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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겨울을 맞이할 모든 당신들에게.『겨울일기』
"인생의 겨울을 맞이할 모든 당신들에게.『겨울일기』" 내용보기
삶의 흔적, 겨울을 담다.   인생은 종종 계절에 비유된다. 인생이 계절의 변화와 퍽 맞물려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냥 해맑기만 했던 어린 시절 봄을 지나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듯한 자신감으로 충만한 젊은 시절 여름을 지나고 미약하게나마 인생의 쓴맛을 보는 쓸쓸한 과도기 가을을 지나고 삶의 정점을 찍고 나서 반추하는 노년 겨울까지. 『겨울일기』는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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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흔적, 겨울을 담다.

 

인생은 종종 계절에 비유된다. 인생이 계절의 변화와 퍽 맞물려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냥 해맑기만 했던 어린 시절 봄을 지나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듯한 자신감으로 충만한 젊은 시절 여름을 지나고 미약하게나마 인생의 쓴맛을 보는 쓸쓸한 과도기 가을을 지나고 삶의 정점을 찍고 나서 반추하는 노년 겨울까지. 『겨울일기』는 폴 오스터가 64살, 인생의 계절 겨울에 돌아본 그의 삶이 고스란히 베여있는 책이다. 모든 계절을 지나고 가만가만, 조목조목 인생의 찰나들을 짚어가며 복기하는 그의 삶이 내재해있다. 흡사 한 늙은 남자의 허구적 삶을 따라가는 고백과도 같은 이 책이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잠깐 멈칫했다. 자신을 '당신'이라고 지칭하며 본인의 삶, 일, 사랑, 가족 등에 얽힌 상당히 내밀한 내용은 작품론을 떠나 한 노작가의 인생 전기라고 해도 될 만큼 구체적이고 구구절절하기 때문이다. 가족사, 환경 변화 등을 주로 해서 그의 인생 복기는 이루어진다. 20번이 넘는 주거 공간의 변화, 두 번의 결혼, 드러내기 힘겨웠을법한 가족 개개인의 인생사까지 폴 오스터는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사실 그의 작품은 소장하고 있으나 먼저 만나보지 않은 시점에서 집어든 이 책은 폴 오스터라는 이야기꾼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로 충분했다. 물론 그의 전작을 섭렵한 사람들에게는 정리 차원에서 그의 삶을 엿보는 만족감을 안겨줄 테고 말이다.

 

내 전신을 관통하는 삶의 흔적들. 곳곳에서 궤적을 흩뿌리며 손짓한다. 잊었다가 상기하며 내가 살아온 시간이 그러했었구나, 깨달을 때면 문득, 슬퍼지거나 아프다가 까르르 웃어젖히다가 무슨 조울증 환자처럼 널뛰기하는 감정상태를 본다. 아마 나는 1년 후에도 삶을 돌아보고 있을 것이다. 후회되는 것, 선택의 갈림길, 용기에 대한 자책 등. 많은 반성과 다짐을 하고 앞날을 위해 마음을 다독이며 다시 한 번 도약하려 애쓸 것이다. 10대부터 지금까지 나이를 먹어가며 느는 것, 육체라 불리는 살덩어리가 전부일 거라는 자각에 울컥 한숨을 토해낼 때도 있겠지만, 그 또한 삶을 지나온 나의 흔적들이기에 생명의 잔해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지나온 세월의 궤적을 띄엄띄엄 더듬는 늙은 남자의 회상은 나의 시절과 중첩되면서 감동의 촉수를 자극한다. 절박하고 고통스러웠던 순간과 반대로 환희와 희열에 벅차 온 세상이 내 것과 같았던 시절을 지나고 지금 이곳에 서 있는 내가 있다. 한 계절이 지나면 또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듯이 우리의 시절도 색이 조금씩 옅어질 뿐 분명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걸어가면서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는 당신의 맨발. 당신은 예순네 살이다. 바깥은 회색이다 못해 거의 흰색에 가깝고 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당신은 자문한다. 몇 번의 아침이 남았을까?

 

문이 닫혔다. 또 다른 문이 열렸다.

 

당신은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다. -247쪽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

이제 너무 늦기 전에 말해 보라. 그러면 더 이상 할 말이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니면 당신의 이야ㅣ는 잠시 밀어 두고 당신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오늘까지 이 몸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살펴보자. 감각적 자료들의 카탈로그랄까. <호흡의 현상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되겠다.-7~8쪽

 

 

인생의 겨울에 바치는 헌사.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은 점차 희미해진다. 기억하고 싶은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슬픈 일이고 애써 들추어낼 필요가 없는 기억의 조각들은 차라리 잘되었다, 생각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모든 기억은 삶과 직결되는 것이라서 전자의 경우가 월등한 것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우리라. 때로 뇌의 기억이 아닌 몸의 감각으로 기억을 유추하고 끌어낼 때가 있다. 폴 오스터는 감각 그러니까 육체를 통한 기억의 화수분을 시시각각 구체화하고 있었다. 머리가 아닌 감각(몸)이 기억하는 기억은 파블로프의 개가 조건 반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습관으로 젖어있는 삶의 흔적들이다. 가끔 나도 모르게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들이 실은 몸이 기억하고 있는 평소 나의 행동 패턴일 때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듯 사소한 몸의 기억이 낱낱이 모여 행동 패턴이 되고 으레 삶의 모습이 된다. 그가 말하는 호흡의 현상학과는 조금 다른 접근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머리의 기억과 마찬가지로 몸의 기억은 우리의 인생에서 상당히 핵심적인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처음으로 성적 흥분을 목도했던 시기, 손을 비롯한 신체 기관이 행하는 일련의 행동들, 삶의 각 지점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 등을 나열한 기록은 마치 과거사가 아닌 지금 그가 겪고 있는 현실인 것처럼 또렷하게 다가온다.

