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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향 시인은 글을 써온 시간이 오래 된, 그러나 이제서야 첫 시집을 내놓은 진중한 문장을 품고 있는 작가다.
요즘의 시들은 테크닉이라는 외피를 입고 언어의 변방을 확장시키는 것이 소명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시인은 변방으로 가기보다 더 안으로 고개를 숙이며, 복잡다단한 세상만큼이나 다양해지는 소외와 고독, 메마름에 관한 삶들을 응시한다.
시집들이 넘쳐나고, 시를 읽는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무엇이 그것들을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작가다.
그래서 이 시인은 배운게 시 밖에 없는 죄로 시를 통해 우리 시대를 보듬으려 애를 쓴다. 비록 그것이 요즘의 작가주의적 시의 방향성과는 다른 길이라 해도, 기꺼히 그 길로 들어서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채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진하고 부드럽고 따스하다.
바다를 건너오지 못한 수국
작은 섬 종이배 닮은 정원에 무릎을 묻었다
늙고 기울어 가지치기에 든 정원을
홀로 둘 수 없어
주저앉아 띠뜻한 차라도 끓이기로 했다고
아무런 관심도 머물지 않는 곳으로 시선을 두고, 그런 곳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녀의 천성인 듯 그 문장들은 정성스럽다.
여러 수사의 위안보다 한마디의 울림있는 말이 주는 온기가 그리운 사람이라면, 기꺼이 이이향 시인의 이 첫 시집을 펼쳐보면 좋겠다.
그리하여 만일 누군가가 지금
'땅에 내려올 수도 없고 / 그렇다고 계속 날 힘도 없어' 절망 속에 놓였다면 그의 시를 통해 '살피고 살리고 살 떨리는 / 시 한 줄을 만나'
그 막막한 한 순간을 위로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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