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타투 시술이 불법이라는 것을 어떤 책에선가 읽었다. 거리에서 타투를 하고 있는 분들이 점점 많이 보인다. 처음에는 경계의 시선으로 보았다면 이제는 예술의 한 형태로 보는 거 같다. 자기를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걸로 본다고 해야겠다. 대중매체에서도 많이 보여서 거부감이 없어지고 있다. 예쁜 디자인을 보면 안 보이는 신체에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사진가 류한경이 10명의 인터뷰이를 통해 타투와 타투를 새긴 인물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름다움의 한 형태로 예술을 말하는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그들이 추구하는 자유로움을 접할 수 있었다. 타투에 대하여 우리가 뭘 알겠는가. 그들이 표현하는 디자인을 들여다보고 어떤 마음으로 새겼을지 유추해볼 뿐이다.
인터뷰이들은 타투를 할 때 신중한 선택을 하는 거 같다. 지울 수 없기에 더 그럴 것이다. 정체성과 관계성의 존재를 기억하고, 의미가 있는 문장과 그림을 잊지 않겠다고 새기는 작업이다. 라디오헤드 멤버들의 사인 타투와 종종 대화를 나눈다는 배우 유이든의 말이 인상적이다.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배우의 경우는 좀 고민할 것 같았는데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더 중요했나 보다.
작가 홍승은이 말하길, ‘여전히 몸과 화해하는 중’이라고 했다. ‘규범에 저항하는 한편 규범을 욕망하는 모순 속에서 계속 분투한다’고 했고 ‘타투를 새김으로써 규범적 아름다움에서 조금은 벗어난 몸이 된다.’라고 했다. 규범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했을 그의 마음이 엿보여 어떤 형태로든 감정은 분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당 홍칼리의 타투는 아름답다. 라트비안 문양과 섞어서 자기만의 영혼의 지도를 그려 모든 하늘과 땅을 비롯한 온 세상을 담은 종교의 상징이었다. ‘세상 만물이 다 편해지길 기도하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 만물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라고 했다. 몸에 다양한 문양을 새긴다.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잊고 싶지 않은 걸 기억하기 위해 타투를 한다. 사진가 황예지는 타투를 하고 나서야 말과 하트를 좋아하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유니콘과 로알드 달의 그림 타투는 어린 시절 환상 속의 존재들과의 연결고리였을 수도 있다.
자유로워지고 싶은 바람을 새에 담았다. 돌이켜보면 나를 가장 옭아맨 건 나 자신이었다. 아무도 나를 감시하지 않은데, 항상 남의 시선을 의식했다. 내겐 언제든 사회시스템을 부정하고 밖으로 나갈 힘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내버려둔 것 같다. (222페이지)
타투이스트의 박카로는 과거 샤이니 종현의 타투를 몇 번 새겨주었다고 한다. 종현이 세상을 떠난 후 종현이 새기고자 했던 ‘BYE’를 그의 기일에 애도의 일환으로 새겼다고 했다. ‘왜 이걸 못 해줬을까, 왜 ‘안녕’을 새기려는지 물어보지 않았을까 가끔 후회한다.’고 했다. 박카로의 몸에는 유달리 ‘새’ 타투가 많았다. 자유로워지고 싶은 마음을 새에 담았다. 더불어 ‘점진적으로 타투 시술에 관한 규제를 확립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타투가 법제화되면 손님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시술을 받을 수 있고 타투이스트는 권리를 보호받으며 일할 수 있다.’고 하며 우리 모두 만족할지 고민의 필요성을 말했다.
각자의 이유로 몸에 타투를 새긴다. 기억의 필요성과 사랑의 이해로, 자유로움과 정체성 혹은 해방감을 위해 타투를 하는 인터뷰이의 이야기는 우리를 타투의 세계로 안내했다. 어떤 마음으로 새기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던 거 같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또 배웠다.