 

시간이 없다. 삶에 있어 넉넉한 시간이란 없다. 나 또한 내 삶이 얼마만큼의 유예 기간을 줄지 모르는 채로 살아가고 있다. 될 수 있으면 '끝'을 생각하지 않으려 하지만 언제나 삶은 끝나게 된다. 다분히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말이다. 끝, 마침이라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단 하나, 인생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한 번뿐인 삶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문득 돌아보았을 때 전신을 강타하는 회한이 큰 까닭이다. 저자의 나이에 비하자면 아직 나는 인생 겨울의 길목으로 들어선 시기는 아니지만 에세이를 읽는 내내 편한 기분은 아니었다. 왠지 모를 아련한 기분... 삶을 논할 때면 누구나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삶의 종착지에 도달해도 아마 이런 기분일 것 같다.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건 아니나 울적해지는 감정, 그것은 인생의 성공 여부와는 거리가 먼 지극히 극적인 감정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법한 본질 말이다. 그가 호흡의 현상학이라 명명한 육체의 감각(기억)은 기억의 저변 깊숙이 잠재해있기도 하고 얕은 기억의 지층에 묻혀있을 수도 있다. 기억하지 못할 뿐, 몸소 겪어온 지나온 삶이라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무의식의 세계로 증발해버리기를 간절히 바랐던 이들도 있을 테고 그 끈을 놓지 못해 안달복달하는 이들도 있을 테다. 어떠한 기억이 되었던지, 뇌 속에서는 희미해져도 내 감각은 분명 잊지 않았을 거다. 다만 너무도 사소한 육체의 감각은 비슷한 상황이 오지 않는 한 꺼내기 힘겨운 것일 뿐. 그의 글은 오감을 자극하며 나에게로 온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더듬어가는 시간은 곧 인생을 잘 견뎌준 자신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았다.

 

<누구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죽어야 한다(할 수만 있다면)>-주베르-231쪽

 

 

겨울은 인생의 종착점이자 분기점: Once more

 

신 음식을 보면 침이 고이듯이 내 몸이 기억하는 지난날의 어떤 지점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오게 되는 순환은 인생이 끝나지 않는 한 반복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뻔함이 당연함이 되고 당연한 것은 망각을 불러온다. 망각에 빠져서 허우적대기에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상기하며 나를 나로서 기억하자. 나는 무엇으로 규명될 수 있을까. 사실 머리로 기억하는 것만 신경 썼지, 감각의 기억은 등한시해왔던 게 사실이므로 여름과 가을의 경계쯤에 있는 지금 잘 모르겠다. 이렇다 하게 나를 규명할 '무엇'을 찾지 못했다. 겨울의 문으로 들어서는 그때쯤에는 어렴풋하게나마 알아채기라도 할까. 마흔이 되고 쉰이 넘고 작가의 나이만큼 세상을 살아냈을 때, 그가 복기했던 삶의 지점, 절반이라도 기억해낼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삶에 있어 후회만큼 미련해 보이는 건 없다. 뒤돌아보지 않는 사람들 대부분의 辯은 그래서이다. 후회하며 자책하는 나약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기 싫어서 말이다. 인생의 겨울에 들어서는 그때에, 가만히 삶을 뒤돌아보았을 때에는 후회보다는 아쉬움의 감정이 더욱 클지도 모르겠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니까, 다시 오지 않을 시절로 영영 남을 테니까 말이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건 규명되건 그 계절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는 '나'로 남는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모든 계절이 지나가고 겨울을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고 있는 나를 마주하는 기분이란 어떠할지 자못 궁금한 한편 설레기도 한다. 모든 삶의 다채로움을 의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겨울 그쯤이야, 설레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당신에게 말한다.

겨울은 인생의 끝이 아니다. 종착점일 수도 있지만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겨울을 부정하지 말자, 인간이 겪게 되는 삶의 정리정돈과도 같은 계절을 말이다.

 

 



w*****8 2014.03.20. 신고 공감 12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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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일기-폴 오스터]
"[겨울일기-폴 오스터]" 내용보기
폴 오스터는 내가 참 사랑했던 작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다 미워하던 어느 날...'브루클린 풍자극'을 읽고, 조금 더 한 발짝 문을 열고 나가도 될 것 같은 느낌..그리고 그 후 용기를 내어, 여기 블로그 모임에 나가게 되었고...이하 생략.   어쨌거나, 한 동안 폴 오스터에 심취했지만, 그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우연의 남발'이 식상하였고, 또 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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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는 내가 참 사랑했던 작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세상 모든 사람들을 다 미워하던 어느 날...'브루클린 풍자극'을 읽고, 조금 더 한 발짝 문을 열고 나가도 될 것 같은 느낌..그리고 그 후 용기를 내어, 여기 블로그 모임에 나가게 되었고...이하 생략.

 

어쨌거나,

한 동안 폴 오스터에 심취했지만, 그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우연의 남발'이 식상하였고, 또 못지 않은 좋은 작가들을 많이 발견하여 잠깐 멀어지게 된 작가. '선셋파크'가 마지막이였지 싶은데.

 

여하튼,

최근 내가 읽는 책들이 모두 직장 동료가 손에 쥐어줘서 읽는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이 즈음에 이 책을 만난 건 정말 반가운 일이였다.

특히, 소설이 아닌 자전적 이야기라서 더 좋았고...'그가 이렇게 나이 먹은 사람이였나'하는 놀라움도 잠시. 지난 이야기를 담담히...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솔직히 풀어내어 좋았다.

 

기회가 되면, 나도 주민등록 초본을 보고서 내가 이사다녔던 집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보고 싶고...

언제나 그랬듯이...그의 책을 읽으면 도시 안에 있어도, 마음은 바람이나 들판처럼 싱그럽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내 하루를 사랑해야지,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의 말대로라면...나는 한참 여름일기를 써가는 중이겠다.

그래, 쨍쨍한 여름 햇빛처럼 찬란하리라.

