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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모퉁이집 #이영희 #델피노
꽃말을 적어놓고 외우던 시절이 있었다. 꽃말을 알게 되면 꽃에 대한 지식이 느는 것 같았다. 이제 꽃을 직접 키우기 시작하면서 삶이란 꽃과 같다는 걸 새삼 느낀다. 꽃을 심고 싹이 트는 걸 지켜보고, 꽃망울을 터트리면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겨우내 얼어 죽지 않을까 지푸라기를 감싸주며 다음 해를 기약한다. 꽃이 피어있는 시기는 얼마나 짧은가. 그 짧은 시기임에도 활짝 핀 꽃은 아름답지 않은가 말이다.
이영희 작가는 꽃을 사랑하는 작가로 꽃을 모티프로 하여 작품을 쓴다. 『그 모퉁이 집』은 꽃에 대한 판타지 소설이다. 꽃혼, 꽃의 전달자, 꽃말 등이 나온다. ![]()
불에 탔다가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모퉁이 집에 낯선 남자 두 명이 이사 왔다. 문패에는 모도유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현지마을에서 동우와 용남은 하나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꽃집 딸 마디는 모퉁이 집에 매일 꽃 배달을 했다. 마디는 한의 목소리와 닮은 아쟁을 탄다. 과거 1945년, 아쟁을 타는 기생 강은조와 진주에서 동아염직소 대표인 고윤송, 은조를 보살피는 옥이, 진주경찰서 형사부장 구헌이 있었다. 과거의 인연이 현재까지 이르러 삶이 반복되는 것 같다.
마디는 과거의 기억을 잃었다.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상태에서 모퉁이 집에 꽃 배달을 하며 문득 떠오르는 기억을 마주했다. 그녀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하여 해눈은 도유를 설득한다. 타인들에게는 높은 콘크리트 담이었던 모퉁이 집 담벼락이 마디와 도유, 해눈에게는 홍가시나무라고 생각해보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외할머니가 살던 천녀도에서 마디는 한 소년을 만났다. 이름이 없는 그에게 해눈이라는 이름을 주었고, 해눈은 할머니가 부르던 이름, 마디풀이라 불렀다. 해눈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마디풀이었다. 또 한 사람, 죽어가던 자기에게 물을 나눠주었던 아씨를 그리워했다. ![]()
상상해보라. 꽃과 대화를 하고, 주변에 나비들이 날아가며 꽃들이 온통 그를 향해 방긋거리는 장면을 말이다.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다. 향기의 인장이 박힌 사람은 초록색 식물을 부릴 수 있다.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사람을 칡넝쿨이 감싸줄 수도 있으며 부러진 해바라기에게 생명을 줄 수도 있다. 독사에게 물릴 찰나 꽃들의 언어로 알려줄 수도 있다. 꽃을 부리는 사람. 꽃의 혼을 가지고 있는 자. 그들의 세계에서 꽃은 생명과도 같다.
아쟁 선율이 흐른다.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가 울려 퍼진다. 한이 서려 있는 아쟁의 선율이다. 소설을 읽고 아쟁 연주곡을 찾아보았다. 아쟁 소리를 듣다 보니 소설과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꽃들의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해주었다.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와 꽃들의 인연과 함께 아쟁의 선율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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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와 역사와 로맨스가 이 한 권에 다 담겨있다. 오색의 다양한 물감의 결이 느껴지는 표지 속에 한 여인의 옆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오색의 빛깔은 꽃이 되고 나뭇잎이 된다. 그 모퉁이 집에서 일어난 80년의 이야기가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의 시선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와 현재 그리고 15년 전을 오고 간다. 시간의 주인공은 다르지만, 그들은 또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들 사이에는 꽃이 있다. 그리고 꽃을 통해 서로를 주고받는다.
진주 현지 마을에서 하나 꽃집을 경영하는 동우. 용남 부부는 세 자녀가 있다. 큰 딸인 마디와 쌍둥이 마린과 마룬. 마디는 아쟁 연주가다. 얼마 전 큰 사고로 손을 다쳐서 한동안 아쟁을 잡지 못했다. 지금은 회복하는 중이다. 마을의 모퉁이 집이 한 채 있다. 오랫동안 비어있던, 저주받은 집이라 불리던 집에 두 남자가 이사를 온다. 마디네 하나 꽃집에서 매일같이 절화 꽃다발을 주문하는 터라, 알바로 바쁜 마린을 대신해 집으로 돌아온 마디가 모퉁이 집 배달을 맡았다. 사실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마디는 그 집을 이끌렸다. 집 안에 커다란 정원이 있는 것일까? 가득 꽃내음이 뿜어져 나온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보던 중, 주인을 마주한다. 첫인상부터 날카롭기만 한 그 남자 모도유. 처음 보는 마디에게 생채기 나는 말들을 쏟아내지만, 왠지 마디는 도유가 무섭거나 어렵지 않다. 그가 차갑게 대해도 말이다. 모퉁이 집에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성서휘는 도유와 반대로 무척 자상하다. 덕분에 누구와도 어렵지 않게 친해진다. 어려서부터 같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진주 경찰서 정보관인 정아서. 왕 할머니라 부르는 증조할머니와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은 후부터 집을 떠났다. 시간이 지나도 얼굴의 상처만큼 진하게 남은 상처 때문에, 옆집인 마디의 집은 오고 가지만 본가에는 가지 않는다.
