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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사랑 - 중경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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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영화 다시 보기...  오늘은 왕가위 감독의 철저한 개인주의적 영화이며 그의 섬세한 성격을 잘 들어내는 영화 "중경삼림"이다. 1994년, 나도 한 참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보았던 영화다.왕가위의 개인주의적 영화라는 표현을 했던 이유는 순전히 왕가위 개인의 느낌과 개인적 취향에 의해 만들어진 스토리이자, 왕가위식 연출과 그와 그의 스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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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영화 다시 보기...  오늘은 왕가위 감독의 철저한 개인주의적 영화이며 그의 섬세한 성격을 잘 들어내는 영화 "중경삼림"이다. 1994년, 나도 한 참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보았던 영화다.



왕가위의 개인주의적 영화라는 표현을 했던 이유는 순전히 왕가위 개인의 느낌과 개인적 취향에 의해 만들어진 스토리이자, 왕가위식 연출과 그와 그의 스테프들의 애정이 많이 담긴 전형적인 왕가위식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전작 "아비정전"이 이어지지 못하고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랑이라면 "중경삼림"은 살아가는 시간 속에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화로 느껴진다.



영화는 왕가위의 경험에서 출발한 두 장소, 구룡반도의 충킹맨션(중경맨션)과 홍콩섬의 센트럴 지역을 배경으로 만들어지는 두 가지 사랑의 이야기지만 교묘하게 두 이야기는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두 개의 영화라는 형식을 가진 옴니버스 영화의 형태를 가지지만, 4명의 주인공이 나오는 각자의 이야기라고 이해하고 보면 더 정확하겠다.



먼저 소개되는 금성무와 임청하의 사랑 이야기는 언뜻 보면 사랑이 아니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애초에는 경찰과 여배우의 컨셉으로 촬영을 했다가 많은 부분이 삭제되는 바람에 마약상과 젊은 경찰이 우연히 만나 시작되는 아주 건조한 사랑이야기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금성무가 연기한 "하지무"라는 캐릭터는 늘 사랑에 목마른 청년으로, 이전 사랑과 이별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상속에 자신만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또 다른 사랑을 갈구한다. 자신의 생일이 적힌 통조림에 집착하는 방식이나 실연의 아픔을 달리기로 풀어내는 방식들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행동이지만 요즘 청년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 될 듯 싶다.



통조림에 집착하는 하지무가 자신의 사랑을 유통기간으로 표현하며 만년을 부여하는 장면에서는 통조림 그 자체가 시간을 가두는 장치로 인식되고 표현된다는 느낌이다. 통조림은 두 번째 이야기의 양조위에게서도 비중은 작지만 하나의 역할을 하게 된다. 양조위 역시 젊은 홍콩 경찰이며, 두 이야기의 교차점에 등장하는 식당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일하는 여직원 "왕페이"와 만들어가는 사랑에서 잠시 등장하게 된다.



양조위가 연기하는 "경찰 663"은 항공사 승무원과의 이별을 수용하지 못하고 실연의 아픔을 자신의 삶에서 길게 투영하는 소심남이지만, 영화 내내 언급되는 "몽유병"이라는 자막이 어색하게 늘 꿈속에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별의 아픔으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이별의 아픔을 내면에서 승화시키는 과정에 만들어지는 다소 비정상적인 모습들이 사물과 대화하는 형태로 표현된다. 이런 행동 역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만 이해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시간이라는 매개체 안아서 기다림에 익숙한 사람들... 90년대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답답한 면도 없지는 않았지만, 그 방법 외에는 다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답답함은 모르고 많은 상상을 동원해 해석하고 간절한 기다림의 허탈함을 채워왔다. 그런 외로움의 발로가 지금 사람들이 보기에 제정신이 아닌 듯 사물에 인격을 부여하고 대화를 나누며 주변의 변화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인지 감각 부재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양조위는 이 영화 이전까지 꽤나 진지한 "매소드 연기"로 일관했던 사람인데, 중경삼림에서는 이전과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영화 자체도 즉흥적으로 촬영했던 탓도 있었겠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왕페이"의 연기 덕분에 많이 배웠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눈에 들어오는 왕페이의 매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영화가 개봉했던 당시에는 나도 몰랐던 왕페이가 다시 보는 영화에서는 너무도 크게 다가온다. 연기보다는 가수로 남기를 원했던 왕페이는 역시 중경삼림에서도 OST 에 참여하여 노래 실력을 뽐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두 음악, "California Dreamin'" 과 번안곡 "몽중인" 은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음악이다. 당시에 꽤나 큰 인기를 구가했고, 요즘 표현으로 역주행에 성공했던 음악으로 이미 은퇴를 했던 "마마스 앤 파파스"가 96년에는 내한공연을 하기도 했다. 크랜베리스의 "Dream" 를 번안해서 더 인기를 끌었던 왕페이의 "몽중인" 역시 우리나라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고, 지금도 이 노래를 왕페이 노래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꿈"이라는 주제와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몽환적 화면들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다면 4명의 사랑 혹은 욕망을 들여다 보면 다른 의미의 "꿈"도 보인다. OST 로 사용했던 두 음악에도 "Dream" 이 등장하듯, 꿈속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꿈을 꾸며 꿈을 좇는 영화가 아닌가 해석도 해본다.



각 개인의 꿈도 좋지만, 나는 그들의 사랑을 조금 더 들여다 본다. 90년대식 사랑법이라 할까...  기다림을 수용하고 느리지만 진지하고 깊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랑...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사랑의 방식이 아닐까?





YES마니아 : 플래티넘 p*****2 2026.01.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