YES마니아 : 로얄 c******m 2015.05.04.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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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일기》 인생의 겨울에 들어선 노 작가의 일기.
"《겨울일기》 인생의 겨울에 들어선 노 작가의 일기." 내용보기
당신이 하는 일을 하기 위하여 걸을 필요가 있다. 걷다 보면 단어들이 떠오르고, 머릿속에서 그것들을 쓰면서 단어들의 리듬을 들을 수 있다. 한 발 앞으로, 다른 발을 앞으로 내밀면서 심장이 이중으로 두근두근 뛴다. 두 개의 눈, 두 개의 귀, 두 개의 팔, 두 개의 발. 이것 다음에 저것. 저것 다음에 또 이것. 글쓰기는 육체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몸의 음악이다. 단어들이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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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하는 일을 하기 위하여 걸을 필요가 있다. 걷다 보면 단어들이 떠오르고, 머릿속에서 그것들을 쓰면서 단어들의 리듬을 들을 수 있다. 한 발 앞으로, 다른 발을 앞으로 내밀면서 심장이 이중으로 두근두근 뛴다. 두 개의 눈, 두 개의 귀, 두 개의 팔, 두 개의 발. 이것 다음에 저것. 저것 다음에 또 이것. 글쓰기는 육체에서 시작된다. 그것은 몸의 음악이다. 단어들이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때로는 글쓰기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단어들의 음악은 의미가 시작하는 곳이다.

 

이 작품은 예순네 살의 작가 폴 오스터가 그 동안 살아온 삶에 대한 자서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올해로 벌써 그도 예순일곱이니 노 작가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은 것 같지만, 그는 여전히 이렇게 치열하게 글을 쓰고 있다. 그의 거의 모든 작품들을 다 읽었지만, 매번 한번도 같은 스타일을 복기 하지 않는, 그렇지만 독특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서 매번 신작을 읽을 때마다 나는 가벼운 흥분을 느낀다. 특히나 이 작품은 매우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어, 자서전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일기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는 과거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삶에서 의미가 있었던 사건들을 감각적 경험의 기억을 통해 복기해낸다. 그러니까 호흡의 현상학으로 들여다본 폴 오스터의 인생이야기인 셈이다. 머리는 잊어도 몸은 기억한다.는 명제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만큼 육체가 기억하는 흔적은 오래 남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다이앤 애커먼의감각의 박물학에 보면 세상이 얼마나 황홀하게 감각적인지, 그리고 감각이라는 레이더망을 통하지 않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없는지 알게 된다.  우리의 오감,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등에 대한 여러 가지 기술이 되어 있는 이 책이 문득 떠올랐다. 냄새, 소리 등의 감각은 우리를 순식간에 과거의 시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전 애인의 향수 냄새가 그를 떠올리게 하고, 귀에 익은 노래가 나를 그 시간 속으로 옮겨 놓는다. 그렇게 우리의 몸과 감각은 머리 속의 기억들을 헤집어 놓는다. 그렇게 육체에 새겨진 경험은 오랫동안 우리의 기억을 지배한다. 어떤 향기가 순간적으로 스쳐갈 때, 그것은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도 할 수 있고, 달콤한 요리를 먹던 저녁 식사시간으로 데려다 놓기도 한다. 셜록 홈즈의바스커빌 가의 개에서는 한 여성을 편지지의 냄새로 알아보는 장면이 나오며, 수사관이라면 일흔 아흡 가지 향수의 냄새 정도는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나는 특히 새 책의 종이 냄새나, 석유 내가 아직 가시지 않은 인쇄물의 냄새, 오래된 종이의 낡은 냄새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도서관에서, 서점에서 책에 얽힌 갖가지 추억들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폴 오스터는 그 감각 중에서 성적 쾌감과 고통의 기억을 샅샅이 복기한다. 본능에 충실한 그의 경험은 적나라하게 독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가 육체와 감각을 통해 써 내려간 자신의 과거는 기나긴 성적 탐험의 역사를 거쳐 가족사의 어둡고 아픈 부분까지 모두 담고 있다. 굳이 이런 거까지 밝힐 필요가 있나 싶은 부분까지 모두. 어쩌면 스스로를 2인칭으로 묘사하는 관찰자 시점으로 쓰인 작품이라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겨울로 들어선 노 작가가 떠올리는 그 삶의 편린들은, 어떤 순간에는 고통스럽고, 어떤 순간에는 민망하고, 어떤 순간에는 따뜻하다.

 

당신은옛날이 좋았지라는 말을 싫어한다. 문득 향수에 젖어 지금보다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준 것만 같은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데 슬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스스로에게 당장 그만두고 잘 생각해 보라고, 지금을 볼 때와 같이 그때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오래지 않아 당신은 그때와 지금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으며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럼에도, 그 시절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해도 그가 지나간 세월에서 그리워하는 것이 있긴 하다. 옛날 전화기의 벨 소리, 타자기의 딸깍 거리는 소리, 병에 든 우유, 지명 타자가 없는 야구, 비닐 레코드 판, 방수용 덧신, 스타킹과 가터벨트, 흑백 영화, 헤비급 챔피언, 브루클린 다저스와 뉴욕 자이언츠, 35센트짜리 페이퍼백.... 나는 그의 그리움 속에서, 그의 지나온 시간을 읽어낸다. 그리하여 침대에서 나와 차가운 마룻바닥에 맨발을 내딛고 창문 쪽으로 걸어가는 여섯 살의 그로 시작해서, 다시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걸어가면서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는 맨발의 그는 이제 예순네 살이다. 여섯 살 그의 시선으로 바깥에서 내리던 눈이 뒷마당의 나뭇가지들을 하얗게 바꿔졌다면, 이제 바깥은 거의 흰색에 가깝지만 완연한 회색이다. 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그는 자문한다. 몇 번의 아침이 남았을까? 그의 인생은 이제 겨울로 들어섰다. 계절이 지나갔으므로, 어떤 문은 이제 완전히 닫혀버렸다. 그러나 또 다른 문이 열릴 것이다.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일이 우리 모두에게도 일어나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누구도 시간의 무게를 피해갈 수는 없다. 아무리 위대한 작가라도,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통과한다.