시간은 다시 80년 전으로 건너간다. 동아염직소 사장인 고윤송은 경무부 부국장 등과의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차에 뛰어든 한 여인을 마주하게 된다. 강은조였다. 도와달라는 그녀의 말에 은조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윤송. 은조는 그날 술자리에서 아쟁을 연주한 예인이었다. 은조에게서 나는 창포향 때문일까? 그날 이후 은조는 윤송의 집에서 머물게 된다. 은조에게 마음이 있는 윤송은 어떻게든 은조와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 하지만, 은조는 이미 뱃속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윤송은 은조의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 양 소문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 윤송의 집에서 일하는 여자아이인 옥이의 도움을 받는 은조. 윤송이 집을 비운 사이, 은조는 몰래 집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곳에는 일본 경찰 다카키가 있었다. 과연 은조와 다카키는 무슨 사이일까? 이 둘은 왜 몰래 만난 것일까? 그리고 이들의 비밀 얘기를 옥이 듣게 되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해눈이라는 존재와 천년도 그리고 꽃과 이야기를 나누는 존재 등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하다. 식물의 소리가 들린다는 설정은 책 속 인물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능력은 대를 이어가며 등장한다. 잠깐의 기다림도 지루한데, 15년을 기다리고, 100년을 기다릴 수 있다며 마음을 쓴 이야기가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설렘을 만들어 낸다. 책의 초반에 **으로 처리된 그 이름을 마주하게 되자, 퍼즐이 하나 둘 맞추어진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갈까?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일제강점기라는 끔찍한 시기를 지나며 스러져 간다. 하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은조와 구헌의 사랑 마디풀과 도유의 우정, 그리고 은조와 마디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가진 해눈의 이야기는 물이 땅에 스미듯 조금씩 풀어져 가며 또 다른 여운을 남겼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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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퉁이 집을 읽으면서 각 장마다의 꽃의 마지막마다 꽃말을 배치해두어 그 꽃말과 내용이 매치되는 소설의 내용을 장식하면서 이 표지가 왜 꽃으로 그린 그림을 표지로 삼았는지 바로 알 수 있게끔 해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회상장면과 대화장면 그리고 그 내용을 통해서 과정을 이어가는 내용의 글씨폰트를 다르게 해줌으로써 읽으면서 소설의 시간적 흐름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도 이 소설의 큰 매력이었습니다. 80년 전 한국은 한국이라고 불릴 수 없는 나라였습니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 곳의 이름은 경성 경성이라는 곳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아픔을 이어가는 사람과 한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나라에서 그리고 서울이라는 이름을 되찾는 그 땅에서 깨어난 사람과의 이어지는 내용이 오버랩되어 저도 그 속에서 "윤송"이 되었고 "정구"가 된 것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이스케"라는 이름과 "윤송"이라는 이름을 같이 쓰던 고윤송은 본인이 이젠 윤송이라는 이름이 아닌 다이스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했습니다.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의 사람들도 내선일체라는 미명하에 개명을 강요받았습니다. 그런 사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으며 자신은 진짜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도 있었고 혹은 한국인이고 한국의 뿌리에서 자라난 사람이지만 한국어를 할 줄 몰라 해방시기에 일본어로 만세를 불렀던 일도 있었습니다. (해당 책. 215페이지 인용) 그렇지만 80년이 지난 지금 그런 일들은 이제는 그저 역사책으로만 볼 수 있고 과거 호적의 흔적에서나 찾아볼 수 있지만 "내가 살던 땅에서 우리 꽃혼들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을 그렇게 불러, 꽃의 전달자들은 모두 팔꿈치 옆으로 저런 표식이 있거든."이라는 말로 아직까지 선조의 그 아픔을 전달하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분명 80년 전의 그 아픔 버릴 수 없습니다.(해당 책. 242페이지 인용) 시작을 모퉁이 집에서 시작하여 마지막도 모퉁이 집에서 종결됩니다. 모퉁이 집에서 시작된 그 고통의 순간이 절대 잊어지지 말자는 그 의지로 마지막을 안개꽃으로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해방된 지 5년채 되지않아 남북으로 갈린 이땅을 살아가게끔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한만 남아 구천을 떠도는 할머니 꽃이 되어 남아있는 느낌이 아직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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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 모퉁이 집』은 장르 소설로 분류되지만 역사 소설에 가깝다. 