#가장밝은검정으로 #류한경 #한겨레출판 #한겨레앤 #책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북리뷰 #류한경사진집 #사진집 #하니포터 #하니포터6기 #하니포터6기_가장밝은검정으로 #사진에세이 #예술 #예술에세이 #타투 #사진 #에세이 #에세이추천 |
|
타투를 새긴 사람들에 대해 깊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굳이?' 반영구적으로 지워지지도 않는 문양을 몸에 새겨야할까에 관한 의문 때문이다. 몸에 좋지도 않고 아프기도 한데 아픔을 견디면서 타투를 새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인, 래퍼, 배우, 작가, 사진가 등 10명의 인물들의 타투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무엇보다 타투를 당당히 드러내며 사진에 담은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감이 뿜어져나왔다. 어떤 이는 비건 잉크로 타투를 해야하는 것이 스스로 의지의 표명이자, 어떤 이는 가치관이 흔들이러나 나약해질 때 타투를 보며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타투에 의미를 가득 담기도 했고 의미를 최대한 덜기도 했다. 어떤 타투는 비장했으며, 어떤 타투는 귀여웠다. 어떤 이는 타투를 새긴 것을 후회했으나, 어떤 이는 스스로 보호하는 수단이라고 한다. "어쩌면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새기고 나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벌어진 일은 수용하는 수밖에 없다." |
|
"나는 자주 다시 태어나고 싶다. 이 소망에 강렬하게 사로잡힐 때마다 몸에 타투를 새긴다" 타투가 일반화되기 시작하면서 타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겨났다. 형님들의 전유물이었던 '문신'이야말로 보기만 해도 으스스했지만, 이제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귀여운 악세사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타투의 영원함에 기꺼이 마음을 내준 10인의 목소리와 사진을 담아 둔 책이다. 시인, 래퍼, 배우, 사진가 등 그들의 내밀한 목소리를 담아 타투에 대한 진심을 보여준다. 한국 타투 인구가 최소 300만, 전 세계의 타투 문화를 이끄는 중심지라고 하니, 이제 우리도 알때가 된지도 모르겠다. 각국의 유명인들이 타투 시술을 받으러 한국에 온다고 하니 그 혹독한 아픔을 견디면서도 몸에 새기는 그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들은 타투를 통해 사랑과 추억을 간직하는 몸, 영감으로 가득 찬 몸, 사회적 규범과 억압에 저항하는 몸,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몸, 나를 든든히 떠받치는 몸, 사랑받을 수 있는 몸,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몸으로 거듭난다. 그들이 한땀한땀 새긴 타투는 각자 이유는 다르겠지만, 타투를 향한 사랑만은 남다르다. 타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흥미롭고 신기한 사진첩! '나는 규범에 저항하는 한편 규범을 욕망하는 모순 속에서 계속 분투한다. 타투를 새김으로써 규범적 아름다움에서 조금은 벗어난 몸이 된다. 타투에는 어떤 아름다움을 추구할지 스스로 선택한다는 의미도 있다.' <책 속에서...> '나는 자주 다시 태어나고 싶다. 엄마의 다리 사이로 처음 나온 날처럼 완전히 새로워지고 싶다. 이 소망에 강렬하게 사로잡힐 때마다 몸에 타투를 새긴다. 타투라는 행위는 처음으로 돌아가는 느낌에 가깝다. 생일마다 받는 선물이나 매번 같은 곳에 찍히는 도장 같다고도 생각한다.' <책 속에서...> #도서협찬 #가장밝은검정으로 #타투로새긴삶의빛과그림자 #류한경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예술 #사진 |
|
브런치 스토리의 내 타투에 대한 글에도 실려있듯 나는 타투에 정말 많은 의미를 담아서 새겼다. 평생동안 '책임'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20대때의 내가 이 '책임'을 얼마나 짊어지려 했고, 그 책임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었는지 쭉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타투하기까지 고민이 6개월이나 걸렸지만 타투하고 한달정도는 정말 만족하다가 이후에는 약간의 걱정이 뒤따랐다. 타투를 보고 다른 사람들이 편견을 갖게 될까봐. 혹시나 내 미래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뭐 그것도 고작 이런 타투에 내 가치를 알아보지 못 할 곳이라면, 고작 이깟 타투에 내 능력을 증명하지 못 한다면 그만큼 내겐 하찮을 것이기에 얼마 가지 않은 걱정이었다만. 내 팔에 새겨놓은 책임은 내가 지칠 때, 다 놓아버리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때 마다 다시금 동기부여를 시켜 주었다. 방 안에 붙여놓은 메모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지만 팔뚝에 새겨놓은 타투는 언제든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니 훨씬 강력했다. 이 '가장 밝은 검정으로' 사진집에는 몸에 여러 타투를 새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어떤 이의 타투는 자신에게 소중한 의미들을 하나하나 담고 있었고, 어떤 이의 타투는 단순히 예쁜 것들을 그려놓았을 뿐이었지만 그것들은 모여 정체성의 자유를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자신 속 하나의 가치를 더욱 응축시켜 새기는 타투보다는 자신을 구속하고 숨기려 하는 것을 깨부수기 위한, 마치 혁명군의 깃발과 같은 타투들과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글을 읽는 내내 나처럼 타투를 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고, 나와 다른 타투를 한 이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
|
요즘은 거리에서 타투를 한 사람를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꼭 굳이 거리를 나가지 않아도 주변 지인들 중에도 타투를 한 사람들이 많다. 혹시 실례가 될 것 같아 묻지 못했던 타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나처럼 타투에 호기심 가득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반가울 것이다.
