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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의 연애 초기, 설렘과 두근거림을 놓치고 싶지 않아 둘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다. 결혼한 뒤에도 침대에 누워 메시지 목록을 손끝으로 올리고 올려 그때의 메시지를 읽으며 키득키득, 깔깔 서로 놀리고는 한다.
“잘 들어갔어요?” 내 연락처를 건넨 뒤 처음 받은 메시지. “에피톤 프로젝트 알아요?” “가을방학 알아요?” 비슷한 취향을 알아가던 수많은 질문. “뮤지컬 맘마미아 보러 갈래요?” 공식 첫 데이트를 준비하던 순간. 이렇게 남편과 내가 주고받은 메시지는 설레던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소환한다.
연인 사이의 감정 변화를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로 읽는다는 건 아주 사적이고도 내밀한 둘만의 비밀을 몰래 훔쳐보는 기분이었다.
◆ 감정의 시작 #41 “그래요, 나는 당신을, 나의 동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구름의 미묘한 명암에 대해 말할 수 있고, 내 마음이 부르는 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아침 출근길에 본 해바라기의 커다란 얼굴이 씨앗 전부를 동원해 활짝 웃어 주었다고 말할 수 있는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사람.” 이 글을 너에게 보내고 싶었어.
#69 나를 가로막고 선 벽 앞에서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어. 그때 네가 내게로 온 거야. 굳게 닫혀있던 문과 창문이 활짝 열렸어. 내가 서 있던 끝없이 긴 복도에 신선한 공기가 밀려 들어왔어. 드디어 숨을 쉴 수 있게 됐어. 저 멀리 하늘을 볼 수 있게 됐어. 네가 이 모든 걸 한 거야.
◆ 관계의 정의 #86 지난 며칠간 이런저런 일을 겪고서, 우리 둘이 어떤 관계인 건지 다시 생각해봤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네 생각을 잘 모르겠어. 넌 이런 얘기는 언급하길 꺼린다는 느낌이 들어. 하지만 이제 직면해야 할 때가 아닐까 #86 너무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아. 주어지는 상황에 맞춰 지내려고 하고 있어. 어딘가에 날 집어넣고 라벨을 붙이는 건 불편해. 분석하려고 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 어떻게 생각해
◆ 연애의 감정 #138 네가 필요해. 네가 내 앞에, 내 아래에, 내 위에 꼭 붙어 있어서 내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잊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와 함께 있고 싶어. 널 느끼고 싶고, 널 겪고 싶어. 그래서 네가 되어버리고 싶어! #148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돼. 나는 지금 너를 보고 있어. 너의 등, 벗은 몸, 베개 위에 펼쳐진 짙은 색 머리카락, 입 맞추고 싶어지는 목덜미를 바라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앵글이야. 시간이 멈추는 것만 같아. 그 순간은 기억에 각인되고, 욕망은 끓어오르고, 나는 감탄 속에서 길을 잃지.
◆ 어긋난 감정 #245 나 공항이야. 비행기에 타진 못했어. 미안해. 오늘 아침 정말 슬펐어. 널 향한 사랑이 아직 이렇게나 많이 남았지만 그 사랑을 전달할 시간이 없었어. 이제 됐어. 이만 갈게. 떠날게. 하지만 난 남아있기도 할 거야. 난 널 떠나지만 널 버리지 않아. 우리 사이에 휴식을, 공간을, 시간을 둘게. 언젠가 우리 서로를 다시 찾을지도 모르니까.
#251 모든 걸 내려놨어. 운수에, 우연에, 내 의지 밖에 있는 상황에, 내게 올지 어떨지 모르는 기회에,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나를 내맡겨 버렸어. 우리 앞에 난 길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이 결국 좋은 쪽으로 가닿길. 나의 길이 너의 길과 만날 수 있길.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yolko.bo_o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