표제어로 쓰인 '그 모퉁이 집'은 일제 강점기 불에 타 80년째 버려진 폐가이다. 어느 날 신비한 분위기의 두 남자가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매일 아침 꽃집에 3만 원짜리 꽃다발을 주문하고, 꽃잎 향과 맛이 나는 쿠키를 구워내는 남자들. 꽃집의 딸이자 아쟁 연주자인 ‘한마디’가 그 모퉁이 집에 꽃 배달을 간다. 저자 이영희는 일제 강점기 때로 모퉁이 집의 기원을 끌어올린다. 일제 강점기-여성(소녀)-위안부란 상상적 공식을 끌어내기에 충분한 소재의 연결이다. 주인공 한마디는 어릴 적 기억을 잃었지만 신비한 능력을 지녔다. 독특한 인물 설정으로 독자들을 신비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솜씨는 중견 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꽃 전문가로서 다양한 꽃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역사적 상상력을 보태어 새로운 장르인 〈플라워 판타지〉를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빠져나올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한마디가 매일 아침 꽃다발을 들고 찾아가는 모퉁이 집에서는 두 남자가 살며, 꽃잎 향과 맛이 나는 쿠키를 구워낸다. 생계인 셈이다. 갖가지 꽃들이 만발한 그 모퉁이 집에 홀려 이야기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묘하게 비밀로 가득한 집의 베일이 차츰 벗겨진다. 저자는 마치 한 잎 한 잎 꽃잎을 떼어내듯 특유의 몽환적이고 섬세한 문장들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공간의 배경도 80년을 사이에 두고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을 종횡무진 오고 간다.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매력적 인물들을 통해 씨줄과 날줄로 엮듯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환상적인 세계를 독자들을 안내한다. 이 책 『그 모퉁이 집』은 책을 읽는 내내 향긋한 꽃 향기에 휩싸인 듯한 환상의 세계로 안내할 것이다.
"1944년 12월, 짓밟혀 누운 경성 위로 눈발이 흩날렸다. 차디찬 싸리꽃 송이들이 목조건물을 스쳐 날리는 밤 풍경은 동화 같았다. 하지만 상복을 입은 나라는 눈이 동화와 직결된다는 것이 서글펐다. 혀가 잘려 버린 말(語)이나 겁탈을 당한 인간의 존엄은 서글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p.11) 소설의 도입 부분이다. 80년 전 우리나라 서울의 모습을 설명한다. 눈발이 날리지만 싸리꽃이 등장하며 분위기를 완화시킨다. 그러나 '혀가 잘리고', 일본 제국주의에 짓밟힌 서울이 온전한 모습일 리 없다. 1944년 12월의 겨울이면 사실 제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로 치달을 때다. 이미 독일군은 항복 직전이고 일본 역시 오키나와를 넘어 일본 본토에 폭격을 당하는 파국 직전이다. 그 서울의 한 기생집에서 조선 총독부 관리들이 〈매화실〉에 앉아 술자리를 갖고 있다. 매화실은 이 기생집에서 최고의 예인들이 매일 공연을 펼치는 곳이다. 그들은 이미 거나하게 술기운이 도는 상태다. 예인이 등장한다. 아쟁을 연주하는 악사다. 여인은 고개를 숙였지만 눈썹부터 콧날을 지나 입술까지 흐르는 선이 참으로 처연한 미색이라고 저자는 표현하고 있다. 여인은 곧바로 연주를 시작하지 않았다. 대신 여전히 열려있던 방문으로 창포 꽃이 심긴 토분 몇 개가 따라 들어왔다. 봉오리만 맺힌 꽃대들이었다. 비록 꽃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12월에 창포 꽃을 본다는 것 자체가 기이하였다. 이어 활대를 잡아 쥐는 여인의 손가락은 창포 꽃대처럼 길고도 희었다. 그제야 관리들과 윤송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이채(異彩)란 낯선 단어지만 큰 뜻은 없다. 사전식 풀이로는 이상한 광채나 색다른 빛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겨울에 등장하는 창포 꽃과 예인으로 등장해 연주하는 악기가 아쟁 등에 관심이 쏠린다. 윤송이란 인물이 등장하지만 아직은 총독부 관리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조선인 하급 관리쯤으로 생각해도 괜찮을 듯하다.
책을 펴낸 출판사 측에 따르면 꽃마다 창조주의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뜻으로 모든 꽃은 자기에게 어울리는 각각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직접 말이나 편지로 전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말의 뜻을 가진 꽃을 상대에게 보내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하니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미의 꽃말은 낭만적인 사랑, 해바라기의 꽃말은 숭배이다. 예로부터 꽃은 각 민족·종교·민속 등에서 여러 가지 상징·표장(標章)으로 사용되었다. 꽃의 특징·성질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 말인데 이 풍습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페르시아·아라비아 등의 풍습을 받아들였다는 설(說), 이것을 영국에 전했다는 설 등이 있으나 유행된 것은 19세기 후반의 일이라고 두산백과는 밝히고 있다. 많이 아는 꽃말로 장미는 '사랑' '아름다움', 백합은 '순결', 제비꽃은 '겸손', 월계수는 '영광', 올리브는 '평화' 등이 있다. 이들 꽃은 특질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로 붙인 말이다. 앞서 언급한 노랑꽃창포의 꽃말은 '우아한 심정', '당신을 믿는다', '그대는 정숙하다'라고 한다. 이 책의 뒷 부분에 「그 이름 은. 조.」란 일곱 번째 장(章)에서 '노랑창포꽃' 이야기를 다룬다.
