르신들의 증언입니다. 먼 예전을 이야기할 것 없이, 지금도 인천 도심 한복판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주택가에 논밭이 버젓이 남아 있으며, 원당과 고양 신도시 사이의 주거 지구에는 힐데스하임 같은 고급 거주 단지와 거름 냄새 물씬 풍기는 농경지가 바로 코를 맞대고 있기도 하지요. 당시에 발간된 잡지 등을 살펴 보면, "수세식 변소(화장실)", "기름 보일러" 등이 중산층 가정에서 구비해야 할 우선 순위 상위의 아이템이라며 이의 설치를 독려하는 광고가 실린 코너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승은, 허헌선 두 분의 공예품 전시회를 재작년 말~작년 초에 경남 어느 소도시를 들를 무렵 우연히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아는 분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는데, 그 시절을 직접 몸으로 겪어 온 세대가 아닐지라도 목각 인형의 소재적 투박함과 재미 있는 대조를 이루는 그 표정, 동작의 섬세한 구현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긴 이런 감상은 다 철없는 반응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전시회를 돌아볼 무렵에는 연세 지긋한 어르신 세대가 거의 없으셨습니다만, 저런 어렵고 궁핍한 시대를 직접 겪으신 분들이라면 재미보다는 아마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감흥이 더 우선 아니었을까요. 무엇보다, 이들 어르신 세대는 이런 전시회를 애써 찾아 다니시는 습관이 안 들어 계시죠. 옆에서 누가 가르쳐 드려야 하고, 또래 어르신 몇이 마음이 모이고 맞아야 힘든 발걸음을 떼시는 게 고작입니다.

전시회에서 작품들을 눈으로 보고, 이제 책의 모습에 예쁘게 담긴 애틋한 글, 시와 함께 다시 그 인형들을 포착한 사진들을 접하니 느낌이 사뭇 다르기도 합니다. 전시회에서 볼 때는 고거 참 잘 만드셨다, 재미있고 귀엽다 정도였는데, 글과 함께 읽으니 작가님들이 이 작품들을 어떤 마음으로,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정겨운 시선 한 가득 담아 제작했는지 비로소 정확한 내력을 알 것만 같습니다.



사람 사는 곳에 화장실이 없을 수 없습니다. 배변하는 곳과 잠을 자는 곳, 영양을 섭취하는 곳을 가려서 주거 패턴을 이루는 건 만물의 영장인 사람만이 가지는 특징입니다. 다만 오래된 주택의 경우, 심지어 도시에 소재한 곳이라도 마당 먼 곳에 변소(화장실)을 두고 깊숙하게 땅을 파 대변이 떨어질 때 튀지 않는 정도로 시설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솔직히 생각만 해도 지저분하죠. 저는 5년 전에 어느 경남 양산의 어느 암자를 찾을 일이 있었는데, 그곳 스님이 대단히 미안한 표정으로 말씀하시길 "화장실이 더러워서..
였습니다. 주택과는 달리 암자의 경우 뒷간을 더 깊이 파서, 변 덩어리가 떨어지는 소리도 잘 안 들릴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일단 "수세식이 아니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손님 대접하는 예의가 아니라는 듯 난색을 표하시더군요.

위생 문제보다 앞서는 건, 당장 일을 볼 때의 그 악취입니다. 이 때문에 옹벽 주위와 지붕에 호박넝쿨 같은 걸 자라게 해서 냄새를 조금이나마 지우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이 책, 그리고 원 작품은 그 점을 섬세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돌부채나무로 보이는 무성한 식물이 건조물 주변을 상당 부분 덮고 있는데, 그 시대를 산 분이 아니면 모르겠다 싶은 점까지 세심히 관찰한 결과 같습니다.



아이들의 표정을 보십시오. 이 컬렉션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의 표정이 우스꽝스럽고 솔직하며 재미있는 얼굴이지만, 특히 이 작품을 보면 냄새 때문에 죽겠다는 듯 코를 싸쥐고 있습니다. 그런 표정 너머에, "나는 커서 절대 이런 집에서는 안 살 거야!" 같은 각오나 오기 같은 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런 반면, 오물을 처리하는 아저씨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모습입니다. "먹고 살 방도가 없어 이런 일을 죽지 못해 한다"는 절망이나 불만보다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에 누가 해도 해야 할 일"이라며 옆에서 구경하는 꼬마들에게 마치 무엇인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치듯 자못 엄숙한 분위기마저 자아내는 태도입니다.