 

폴 오스터는 당신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오늘까지 이 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살펴본다. 그리고 그 감각적 자료들의 모음을 '호흡의 현상학'이라고 지칭한다. 숨을 쉬는 육체의 감각에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 그리고 그 교차점에서 자신을 규명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바로 폴 오스터만이 써 내려갈 수 있는 그 만의 자서전이 아닐까 싶다. 누구나 늙어간다. 사람이 평생을 젊은 육체를 유지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 말이다. 몸이 결국 말을 듣지 않게 되고, 고통은 결국 견딜 수 없어지고, 총명함은 차가운 세찬 물줄기 속에 사라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몸에 새겨진 모든 감각의 기억들은, 오롯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의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r*******n 2014.03.02.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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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오스터의 자선전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폴오스터의 자선전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내용보기
이 책의 원제목은 'Winter journal'... 겨울에 쓴 일기..보다는 노년에 쓴 일기로 해석하는게 맞을 것 같다.   폴오스터의 전작들과 달리 이 책은 작자의 자서전적인 요소가 한층 강하다. 한층 강하다는 건 전작들 대부분에 작가 자신의 삶이 희미하게나마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들에선 자신의 경험을 타인의 삶으로 포장한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거의 온전하게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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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은 'Winter journal'...

겨울에 쓴 일기..보다는 노년에 쓴 일기로 해석하는게 맞을 것 같다.

 

폴오스터의 전작들과 달리 이 책은 작자의 자서전적인 요소가 한층 강하다.

한층 강하다는 건 전작들 대부분에 작가 자신의 삶이 희미하게나마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들에선 자신의 경험을 타인의 삶으로 포장한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거의 온전하게 자신의 것으로 노출시킨다.

곧 폴오스터의 자선전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좋은 소설은 어렵지 않아야 하고, 독자가 자신의 삶을 반추시켜 볼 수 있어야 하고, 손에서 놓고싶지 않을만큼 재밌어야 하며, 지불한 책값에 대한 후회가 없어야 하고, 수집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야 한다.

나에겐 폴 오스터의 책들이 딱 그렇다.

 

 

 

 

 

s***u 2014.02.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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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들어선 작가의 인생 64년 들여다보기~
"겨울로 들어선 작가의 인생 64년 들여다보기~" 내용보기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찾은 이 책은 책 뒷면에 적혀있는 어구들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문이 닫히고 또 다른 문이 열렸다. 당신의 인생은 겨울로 들어섰다" 어떻게 보면 '겨울'이라는 어구에 신경쓰게 되면 암울한 책 처럼 보이지만 "문이 열렸다"란 어구를 보면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엔 소설인 줄 알았다. 초반부를 읽는데 작가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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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찾은 이 책은 책 뒷면에 적혀있는 어구들이 마음에 들어서 읽어보게 되었다.

"문이 닫히고 또 다른 문이 열렸다. 당신의 인생은 겨울로 들어섰다" 어떻게 보면 '겨울'이라는 어구에 신경쓰게 되면 암울한 책 처럼 보이지만 "문이 열렸다"란 어구를 보면 새로운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엔 소설인 줄 알았다. 초반부를 읽는데 작가가 자신을 '나' 라고 하지않고 '당신' 이라고 표현하며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반부쯤 읽다가 이게 자전적인 에세이란 걸 알게 되었다

64세의 노작가인 폴 오스터는 처음 만난 작가여서 사전 지식없이 그의 삶을 태어날 때 부터 현재 까지 읽어내려가며 더욱 흥미로웠다. 그의 피부에 남은 흉터 하나하나의 원인, 지금까지 살아왔던 스무 곳이 넘는 집들과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 까지 한 작가의 일생을 읽으며 이 책을 읽을 때 만큼은 나도 폴 오스터가 되어 그의 모든 부분을 내게 대입시키며 나도 64년의 삶을 지냈다.

 

 내가 제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내가 지금까지 숨쉰 횟수, 내가 지금까지 악수했던, 내가 지금까지 타자를 쳤던, 내가 지금까지 종이를 넘겼던 횟수...와 같이 삶을 숫자로 표현한 것이었다. 삶을 숫자로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어떠한 기준은 될 수 있겠구나. 내가 무엇을 이루었고 내가 얼마나 특별한 일을 했나하는

사회에서 바라보는 성공의 기준으로도 혹은 내가 만족할 만한 횟수 였느냐 하는 것으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구나 말랑한 감수성과 그걸 문학적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자신의 삶을

책으로 펴낼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햇다. 내 삶에도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이 있을 것이고 지금은 봄 중에서도 '꽃샘추위'에 해당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춥지만 이때만 잘 버티면 곧 꽃이 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인생이 언젠가는 겨울로 들어서게 될 것이지만 나만의 예쁜 꽃을 항상 마음에 지니고 있을 것이다.

 

c********4 2015.08.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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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후에는 [외국소설-겨울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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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읽으면서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는지 모르겠다. 인생 60을 넘기면 이렇게 회상하게 되는 날이 올까. 와 주었으면 좋겠는데, 작가처럼 일기를 쓰지는 못하겠지만 이렇게 담담하게 이렇게 건조하게 내 지난 일생을 모조리 돌아보며 묘사해 낼 수 있을까.   몇 번씩이나 머뭇거리면서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작가의 생 한순간과 내 생의 비슷한 순간들이 맞물리는 자리에 이를 때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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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읽으면서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는지 모르겠다. 인생 60을 넘기면 이렇게 회상하게 되는 날이 올까. 와 주었으면 좋겠는데, 작가처럼 일기를 쓰지는 못하겠지만 이렇게 담담하게 이렇게 건조하게 내 지난 일생을 모조리 돌아보며 묘사해 낼 수 있을까.