“우쨌든 그 천녀님은 그대로 마을에 머물게 댔는데, 이 천녀님이 참말 하늘에서 온 사람인 게, 꽃을 피우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누만.” “꽃을 피우는 재주요?” “암. 그 천녀가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믄 그라고 꽃들이 피어났다고 하제.”(p.283)
이 소설은 이런 꽃말처럼 아름다우면서도 묘하게 신비로운 속성을 지니고 있는 ‘꽃’들을 소재로 펼쳐지는 판타지라 더욱 아름답고 흥미롭다. 버튼 하나면 자극적인 영상물들이 주르륵 쏟아지는 요즘 같은 때에 이렇게 잔잔하고 신비하리만큼 환상적인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드물고 귀하다. 물론 주인공인 ‘한마디’가 국악원의 아쟁 연주자인 설정도 예사롭지 않다. 다른 악기들과 달리 아쟁 연주가 갖는 처연한 느낌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배경인 일제 강점기를 넘나들며 이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한마디가 다루는 아쟁(牙箏)이란 악기는 아시는 독자들이 많겠지만 아시아 금쟁(琴箏, 치터)류 악기 중 유일한 찰현(擦絃 또는 궁현弓絃, 줄비빔)악기로, 안족(雁足, 기러기발) 위에 음높이 순으로 얹은 7~10개의 줄을 막대기나 말총활로 문질러 연주한다. 정악에 쓰이는 대아쟁과 민속악용 소아쟁(산조아쟁) 외에, 창작곡 연주를 위해 개량된 여러 종류의 크고 작은 아쟁이 있다고 한다. 대아쟁(大牙箏)은 한국 전통 선율악기 중에서 음역이 가장 낮은 악기이며, 현악기 중 크기가 가장 큰 악기이기도 하다. 아쟁은 현악기이지만, 전통음악에서 아쟁 파트는 해금과 함께 흔히 관악으로 취급한다. 이는 전통음악에서 현악기 하면 주로 거문고나 가야금처럼 줄을 뜯어 연주하는 치터(flucked zither)를 가리키고, 아쟁이나 해금과 같은 찰현악기는 지속음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 특성이 관악기와 유사하다 보기 때문이라고 두산백과는 전하고 있다.
"흰 장미를 닮은 여자가 사의 찬미를 아쟁의 선율로 만들어 흘려보내는 밤. 주변을 둘러싼 모든 꽃들이, 나무들이, 그 남자가, 그 선율 때문에 숨죽여 흐느끼는 밤. 누군가는 덜컹 박자를 놓치고 누군가의 꽃마차는 덜컹 바퀴가 걸렸다."(p.157)
소설을 읽다 보면 백과사전을 찾아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 꽃은 물론 악기나 일제 강점기 막바지의 모습 등이 자주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귀찮지 않다. 모르는 것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읽는 재미가 한 번에 죽 읽어내리는 소설보다 더하다. 특히 저자의 꽃에 대한 해박한 저자의 지식은 한 번 읽고 지나쳐 버리기 아까운 생각이 드는 부분이 많다. 또 일제 강점기에 대한 인식과 현재의 우리나라로 80년을 뛰어넘어 사건을 전개시키는 저자의 상상력과 그것을 그려내는 필치는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누군가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순간을 글로 옮긴다면 이런 느낌일까? 주인공 ‘한마디’가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다 모퉁이 집의 새 주인 ‘모도유’를 만나고 마음을 여는 과정은 마치 꽃잎을 하나씩 세는 듯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저자는 섬세하고도 가녀린 그렇지만 강인한 한 떨기 꽃과 같은 문장으로 한마디를 비롯한 인물들을 그려내는 솜씨가 탁월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쟁 산조를 함께 들어보기를 권한다. 지극히 아름다우면서도 처연하고 구슬픈 아쟁의 선율은 한 여성의 기구하고도 애절한 삶을 넘어 독자가 1945년 한복판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한마디’가 연주하는 아쟁의 선율 〈사의 찬미〉에 깨어나는 80여 년 전 그 사건은 대체 무엇일까? 이 소설은 구슬프고 아련하게 귓가에 울리는 아쟁 연주와 주위를 가득 채우는 창포꽃 향기의 몽환 속으로 독자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 누구든 모퉁이 집에 발을 들이는 순간, 꽃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플라워 판타지’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아입니더. 지는 나리께 목숨을 끊어 바쳐야 할 죄인입니더. 그래도 우짜믄 죄값은 쪼끔은 치렀십니더. 지가, 이 한 많은 목숨이, 아들 내외, 손자 내외 다 먼저 잡아묵고 이리 추악하게 혼자 늙었십니더.” “그리 말씀하시 마세요. 저 또한 아들 내외를 한날한시에 사고로 잃었습니다. 그걸 어찌 누군가의 죗값이라고 하겠습니까? 그저 인생의 우거진 수풀 속에 놓여 있던 덫에 걸렸던 것뿐이지요.”(p.323)
〈어제도 말씀드렸죠? 저는 다 감사한 일뿐이라고요. 해서 더 이상의 바람은 제게 없어요.〉 ”그 바람이 어디 너의 언덕에만 불고 있었더냐? 나는? 도유는? 마디 양은? 우리의 언덕에서는 여전히 그치지 않은 이 바람은 이제 누구를 향해 불어야 하는 건데?”(p.346)
