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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노린 음모 (by 필립 로스)
"미국을 노린 음모 (by 필립 로스)" 내용보기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코맥 매카시,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필립 로스를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았었는데, 필립 로스와 코맥 매카시는 여러모로 많이 닮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둘 다 1933년생이기도 하거니와, 둘의 작품 스타일도 비슷하다. 내 생각에 만약 필립 로스가 유태인이 아니었다면 좀더 코맥 매카시 같은 글을 썼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역으로 코맥
"미국을 노린 음모 (by 필립 로스)" 내용보기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은 코맥 매카시,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필립 로스를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았었는데, 필립 로스와 코맥 매카시는 여러모로 많이 닮았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둘 다 1933년생이기도 하거니와, 둘의 작품 스타일도 비슷하다. 내 생각에 만약 필립 로스가 유태인이 아니었다면 좀더 코맥 매카시 같은 글을 썼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역으로 코맥 매카시가 유태인이었다면 필립 로스 같은 글을 썼을 것 같다. 즉, 묘하게 닮은 이 두 작가가 결정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건 태생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필립 로스가 개인으로서나 작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았던 것, 결코 자기 자신에게서 분리시킬 수 없었던 것 중 하나가 '유태인'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유태인들이 그러하듯 필립 로스의 작품들도 유태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 혹은 유태인들의 정체성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
이 소설은 일종의 대체 역사 소설로 분류될 수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감을 가지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러한 일들이 현실 사회에서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태인 서사는 지겹다는 사람들도 있겠고, 최근의 이-팔 전쟁 때문에 오롯이 유태인의 편에서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민감하고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끊임없이 되풀이되어 써지는 유태인 서사들을 읽다 보면, 이것이 그들 민족의 생존에 얼마나 결정적인 문제였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원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문제에 왈가왈부하면 안 되는 거지만, 유태인 문제라면, 잘 알게 되더라도 칼로 무 자르듯 가타부타 이게 옳고 이건 그르다고 명확하게 단정짓기가 어렵다.
바깥에서 보는 제3자의 입장에서도 그러니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심지어 같은 가족 내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차들이 존재할텐데, 그럴 경우 가족이라는 가장 단위의 커뮤니티부터 가장 큰 커뮤니티까지 모든 곳들이 아수라장에 지옥이 되기 십상이다.
심지어 평화시도 아닌 전쟁시나 위기 상황이라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이라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
참 어려운 문제이다.

이게 다 잘못 뽑은 대통령 때문이야, 라고 결론 지으면 쉽겠지만, 그 (나쁜) 대통령은 사실 결과물 들 중 하나이지 원인이 아닐 수도 있는 거고. 그렇다면 그 나쁜 사람은 왜 대통령이 된 것일까를 파고든다면 문제든 숨겨진 빙하만큼 거대해진다. 
참 쉬지 않은 문제다. 
s*****n 2024.05.1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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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맡게 되었을까?
""어떻게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맡게 되었을까?" 내용보기
미국을 노린 음모 The Plot Against America 필립 로스 Philip Roth 2004 그 때 공화당이 린드버그를 지명했고 모든 것이 변했다. 14 '그리스도의 살인자'로 낙인이 찍혀 2천 년 동안 온갖 박해와 수모를 겪으며 살아온 유대인들은 20세기 접어들어 나치 치하의 유럽과는 비교를 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도 그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수 그리스도, 저들이 생각하기에 세상의 모든 것
""어떻게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맡게 되었을까?" 내용보기

미국을 노린 음모 The Plot Against America 필립 로스 Philip Roth 2004

그 때 공화당이 린드버그를 지명했고 모든 것이 변했다. 14

'그리스도의 살인자'로 낙인이 찍혀 2천 년 동안 온갖 박해와 수모를 겪으며 살아온 유대인들은 20세기 접어들어 나치 치하의 유럽과는 비교를 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도 그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수 그리스도, 저들이 생각하기에 세상의 모든 것이고 내가 생각하기에 세상의 모든 것을 망쳐버린 존재. 172