책에는 (나 혼자) 내적 친밀감이 높은 세 명이 있었다. 랩퍼 슬릭과 홍승은/홍칼리 자매. 평소 이들의 sns에 슬쩍슬쩍 노출되는 타투가 내심 궁금했기에 세 사람의 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타투를 한다는 건 스스로를 다잡는 일이기도 하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살다보면 인생에도 나침반이나 정답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몸에 새겨놓은 무언가라는 생각을 하니 타투를 한 사람들이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나도 스무살 때 새기고 싶었던 타투가 있었다. 지금 와서 이야기하자면 그건 ‘아모르 파티’였다. 니체의 운명관에 감동받아 운명마저 사랑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아모르 파티’ 노래가 나왔을 때 괜히 당황스러웠다. 난 책에도 밑줄 하나 안긋는 사람이기에 타투는 언젠가 후회할 일 중 하나가 될 것도 같았다. 맥북에도 리유저블(뗄 수 있는) 스티커만 붙이는게 나니까. 하지만 이런 나라도 언젠가 또 생각이 바뀔지 모른다.
이제는 타투한 사람들을 봐도 헤어스타일 다양한 사람처럼 별다른 감흥이 없는데도 나나 내 가족이 한다하면 말리고 싶은 마음이 드니 참 아이러니다. 때론 나만의 도안을 멋지게 새기고 싶다가도, 후회할 일이 두렵기도 했는데 다양한 열 명의 목소리를, 그리고 멋진 타투 사진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21년 국민의 5%가 타투가 있다는 통계를 보았다. 지금은 주변에서 보다 흔히 보이는 만큼 그 이상의 수치일 것이라 예상된다. 현행법상 의사가 아닌 사람이 타투를 시술하는 건 불법이다. 이제는 바뀔 때가 되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 몸에 보다 관대하고 안전한 사회를 꿈꾼다.
|
|
_내 몸이 쌓아온 서사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깨끗함’의 기준을 한참 벗어나 있다. 이미 얼룩진 몸인데, 타투를 한들 뭐가 대수인가. 나는 자신의 삶과 몸을 주체적으로 재해석할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겐 타투가 그 수단이었다._p96
전혀 관심 없었던 타투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치앙마이 방문이 계기가 되었다. 여기저기 1주일짜리부터 영구문신 까지 가게의 형태도 다양하게 있어서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야시장이나 주말마켓은 길거리에 화려한 문양들을 쭈욱 전시해놓고 골라서 그 자리에서 간단하게도 많이 해주기 때문에 구경하는 재미도 꽤 있었고, 정교하고 다양한 문양들에 깜짝 놀랐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 몸에 하는 것에는 그닥 관심이 없어서 보기만 했었지만, 거기에 머무는 동안에 한국에서 잠깐 왔었던 친구는 일탈의 수단으로 몸에 1주일짜리 문신을 했었다. 일종의 해방구로서 하고 싶었다고 했었다. 이 친구를 떠올리게 한, 타투사진집 <가장 밝은 검정으로>를 만났는데, 의외로 들어있는 글들이 훌륭해서 탐독하게 되었다.
각자 몸에 타투를 하게 된 역사를 멋진 사진들과 함께 실어놓았는데, 직업군도 다양했다. 시인, 래퍼, 배우, 비건 식당 운영자, 작가, 무당, 시인, 사진가, 상담심리사, 타투이스트.. 직업들의 열거만 보더라도 얼마나 온도가 다른 글들로 풀어져 있는지 짐작 가능할 것 같다. 이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이 카메라의 시선으로 읽어가는 재미도 있었다.