저자 : 이영희
경남 진주시 하대동 거주. 꽃을 사랑해서 꽃으로 글을 쓰는 글쟁이. <영남문학> 중편소설 등단. 통일부 통일창작동화 수상. 대한민국 e작가상 수상. 제 7회 진주시 북 페스티벌 초청 강연.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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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퉁이 집은 판타지 소설인데 꽃을 주로 쓴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들 보면 정말 현실 세계에는 없는 것들만 모아 놓고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것들이 많았는데 이 소설은 현실 세계 그것도 일제강점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쓴 소설이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내용에 플라워 판타지를 담았다고 해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작가님께서 꽃 전문가 셔서 그런지 처음 들어보는 꽃들도 많았고 믿고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모퉁이 집은 경남 진주에서 78년 전 불타서 흉물스럽기 따로 없던 모퉁이 집에 정체불명의 남자 두 명 도유와 서휘가 이사를 온다. 도유와 마디의 꽃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 이 능력으로 인해 친해진 꽃혼 해눈. 그 모퉁이 집 주변 등장인물들에 의해서 80년 전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씩 밝혀진다. 그 모퉁이 집은 78년 전 1944년 일제강점기 시절에 있었던 일과 현재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진행시킨다. 그 모퉁이 집에 있었던 78년 전의 일과 그 집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일제가 끝난 시점에 다시 마주하고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는다. 피해자가 낳은 가해자의 아이, 그 아이를 보면서 점점 상처 입다 결국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사람 오랜 시간 동안 죄책감을 갖고 살아가고 마지막에 자신의 죄책감을 조금은 털어버리며 눈을 감는 장면들이 일제강점기 때 있었던 일과 현재의 일을 번갈아 보여주어서 더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플라워 판타지라 꽃에 대한 것들이 적혀 있다 보니 이야기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슬픈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마음을 다듬어주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꽃말 박태기나무 - 우정 혹은 의혹 홍가시나무 - 사랑을 이루는 붉은 열매 해바라기 - 숭배 혹은 기다림 흰 장미 - 순수 혹은 새로운 시작 백단심 무궁화 - 일편단심 은방울꽃 - 반드시 행복해집니다 노란 창포꽃 - 당신을 믿어요 꽃잔디 - 희생 안개꽃 - 약속 병원은 장례 조문용 화환이었고 산부인과는 탄생 축하용 화분이었다. 울음을 터뜨린다는 것은 같았지만 누군가의 눈물은 죽음의 색이었고 누군가의 눈물은 생명의 색이었다. 삶과 죽음의 반복되는 채색을 통해 우리의 인생은 까맣게 소멸해 가는 법이다. - p27 살아오면서 내가 보니 상처와 상처가 만나면 두 가지의 결과가 있더군. 서로의 상처를 합해서 상처가 한꺼번에 터져 버리거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함께 아물어 가거나. - p208 시절은 흐른다. 시간은 혼자서도 잘 날아간다. 그러니 모두는 이제 현재를 살아야만 한다. 과거는 과거를 살았던 이들의 몫으로 남겨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모든 이야기는 제 혼자 다 안고 가도 괜찮으리라! - p344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 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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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윤송의 시선은 계속 바깥에 있었다. 경성 거리를 호로 흩날려 쌓인 눈사태는 그 여인의 앉은 치마폭이었다. 눈과 바퀴가 만나서 마찰하는 소리는 윤송이 생각하는 여인의 아쟁 선율이었다. 눈과 함께 하늘에 사는 달의 완만한 곡선은 먼나라 사람 같던 그 여인의 이마였다. '한눈에 반하기라도 한 것인가? 이 천하의 고윤송이?' 천하의 고윤송. 그렇게 말할 만도 했다. (-15-)