1927년,Spirit of St. Louis 호를 몰고 뉴욕에서 파리까지 33시간 30분 만에 최초 대서양 무착륙 단독 비행에 성공한 린드버그는 대공황으로 시름하던 미국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며 일약 전국민의 희망이자 우상, 영웅이 된다.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미국 육군 항공단 대령으로 임명되고 유력한 집안의 딸이자 작가인 앤 모로 린드버그 (<바다의 선물> 저자)-와 결혼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린드버그에게 개인적인 불행이 있었으니 아들이 유괴당해 살해당하는 아픔을 겪는다. 유럽으로 이주하여 나치의 항공기 개발 정보 수집을 위해 독일을 드나들던 그는 “히틀러는 의심할 여지 없이 위대한 사람이다”라며 히틀러를 숭배하고 급기야 베를린에서 열린 만찬회에서 ‘독일제국에 봉사한 외국인에게 수여하는’ 독일독수리공로훈장을 수여받는다. 이후 히틀러가 체코와 폴란드를 침공한 뒤에도 미국의 세계대전 참전에 반대하고 루스벨트 대통령의 개입주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은연중에 미국의 참전을 종용하는 세력으로 유대인을 지목한다.

그때, 20세기의 두번째 유럽 대전이 본격적으로 불붙던 시기에, 육군 대령 린드버그는 미국이 독일에 대항하는 전쟁에 참가하거나 영국과 프랑스에게 원조하는 것을 기필코 막겠다는 새로운 사명을 추가해 고립주의자들의 우상이자 FDR의 적수로 떠올랐다. 그와 루스벨트 사이에는 벌써부터 강한 적의가 흘렀는데, 이제 그는 대규모 공식 모임과 라디오 및 대중잡지에서 대통령이 겉으로는 평화를 약속하지만 실은 국민을 속이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우리를 전쟁에 끌어들이려고 비밀리에 계획하고 선동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세번째 임기를 노리는 ‘백악관의 전쟁광’을 마술처럼 꺾을 수 있는 인물로 린드버그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_25쪽

현 대통령 FDR에 대항하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린드버그는 미국의 2차 대전 불참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비행기를 몰고 미국 전역을 다니며 간결하고 명료한 연설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FDR의 3선을 저지하고 1940년 대통령에 당선되고, 고립주의와 친파시즘,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정책을 펼쳐나간다. 미국 사회는 급격히 우경화되고 미국은 사실상 나치의 손아귀에 놀아나며, 유대계 미국인의 삶은 위태로워진다. 유대인에 대한 혐오와 히스테리가 극에 달하고 국민들은 극렬하게 분열한다.

(작가는 어느 책에서 일부 공화당 고립주의자들이 린드버그를 1940년 대통령 후보로 출마시키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만약 린드버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리고 역사는 우리가 알던 것과 다르게 흘러간다. 하지만 소설 속 모든 최악의 악몽은 사실은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었다.)

그리고 뉴저지 주 뉴어크, 유대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보험판매원으로 일하는 허먼 로스의 일가와 유대인들의 삶은 하루아침에 참혹한 비극으로 치닫는다.

소설은 아홉 살 소년의 눈에 비친 무지, 어리석음, 히스테리, 광기, 증오, 두려움을 생생히 묘사한다.

“역사란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야. 심지어 평범한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도 언젠가는 역사가 된단다.”

대통령 린드버그는 아이슬란드에서 히틀러를 만나 비밀 협약을 맺고, 유대인들은 '홈스테드 42' 프로젝트로 강제 이주되어 이교도들 마을로 재배치되며, 유대인이 떠난 자리에는 '좋은 이웃 프로젝트' 에 의해 비유대인을 이주시킨다.

린드버그의 대통령 당선을 돕고 유대인을 미국에 동화시키려는 동화청장에 임명된 라이오넬 벤겔스도로프 랍비와 같은 유대인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유대인 사회는 분열되기 시작한다.

그들은 꿈속에 살고 있고, 우린 악몽 속에 살고 있네. 111

로스 집안에서도 그림에 재능이 있는 소년 큰아들 샌디는 부모 몰래 영웅 린드버그의 그림을 간직하고, 벤겔스도로프의 비서에서 아내가 된 이블린 이모의 권유로 미국인 동화 캠프인 '소박한 사람들에 가입하여 농촌 캠프에 다녀온 후, 린드버그를 지지하는 모임에 연설을 하는 등의 활동으로 아버지와 극한 대립한다.