 

몇 번씩이나 머뭇거리면서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작가의 생 한순간과 내 생의 비슷한 순간들이 맞물리는 자리에 이를 때면 부끄러움과 쑥스러움 혹은 자랑스러움이나 대견함이 자꾸만 나를 붙들고 주저앉히곤 했다. 아직도 내게는 회한이 남아 있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숨기고 싶은 지난 날이 있고,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았을 기억들로 혼자 낯붉어지고 있고, 잘했던 성공의 기억들로 우쭐해지고는 하는데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날이 올까. 하기야 내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내 생을 드러낼 필요도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내가 나를 떠올리는 데에 여전히 망설임이 남아 있다면 아직 멀었다는 뜻이리라. 이 책과 같은 일기를 쓸 수 있기에는.

 

화자 자신을 2인칭으로 부르면서 읊어 나가는 독백. 그 쉼없는 독백을 듣는 청자이자 독자인 나. 내가 좋아하는 글의 기준이 되는 '따라서 써 보고 싶다'는 의욕. 작가만큼이나 화려하고 다사다난한 삶은 못되었어도 나도 돌아볼 내 생은 있으니.

 

돌아가신 아버지, 살아계신 엄마, 같이 살고 있는 남편, 남편의 돌아가신 부모님, 두 아이, 나를 가르치신 모든 선생님들, 내가 좋아한 사람들. 목숨이 위험했으리라 여겨지는 몇 건의 사고들. 삶의 방향을 바꾸어 준 계기 몇몇.

 

이 책이랑 이 리뷰랑 잘 남겨 두었다가 십 년쯤 뒤에 학교를 떠나면서 다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다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말. 어쩌다 살아온 날들이 이렇게 고마워지면서 내일에 설레게 된 것인지. 돌아보는 그리움들이 깊게 고인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5.05.13. 신고 공감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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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환상적인 책. 겨울 일기 _폴 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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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겨울로 들어선 폴오스터의 회고록              이 책 너무 매력적이다.​ 그냥 피게되고. 그냥 읽게된다.   누군가의 일기장이다. 하지만 내 일기장 이기도 하다.         당신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오늘까지 이 몸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살펴보자 감각적 자료들의 카탈로그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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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겨울로 들어선 폴오스터의 회고록

 

 

 

 

 

 

 이 책 너무 매력적이다.

그냥 피게되고. 그냥 읽게된다.

 

누군가의 일기장이다.

하지만 내 일기장 이기도 하다.

 

 

 

 

당신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오늘까지

이 몸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살펴보자

감각적 자료들의 카탈로그랄까. <호흡의 현상학> 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되겠다. _7p

 

 

대부분 일기장에는 날짜와 함께 그 날의 일을 적는 것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폴 오스터의 일기장의 날짜는 '감각'이고 일은 '감각적 경험' 이다.

그래서 일기장의 시간적 흐름을 대신하는 것은 감각의 흐름이며
이는 폴 오스터만의 <호흡의 현상학> 이다

 

 

 

 

 

 

 

 

"당신의 흉터들 중에서도 특히 얼굴에 난 것은 매일아침 욕실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하거나 머리를 빗을 때마다  눈의 띈다  _11p

 

 

 

시각으로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선, 그 상처가 생긴 일을 회상한다.

세살반 때 벤치못에 얼굴의 반쪽이 찢어진적, 열두살 때 야구를 하다가 부딪쳐서 이마를 꼬맨적...

 

호흡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것 처럼 하나의 감각을 통해

그는 호흡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호흡은 규칙적이다.

그래서 폴 오스터의 '겨울 일기'에 담긴 사건들은 매우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호흡처럼 한문장, 한글자 살아있다. 딱딱하고 지루한 회고록이 아니다.

 

 

 

 

 

 

회고록 이란, 어떻게 보면 점점 죽음으로 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각을 통한 회고록은 오히려 점점 전개될수록
'생명'을 느꼈다. 기억은 죽어있지만, 감각으로 느끼고 살아난 기억들은
죽음앞에서 움추려 드는 우리들에게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책이란 읽으면서 공감하면서 그 속에서 울림을 느끼는 것이다.
예순 네살의 작가의 회고록. 뭔가 우중충하거나 인생의 쓴맛만 담아서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다.
이때, 폴 오스터만의 '우연의 미학'이 드러난다.

 

 

 

당신은 그런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_7p

 

 

 

 

여러가지 사건들을 나열하면서 우리는 '당신' 이라는 관찰자가 되어서 교차점을 찾아낸다.
우연적이지만 똑같은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일어난다.
읽을 수록 다른듯하면서도 비슷한 경험들은 내 자신을 돌아볼 수 도 있다.
그때 했던 사랑, 함께 했던 가족들,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시기 이 모든 것들을 회상할 수 있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이였지만, 정말 빠져버렸다.

다른 작품들도 매우 매우 읽고 싶어졌다 ...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걸어가면서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는 당신의 맨발, 당신은 예순네 살이다. 바깥은 회색이다

못해 거의 흰색에 가깝고 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당신은 자문한다. 몇 번의 아침이 남았을까.

문이 닫혔다. 또 다른 문이 열렸다.

당신은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다. _247p

 

 

 

 


작가는 아침에 일어나면 옆에 누워있는 아내를 보고, 아내와 사랑에 대한 추억을 회상한다.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면서 죽음과 삶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예순 넷,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다는건 이런 느낌인 걸까.

 

작가는 매우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근데 폴 오스터는 담담한 어조만큼 마음도 그럴까... 

이렇게 '겨울'이란 시기를 감성적으로 표현하신 것을 보면... 그런거 같기도 하다.

 

나는 이 문장을 읽고 처음 든 생각은 '비참하다' 였다. 

읽으면서 '생명'을 느꼈지만, 이 문장은 '비참하다'라는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서 겨울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계절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듯이,

'겨울'도 겨울 나름의 아름다움이 존재할것이다. 언젠간 다가올 '겨울'을 조금은 반겨주겠지..