"우리 아빠는 늘 그러셨어요.꽃으로는 악한 일을 할수가 없다. 내가 겪은 이 모든 일들은 꽃과 꽃들의 모통이 집에 관한 것이죠. 그러니까 나는 최소한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무섭지는 않아요?" "'무섭다' 는 나쁜 일에 속하는 감정이죠." "혼란스럽지는 않고요?" "잘 정리하면 좋은 일일 혼란스러움이라고 믿어요." (-132-)
도유의 회사에서 현지마을의 공터마다 무화과 나무,앵두나무, 석류나무 등 갖가지 과일아무들을 무상으로 심어주었다. 마을회관에 최신형 히터 겸용 에어컨을 놓아 준 것도 도유였다. 그래서 어느새 도유도 현지마을의 주민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오늘은 꽃집이 안 나가나?" 골김댁 할아버지는 도유에게 모투이 집을 지은 재료에 대해서도 한번씩 묻기도 하였다. (-254-)
근식은 아무 말 없이 이 모든 풍경을 지켜보았다. 78년 전, 현지마을에는 아쟁을 타는 은조 아씨가 있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진주경찰서 형사부장 모구헌이 있었다. 나리의 탈을 쓴 악귀 다이스케가 있었고 그를 돕는 역시나 일본인인 정구가 있었다. 그 사이에서 상처받고 통곡하던 옥이도 있었다. 2023년 현재 현지마을에, 은조 아씨의 아쟁을 타는 마디가 있다. 구헌과 은조의 손자손녀인 도유와 도나가 있다. 옥이와 악귀 다이스케 사이의 증손자인 아서와 아한이 있다. 정구 또한 핏줄을 남겼다.바로 계성이 정구의 손자였다. (-344-)
소설가 이영희 작가의 『그 모퉁이 집』에는 1945년과 2023년, 78년간의 시간의 틈바구니에 살았던 은조 아씨와 그대 당시 포드 차를 끌고 다닐 정도의 부자였던 고윤송이 등장한다. 천하의 고윤성은 어느날 은조를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은조는 아쟁을 다루는 예기였다. 일제치하였던 그 당시 진주군 현지마을을 무대로 하고 있으며, 그 곳은 모퉁이집이라고 부르는 공간이다.
이 소설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그 역사를 꽃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조선의 값 비싼 비단을 만들어서, 일본에 팔았던 고윤송은 그로 인해 돈을 모았고, 자동차 포드를 끌고 다닐 수 있었다. 그는 이마가 도드라지게 이뻣던 은조에게 마음을 허락하고 말았다.그로 인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으로, 누군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78년의 거슬러 역사 속 인물로 바뀌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 현재의 누군가가 과거의 역사 속 중요한 인물과 연결될 수 있었다. 도유와 도하가 은조 아씨와 연결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역사의 일제강점기의 아픈 흑역사는 어느새 지워지고,그 안에 숨어 있는 한 인물을 들여다 보고 말았다. 진주 하면, 진주성, 남강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경치가 수려한 곳이다.그 곳에 정착해 살았던 이들은 일본에 저항하며 살 수 없었다. 때로는 타협하고,때로는 견디면서 살아가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었다.바로 그러한 꽃과 같은 영혼을 지닌 이들의 아픈 역사가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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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이 책을 처음보고 그 모퉁이집에서 살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가가 사람을 죽이고 시체를 모퉁이집에 숨겼구나 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는 달리 꽃과 아쟁이 함께하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마디는 아쟁 연주자였다. 마디는 갑작스런 사고로 손을 다쳤다. 그러 마디는 재활에 성공하여, 아쟁 공연을 다녀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모퉁이집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 모퉁이집에 새로운 사람들이 이사왔다고 한다. 모퉁이집으로 이사 온 의문의 두명의 남자. 마디는 꽃집을 하시는 부모님을 도와 모퉁이집으로 꽃 배달을 간다. 매일매일. 서휘는 친절하고 샹냥한 성격으로 마디는 부담없이 모퉁이집으로 꽃배달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도유라는 남자는 불쾌하고 매너가 없는 남자로 마주칠 때마다 불쾌함을 느끼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마디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 꿈은 현실인 듯 너무 생생했다. 한참을 꿈을 꾸고 있던 중, 누군가 마디를 부른다. 불쾌함이 느껴지는 그 남자. 도유였다. 왜? 도대체 왜?, 저 남자가 마디의 꿈 속에 나타난 것 일까.