사진과 이미지가 주는 의미의 강력함과 거기에 이들의 목소리가 입혀졌을 때 얼마나 밀도 있는 책이 되는지를 실감한 시간이였고,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좋았다.
언젠가 내가 몸에 그림이나 글을 새기고 싶어진다면, 어떤 상태, 어떤 그림일지... 궁금해진다.
_죽을 때까지 영감을 줄 만한 게 아니면 새기지 말자고 나와 약속했다. 내 몸엔 타투가 두 종류 있는데 하나는 라이도헤드, 다른 하나는 프레데릭 쇼팽에 관한 것이다._p63
_타투는 스스로 타자성을 몸에 입히는 행위라고 들었다. 사회에서 소외되는 경험으로서 ‘자발적 얼룩’을 새기는 것이다._p96
_귀걸이 대신 귀 뒤에 타투를 새겼다. 머리를 묶었을 때 예뻐 보일 것 같았다. 내가 볼 수 없는 위치라 자주 잊고 살지만, 누군가 발견해줄 때마다 보물처럼 발견되는 기쁨이 있다._p107
_통증으로 내 몸에 노크하듯 타투를 해왔다. 합리적 자학이랄까? 몸을 깨우고 싶은데 나를 해치고 싶지는 않았다. 날카로운 바늘로 나를 찌르는 행위를 ‘깨어 있음, 살아 있음’으로 느낀 것 같다._p175
_빛이 없다면 아무것도 찍을 수 없는 카메라. 카메라에 비친 타투는 강렬한 빛으로 생긴 실루엣 같기도 했다. 그 빛은 어디서 왔고, 그들 몸에 드리운 무늬는 무엇의 그림자였을까._p241
|
|
<가장 밝은 검정으로>는 저자가 지난 1년 반 동안 인터뷰이 10명의 타투와 몸을 찍은 결과물이다. 타투와 몸은 둘 다 이미지고, 바라봄의 결실인 동시에 바라봄을 불러일으키며, 하나씩 볼 수도 있지만 여러 개를 연결 지어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빛이 없다면 아무것도 찍을 수 없는 카메라에 비친 타투는 강렬한 빛으로 생긴 실루엣이라고 저자는 표현한다. 빛은 그들의 삶이고, 그림자는 그들이 짊어진 삶의 하중이었다면, 타투는 그들이 경험한 억압을 들려주었으며, 그 이야기는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예전보다 타투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 되었지만, 아직도 따가운 시선을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다. 그러한 인식에 대해 무엇보다 이 책에서 타투와 몸, 상처와 삶이 만났다는 말이 많은 것을 대변해준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바램처럼, 타투와 타투 사이의, 사진과 사진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으로써 독자들에게 가닿길 나또한 바래본다. ?? 지금은 타투를 새기고 싶은 마음이 없지만, 타투는 인간이 하지 않을 법한 행위여서 여전히 흥미롭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타투는 모든 생산적인 활동 바깥에서 이뤄진다. 몸에 좋지도 않고 아프기만 한데 아픔을 견디면서 타투를 받는 게 귀엽고 매력적이다. 지배적인 흐름을 역행하는 느낌이랄까. ?? 죽음은 몸을 떠난다는 의미인데, 요즘에는 내가 몸을 떠날 수 없음을 자주 느낀다. 내 몸은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 몸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으면 마음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를 기을이려고 애쓴다. 무당으로서, 작가로서 내 몸의 느낌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 타투가 생긴 후 타인이 내 몸을 바라보며 타투를 콕콕 짚는 경험을 하다 보니 몸과 좀 친해진 것 같다. 맨몸일 때도 옷을 한 겹 입은 느낌이 든다. 나는 내 몸을 이겨낼 수단이 늘 필요했는데, 타투가 무척 좋은 영향을 줬다.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
내가 처음 타투를 했던 때를 기억한다. 많이 두렵고 죄짓는(?) 마음 한 켠으로 설레는 마음, 아플까 걱정되는 마음이 뒤엉켜 심란한 마음으로 타투샵 문 앞을 서성거렸었지. 지금 생각해도 주사도 잘 못 맞는 겁쟁이 쫄보가 무슨 용기로 타투를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심란하게 새겼던 왼쪽 손목의 첫 타투는 펜로즈의 삼각형이 자리잡았다. 펜로즈의 삼각형은 3차원의 공간에서의 착시현상을 2차원에서 가능한 것처럼 그려놓은 도형인데, 살면서 여러 차원에서 생각해보기, 나의 착시(착오)인지 한 번 더 생각해보기 등등의 의미로 새겼다. “타투도 음악처럼 ‘안 해도 되는데 굳이 하는 것’이다. 창작은 결국 쓸데없는 것에서 시작된다.” 42쪽 “이 세계에서 내가 있을 새로운 좌표를 타투로 새긴 것 같다. 진짜 자신을 찾으려면 길을 잃어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53쪽. “ 사회에서 소외되는 경험으로서 ‘자발적 얼룩’을 새기는 것이다. 