 

 

 

 

 

 

 

 

 

 

 

ㅇ ㅏ 폴오스터 팬됐...ㅅㅅ

 

f******2 2014.03.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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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일기]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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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일기>는 <선셋 파크>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게 된 폴 오스터의 작품이다. 이제 겨우 작가의 많은 작품 중 두 작품을 읽고 작가나 작품에 대해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난 이 작품을 통해 작가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봄, 여름, 가을도 아닌 사계절중 왜 겨울일기라고 했을까. 아마도 작가는 자신의 삶을 사계절 중 '겨울'과 잘 어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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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일기>는 <선셋 파크>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나게 된 폴 오스터의 작품이다. 이제 겨우 작가의 많은 작품 중 두 작품을 읽고 작가나 작품에 대해 논하는 것은 우스운 일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난 이 작품을 통해 작가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봄, 여름, 가을도 아닌 사계절중 왜 겨울일기라고 했을까. 아마도 작가는 자신의 삶을 사계절 중 '겨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들은 보통 청춘의 시기는 봄이라 하고 중년은 가을, 이제 노년에 접어든 작가의 삶은 아마도 겨울의 느낌과 잘 어울려서가 아닐까.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 본문 7쪽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들려주는 작가. '당신'이라는 2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한걸음 떨어져 바라보고 있다. 개인적은 삶뿐만 아니라 작가의 작품 세계도 들여다볼수 있다. 시종일관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작품들은 어떤 개인적인 일들과 연관되어 있는지 알려준다. 나처럼 아직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그 작품들이 더 궁금해진다. 물론 그 책을 읽으신 분들은 그런 이야기에 공감하며 읽을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쩌면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그리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있다. 이 일만큼은 다른 사람들이 몰랐으면 하는 것도 있다. 책을 보면서 조금 놀라운 점은 작가는 자신의 치부라고 할수 있는 모든 일들을 우리들에게 보여준다. 특히 가족사만큼은 쉽게 드러낼수 없는 것이다. 그는 그런 이야기조차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당신의 이야기라며 담담히 들려준다.

 

그의 이야기 중 흥미로운 부분은 집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책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들도 우리처럼 이렇게 이사를 많이 다니는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우리들의 집을 갖기전까지는 주인의 말에 따라 여러번 이사를 다녀야하는 아픔이 있는데 이들도 우리네와 그리 다른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벽으로 둘러싸인 곳. 주거지, 당신의 몸을 밖으로부터 지켜 주던 크고 작은 방들. 당신이 태어난(1947년 2월 3일) 뉴저지 뉴어크의 베스 이스라엘 병원에서 시작해 현재까지 죽 오면서(2011년 오늘, 추운 1월의 아침) 긴 세월에 걸쳐 당신의 몸을 부렸던 장소들이 있다. 좋건 나쁘건, 당신이 <집>이라 부른 장소들. - 본문 68쪽

 

작가는 태어나서 2011년까지 21개의 주소를 가졌다. 그는 이사한 집들을 통해 그때의 삶의 모습을 들려준다. 책 속에서 만나는 21개의 집 이야기만으로도 우리는 그의 삶을 함께하게 된다. 21개의 점들을 잇는 삶의 곡선을 그린다면 정말 굴곡이 많다. 이런 굴곡들이 있기에 그만의 작품세계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에게 많은 인기를 끄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에게 천재라는 말을 할 정도이니 말이다.

 

의도치 않게 우리들은 작가의 삶을 들여다본다. 아니 작가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미화된 모습이 아니라 발가벗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은 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물론 남의 일기를 보아서는 안되지만 작가 자신이 '당신'이라며 이야기를 풀어 놓았으니 우리들은 남의 일기라 하더라도 당당하게 볼수 있다. 이 책은 작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그의 다른 작품들을 꼭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n******e 2014.03.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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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감각과 연결되는 육체의 기록 [겨울일기 - 폴 오스터]
"인생의 모든 감각과 연결되는 육체의 기록 [겨울일기 - 폴 오스터]" 내용보기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인생의 겨울이 시작되었다. 봄, 겨울, 가을의 흔적을 모두 씻어내듯이,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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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그런 일이 당신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어날 리 없다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도 당신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른 이들에게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당신에게도 일어나기 시작한다."

 

  인생의 겨울이 시작되었다. 봄, 겨울, 가을의 흔적을 모두 씻어내듯이, 폴 오스터의 인생도 <겨울일기>에 스르륵 쏟아낸다. 그는 몸이 기억하는 시간의 기록을 털어놓는다. 단, 그 몸은 자신의 몸이 아닌 당신의 몸으로 언급된다. '당신'이란 이름으로 그는 한 발짝 물러나, 자신의 일부이자 이제는 멀리 떨어진 '당신(혹은 자신)'을 추억한다. '당신'이기에 그 몸의 생동하는 움직임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기억해낼 수 있다. 또는 그 당신을 많은 사람들에게 넓게 적용할 수 있다. 기억은 그의 몸에 새겨졌다. 얼굴에 있는 지워지지 않는 흉터, 담배로 인해 끓어오르는 가래를 내뱉던 목구멍, 행복감을 만끽하며 달렸던 다리, 농성으로 인해 잡혀서 짓밟히고 그 밖의 수많은 곳을 스치고 건드린 손은 육체의 일부이자 기억의 한 부분이 된다.

 

  상상하기 낯부끄러운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인생의 회고록에, 몸이 뚜렷이 기억하는 감정을 불어넣는다. 사춘기의 쑥스러운 성충동과 어머니에 대한 애착을 고스란히 고백한다. 하나하나 벗겨내 알몸이 될 때까지, 허공으로 추락하는 자유와 행복의 감정 그리고 참을 수 없이 솟구치던 분노와 변명도 할 수 없었던 수치스러운 감정까지 드러낸다. 한없이 깊은 감정으로 추락해 들어가다가, 어릴 때의 에피소드 - 그 시시껄렁한, 예를 들면 자신이 좋아했던 여러 가지 음식이나 황당무계한 이야기들 같은 - 를 속닥속닥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스무 번이 넘게 변화했던 그의 생활공간 (집)도 빼놓지 않는다. 어떻게 이렇게 세세한 것들까지 기억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 자신의 몸을 품은 그 공간들을 빼곡하게 기억한다. 변화되는 모든 상황 속의 감각을 털어낸다. 물론 그 집도 보이지 않는 그의 흔적을, 집 안을 활보하던 발의 느낌을 기억할 것이지만 말이다.