그 모퉁이집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꽃 판타지로 매우 매력적인 작품이다. 금세 빼져들테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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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감정기라는 주제로 작품들 대다수는 그때 그 시절에 아픈 상처와 잊혀질 수 없는 기억들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가는 반면 위안부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로 하여금 이어나가게 되면서 약간의 슬픔 감도 있지만 지루함도 있는 것 같아서 웬만해서는 일제 감정이라는 작품들을 꺼려 하는 마음 이 커져가는 때쯤 주제는 동일하지만 전혀 다른 일제강점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고, 그 작품의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매력에 빠지게 되고, 기대감이 벅차오르게 되었다. 그 작품은 그 모퉁이 집이라는 작품인데, 일제 바탕으로 하면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볼 수 없었던 소재 꽃이라는 단어로 꽃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면서, 예전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책을 펼치게 되면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 ? 이 작품의 시작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되기 1년 전인 1944년 12월 동아 연직 소부 사장( 윤종)은 어는 마을에서 의미심장한 주택 즉 모퉁이로 한 곳에서 뜻밖이 아닌 아름다운 미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미인은 아쟁이라는 악기를 잘 연주하는 강은 주이었다. 그러자 그들은 세월이 하러 가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들은 그 무통에서 하루하루를 지내게 되지만 그것도 오래 못 가게 되었고, 그리고 80년이 지난 후.. 그 모퉁이 집은 페가 되었고 그곳에는 사람의 인기척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난 후, 수상한 성인 남성 이곳을 찾게 되었으며, 그들은 이곳에 오고 난 후 매일 꽃다발을 주문하면서 꽃집의 딸(한마디)이 그곳을 배달을 하게 되지만 그녀가 그 모퉁이 집을 지나간 후에는 꽃들이 춤을 추게 되는 수상한 목격담을 발이 그들은 발견하면서 일제에 머물고 있는 강은 조와 현재 꽃집의 딸(한마디) 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 모퉁이 집의 사연을 풀어 나가는 이야기로 끝이 난다. ? ?책을 덮고 난 후 과거 은주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생기게 하였고, 일제강점기와 현재를 오가며 각자의 사연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도 지루하지 않고 풀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정말 매력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든다. 등장하는 주인공들과 함께 울기도 하며 웃기도만 하였던 것 같았고, 아쟁의 선율과 함께 아픈 80년의 시간을 풀어나는 순간 개인적으로 울컥하였다. 조만간 영상화로 제작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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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감각적으로 눈에 띈 책이었다. 사람의 얼굴, 턱 선과 목선을 알아 온통 꽃과 식물이 피어 있었다. 색깔 또한 오묘하다. 역시나 우리 집 중딩이의 눈에도 띄었나 보다. 재빨리 나에게 이 책 읽고 싶다고 말한다. 엄마나 딸이나 보고 싶은 눈이 똑같은가 보다.
그렇게 집으로 온 책을 우리 집 중딩이가 들고 가방에 쏙 집어넣었다. 학교 가서 쉬는 시간마다 보겠단다. 그렇게 며칠 내용이 재미있다고 쫑알 거린다. 그러나 신나서 들고 갔던 책이 삼일 만에 엉망이 되었다. 물통을 가져갔었는데 깨진 지도 모르고 있었나 보다. 덕분에 책이 왕창 젖어버렸다. 그래놓고 어떻게 좀 말려 보겠다고 책을 베란다에 널어놨더라.
나는 기본적으로 책을 무척이나 아끼는 편이다. 꾹꾹 눌러서 펼쳐 보는 것도 싫어한다. 우리 집 중딩이도 그걸 아는 터라 내 눈치를 보더라. 애 아빠가 곁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너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짓을 했네? 백 프로 놀리는 말투인데 중딩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는 안되겠다 싶어서 끼어들었다. 물통 바꾸고 책 마 져보라고. 어차피 너 줄 책이었으니까 우선 말려서 끝까지 보라 했다. 그러고도 마음에 들면 네 용돈으로 새거 사서 소장하라고 했다.
그렇게 시련을 겪은 책은 기가 막히게도 엄청나게 뚱뚱해졌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읽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위안을 삼는다. 중딩이는 뻔뻔함이 돌아왔다. 책이 울퉁불퉁해서 넘기기 더 좋다나 어쨌다나... 콱 꿀밤을 주고 싶었다.
아래는 중딩이의 후기이다.
■그 모퉁이 집■
모퉁이 집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
등장인물 '마디'는 아쟁을 연주하는 사람인 것 같다. 프롤로그에서 아쟁을 연주하는 악사가 있다고 소개하였고, 악기 아쟁을 연주하는 사람이라고 자주 묘사가 나왔다.
그러니 책을 보던 중 아쟁이 어떤 악기인지 궁금하여 찾아보기도 하였는데 선율이 아름다운 악기라 생각하였다.
마디는 신기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그녀가 악기 연주를 할 때면 식물이 살아있는 동물처럼 움직인다 했다.
아쟁 연주
마디는 해눈이라는 등장인물이랑 연관이 되어 있다는 추측할 수 있었다. 어릴 적 회상이 되면서 어떤 아이와 만난다.
그 아이의 이름을 마디가 지어주었는데, ㅇㅇ이라 하였고 나오지는 않았지만 해눈이라는 것을 앞뒤 문장인 '넌 온몸이 반짝반짝하잖아. 꼭 해가 떠 있는데도 내리는 눈 같아. 그러니 넌○○이야 '라는 문장으로 추측하였고, 그는 온몸이 투명했고 아무 죄가 없는 눈빛은 더 투명하게 아련해졌다.
그의 이름은 해눈이었다.'라는 문장으로 알 수 있었다. 또 사람인데 온몸이 반짝반짝하다는 문장과 현재 마디가 해눈의 모습을 못 보는 것으로 해눈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구나를 깨달았다.