누가 시켜서 새길 수는 없으니까 타투에는 엄청난 능동성이 필요하다. 타투를 새기는 건 결국 능동적으로 타자가 되는 일이고, 고유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로도 다가온다.” 96쪽 “의미를 완전히 지우기는 불가능하지만 의미에 끌려 다니진 않으려고 한다.” 190쪽 “사회의 시선에 순응하지 않고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203쪽 이제는 내 몸에 4군데의 타투가 있다. 제일 최근에 한 타투는 제일 처음 새겼던 펜로즈의 삼각형 위에 색색깔로 폭죽 터지듯 추가로 새겨넣은 비건 타투이다. 나의 타투들도 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지도처럼 새겨졌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내 육식이 썩어 없어질 때까지 함께 가야 하니까 신중하게 새기고 싶다. 앞으로 내 몸에 뭔가를 더 새기게 되다면 그건 ‘나’ 라는 사람을 찾는 지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시인, 래퍼, 배우, 사진가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자 10인의 내밀한 목소리를 기록한 국내 첫 타투 사진집. 자신들만의 아름다운 타투, 아름다운 몸들을 봐서 즐거웠다. ※ 이 글은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
평소 '타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어린 시절에는 '타투'보다는 '문신'으로 불량한 이들이 하는 일탈 행위라고 생각했었다. 주변에서 타투를 한 이들을 접하지 않기에 특별한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구병모 작가님의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를 접하면서 문화권에 따라 달라지는 '타투'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하니포터6기 서평도서 중 하나로 《가장 밝은 검정으로》을 수령하였다. 류한경 작가의 사진집으로 10명 인터뷰이의 사진과 글이 실려있다. 그들이 생각하는 '타투'의 의미와 삶을 담백 담담하면서도 따스한 응원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이들의 몸에 새겨진 타투.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다. 삶과 죽음, 의미를 새기고 의미를 지우고, 예뻐 보여서 혹은 슬프고 고통스러워서, 새겨야 해서 혹은 그냥 새겼다는 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타투'에게 힘과 의미와 생명력을 주는 건 결국 우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다. 과도한 타투는 부담스럽지만, 사진집에서 들려주는 대부분 타투는 그 스토리만큼 매력적이었다. 몸에 본인 스스로 새긴 귀엽고 사랑스러운 메시지가 자신을 자신답게 존재할 수 있게 한다는, 자신을 처음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타투의 매력이자 장애, 거리낌은 '영원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번 새기면 지울 수 없다는 전제가(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타투를 지금의 위치에 머무르게 하지 않았을까. 타투이스트 박카로의 <예쁜 죄를 새기는 의식>이라는 말이 그런 맥락에서 연결되었다.
"인간이 스스로 자기 몸에 상해를 입히려면 각오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뭔가를 절대 잊지 않으려는 각오, 타투를 새기려는 열망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달라는 간절함과 맞닿아 있다." 타투이스트 박카로 p.230
그는 타투를 각오가 필요한 일이면서도 성형을 하거나 살을 빼거나 옷 스타일을 바꾸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인간의 일면으로, 좋아하는 이미지로 몸을 멋지게 꾸미면 치유가 될 수 있단다. 실제 그의 몸은 도화지처럼 다양한 타투가 새겨져 있다. 그의 말에 따른다면 얼마나 많은 각오가 필요했으며, 얼마나 자유로워졌으며, 얼마나 기뻤을까. 그런 그도 타투이스트로서 마음의 부담이 크다.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과 잣대로 인해 죄를 짓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는 그의 고백은 타투 시술에 대한 사회의 변화를 바라는 간절한 호소로 다가왔다.