 

  그는 여러 번 죽음을 인식해왔다. 땅에 묻힌, 풍경에 갇힌 죽음들이 아직도 그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지금도 인식하고 있을, 또는 언젠가 자신에게도 찾아올 것인 죽음은, 피할 수 없는 큰 고통이고 통증이지만 두렵지 않다. 그의 신체가 그의 일부이므로, 죽음도 그 일부를 거치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한 언급에는 '늙음'의 쓸쓸함이 없다. 60여 년의 세월을 맞아왔음에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의 기억 탓인지. 늙음이 언급되지 않기에 인생의 겨울은 차디차고 낯설지만 어두컴컴하지는 않다.  

 

  그의 말에 의하면 "평범한 삶이라고 부르는 것 속에 모든 것이 다 있다."라고 했다. 아마도 그 누구의 삶이더라도 '평범함' 그 자체의 삶은 없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담은 인생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그에게, 오로지 '단어'다. "몇 번의 아침이 남았을까"하고 고민하는 인생의 겨울, 그 시기의 폴 오스터. 모든 것과 연결된 육체로 그는 쓰기 시작한다. 언젠가 무용수의 춤을 보고 다시 잡게 된 펜, 자신의 호흡을 따라, 심장의 박동을 따라울리는 몸의 음악(글쓰기)을 연주한다. 이보다 환희스러운 경험이 있을까? 그는 자신의 모습과, 변화와 순간의 감정과 감각을 받아들이고 종이에 풀어내리면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한다. 깊은 호흡으로 몸의 움직임을 듣는다. 그로 인해 새로운 봄을 시작할 것이다. 그의 봄도, 당신의 봄도.

 

 

 

  언제나 당신을 감싸고 있던 것은 외부, 즉 허공이지만 자세히 말하면 당신을 둘러싼 허공 속 당신의 몸이다. 발뒤꿈치는 땅에 굳게 딛고 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허공 속에 있다. 그곳이 당신의 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고 또한 모든 것이 몸에서 끝날 것이다. 지금 당신은 바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 후에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열과 추위, 셀 수 없이 다양한 비, 눈이 없는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뚫고 온 안개, 바르 강가에 있는 집의 타일 지붕을 덜거덕거릴 정도로 미친 듯이 때리던 기관총 소리 같은 우박에 대해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신의 주의를 온통 차지한 것은 바람이다. 공기는 가만히 있을 때가 거의 없다. (18p)

 

  사람이 죽음을 맞는 바로 그 순간, 존재는 의식의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적어도 당신 생각으로는 그랬다. 그로부터 5년 후 처음으로 공황 발작이 일어났을 때, 몸이 갈기갈기 찢겨서 바닥에 패대기쳐지는 것 같은 갑작스럽고 엄청난 타격을 받았을 때 당신은 침착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했다. 그때도 역시 당신은 죽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공포에 질려 울부짖었다. 살면서 그렇게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의식의 다른 차원이니 눈물의 계곡으로부터의 조용한 탈출이니, 다 쓸데없는 소리였다. 당신은 바닥에 누워 가슴이 터지도록 울부짖고 또 울부짖었다. 죽음은 당신의 안에 있었지만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울부짖었다. (40p)

 

  서른두 살. 1979년 초 거기에 정착하기 전 한바탕 충격과 갑작스러운 변화, 당신을 바꾸어 놓고 당신의 삶을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틀어 놓은 내면의 동요가 몰아쳤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지만 갈 데도 없고 이사할 돈도 없는 상태에서 당신은 파경 이후에도 더치스 카운티의 집에 머물며 아래층 서재 구석의 침대 겸용 소파에서 잠을 잤다. 지금 와서야 (서른두 해가 지나) 생각해 보니 그것은 어린 시절 당신의 침대였다. 두어 주가 지난 뒤 뉴욕으로 떠나면서 당신은 우주의 틈새 속으로 당신을 밀어 넣는, 델 듯이 뜨겁고도 명징한 에피파니의 순간, 일종의 계시를 경험했고 그것은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게 했다. (102p)

 

  세 번째 잔을 다 비우고 또 한 잔을 비운다. 결국 이것이 마지막 잔, 치명적인 한 잔이 되고 만다. 몸의 안팎에서 동시에 공격이 시작된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이 당신을 의자에 억지로 주저앉혔다가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것처럼 당신을 둘러싼 공기의 압력이 갑자기 엄습한다. 동시에 머리통 벽면을 두드리며 절그렁거리는 소리가 어지럽게 울리고 머릿속은 섬뜩할 정도로 가벼워진다. 그러는 내내 바깥쪽에서는 계속해서 당신을 짓누르고 안쪽은 텅 비어 가는 바로 그 순간, 어느 때보다도 더 어둡고 텅 빈 바로 그때, 당신은 기절해 버릴 것만 같다. 고동이 빨라지고 가슴을 뚫고 터져 버리려고 하는 심장을 느낄 수 있다. (...) 이제 당신은 돌이 되어 가고 있다. 부엌 바닥에 누워 입을 벌린 채 움직일 수도 생각할 수도 없게 되어 검고 깊은 죽음의 바닷속으로 당신의 몸뚱이가 익사해 가기를 기다리며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다. (140p)

 

  당신은 <옛날이 좋았지>라는 말을 싫어한다. 문득 향수에 젖어 지금보다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준 것만 같은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데 슬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면 스스로에게 당장 그만두고 잘 생각해 보라고, 지금을 볼 때와 같이 그때를 정밀하게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오래지 않아 당신은 그때와 지금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으며 본질적으로는 같다는 결론에 이른다. (195p)

 



p********1 2014.02.2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긴 호흡을 통해 들여다보는 삶 [겨울일기 -폴 오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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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나와 차가운 마룻바닥에 맨발을 내딛고 창문쪽으로 걸어간다. 당신은 여섯 살이다.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뒷마당의 나뭇가지들은 하얗게 변해 간다. -p.7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작가는 나를 현재의 내가 아닌 6살의 나로 안내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는 현재의 나로 다시 되돌려 놨다. 마치 최면술사가 최면을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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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서 나와 차가운 마룻바닥에 맨발을 내딛고 창문쪽으로 걸어간다. 당신은 여섯 살이다.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뒷마당의 나뭇가지들은 하얗게 변해 간다. -p.7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작가는 나를 현재의 내가 아닌 6살의 나로 안내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는 현재의 나로 다시 되돌려 놨다. 마치 최면술사가 최면을 걸어 시간여행을 하게 하는 듯했다.
 