이 책은 묘사가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꽃들이 그리고 키가 큰 한국 토종의 활엽수들이 그 햇살을 받아 윤슬처럼 반짝였다'등 사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상상이 잘 되는 것 같아 집중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사소한 디테일들은 매장 시작 전 간단한 배경 설명이 들어가는데 묘하게 본문 글자보다 얇다는 것이 특징이었던 것 같았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 선택한 책이었고 내용도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다시 한번 더 읽고 싶었던 '그 모퉁이 집 '이라는 책이었다.
-끝-
이제부터 나의 감상이다. 일단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란 점에서 점수를 주었다. 얼마 전 보았던' 앨리스 앤솔로지의 :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의 첫 번째 이야기였던 모자 장수와 나를 볼 때도 일제강점기 배경이 잘 없는데 오래간만에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그 시대의 처연함이 나는 좋다. 열정적이면서도 안타까운 그 독특한 감성을 사랑한다. 거기에 더하여 독특하게도 이 책에는 플라워 판타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결합하였다고 했다.
각 장마다 나오는 꽃말과 그것들에 연관된 판타지 같은 이야기는 매우 몽환적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들은 요즘 인기 있는 어반 판타지를 닮았다.
주인공 한마디와 은조, 그리고 남자 주인공 도유와 마디풀의 관계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식물과 꽃 그리고 꽃말이 어우러지는 표현력이 상당해서 문장이 예쁘다...라는 느낌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었다. 처연하고 아름다운 판타지를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이 책을 덮으면서 어릴 적 보았던 '나의 지구를 지켜줘'의 시온과 앨리스(그때는 내 사랑 앨리스로 나왔었음...)... 가 생각났다. 다시 보고 싶다. 식물을 사랑하고 교감했던 그들을...
**이 책은 컬처불름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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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참 오래전이다. 마음이 푸근해지거나 속이 시원한 경험은 많았다. 판타지같은 내용때문이 감정이입이 잘 안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가 한 방 먹은 기분이다.
나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넘어서 심지어 바위같은 것들에도 혼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꽃혼은 정말 있다고 믿는다. 다만 혼탁한 인간의 영혼들이 그걸 발견하지 못할뿐이라고. 78년 전 우리땅에서 일어났던 가슴아프고 신비한 사건이 이 소설의 시작이다.
아쟁을 잘 탔던 은조가 요리집으로 불려가 연주를 하는 순간 창포꽃이 피어나고 춤을 추는 장면은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은조는 그런 능력을 지닌 여인이었다. 아이를 품은 몸이었지만 은조는 진주의 갑부이면서 뒤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대준다고 소문이 났던 윤송의 집에 의탁하게 된다. 윤송은 첫눈에 은조에게 반했고 갈곳없는 은조에게 자신의 집을 제공하지만 그저 마음속으로만 그녀를 흠모한다. 대신 그의 집의 하녀였던 옥이에게 자신의 욕망을 쏟아붓는다.
세월이 흘러 현재에 이른 진주에서는 오래전 불타 없어진 길 모퉁이집을 새단장하고 도유과 서휘가 이사를 왔다. 마을의 꽃집에는 마디와 마린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모퉁이 집에서는 매일 그 꽃집에서 절화를 주문했고 마디와 마린이 배달을 맡는다. 마린을 대신해 처음 모퉁이집에 갔던 마디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은 감정에 휩싸인다. 마디는 예술대학에서 아쟁을 전공한 음악가로 제자에게 아쟁을 가르치고 틈틈히 부모를 도와드리는 중이다. 그런 마디를 지켜보는 도유. 오래전부터 마디를 알아왔던 것 처럼 그녀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데, 그런 도유와의 첫 만남에 마디는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모퉁이집 뜰안은 온통 꽃 천지다. 마디는 그 꽃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춤을 추는 신기한 현장을 보게 되는데 마디는 어려서부터 꽃이나 나무와 대화를 하는 능력이 있었다. 도유역시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둘은 마디가 12살 무렵 할머니가 살고 있는 천녀도 에서 처음 만났었다. 하지만 마디는 큰 사고를 당하면서 당시의 기억을 잃었다. 하지만 꽃혼의 기다림이 통했던가 그리운 마디와 도유는 그 때처럼 다시 만나게 된다.
오래전 은조가 사랑했던 남자 모구헌은 일제경찰로 위장하고 조국을 위해 일하고 있는 남자였고 배속 아이의 아버지였다. 오히려 독립운동가처럼 위장한 윤송은 일본사람으로 조선인 흉내를 낸 악인이다. 결국 그 사실이 밝혀지면서 윤송도 은조도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그들의 인연과 악연은 대를 이어 도유와 마디, 아서에게 이르는데...
저자의 고향인 진주가 배경이라 진주 곳곳의 풍경이 담긴 이 소설은 그저 판타지소설로만 치부하기에는 가슴아픈 역사와 슬픈인연들이 얽힌 아름다운 소설이다. 모든 인연들의 비밀이 밝혀지고 마무리되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그리움과 기다림이 어찌나 가슴아프고 아름답던지. 멀리 떠난 꽃혼 해눈이 그렇게 그리워하던 아씨와 만나 한을 풀었으면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