필립의 집에 같이 살던 사촌형 앨빈은 반대를 무릅쓰고 캐나다 군에 가입하여 전쟁에 참가하지만 다리를 잃고 돌아온다. 이후 세상을 비관하다가 나쁜 길로 들어서더니 급기야 허먼과 크게 싸운다. 필립의 이모 이블린은 벤겔스도로프의 비서에서 아내가 된 후 독일 외무상 리벤트로프 외무상을 초청한 백악관 파티에 참석하며 동화정책에 앞장서서 로스일가와 점점 멀어진다.

파시스트 정권의 고립주의와 반유대주의 분위기가 점점 거세지고, 앨빈과 허먼 등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해 FBI가 사찰하는 등 분위가가 점점 험악해져가는 가운데에서도 유대인들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린드버그 정부를 끊임없이 비판하던 유대인 기자이자 칼럼니스트 월터 윈첼을 의지하였지만, 정부의 압박으로 방송 후원이 끊어지고 윈첼은 더 이상 방송을 할 수 없게 되자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

그렇습니다. 음모가 있습니다. 나는 기꺼이 그 음모의 배후에 숨은 힘을 열거하겠습니다. 히스테리, 무지, 악의, 어리석음 증오 두려움이 그것입니다. 현재 이 나라는 참으로 비참한 꼴이 되었습니다! 거짓, 잔인함, 광기가 모든 곳에 가득하고 우리를 끝장내려는 잔인한 세력이 은밀히 대기하고 있습니다.432

하지만 반유대주의자들의 거센 반발과 테러 끝에 윈첼이 암살당하고, 이를 계기로 유대인에 대한 본격적인 테러와 살해가 시작된다. 위기에 처한 유대인 사회는 자경단을 꾸리는 등 자구책을 내 놓지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고, 허먼 로스는 영상기사 터슈웰처럼 미리 캐나다로 이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윈첼의 장례식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FDR은 뉴욕시장 피오렐로 H 라과디아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다. 윈첼의 사망에 대한 여론을 무마시키고자 혼자 비행기를 타고 윈첼이 사망한 도시를 방문하여 유세한 린드버그는 비행 중 실종되면서 사태는 급변한다.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된 부통령 버턴 K 휠러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대파 대거 구속, FDR 활동 방해 , 린드버그에 대한 각종 소문을 믿지 말라고 외치던 영부인 앤 모로 린드버그 감금과 정신병원 강제 입원, 영부인을 옹호하는 벤겔스도로프를 구속 등의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정신병원을 탈출한 영부인은 방송에 나와 사건의 전모를 밝힌다.

린드버그의 아들은 살해된 것이 아니라 나치에 의해 납치되었고 나치는 아들을 인질로 린드버그를 협박하여 미국의 친나치 대통령에 오르게 한 후 미국을 전쟁에 나서지 않게 하고 유대인을 박해하도록 조종한 것이라고.

급기야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미국은 2차 대전에 참전하게 되고 FDR의 후원을 받은 라과디아 시장이 1944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역사는 우리가 아는 대로 흘러간다.

 

"다수결로 권력자를 뽑는 선거 제도가 더 훌륭한 사람의 당선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선거로 집권한 인물이 모두 민주적이고 유능하다는 보장 역시 없다. 폭군·사기꾼·거짓말쟁이나 극도로 무능한 인물도 유권자의 마음을 사면 권력을 쥘 수 있다. 선거 제도에 잘못이 있는 건 아니다. 민주주의 선거 제도는 훌륭한 사람의 당선을 보장하기 때문이 아니 라 사악한 인물이 권력을 쥐어도 악을 마음대로 행할 수 없게 한다는 강점 덕분에 문명의 대세가 됐다."

<나의 한국 현대사.1959-2020> 유시민

한때 이 말을 믿었다. 민주주의도.

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이후의 미국을 경험하고, 2023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믿을 수가 없다.

소설이 나온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미국을 노린 음모>는 우리에게, “잘못 뽑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에 대해 또 한번 끔찍한 예언이자 악몽을 보여주는 듯하다.

 "어떻게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런 사람들이 이 나라를 맡게 되었을까?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내가 환각을 일으켰다고 생각할 거야.” p.274

r*****t 2023.07.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