나의 여섯살은 어땠을까...
추운 겨울의 아침 6살, 어쩌면 5살이나 7살이었을지도 모를 그 어린 시절 나의 겨울은, 눈이 많이 오던 군산의 어느 동네에 작은 마당을 가진 2층집에서 창밖을 내다 보니 어린 나의 눈으로 보기엔 꽤나 넓은 마당의 한쪽 구석엔 어린아이 한명쯤은 거뜬히 올라갔다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는 눈미끄럼틀이 만들어져있었다.
 
 
 

당신의 이야기는 잠시 밀어 두고 당신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는 첫날부터 오늘까지 이 몸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살펴보자. 감각적 자료들의 카탈로그랄까. <호흡의 현상학>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되겠다. -p.7

 

 
 
 
작가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화자인 '나'를 통해 하지 않고 관찰자 시점에서 '당신'이란 2인칭 주인공을 통해 서술하는 특이한 방식으로 글을 썼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은 폴 오스터도 될 수 있고, 나도,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들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전적인 이야기지만 폴 오스터만의 특별한 감각으로 글을 쓰면서도 살아온 일대기를 시간의 흐름대로 쓰지 않고 마치 생각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쓴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작가가 되려면 평탄한 인생으로는 글을 쓸 수 없는 공식이 있는 것처럼 폴 오스터의 삶도 굴곡이 많은 인생이었다.
얼굴에 큰 상처가 몇 번인가 생겼지만 다행히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난 것, 터질 듯한 오줌보 때문에 사고가 난 것, 21번이나 이사를 다닌 끝에 지금까지 살고 있는 브루클린에 정착하여 [작가란 무엇인가]에 실린 인터뷰는 그 곳에서 한 것,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하여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던 그 때 천생연분인듯한 두 번째 부인을 만난 것, 그리고 열네 살 어느 숲에서 친구가 번개에 맞아 죽은 것 등등.
이 중 두번째 부인을 만난 것과 친구가 번개에 맞아 죽은 것은 작가의 인생에 아마도 큰 영향을 줬으리라..
 
 

당신의 아내는 당신의 약점을 받아들이고 불평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아내가 걱정한다면 그것은 단지 당신이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럴 뿐이다. 당신은 그토록 긴 세월 동안 아내를 곁에 가까이 둔 이유를 헤아려 본다. 물론 이런 이유도 그중 하나다. 인내하는 사랑의 광대무변한 별자리 중에서 빛나는 별들 중 하나. -p.22

 

 
 
 

그 사건이 제 삶을 바꾸어놓았습니다. 그것은 한 치의 의심도 할 수 없어요. 멀쩡히 살아 있던 제 친구가 한순간에 죽었지요. 저는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져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으로 무작위로 일어난 죽음과 함께 세상만사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지요. 단단한 땅위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땅이 꺼지면서 사람들이 땅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에요. -작가란 무엇인가 中에서 -p.166

 

 
 
어린 나이에 친구의 죽음을 경험해서일까, 아버지의 죽음앞에서도, 조부모의 죽음 뒤에도, 가장 아꼈던 사촌이 서른여덟의 젊은 나이에 죽었을 때도, 그리고 어머니가 죽었을때도 울지 않았다. 마치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와 같다.
모두 급작스럽게 죽어버렸다.
 
작가는 2011년 예순 네살을 맞이했다.
예순 네살에 쓰는 자서전적 기록이다.
 
아, 나도 나이가 들었을 때 이런 기록을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해본다.
죽음은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지만 서서히 나타날 수도 있다. 만약 나에게도 천천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러한 글을 남기리라.

 

 

 

 

 

 

<주베르: 삶의 종말은 고통스럽도다.> 틀림없이 지금보다 꽤나 더 나이를 많이 먹었을 그는 1815년 예순한 살의 나이로 그 말을 쓴 지 1년이 채 못 되어, 그는 삶의 마지막에 관하여 다르면서 훨씬 더 도전적인 어구를 적었다. <누구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죽어야 한다.(할 수만 있다면)>. 당신은 이 문장에, 특히 괄호 속의 말에 감동한다. 그 말을 보기 드문 세심한 정신, 사랑스러워진다는 것이 특히 나이든 사람, 노쇠해져서 다른 이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한 힘겹게 얻은 깨달음을 보여준다. <할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 마지막이 고통스럽건 않건 마지막에 가서 사랑스러워진다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인간의 성취는 없을지도 모른다. -p.231 

 

 
작가는 이 글을 <호흡의 현상학>이라 했다.
처음 읽을 땐 그게 뭐지...했는데,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눈을 감고 긴 호흡을 통해 나의 삶을 들여다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겨울이, 그리고 새로운 문 뒤엔 봄이 들어선다.
 
 

 

 

 

 

 

 
침대에서 나와 창가로 걸어가면서 차가운 마룻바닥에 닿는 당신의 맨발. 당신은 예순네 살이다. 바깥은 회색이다 못해 거의 흰색에 가깝고 해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당신은 자문한다. 몇 번의 아침이 남았을까?
 
문이 닫혔다. 또 다른 문이 열렸다.
 
당신은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다. - p.247

 

 

y*****9 2014.02.14. 신고 공감 0 댓글 0