타투에 대한 여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신선한 경험이었다. 자신을 드러내고자, 기억하고자 새기는 행위라 생각했는데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몸과의 불화로 힘겨워했던 시인 김선오는 오히려 타투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의미가 없기에 가뿐한 타투는 불가피하게 변하는 '의미에서 탈출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고 한다.
꽤 오랜 시간을 혼자였던 시인 계미현은 살기 위해 혼자서 살아가는 연습을 했다.
"그건 사랑하기를 바라지 않고, 사랑받기를 바라지 않는 연습이었다. 바라려고 하면 나를 죽이고, 그렇게 다시 태어나면, 새롭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수 있었다." 시인 계미현 p.149
그는 갑자기 꿀벌처럼 강하고 아름다운 동물이 되고 싶다는 열망에 바라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에게 타투는 바라는 연습의 일환인 것 같다고 한다. 벌 타투가 몸에 새겨져 있으니 든든하다는 그의 말에 빙긋 미소 짓게 된다.
사진가 황예지는 대체로 괴로울 때 타투를 새겼다. 통증으로 내 몸에 노크하듯 타투를 해 온 그는 '깨어있음, 살아있음'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몸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느낀다. 몸에 갇혀 있는 게 싫으면서도 또 어떤 지점에서는 몸에 종종 감탄한다. 이런 몸에 대한 감정을 이겨낼 수단으로 타투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타투의 영원함에 진 기분을 토로하기도 한다.
상담심리사 임부영은 상담사가 되면서 타투한 걸 가끔 후회한다는 마음을 내비친다. 어느 날 타투가 사라진다면 후련할 것 같다면서도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강하다고 말한다. 과거의 나, 사회의 시선에 순응하지 않고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나를 이해하고자 하는 듯하다.
그 외에도 타투와 타투에 관한 생각으로 자신의 삶과 그림자를 가감 없이 진솔하게 풀어내는 이들의 글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몸에 타투를 새기는 행위는 그들에게 고유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권리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타투로 자신을 되찾고 살아있음을 명확하게 느꼈다.
한겨레 하니포터6기 자격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
류한경 사진집/ 한겨레 출판(펴냄)
타투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개인적으로 타투까지는 아니더라도 깜찍하게 스티커 타입으로 붙일 수 있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여름에는 종종 나도 붙이곤 하는데 책에서처럼 이렇게 실제로 타투를 해 본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일 것 같다. 나는 다음 생에서나 해볼 수 있을 듯^^
시인, 래퍼, 비건 식당 운영자, 작가, 무당, 사진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열 명의 모델들. 자신만의 아름다운 타투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타투는 나의 의지로 신체를 변형하는 행위다. 몸을 자발적으로 바꿈으로써 몸에 대한 주체성을 획득할 수 있다. 여성으로 패싱되는 사람들이 규범에 내는 무기로 타투를 활용하기도 한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문장이다.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특히 여성의 타투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낸다. 이렇게 다양한 타투를 관심 있게 들여다 보기란 처음이다. 규범에 대항하는 의미로 자신의 신체에 타투를 새긴 여성들. 경계 허물기에 나선 사람들.... 타투를 새길 때 정말 고민하고 또 고민한 흔적이 인터뷰에서 보엿다. 타투라는 영구성이 인간의 유한성과 대비되는 순간이다.
각자의 이유로 각자가 원하고 생각하는 이미지를 새긴다. 어떤 타투는 내가 보기에도 참 아름답다. 몸을 보호하는 부적의 의미로 타투를 하는 홍칼리, 삶을 이해하는 의미로 사진을 찍는다는 황예지, 가장 과감한 타투를 했던 타투이스트 박카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창작자들이다.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걸어가는 삶에 대한 경이로움이 남는 책이다.
한겨레 하니포터 자격으로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가장밝은검정으로, #한겨레하니포터, #류한경사진집, #한겨레출판, #사진에세이, #타투, #사진, #에세이, #책추천, #신간추천, #북리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