사실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 "더럽고 험한 일"을 하는 아저씨를 깔보거나 기피하는 태도와도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그보다는, 남의 짓궂은 장난에 자기가 골탕이라도 먹는 양 난감한 표정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곤욕을 치르기보다는 자신이 타인(주로 어른들)에게 말썽거리를 안기는 입장일 텐데도 말입니다(아닌게 아니라, 이 책 처음에 "호랑이 할아버지" 한 분이 등장하시기도 합니다). 이 시절 순박한 아이들, 나만 잘되고 남에겐 폐를 끼쳐야 한다, 정당한 제 몫이 아닌 바를 사기와 거짓을 동원해서라도 가로채야 한다는 비뚤어진 강박 없이, 공동체 전체가 겪는 고초와 불편은 감내해야 한다는 건전한 유대감, 순응 의식이 엿보이는 듯합니다.

위에 적은 대로 돌부채나무나 참외, 감 같은 식물, 과일, 야채 등도, 주된 아이템인 건물이나 사람 형상 못지 않게 대단히 정교하게 제작을 해 놓으셨습니다. 책을 보면, 그저 공예품이 아니라 디즈니랜드, 혹은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테마 파크에나 온 양, 자체 완결적인 소우주를 구경하는 느낌일 것입니다. 똥을 푸는 아저씨 목에 둘러진 광목 수건, 모자와 색상 질감마저 잘 코디된(이런 코디는 패션 감각 같은 게 아니라. 워낙 옷감 따위가 귀한 시절이다보니 피치 못한 선택이었을 텝니다) 작업복을 보면, 당장이라도 저 인형들이 책 속에서 뛰어 나와, "풍요로운 세상이라고 함부로 낭비를 일삼으면 안 돼!"라고 우리를 꾸짖을 것만 같습니다.

똥 푸는 아저씨 옆을 지나가는 꼬마를 보십시오. 보통 이 시절에 흔히 보는 모습대로, 밭일하는 엄마 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동생과 몇 살 나이 차도 안 날 법한 어린 소녀가 아이를 돌봅니다. 아이는 코를 감싸 쥐고, 누나는 이미 만성이 된 듯 동생 옷에 오물이라도 묻을까 주위를 둘러보는 데에 더 신경이 갑니다. 가만 보면, 은근히 구수한 똥 냄새를 즐기는 듯도 보입니다. 인간의 비위란 결국 길들이기 나름입니다. 남아도는 시간과 물질을 주제할 수 없어, 스카톨로지 같은 변태적 쾌락 향유 패턴까지 창안해 낸 현대 도시인들의 타락을 이 대목에서 거론한다면 당장 죄받을 일일까요?]

대합실의 모습은 붐비는 듯 하면서도 쓸쓸합니다. 타지에서 향수에 시달리며 돈을 벌다 잠시 고향에 들른 이, 도무지 시골에선 생계를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아 떠날까 말까 기로에 선 이, 몇 분 연착은 예사인 듯 다만 생각할 시간 조금을 더 벌어 조바심보다는 마음을 놓기 일쑤인 탑승객들, 올 가망이 없는 누이, 자식을 기다리느라 오늘도 한번 나와 보기나 한 새까맣게 얼굴이 탄 촌부 촌로들... 팍팍한 인생과 다할 길 없는 정이라는 세시 풍속을 그대로 담은 표정, 표정, 표정....

가장 지독한 말썽꾼들이 알고 보면 그러나 가장 마을과 이웃을 아끼는 수호 천사입니다. 성질 드센 엄마 밑에는 아무도 못 말리는 개구쟁이들이 꼭 형제로 패를 지어 온 마을을 들쑤시고 다닙니다. 저 커다란 빗자루로 한 대 맞으면 정신이 아뜩할 것 같지만, 그래도 싸리비가 강단 있대 봐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우리 동네 골목은 그렇게, 오늘도 내일도 웃는 듯 우는 아우성과 초가지붕 들썩일 만큼 풍성한 환호로 가득찹니다.

v*****7 2015.01.1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